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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과 변신’에 대한 덧없는 집착, 회사를 망친다[박찬희의 경영 전략]

    [경영 전략]“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끊임없이 변신하고 성장 발전해야 한다.”경영학 책에 흔히 나오는 말이다. 거창한 말로 시작해야 점수를 받는지 학생들 답안지에도 자주 등장한다. 얼마나 빠르게 변하기에 늘 급변(急變)인지도 의문이고 여기에 계속 기업(going concern)이라는 회계처 리의 가정을 떡하니 기업의 사명이라고 덧붙이니 무지와 허영이 따로 없다.사실은 오래전 일본 경영학 입문서에 나온 말을 생각 없이 옮기고 외우다 보니 당연한 말씀이 된 것인데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자리 잡다 보니 그 무지와 허영이 국가 정책에까지 점염되고 있다.쉽게 생각해 보자. 모든 개인 병원은 종합병원이 돼야 하고 스타트업 기업은 재벌로 성장해야 할까. 석기 시대 돌도끼를 만드는 사람도 온 부족이 밀어서 청동기 사업자로 변신시키자는 셈이다. 망할 회사를 우격다짐으로 연명하면 좀비 기업이 돼 세상에 해가 된다.세상에는 주주들의 돈으로 경영자가 이것저것 일을 벌이며 자리를 보전하는 한심한 사업 변신도 무수히 많다. 무조건 기업은 변신하고 성장·발전해야 한다는 황당한 미신이 회사와 경영자를 망치고 나라도 망치는 한심한 현실을 몇 개의 사례로 살펴보자. 창업 경영자의 다양한 속사정수학자인 A 교수는 인터넷 데이터 전송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사업화에 성공했다. 사업 초기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투자도 성공적으로 받아 5억 달러의 지분 가치를 확보했는데 본격적으로 시장을 개발하고 관련된 사업 기회를 실현하려면 더 많은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다.A 교수에겐 버거운 일이고 개인적으로 너무 지쳐 좀 쉬고 다른 사업 기

    2023.01.06 06:02:38

    ‘성장과 변신’에 대한 덧없는 집착, 회사를 망친다[박찬희의 경영 전략]
  • 위기 상황에서 침묵은 금이 아니다 [강함수의 레드 티밍]

    [강함수의 레드 티밍]인식과 현실 간의 차이가 있다면 먼저 승리하는 것은 인식이다. 기업은 위기를 잘 해결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지만 사실 기업의 외부 세계는 그것을 알 수 없다.위기에 처한 기업은 위기와 관련한 정보를 대중에게 알려야 하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모르게 하거나 빨리 관심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위기 정보가 많아지면 더 통제할 수 없고 법적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그 내용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그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메시지 전략에 실패한 오스템임플란트오스템임플란트에서 1880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혐의가 의심되는 재무담당 팀장을 회사가 경찰에 고소하고 이를 공시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회사는 언론 보도 이후 3일이 지나 대표이사 명의로 배포된 사과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건을 알렸다.사상 초유의 사태로 주주와 고객에게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는 내용과 함께 횡령 금액이 2021년 말 기준 자기 자본의 91.8% 수준은 아니고 회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이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어떻게 회사에서 그 정도로 큰 액수의 현금이 인출될 수 있었나’,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무엇을 했나’, ‘회사와 경영진을 신뢰할 수 있을까’, ‘회사는 사건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 등 많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상식적이고 당연한 의문을 회사는 풀어주고 있

    2022.02.15 17:30:01

    위기 상황에서 침묵은 금이 아니다 [강함수의 레드 티밍]
  • 기업이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이유 [강함수의 레드 티밍]

    [강함수의 레드 티밍] “공장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보고되는 내용만으로 조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어도 현업에서 무엇을 신속하게 알아봐야 하고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위기 의사 결정을 위해 위기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정보가 수집돼야 하는데 해당 부서에서 가져오는 정보를 바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2022년 한 기업과의 첫 미팅 자리에서 회의를 주재한 리더가 한마디를 시작한 후 각 부서의 팀장들이 지난번 겪은 위기 대응 과정에서 힘겨웠던 경험을 쏟아냈다.위기가 발생하면 조직 내부에는 어떤 일들이 생길까. 무엇을 보고해야 하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직 내부에서 위기에 직접 대응하고 담당하는 사람은 혼란 그 자체가 된다.리콜을 결정하고 고객에게 대응하는 직원부터 수시로 울리는 언론의 취재 전화, 소셜 미디어 채널에 비난 댓글이 몇 백 개씩 올라오는 것을 보는 마케팅 담당자, 유통망이나 고객사의 컴플레인을 받는 담당자, 정부 감독 기관에서 오는 상황 보고 연락까지 평상시 접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만약 자신이 담당자라면 어떤 심정일까. 대응 과정에서 실수하면 그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런 심리적 태도가 형성되면 위기 대응 과정에서 침묵과 수동적 대응 태도를 갖게 된다.  반복적 훈련과 내부 프로토콜 구축 필요사실 경험하지 않으면 예측하기 어렵다. 위기 상황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상황 정보와 맥락 정보가 적절하게 올라와야 한다. 위기 상황에 대해 알아야 할 것, 이미 알고 있는 것, 알

