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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노트]숨 그리고 숲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유럽 곳곳을 휩쓴 진도 6.7의 지진으로 인해 먼지폭풍이 땅속에서부터 올라와 5층 이하는 모두 먼지 속에 잠겨 버린 프랑스 파리(영화 <인 더 더스트>),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의 수준에 달해 집 밖으로 외출할 때는 방독면이 필수이고 지하철은 20년 전에 운행이 중단된 2053년의 서울(웹 드라마 <고래먼지>). 과거에는 생각이나 해봤을까요. 숨을 쉬기도 버거운 '먼지의 세상'을 말이죠. 시도 때...

    2019.02.25 14:48:16

    [에디터 노트]숨 그리고 숲
  • [에디터 노트]사랑, 낯설다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중년들은 때때로 사랑이 참 낯섭니다. 배우자나 훌쩍 커 버린 자녀들과는 점점 대화가 적어지고, 지인들과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장소는 어느 누군가의 상갓집인 경우가 늘어납니다. 술자리에서는 업무나 정치, 자녀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단골 메뉴가 될 공산이 크죠. '사랑'은 낡은 서랍에 넣어 둔 과거의 연애편지처럼 낯선 단어가 됐습니다. 잔혹한 무한경쟁 사회에서 '사랑이 밥을 먹여주는 것'은 물론 아니겠죠. 하지만 주위...

    2019.01.25 09:21:39

    [에디터 노트]사랑, 낯설다
  • [에디터 노트]실패와의 쿨한 인사법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기해년(己亥年)이 시작됐습니다. 희망에 부풀어 있을 새해 벽두이지만 또 한 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수한 실패들과 만나게 될 것을 예감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실패를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쿨한 인사'는 어려울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혁신'이 키워드인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가능할 듯도 싶습니다. 왜냐하면 혁신이라는 것이 무수한 실패를 먹고 자라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죠. 올해부터는 5세대(5G) 이동...

    2018.12.27 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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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노트]중년도 아프다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들 합니다. 이는 사상 최고의 청년취업난을 겪으며, '금수저'와 '헬조선' 논란으로 대변되는 거대한 사회의 벽에 부딪혀 방황하는 청춘들의 자조 섞인 비명일 겁니다. 중년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픈 거는 매한가지죠. 중년은 스스로 강해져야 하는 세대입니다. 아니면 그렇게 믿고들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과 회사,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힘겹게 지켜내고 있는 중년들은 말 못할 마음의 병으로 아...

    2018.11.27 14: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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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노트]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까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선전은 연일 화젯거리였습니다. '5·8·8·6·8·9·9·6·7·8', 이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하위권 바닥을 맴돌던 한화 이글스의 순위 성적입니다. 이처럼 우승보다는 탈꼴찌가 목표였던 팀이 올해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으니 천지개벽 수준의 반전을 이룬 셈입니다. 한화 팬들은 '보살'로 불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 동...

    2018.10.30 09:23:36

    [에디터 노트]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까
  • [에디터 노트]아파트 공화국에서 사는 법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프랑스의 지리학자이자 한국학 교수인 발레리 줄레조가 쓴 저서 <아파트 공화국>에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씁쓸한 한국의 풍경들이 비춰집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가 곧 돈이자 계층으로 인식되고 있는 물신화 풍조, 아파트라는 집단 거주공간에서 파생된 특유의 배타성, 대규모로 건물을 짓고 30년도 안 돼 허물어뜨리는 엄청난 자원 낭비와 환경 파괴 등 '아파트 가격 급등'이라는 쌈빡한 뉴스에 가려진 단면들을 말이죠....

    2018.09.20 10:01:43

    [에디터 노트]아파트 공화국에서 사는 법
  • [에디터 노트]카세트테이프의 소환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로 '가성비(價性比)'라는 말이 있죠. 최근에는 가성비에 마음 심(心) 자를 넣은 '가심비(價心比)'나 가격에 상관없이 자신의 만족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나심비'가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개취(개인취향)나 취존(취향존중)이라는 줄임말도 이와 비슷한 배경을 두고 있을 겁니다. 이른바 '개취'는 세월 속에 사라진 굿즈(goods)를 소환시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카세트테이프와 같은 물건 말이...

    2018.08.27 10:56:03

    [에디터 노트]카세트테이프의 소환
  • [에디터 노트]나를 탈출하라

    8월호의 빈 페이지를 채워 나갔던 7월 중하순경은 연일 낮 기온 영상 35도 전후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실내 에어컨과 야외의 무더운 바람을 번갈아 쐬어서 그런지 몸은 축축 늘어지기 일쑤였고요. 이럴 때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거나 평상시 용기를 내지 못한 일들을 해보는 일탈의 충동을 느끼곤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탈은 적어도 탈선과는 다를 테지요.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무료함을 훌훌 벗어 버리고 지극히 규범적인 자신으로부...

