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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막아야 기업 생산성 높아집니다” [인터뷰]
[인터뷰]‘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2·3항)’이 시행된 지 3년이 됐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사건은 2019년 2130건에서 2020년 5823건, 2021년 7337건으로 늘었다. 가해자뿐만 아니라 이를 묵인·방조한 회사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사용자는 가해자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법원의 해석이다. 지난 7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노동자에게 부당한 전보 조치를 내린 사업주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유죄를 확정하기도 했다.직장인은 물론 경영자에게도 중요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이 법의 산파 역할을 했던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 대표에게 현주소를 물어봤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그동안 한국은 시민 사회로 가는 뚜렷한 계기가 없었습니다. 부당한 일이 있어도 참고 넘어가거나 목소리를 내면 불이익을 받았죠.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으로 사람들이 자기 검열을 하기 시작했어요. 말단 직원부터 경영진까지 구성원 모두 말이나 행동을 ‘막’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조직 내 ‘갑질’이 무엇인지 인지하게 된 겁니다.또 취업 규칙을 활용해 법의 실효성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10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 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발생 이후 조치 사항을 반영해야 합니다. 반영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하죠.” 법 시행 후 신고 횟수만 줄고 강도는 세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법 시행 후 불이익을 받는 사례
2022.08.09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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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내 6조 매출 도전…기술·인재 중심 경영이 경쟁력”
[인터뷰]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로 유럽의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자동차 부품 공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문이 밀려드는데 공급망은 꽉 막혔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흑자를 낸 기업이 있다. DN그룹이다. 회사는 코로나19 상황을 해외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했다. 회사의 중역들은 기업인 자가 격리 면제 제도를 활용해 여러 번 해외로 나가 고객을 직접 설득했다. 김원종 DN그룹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축적했던 기술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 인력의 10% 정도를 개발 전문 연구 인력으로 채용하고 있고 매출액의 6%를 연구·개발비로 지출한다”며 “앞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사내 전문가를 육성하는 등 ‘인재 중심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DN그룹은 DN오토모티브(이하 DNA)와 DN솔루션즈(이하 DNS)로 구성된다. DNA는 1971년 동아타이어공업으로 출발했고 수출 비율 90% 이상인 제조 회사다.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등에서 발생하는 충격과 진동을 흡수하는 방진 제품(VMS)과 축전지(배터리) 사업을 영위한다. 방진 사업은 세계 3위권이다. 지난해부터 테슬라의 모델Y, 리비안의 미니밴, 제너럴모터스(GM)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등 글로벌 기업의 제품에 DNA의 방진 부품이 들어간다.김 대표는 “1998년 외환 위기로 삼성자동차가 사업을 중단하면서 삼성자동차 협력 업체들이 줄도산을 겪을 때 DNA는 경남 진주에 있는 방진 업체를 인수했고 방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 이후 100년 이상 된 영국 VMS 기업을 인수하며 기술력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엔 DNA보다 덩치가 2배나 큰 두산
2022.07.22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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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이 무너지는 시기, 균형을 잡는 게 애널리스트의 역할”
[스페셜 리포트]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97년 외환 위기, 2008년 금융 위기를 예견한 애널리스트였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늘 경고등을 먼저 켰다. 그는 ‘애널리스트의 사관학교’로 불렸던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기초를 설계했고 동시에 1990년대 초반 한국 리서치센터의 역사를 증언해 줄 수 있는 적임자이기도 하다. ‘다독가’로 정평이 나 있는 홍성국 의원은 현대의 애널리스트들을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에 비교했다. 담론을 통해 학문을 꽃피웠던 제자백가처럼 정보를 끊임없이 생성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주 업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시장이 혼란스러울수록 애널리스트의 ‘입’에 더 많은 시선이 쏠리기 마련이다. -국회에 입성한 지 2년이 됐습니다. 처음 정치권에 들어갈 때 뜻했던 바를 어느 정도 이루셨나요.