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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서보 돌아보기

    얼마 전 작고한 박서보 선생은 단색화 열풍을 이끌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반대로 이런저런 구설과 비난도 많았던 인물이다. ‘단색화 거장’이라는 타이틀의 이면, 박서보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박서보 선생에 대한 책을 내기로 결심하자, 내 주위의 미술계 지인들이 나한테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그 훈수는 대체로 경고적 뉘앙스였다. ‘박서보 화백이 얼마나 악명 높았는 줄 알아요?’, ‘박서보 사단의 얘기를 모르시는군요. 책 내면 이래저래 말들이 많을 겁니다’라고 하며 나의 순진한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을 쓴 아트플랫폼아시아 대표 케이트 림은 책의 서문을 이렇게 시작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책을 쓰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주위의 걱정이 시작됐다니. 그의 말년만 본 일반인에게는 컬러풀한 옷을 즐겨 입는 선한 인상의 노인이었을지 모르나, 정작 미술계에서 박서보는 오래전부터 꽤 악명 높은 인물이었다. 성격과 언행이 거칠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박서보라는 인물을 다루는 것부터가 걱정을 살 정도로 말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 박서보는 한국의 단색화 열풍을 이끌며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주도했던 작가다. 그를 싫어할 수는 있어도 그의 업적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를 추앙하는 이들만큼 그를 비판하고 싫어하는 이도 많았다. 돌려 말하는 법을 모르는 직선적 언행, 홍익대학교 미대 위주로 패거리를 만들어 미술계를 좌지우지한 정략적 인물이었다거나, 독재 정권이 주도했던 민족기록화(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 정부 주도하에 당대 화가들이 한국의 발전상을 주제로 그린 대형 회화 작품)에 참여한 기록, 그가 강조했던

    2023.11.20 15:36:07

    박서보 돌아보기
  • 아트에 빠진 신세계, 전시 통해 '작가 소통 창구' 만든다

    신세계백화점이 고객들과 작가가 소통하는 참여형 전시를 선보인다. 13일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오는 20일까지 '여름의 모양: Hyper Summer' 전시를 열고, 고객과 작가가 전시와 관련해 소통할 수 있는 '미니 아뜰리에' 코너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감상평을 적는 종이에는 여름의 모양이라는 전시 테마에 맞게 '전시를 감상하는 동안 떠오른 나만의 모양'과 '전시 관람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모양' 총 2가지의 질문이 적혀있다. 모양이란 고객이 생각하는 감성, 느낌 등을 의미한다. 특히 많은 고객들이 그림으로 작가와 소통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달 동안 2000장이 넘는 질문지가 소진될 만큼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미니 아뜰리에는 경험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MZ 고객들을 위해 체험적 요소를 제공해 전시 참여율을 높이고자 신세계가 새롭게 마련한 콘텐츠다. 이번 전시는 더 많은 MZ 고객들이 갤러리를 찾도록 신모래, 키미 등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6명의 젊은 신진 작가로만 구성했다.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MZ 고객들이 일상 속에서 미술을 접하는 동시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취지다. 특히나 올 초 탄생해 MZ 메카로 불리는 하이퍼그라운드로 인해 갤러리를 찾는 젊은 고객들도 많아지는 등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실제 전시를 찾은 고객들 중 2030 비중은 절반에 달할 정도로 높다. 소통을 좋아하는 MZ 고객들에게 미니 아뜰리에를 통해 전시를 관람만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남기며 작가와 짧게나마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는 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아직은 다소 어