    2018.07.27 13:07:37

    [에디터 노트]나를 탈출하라
  • [에디터 노트]살짝 미쳐봐도 좋아요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엘리트 코스만 밟아 온 한 은행맨이 있었죠. 동기들에 비해 승진도 빨랐고 핵심 부서를 두루 경험하며 나름 능력도 인정받았던 모양입니다. 뉴욕지점장을 다녀온 덕에 국내는 물론 해외 인맥도 풍부했고요. 하지만 잘나가던 그도 은행장이라는 문턱 바로 앞에서 끝내 고배를 마시고 맙니다. 막막했다고 전했습니다. 인생이 참 부질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후 작은 보안업체의 임원 자리를 맡았지만 성에 찰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

    2018.07.02 10:15:38

    [에디터 노트]살짝 미쳐봐도 좋아요
  • 2005년 그리고 생일상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한경 머니(MONEY)는 2005년 5월(6월호) 세상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당시 경제월간지 시장은 척박한 환경이었기에 막 고개를 들이민 머니의 앞날은 조금 불안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엄 재테크 월간지에서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사랑받는 럭셔리 금융 경제지로서 13년의 세월을 진화해 오며, 지금까지 머니는 시장의 리딩 매거진으로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2005년은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제 ...

    2018.05.31 09:48:57

    2005년 그리고 생일상
  • [에디터 노트]5월의 농부

    [한경 머니= 한용섭 편집장]5월. 앙상했던 나무에 새싹이 돋아납니다. 4월 중순경에 파종한 고추, 고구마, 가지, 당근, 방울토마토, 호박 등 건강한 먹을거리들은 5월경 줄지어 수확을 기다리고, 명이나물이나 고사리 등 산나물들이 넘쳐납니다. 또 5월 중순경에는 자라난 모를 논에 옮겨 심을 준비를 하느라 농가마다 더욱 분주해질 테죠. 5월이 가을만큼이나 풍성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농작물이 아닌 삶의 씨앗을 열심히 심어 온 대부분의 사람...

    2018.04.30 16: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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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노트]강한 남자 지우기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 한 남자가 있습니다. 50줄에 접어든 그는 한때 잘나가는 카피라이터로 재벌가의 사위였지만 가족에게 배신을 당한 뒤 굳게 마음을 걸어 잠급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독설을 날리는 까칠한 보스이지만 말기 암 판정을 받은 뒤 시한부 인생을 사는 그에게 남은 건 늙고 병든 반려견뿐인 듯 보입니다. 40년도 넘은 구형 벤츠를 고집스럽게 몰고 다니고, 냉장고 반찬 하나하나에 라벨링을 해 놓을 정도로 꼼꼼한 남자 앞에 한 여...

    2018.03.29 09: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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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력의 뿌리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하루의 소소한 일상을 액자에 담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본다면 어떤 모습이 보일까요. 혹시 이런 모습은 아닐까요. 버스나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무엇에라도 홀린 듯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심지어 길을 걷거나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분들도 있죠.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인간의 바둑을 스스로 학습해 세상에 없는 묘수를 찾아내는 AI 시대에 현대인들은 너무나 무기...

    2018.03.15 09:30:06

    상상력의 뿌리
  • [에디터 노트]뉴스 레시피

    [머니=한용섭 편집장] '경기 끝나자마자 송고 끝…쓰기만 하면 세계 최초 보도.' 이 어마 무시한 문구는 평창 동계올림픽 취재 현장에 투입돼 눈길을 끌고 있는 자사 로봇기자 '올림픽봇'을 소개하는 연합뉴스의 2018년 2월 14일자 보도 내용입니다. 올림픽봇은 경기 종료 후 기사 작성을 시작해 웹사이트에 게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2초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온·오프라인에서 매일같이 피를 말리는 속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인간계의 기자들에게 ...

    2018.03.02 14:06:18

    [에디터 노트]뉴스 레시피
  • [에디터 노트]아버지를 위한 변명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 어쩌다 수제 초콜릿 하나 맛보라고 건네받습니다. 그러면 그 이후 제 행동은 이렇습니다. 우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딸에게 예고를 합니다. “아빠가 맛있는 초콜릿 하나 가져갈게”라고. 그리고 행여 초콜릿이 녹을까 봐 포장지로 다시 곱게 싼 뒤 퇴근할 때 사람들의 숲을 헤치고 집으로 달려갑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심히 초콜릿을 딸에게 건네고, 살짝 초콜릿을 베어 문 딸을 곁눈질로 지켜보며 침을 꼴깍 삼킵니다. 다...

    2018.01.29 14:42:35

    [에디터 노트]아버지를 위한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