“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치러져 선거에 집중하는 시기가 길었어요. 하지만 제 지역구인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법률 개정안을 처리한 것은 큰 소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동여의도(증권사)에서 서여의도(국회)로 입성한 대표적 인물인데 정치권에 들어오니 그간 보지 못했던 한국 증권가의 특징이 보이나요.“증권업은 먼 미래보다 당장의 손익을 바라보기 때문에 단기적 시각이 주류를 이뤄요.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열풍이 불고 있기는 하지만 그간 공공성에는 다소 소홀했다는 특징도 있죠. 저는 증권인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했기 때문에 금융의 시각을 국회에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국회는 증권가의 많은 아이디어를 가져와야 하죠. 반대로 증권가는 국회
2022.07.20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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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지털 플랫폼 통한 지속적 환자 관리가 미래 병원 할 일”
[인터뷰]명함엔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라고 적혀 있지만 그의 정체는 쉽게 단정하기 힘들다. 무대 위에서 바이올린을 켜는가 하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적극 소통하고 의학 전문지 청년의사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외과 전문의지만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한국에 들이닥쳤을 때 병원 내 상황을 진두지휘하며 경기 북부 일대 방역을 책임지는 사령관으로 꼽히기도 한다. 병원을 ‘치유의 공간’으로 바꾸고 싶다는 신념으로 한국에서 처음 병원 로비와 강당, 병실 등 곳곳에서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음악 공연을 열었고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음악 치료를 진행하기도 했다. 맨손으로 경기 일산과 충북 제천 등을 합쳐 총 10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일군 이왕준(57)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이야기다.이 이사장은 ‘병원 치료하는 의사’로도 통한다. 개원도 취업도 해 본 적 없는 34세의 이왕준은 1998년 부도 직전이던 인천사랑의료재단(구 세광병원)을 인수해 3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2009년 경영난을 겪던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을 인수해 경기도 북부권역의 응급의료센터, 감염병과 재난 의료의 거점 병원으로 바꿔 놓았다. “인턴 시절 의학 전문지 청년의사를 창간해 의료 현장의 여러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때 선배 의사들이 ‘직접 경영해 봐라, 현실이 어떤지’라고 말하더군요. ‘직접 보여줘야 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운 좋게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와 금융 위기로 인천사랑병원과 명지병원을 인수할 기회가 왔고 놓치지 않았죠.” 그가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데는 감염병의 흐름을 보는
2022.07.01 06: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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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독 프로젝트’, 댕댕이와 함께하는 ESG 입니다”
[인터뷰]#. “보리, 베로, 젤리, 주디, 별이, 햇살이, 두툼이…. 씨앗 받아 가세요!”4월 30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현내리의 한 마을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마을회관 앞에 소형견·중형견·대형견 등 반려견 40마리가 그들의 보호자와 함께 자리했다. 타 버린 산을 위해 산을 타는 강아지, 이른바 ‘산타독’ 프로젝트를 실천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반려견이다.산타독 프로젝트는 대형 산불로 황폐해진 산에 반려견이 씨앗 주머니를 매달고 뛰어놀면서 도라지 씨앗과 꽃씨 등을 뿌리는 일이다. 개들에겐 그저 드넓은 산을 뛰어노는 일이지만 이 작은 일이 상당한 효과를 낸다. 화마가 할퀴고 간 지역 일대의 산림 복원의 일환이자 주민들에겐 농가 소득을 보전해 주는 일이다.이 행사를 기획한 황성진 쏘셜공작소 대표 겸 한국유기동물보호협회(이하 AHA) 대표는 2017년 칠레에서 대형 산불이 일어난 뒤 반려견에게 씨앗 가방을 매달고 산불 피해 지역을 누비도록 해 성과를 낸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2020년부터 산타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황성진 대표는 “산타독 프로젝트는 반려견·반려인뿐만 아니라 지자체 지역 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사회 공헌 프로젝트”라며 “앞으로도 사회 공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업들과 함께 산타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따분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재치 있게 풀어낸 황 대표를 6월 6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AHA 사무실에서 만났다. -어떻게 산타독 프로젝트를 시작했나요.“최근 들어 산불이 잦아진 것은 기후 변화에 큰 원인이 있잖아요. 그런데 ‘기후 변화’, ‘산림 복원&rsquo
2022.06.13 0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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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 KCGI 대표 “1300만 동학개미의 바통, 정부와 기업이 넘겨 받을 때”