    2023.08.13 06:00:01

    아트에 빠진 신세계, 전시 통해 '작가 소통 창구' 만든다
  • 고개 들어 인도 미술 시장을 보라

    중국을 넘어 전 세계 산업 기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미술 시장 역시 크게 성장 중이다. IAF(인디안 아트 페어) 2023 전경중국이 세계 미술계에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건 약 20년 전부터다. 이 시기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 섰고, 수많은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중국의 압도적 경제성장률은 미술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문화는 원래 경제성장의 뒤에서 꽃피는 것이고, 예술이야말로 경기(景氣)에 가장 민감한 ‘재화’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어느새 세계의 공장이자 아틀리에로 변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패권 경쟁, 젊은 노동력 감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중국의 경제적 입지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 시점에 중국의 대안으로 새롭게 떠오른 국가가 바로 인도다. 얼마 전 중국을 넘어 세계 인구 1위 국가가 된 인도는 풍부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연 8% 수준의 지속적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인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억만장자를 보유한 데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경쟁력까지 갖췄다. 인도가 중국이 걸어온 고도성장의 길을 그대로 밟으리라는 것은 예상이 아닌 현실이다. 이는 곧 인도의 문화 시장, 특히 미술 시장이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최근에 열린 ‘IAF(인디안 아트 페어)’는 그러한 ‘열풍’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정 국가의 미술 시장 성장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아트 페어의 흥행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에 KIAF(한국국제아트페어)가 있는 것처럼, 인도에는 IAF가 있다.IAF 2023 공식 포스터로 쓰인 유반 보티사스바르(Yuvan Bothysathuvar)의 작품 ‘Reflection’사실 과거 IAF는 그저 그런 지역 박람회에 가까웠다. 남아시아에서 가장

    2023.06.09 14:51:02

    고개 들어 인도 미술 시장을 보라
  • "인터넷으로 예술품 사볼까"...SSG닷컴서 검색하면 3만개 뜬다

    SSG닷컴이 아트(Art) 품목 경쟁력 강화를 위한 카테고리 개편에 나선다. 18일 SSG닷컴은 최근 미술·공예품 카테고리 개편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5월 '아트&크래프트(Art&Craft)' 전문관을 신설한 이래 계속해서 추진 중인 미술·공예품 경쟁력 제고 노력의 일환이다.'가구/인테리어' 카테고리 내 별도의 '갤러리' 페이지를 신설, 아트&크래프트 전문관에서 운영해 온 미술·공예품을 모았다.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갤러리 페이지 내 하위 카테고리도 △회화 △판화 △사진 △아트포스터 △조각/오브제 △아트굿즈 △탁상용 액자 △벽걸이 액자 등 총 8개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고객 니즈가 다양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운영 전문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이번 카테고리 개편을 기해 신규 상품 입점도 추진한다. 호암미술관이 18일부터 여는 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를 기념해 출시한 마그넷, 손수건 등 전시 굿즈 3종과 호암미술관 자체 굿즈 9종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닐리리갤러리, 콜라스트, 엘디프 등 신규 업체를 추가하며 회화, 판화 구색을 늘린다. 이외에도 오는 19일부터 28일까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에서 진행하는 '2023 공예주간' 기간에 맞춰 공예품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이처럼 SSG닷컴이 아트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까닭은 높은 고객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2022년) 쓱닷컴의 미술품 매출은 전년비 60% 가량 증가했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관련 매출은 직전 해 같은 기간보다 30% 신장했다. '리움 스토어(LEEUM STORE)' 등 신규 상품 입점에 의한 집객 효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SSG닷컴이 취급하는 아트 상

    2023.05.18 10:32:41

    "인터넷으로 예술품 사볼까"...SSG닷컴서 검색하면 3만개 뜬다
  • '아트'에 신경쓰는 W컨셉, 구찌·셀린느 협업 작가 모시는 이유는[최수진의 패션채널]

    지난 국내 미술 시장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미술품 유통액 1조37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7.2% 성장했습니다. 아트페어와 화랑의 매출도앰 전년 대비 늘어났다고 합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영향인데요. 실제 얼마 전 만난 미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젊은층이 유입되는 이유에 대해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것을 갖고 싶어 해요"라며 "하나밖에 없는 작품은 그 니즈에 딱 맞는 거죠. 동시에 재테크를 위해 많이 사요. 젊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데, 작가를 잘 발굴하면 명품보다 훨씬 수익률이 좋아요"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패션 플랫폼 W컨셉도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예술에 관심을 가진다고 합니다. 오늘(4일) 올해 마케팅 테마를 '아트'로 정하고 아트 분야 협업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디자이너 브랜드와 해외 유명 아티스트 협업 상품을 선보이는 방식인데요.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고, 플랫폼 유입도 늘리려는 목적입니다. 이번 달에는 '더 특별한 시엔느' 기획전을 열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시엔느'와 일러스트 작가 '앰버 비토리아'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앰버 비토리아는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로, 다양하고 강렬한 색채가 특징이며 구찌, 셀린느 등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콜라보 작품을 선보인 작가입니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죠.비토리아 작가는 유명 인플루언서(영향력이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공식 팔로워만 18만명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2023.05.04 13:34:35

    '아트'에 신경쓰는 W컨셉, 구찌·셀린느 협업 작가 모시는 이유는[최수진의 패션채널]
  •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작품인가, 제품인가?

