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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티브 힐링'으로 나를 깨우자

    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봄이 찾아왔다. 조금이라도 움직여보자. 그런 행동이 거꾸로 무기력에 빠진 내 마음에 강한 에너지를 줄 수 있다.‘액티브 힐링(active healing)’이란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다. 직역하자면 능동적 힐링이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수동적 힐링은 무엇이지 의아했던 것이다. ‘액티브’라고 하니 무언가 ‘정말 하고 싶은 힐링’이라 생각되는데, 사실을 알고 보면 완전히 반대 개념이라 더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액티브 힐링이란 하고 싶지 않았는데, 하고 났더니 힐링이 되는 것을 뜻한다.봄이 왔다. 자연스럽게 산책을 하고 싶은 날씨다. 이런 마음이 든다면 굳이 액티브 힐링은 필요 없다. 물 흘러가듯 산책하고 싶은 마음에 나를 맡기면 된다. 액티브 힐링이 필요한 이들은 오히려 무기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행동적 항우울제(antidepressant activity)는 먹는 항우울제가 아닌, 항우울 효과를 일으키는 행동을 뜻한다. 마음의 에너지가 소실되는 번아웃(burnout) 상태가 되면 우울과 무기력감이 찾아오면서 만사가 귀찮은 심리적 회피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회피 반응이 찾아오면 항우울 행동이 줄어들게 되고 그러다 보면 더 우울하고 무기력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1년 이상 불 꺼놓은 방에서 컴퓨터만 쳐다보는 사람도 있다. 마음이 움직여야 생각과 행동이 따라오는 게 정상적 흐름이다. 그런데 마음에 의욕이 없어도 작은 행동을 실천함으로써, 거꾸로 행동이 생각과 마음에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휴일에 웬 등산이냐”며 거의 끌려가다시피 집을 나섰는데, 등산을 마치고 나니 지친 마음이 재충전되

    2023.02.28 17:37:42

    '액티브 힐링'으로 나를 깨우자
  • 초연결 시대, 인간 관계는 더 어렵다

    사람인지라 때로는 가벼운 관계가 더 힘을 줄 때가 있다. 반면 끈끈한 관계에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겨울 바다에 일렬로 서 있는 비치파라솔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디지털 네트워크 위에 존재하는 초연결 사회란 필터를 통해 다시 보면 이 사진은 조금 달라 보인다. 사람들이 붐비는 여름 바닷가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에너지는 아니지만, 파라솔 사이에 소소하나 따스한 연결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얇은 관계가 큰 힘이 될 때도 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누구에게 부탁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보면, 나와 끈끈한 관계에 있는 직장동료나 절친 또는 가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학연, 혈연, 지연 등으로 오랜 시간 얽힌 ‘강한 관계(strong tie)’가 새로운 직장이나 자리로 이동하는 데 ‘힘’으로 작용하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물론 이 관계의 힘이 부적절할 때 발생하는 문제 사례도 보게 된다).하지만 역설적인 주장도 있다. 건너 건너 알게 된 ‘얇은 관계(weak tie)’가 오히려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최신 정보의 습득이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주장인데, 이유를 들어보면 꽤 설득력이 있다.아무래도 끈끈한 관계는 유사성이 큰 영역에 존재하기 쉽다. 예를 들어 의사는 아무래도 동료 의사들끼리 자주 만난다. 전문 지식에 기반한 깊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빠르게 변하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첨단 기술에 대한 정보의 습득이나 이런 정보를 기존 의학과 연결시키는 창의적 확장 사고에는 끈끈한 관계

    2023.01.30 14:21:37

    초연결 시대, 인간 관계는 더 어렵다
  • 삶의 행복감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삶의 행복감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잘한 것들은 버리고 간간이 강한 것 하나씩 터트리는 방법이다. 화끈해 보이지만 우리 마음에는 적응이란 기전이 있어 아무리 강해도 지속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심지어 더 강한 것을 터뜨리지 않으면 마음에 기별이 없는 ‘행복에 대한 내성’마저 생긴다. 다른 방법은 강력한 자극보다 삶의 소소한 자극에도 내 마음이 반응할 수 있도록 행복 반응의 역치를 낮추는 것이다. 강도 위주의 접근보다 효과적으로 행복감을 지속시켜준다. ‘가을의 파란 하늘이 느껴지시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에 여유로움이 존재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 질문에 의외로 가을이 온 줄도 몰랐고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답변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우울증이 찾아오면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데 우울증이 심해진 경우 우울한 감정마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이상한 색안경을 낀 것처럼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고 내 감정이 다 말라 버린 듯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마음속 감정을 느끼는 시스템이 정지해 버려 무감정의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우울할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내 감정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가을을 타는 것’은 가을이라는 계절에 내 마음이 반응하는 정상적인 감정이다. 파란 하늘을 보면 너무 아름답다가도, 이렇게 좋은 날이 또 흘러가고 있기에 삶의 유한성이 주는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다. 가을을 탈 때도 다양한 감정 반응이 존재한다. 앞의 질문에서 가을을 느끼고 있다면 마음 상태가 괜찮은 것이라