[인터뷰] 강성부 KCGI 대표2018년 한국 행동주의 펀드의 첫 대기업 공격으로, 한국의 자본 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이가 있다.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한국판 엘리엇’의 등장이라고도 했고 혹자는 한국 기업 지배 구조 개혁의 선구자라고 평했다. 이른바 ‘강성부펀드’의 주인공이자 한국 최초로 ‘행동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다.강 대표는 2018년 한진칼 대주주를 향한 날 선 비판과 투명 경영 요구로 주목받은 뒤 줄곧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로서 지배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투자를 해 왔다. 그는 한국 주식 시장의 오늘날 문제가 세계적인 매크로 현상 외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동학개미운동’으로 한국 증시에 변화의 물꼬를 텄다면 이제 다음은 정부·국회·기업이 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시기라는 것이다. 주식 시장 침체기에 그를 만나 한국 시장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지금 증시 상황에서 ‘기업 지배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역사적인 동학 개미 운동이 일어났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수익에서 큰 성과가 없습니다. 투자자들의 문제가 아니에요. 한국 주식 시장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죠. 모두의 물음표가 ‘기업의 펀더멘털은 좋아지는데 주식 시장은 왜 못 따라가는가’잖아요. 기업의 펀더멘털과 주가의 괴리가 더 심해지고 있어요.기업의 잘못일까요. 기업 역시 많은 혁신을 했어요. 제가 2015년 ‘지배구조로 본 글로벌 기업전쟁’이란 책을 냈는데 그때 산업별 전망을 다뤘죠. 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정말
2022.05.30 06: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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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은 한국의 미래를 바꿀 겁니다”
[인터뷰]“제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볼 생각입니다.”무명의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명가로 이끈 애널리스트의 전설이 벤처 투자업계에 입성했다. 한국 최장수 리서치센터장으로 통하는 조용준(57) 안다아시아벤처스 대표의 얘기다.조 대표는 증권사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1994년 신영증권에 입사한 조 대표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을 거쳐 자동차·조선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가 신영증권과 하나금융투자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으로 지내는 동안 존재감 없던 리서치센터를 톱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그 결과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하는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에서 하나금융투자 리서치는 2019년 하반기 조사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4회 연속 종합 1위를 달성하며 리서치 명가로 자리 잡았다.지난해 7월 하나금융투자를 떠난 조 대표는 그해 10월 안다아시아벤처스를 설립했다. 벤처 투자가로서의 첫 도전은 꽤나 성공적이다. 안다아시아벤처스는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한국모태펀드의 그린 뉴딜 분야 공모에서 운용사로 선정됐다.조 대표는 평균 연간 성장률이 35%에 달하는 e모빌리티 시장을 정조준했다. 자동차 베스트 애널리스트, 베스트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한 경험을 살려 한국의 차량 제조업체와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그는 “e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은 한국 밴처 생태계의 대전환이 될 것”이라며 “안다아시아벤처스가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벤처 투자의 산실 강남의 테헤란로에
2022.05.11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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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조각 투자 상품 잇단 완판, 안정적 수익 창출이 최대 강점”
[비즈니스 포커스]치솟는 집값을 보면 월급을 착실히 모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사람들이 자산 증식을 위해 투자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남들이 다 한다는 주식과 코인에 뛰어들며 한탕을 노렸다가 오히려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빈번하다.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PIECE)’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의 신범준 대표는 “주식이나 코인보다 원금 손실 위험이 적으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 피스”라고 설명했다. 예비 유니콘 기업 등극 목표피스는 고가의 명품 시계나 미술 작품 등의 소유권을 조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투자 플랫폼이다. 지난해 3월 세 점의 롤렉스로 구성된 ‘피스(PIECE) 롤렉스 집합 1호’ 상품은 출시 30분 만에 모두 ‘완판’ 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피스가 수익을 내는 방식은 간단하다. 먼저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기획위원회를 통해 상품 포트폴리오를 기획한다. 단기간 내에 가치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물건들이 대상이 된다. 구매할 물건이 결정되면 이를 직접 매입한다.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정품 감정을 거쳐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방식이다.투자자 모집이 끝나면 상품의 시세가 오를 때까지 상황을 지켜본다. 보통 기다림의 시간은 약 6~12개월이다. 이후 시장에서 구매했던 상품을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다. 이때 투자자들은 소유한 조각의 비율만큼 돈을 배당받는다. 신 대표는 피스를 “주식이나 코인보다 쉽게 접근할