    많은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이 그동안 인간의 전유물로 여기던 예술 세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과연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챗GPT(사용자와 주고받는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도록 설계된 언어 모델)’로 세상이 시끄럽다. ‘그래 봤자 인공지능(AI)이지’라고 생각했다가 깜짝 놀란 사람도 한둘이 아닐 것이다. 전속 비서가 말해주는 듯 질문 내용을 정리해주는 챗GPT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세상이 또 한번 변했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먼 미래로만 느껴지던 AI가 갑자기 우리 현실에 진입한 것이다. AI 열풍은 단순히 텍스트 기반의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이미지와 영상 등 창작물에도 온전히 적용되고 있다. 이미 우리는 키워드 몇 가지만 넣으면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AI 이미지 생성 사이트 이름을 10개는 찾을 수 있다. 물론 그 이미지들은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독창성을 지녔다. 여기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이 생긴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는가?’, ‘인간의 희로애락, 철학적 사고, 감성적 인과관계가 배제된 이미지를 작품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대답하기 전 AI가 최근처럼 글로벌 이슈가 되기 전부터 AI를 활용해 작품을 해오던 작가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건 ‘오비어스(Obvious)’다. 오비어스는 AI 스타트업 기업이다. 프랑스의 20대 학생 세 명이 만든 이 회사는 지난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의 초상화>라는 제목의 작품을 출품했다.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 작품 1만 점 이상을 AI에 학습시켜

    2023.03.16 13:47:13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작품인가, 제품인가?
  • [big story] MZ세대 뛰어든 미술 시장, 판 커지고 투자 접근 확대

    MZ(밀레니얼+Z) 세대들이 미술 시장의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주축이 되고 있다. 최근 부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미술 시장에 MZ세대들이 들어오면서 오랜 관행처럼 여겨지던 미술품 수집에 대한 상식이 깨지고 있다.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선호하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한정판에도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실물이 아닌 온라인으로 접한 이미지도 자산으로 인정하고 구매한다. 과거 미술품 수집이 부자들의 고상한 취미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MZ세대들은 미술품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작가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취향을 투영하는 대상으로 삼는다. 이들은 기존 유명 작가들의 그림만을 고집하지 않고 신진 작가들의 작품 수집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처럼 미술품에 대한 MZ세대들의 달라진 시각이 그동안 견고했던 한국 미술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MZ컬렉터, 미술 시장 트렌드 바꿔…온라인 소통·경매 '활발'미술 시장은 부동산과 주식처럼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시장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유동성 긴축에 따른 실물시장 위축으로 미술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2년간 유례없는 최대 호황기를 맞았던 미술 시장이 실물경기 침체로 인한 자산 가격 하락으로 덩달아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지난해 미술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7.2%가 증가한 1조377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 결산액인 7563억 원에 비해 37.2% 늘어난 수치다. 미술 시장이 침체기로 진입했다고는 하지만 1조 원의 동력은 다름 아닌 아트페어와 갤러리에서 산출됐다. 이는 지난해 ‘프리즈 서울’과 ‘키