    2022.01.14 17:30:13

    기업이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이유 [강함수의 레드 티밍]
  • 철통 같은 사전 준비에도 틈새는 있다 [강함수의 레드 티밍]

    [강함수의 레드 티밍]위기관리에서 위기 대응보다 사전 준비를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성공적 위기 대응을 위한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은폐, 늦장 대응, 화를 부른 사과, 희생자 무시, 지속적인 부정적 기사 보도, 주가 하락, 운영 업무 마비, 감독 기관의 개입 등 위기 사건·사고 발생 후 나타나는 결과물들은 사건·사고의 위험 수준과 비례하지 않고 사전 준비의 정도와 상관관계가 있다.팀장을 포함한 C레벨들이 2시간짜리 관련 강의를 들으면 위기관리에 대한 사전 준비가 완료된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아직도 많다. 기업들은 위기관리 사전 준비 강의를 요청하며 “새로운 사례를 통해 배우고 싶다”고 한다.위기관리 사전 준비는 학습(學習) 중 ‘습(習)’에 더 높은 비율을 둬야 한다. 즉 ‘익히는 것’이다. 다른 기업은 어떻게 했는지 살피고 찾아 그 사례를 새롭게 듣는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반복적으로 제대로 된 훈련을 통해 습관처럼 익히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위기는 회색지대에서 발생위기는 지금 발생한 것이 유일한 사례라는 말이 있다. 유사한 사건이라도 그 사건이 미치는 영향은 매 순간 다르다. 위기관리 사전 준비는 모든 사례에 대비한다는 것이 아니다. 조직 내부의 정보를 취합하고 적절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한 내부 프로세스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정립하는 것이다.언제나 위기는 흑과 백의 경계, 즉 ‘회색지대’에 있다. 법적 책임에서는 벗어나 있어도 여론과 상황적으로 볼 때 기업의 처신은 달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어떤 사회적 맥락이 형성돼 위기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 특정 이해관계인의 사옥 앞에서 시위가

    2021.12.31 17:30:11

    철통 같은 사전 준비에도 틈새는 있다 [강함수의 레드 티밍]
  • 프리미엄 라면·편의점 광고물이 시장에서 사라진 이유 [강함수의 레드 티밍]

    [강함수의 레드 티밍]비즈니즈 과정은 잠재 고객을 발굴하고 실질적으로 구매 행동을 하는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다. 기업은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객이 겪는 불편함을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제품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메시징은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자 제품의 시장성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과 가치들을 고객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제품과 시장의 적합성은 고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의 적합성 없이는 얻기 어렵다. 전략적 메시지와 좋은 메시지가 고객에게 도달되고 고객의 니즈와 제품 경험이 담긴 메시지가 기업에 들어와야 한다.다시 말해 제품이 시장에 적합해야 한다는 ‘제품과 시장의 적합성(product-market fit)’ 개념처럼 메시지와 고객 간의 적합성도 전략적으로 따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메시지’를 간과한다.좋은 제품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제품에 대한 다양한 이슈와 경험들이 공유되는 환경에서 제품만 바라보고 고객의 구매 행동을 기다려서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  전략적 메시지, 브랜드 명성에도 영향2011년 4월 농심은 시장에 없었던 프리미엄 라면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 라면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는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었다. 당시 사회·경제적 환경은 생필품의 물가 인상과 관련해 민감한 상황이었다.기업은 영양가가 높고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했지만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과 라면이 설렁탕과 같다는 의미의 메시지

    2021.12.17 17:30:18

    프리미엄 라면·편의점 광고물이 시장에서 사라진 이유 [강함수의 레드 티밍]
  • ‘혁신의 아이콘’ 카카오가 위기에 빠진 이유 [강함수의 레드 티밍]

    [강함수의 레드 티밍] 카카오는 지난 9월 정치권에서부터 언론, 주주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혁신 기업을 자부하는 회사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한다는 비판이었다.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우량주로 평가받던 카카오의 주가는 급락했다. 더구나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에 김 의장의 두 자녀가 재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적절한 경영권 승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우월적 지위 남용’, ‘공정 경쟁과 상생’, ‘자산가의 의무와 책임’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정치적 어젠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2013년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이후 적절한 대응과 지속적인 기업 명성을 관리하지 못한 남양유업의 지금을 생각하면 이해관계인 대상의 명성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라는 인식 버려야명성 관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명성의 본질을 명확히 살펴야 한다. 첫째, 명성은 당신이 인식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명성은 당신이 자신을 생각하고 평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진실되고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따라서 ‘우리는 그렇지 않은데 왜 이상하게 평가하지’라는 생각에서 명성 관리를 본다면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 보여주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으로 이해관계인이 이해하고 인식한다면 그 원인과 이유

    2021.10.04 06:00:39

    ‘혁신의 아이콘’ 카카오가 위기에 빠진 이유 [강함수의 레드 티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