    2022.08.30 07:00:04

    삶의 행복감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 코로나19는 끝나 가는데 번아웃은 오히려 증가한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멋진 국내외 여행 계획을 짜며 기대에 가득 찬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긴 사회적 거리 두기의 터널을 벗어나 ‘진짜 여름휴가’를 과거처럼 즐길 수 있는 ‘포스트 코로나 바캉스’ 시즌이 감격스럽게 찾아왔다.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초기에는 ‘확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회사에서 제일 철저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자기만 확진이 돼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 보인 탓에 억울하고 사회적 관계에도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고민이 대표적이다. 지금 임상 현장에서는 확진으로 자신의 이미지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호소는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느껴진다.그런데 코로나19 확진 후 회복돼 상당 기간이 지났는데도 마음에 여러 불편함이 떠나지 않거나 증상이 새롭게 찾아왔다는 호소가 적지 않다. 1만5400명의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감염에서 회복된 이후에 1년 사이 마음 건강과 관련해 불편한 증상을 경험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확진자의 경우 불안증을 경험할 위험도가 35%, 우울증은 39% 증가했다고 한다. 수면 문제는 41%, 스트레스 또는 적응 장애 위험도는 38%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진에서 회복한 후에도 마음 건강 관련 후유증이 찾아올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마음 건강 문제가 심리 요인과 생물학적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기에 사회적 연결 단절의 트라우마, 경제적 위기

    2022.06.29 15:03:37

    코로나19는 끝나 가는데 번아웃은 오히려 증가한다
  • '부모'라는 직업은 참 어렵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부모는 어렵다. 그런데 그 어려움이 다소 모순적이기도 하다. 아이가 수험생일 때는 어떻게 케어해주어야 하나 노심초사 마음을 졸이고, 아이가 잘 커 보금자리를 떠나면 허전한 마음에 외로움이 찾아온다. 그 외로움 때문에 폭식증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폭식증은 폭식 행동과 더불어 억지 구토나 관장약 복용 등 체중 증가를 막으려는 비정상적인 행동이 함께 있는 경우로 몸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폭식은 식욕의 문제인 듯 보이지만 내면에 심리적 스트레스가 자리 잡고 있다.우리는 배가 고파서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필요한 만큼만 배가 고파서 에너지를 섭취한다면 폭식과 비만 같은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몸이 아닌 마음이 고픈 심리적 허기를 위로하고자 마약처럼 음식을 들이키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폭식증은 젊은 연령에서 흔하지만 중년 폭식증도 존재한다. 중년 폭식증은 호르몬 변화와 같은 생리적 요인과 함께 빈 둥지 증후군 같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자녀가 직장을 얻고 결혼해 독립하면 신나게 내 인생을 살겠다”라고 말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막상 자녀가 독립하면 삶의 목적이 사라진 듯한 빈 둥지 증후군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부모라는 직업이 참 어렵다고 생각한다. 자녀와 적정거리를 두고 너무 잔소리를 하지 말고 부모들도 자신의 인생을 즐기라는 조언이 정답인 것은 알지만 마음이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효도는 노력해야 하는 도리이지만 부모의 내리사랑은 강력한 본능이라 생각한다. 빈 둥지 증후군은 마치 은퇴할 때 발생

    2021.10.01 14:11:01

    '부모'라는 직업은 참 어렵다
  • 무더운 여름, 마음에도 충전이 필요하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신나는 바캉스 시즌인 여름과 우울증은 먼 듯한데 의외로 계절성 우울증이 겨울 다음으로 여름에 많다. 우리는 왜 여름에 우울해지는 것일까.여름철에 우울해지는 이유는 우선 햇빛이다. 뇌 안에는 수면과 호르몬 분비 등을 시간에 따라 적절하게 조정하는 ‘생체(生體)리듬’ 시계가 있는데 해시계처럼 햇빛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햇빛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 겨울철 우울의 중요한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어 빛을 쬐는 광선 치료도 사용된다. 반대로 여름에는 과도한 햇빛이 생체시계를 오작동시키고 뇌신경의 정보 흐름에 혼란을 주는 탓에 불면, 식욕 부진, 불안감 같은 우울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고온다습한 날씨도 뇌의 에너지를 소진해 우울이 찾아올 수 있다.겨울 우울은 축 처지는 경우가 많다면 여름 우울은 짜증, 불쾌감이 흔하다. 그러다 보니 대인관계 갈등 같은 행동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불쾌지수(不快指數)는 미국의 기후학자 톰(E. C. Thom)이 1959년에 고안한 무더위 정도를 알아보는 기준인데, 한국인의 경우 80에서 83엔 반수가, 83 이상에선 모두가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스트레스까지 겹쳐진 상황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스트레스로 인해 중등도 이상의 극심한 불안 증상을 느끼는 사람이 세 명 중 한 명꼴이라는 35개국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 보고도 있다.‘연결’과 ‘공간’으로 마음관리여름철 마음 보양(保養)을 위해선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날씨가 덥고 낮이 길어지다 보니 취침 시간이 뒤로 밀려 수면의

    2021.07.21 14:40:11

    무더운 여름, 마음에도 충전이 필요하다
  • 메타포와 유머를 활용하면 소통이 쉽다

    똑부러지게 논리적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소통의 달인 같지만 의외로 상대방이 설득되지 않는 저항을 보이거나 분위기가 싸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는 메타포나 유머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소통과 관련해 여러 도움을 주는 권고들이 있는데, 공통된 내용 중 하나가 어려운 소통을 시작할 때 심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반대편에 서지 말고 파트너로서 관계 설정을 하라는 것이다. 가구 배치를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 아니면 머릿속으로 &...

    2021.03.25 14:33:48

    메타포와 유머를 활용하면 소통이 쉽다
  • 세상은 생각보다 살 만하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가상의 개념인 ‘프레임’이 내 마음 안에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무언가 반복되는 문제가 있는데 이것이 내 마음, 구체적으로 내 마음의 어떤 틀, 프레임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조금씩 좀 더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프레임으로 개선하는 단계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프레임의 재구성을 '리프레이밍'이라 부른다. 리프레이...

    2021.02.28 07:26:07

    세상은 생각보다 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