    2023.01.27 07:01:01

    [big story] MZ세대 뛰어든 미술 시장, 판 커지고 투자 접근 확대
  • 캐치패션, 아트 카테고리 론칭…럭셔리 영역 넓힌다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이 갤러리와 손잡고 '아트(Art)' 카테고리를 신규 론칭한다.  캐치패션은 아트슈머, 아트테크 등 신조어가 탄생하며 미술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정의하며 카테고리 다각화에 박차를 가한다.  아트 카테고리에는 국내외 시장에서 다양한 작품들로 소통하는 갤러리 엔앤케이를 비롯한 다수 갤러리가 입점했으며, 현대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고 소장 가치가 있는 프리미엄 예술품을 엄선해 선보인다. 대표적으로 갤러리 엔앤케이는 500만원부터 1억5000만원까지 고가의 아트웍을 다루는 곳으로, 온라인 판매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장 마리 해슬리, 대조적인 이미지와 에로틱한 소재로 유명한 현대 미국 사진 작가 랄프 깁슨 작품 등을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캐치패션은 아트 론칭을 기념하며 장 마리 해슬리 & 랄프 깁슨 작가 기획전을 12일 오픈했다. 아울러, 현재 아트 카테고리를 통해 현대미술, 포토그래피, 포스터, 팝아트 등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캐치패션에서 작품 구매 시 아트 작품 전문가가 직접 배송 및 설치 서비스를 제공한다. 결제 금액의 1% 포인트 적립 혜택이 있으며, 파트너 갤러리와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할 계획이다.이우창 캐치패션 대표는 "고객의 취향 다변화에 발맞춰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라며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카테고리 다각화 및 파트너사 확장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럭셔리의 가치를 제안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

    2022.12.13 13:38:31

    캐치패션, 아트 카테고리 론칭…럭셔리 영역 넓힌다
  • 아트시가 세계 미술계에 미친 영향

    2012년 창립한 세계 최대 온라인 미술 거래 플랫폼 ‘아트시’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아트시는 세계 미술계의 판도를 어떻게 바꾸어놓았나. 잠깐 10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2012년은 전 세계에서 온라인 쇼핑이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모든 것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기 시작했지만 ‘아트’만은 예외였다. 유명 갤러리나 경매사들은 이 온라인 쇼핑의 파도에 회의적이었다. 예술은 직접 보고 느껴야 그 가치를 알 수 있으니까. 혹은 값비싼 예술품을 갤러리나 박물관이 아닌 모니터를 통해 사고판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이는 작가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아트는 일반 대중이 아닌, 부유한 특정 계층을 위한 리그에 가까웠다. 말하자면 일종의 계급적 특권 같은 것이기에 폐쇄성과 희소성을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특권을 초등학생도 볼 수 있는 온라인에서 판다는 건 작품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2012년 ‘아트시(Artsy)’가 등장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아트시 창립자이자 CEO인 카터 클리블랜드(Carter Cleveland)는 미술을 사랑하는 부유한 금융가의 집안에서 태어난 엘리트였다. 어릴 때부터 예술의 ‘세례’를 받고 자란 카터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이 공학도는 대학에 진학해 기숙사 방을 보고 크게 당황한다. 평생 미술 작품이 가득 걸린 벽을 보며 살아왔는데, 아무것도 없는 기숙사의 벽은 초라하기만 했던 것이다. 기숙사 방 벽에 좋은 작품을 사서 걸고 싶었지만, 온라인에는 자신이 좋아할 만한 미술품이 거의 없었다. ‘아트시 프로젝트&rsqu

    2022.11.28 13:08:18

    아트시가 세계 미술계에 미친 영향
  • 그림, 불황을 말하다

    아티스트의 작품에는 동시대 공기가 담기기 마련이다.경제 위기를 앞서 겪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바라본 불황의 그림자.Jan Brueghel, , 1640팬데믹 이후 자산 가치의 상승은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였다. 불황의 공포 앞에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지나치게 공급한 탓이다. 주식과 부동산은 물론 코인, 아트, 심지어 리셀 상품까지 노동 임금을 제외한 모든 것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기간 동안 누군가는 기쁨에 몸부림쳤고, 누군가는 상실감에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규모 재정 확장과 저금리에 기대 성장했던 자산 시장의 거품이 조금씩 걷히는 분위기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금리 인상이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착륙이 될지 경착륙이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화려한 파티가 끝나면 누군가는 더러운 식기와 잔을 치워야 한다는 것.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래 세계경제는 등락을 반복해왔다. 당장 미국의 대공황, 일본의 버블 경제, 아시아 금융위기, 닷컴 버블,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 세계경제는 계속 위기를 맞았고, 그 시기 사회 분위기는 어둡게 가라앉았다. 팬데믹의 정점에서 가파르게 올랐던 자산 시장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게 느껴지는 요즘, 불황의 공포를 앞서 겪은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봤다. 투기 광풍의 시대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최초의 경제 버블은 아마도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일 것이다. 당시 암스테르담은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떠올랐고, 거대 자금을 확보한 각국의 자본가가 앞다퉈 모여들면서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됐다. 넘치는 현금을 활용할 투자 대상을 찾던 대형 자본의 눈

    2022.09.19 16:35:28

    그림, 불황을 말하다
  • 검은 클림트를 보라

    세계 미술계에서 ‘검은 클림트’라 불리는 작가가 있다. 바로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흑인 아티스트, 아모아코 보아포다. 그의 작품은 현재 50만~100만 달러 수준에서 거래된다. 신인에 가까운 그의 그림에 어떤 특별함이 있는 걸까.  스포츠와 음악은 물론, 패션계에서도 흑인의 위상이 높 아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흑인의 두각이 덜 나타난 곳이 있는데, 바로 순수 미술이다. 물론 케힌데 와일리(Kehinde Wiley)나 케리 제임스 마셜(Kerry James Marshall), 자넬레 무홀리(Zanele Muholi) 등 훌륭한 흑인 아티스트가 있지만, 신(Scene)을 대표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스타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아모아코 보아포(Amoako Boafo)는 최근 미술계에서 단연 스타라 부를 만한 흑인 아티스트다. 본격적으로 데뷔한지 이제 만 5년밖에 안 됐지만, 여기저기서 보아포를 모시기 위해 안달을 낼 정도다.행운의 연속어떤 분야에서 스타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실력 외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개인적 서사다. ‘개천에서 용 난’ 고생담이나 비극적 가족사 같은 스토리가 더해지면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가 수월해진다. 아모아코 보아포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흑인 그리고 아프리카다. 1984년생인 보아포는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태어났다.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지만, 미술 대학에 진학해 직업 아티스트가 될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저개발국에서 자란 평범한 소년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미술을 배우기보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첫 번째 행운이 찾아온다. 그의 어머니가 일하던 회사 사장이 보아포의 미술적 재능을 알아보고 장학금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덕분에 보아포는

    2022.07.15 17:25:26

    검은 클림트를 보라
  • [Art] 컬렉터 이건희의 뒷모습

    지난 2021년을 떠들썩하게 한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미술품 기증 이후 관련 전시가 계속 열리고 있다. 전체 컬렉션의 가치가 얼마니 하는 얘기는 잠시 미뤄두고, 컬렉터로서 이건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벨기에 출신 아트 컬렉터 장 빌리 메스타슈(Jean Willy Mestach)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지금까지 당신이 무엇을 수집했는지 알려준다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이는 수집가가 시간과 돈을 들여 모아온 수집품은 그의 세계관과 안목을 알려주는 증거라는 말이다. 아울러 수집품을 어떤 방식으로 모으고 보관했는지 보면 그의 성정 또한 짐작이 가능하다. 물론 ‘컬렉션’이라 부를 만한 거대한 부와 수집품을 가진 사람들에 한해서지만 말이다.알려진 대로,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타계 이후 그의 방대한 컬렉션이 국가에 기부됐다. 작품의 총 숫자는 2만3283점. 전체 가치는 약 3조 원에 이른다. 그럴 만도 하다. 그의 컬렉션에는 겸재 정선과 김홍도, 이중섭, 김환기 등 국내 최고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모네와 르누아르, 샤갈, 달리 등 미술 역사서에서나 볼 법한 화가의 대표 작품이 대거 포함돼 있다. 그의 기증품만으로 국가 규모의 미술관을 설립할 수 있는 수준이다. 누군가는 ‘돈 많은 재벌’이라는 편리한 말로 그의 컬렉션을 폄하하겠지만, 이 정도 규모와 양을 수집하는 것은 아무리 이건희 회장이라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예술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재벌들이 예술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늘었지만, 삼성가(家)는 아주 오래전부터 관심의 범위가 남달랐다. 시작은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으

    2022.05.27 16:53:05

    [Art] 컬렉터 이건희의 뒷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