2022.05.03 0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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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곽재식 “기후변화 한탄 말고 구체적 실천 고민해야”
“기후변화 문제를 대홍수 전설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는 지구를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선 가뭄과 홍수, 폭염과 한파로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힌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중에서 소설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다양한 창작 영역에서 종횡무진하는 작가 곽재식. 소설가이자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활동 중인 그가 이번에는 기후변화라는 큰 화두를 들고 독자 앞에 찾아왔다. 최근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를 집필한 곽 작가는 “북극이 다 녹기 전에 반지하 침수가 먼저 찾아온다”는 경고를 통해 우리가 당장 직시해야 할 기후 문제의 현실을 일깨운다. 최근 거듭 화두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를 주제로 책을 쓰셨어요. 집필 계기가 궁금합니다.“기업의 환경 담당부서에서 15년 정도를 일하면서, 환경에 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환경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이 주제로 글로 쓰는 게 상당히 조심스럽더라고요. 그러다 지난해 초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죠.”책 내용을 보면, 기후변화를 종말론처럼 받아들이거나 그저 자연의 복수라는 흐릿한 느낌만 갖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막연하게 ‘자연적으로 살고, 좀 더 아끼면 환경에 좋은 거겠지’라는 생각에 그치는 경우가 있어요. 사실 이게 주류 정서죠. 그런데 모든 사람이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고 산에 들어가서 살면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느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산에서 나무를 자르고 숲을 파괴하며 살면 기후 문제를 더 심각하게 일으
2022.05.02 12: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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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 버추얼 뷰티 서비스, 오프라인 경험 견주어도 부족함 없는 수준 도달″
[인터뷰] 이선영 로레알코리아 최고디지털책임자(CDO)100년 역사의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은 10년 새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간 로레알은 뷰티 기업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지속 가능성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에 두고 변신을 시도했다. 이제 로레알은 글로벌 뷰티 기업을 넘어 디지털 혁신 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국내 로레알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이선영 로레알코리아 최고디지털책임자(CDO)에게 로레알의 디지털 혁신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어떤 일을 하시나요?로레알코리아의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서 국내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비즈니스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새로운 디지털 혁신을 선보이는 등 디지털 상에서 소비자에게 최적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또한,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업무 프로세스를 가속화하고, 직원들의 디지털 업스킬링 교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로레알은 전사적으로 디지털 혁신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합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로레알 그룹 (이하 로레알)은 10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공간에서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고객과의 소통과 사업의 비중이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습니다. 장 폴 아공(Jean Paul Agon) 전 로레알 회장은 2010년을 ‘디지털의 해’(Year of Digital)로 선포했고, 2014년 최초로 최고디지털책임자를 선임해 이커머스 시장과 디지털 미디어 등에 집중하며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했습니다.지난 10년 간 이뤄져온 디지털 전환 덕분에, 로레알의 여러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상호
2022.04.12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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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불공정 제도 개선…코스닥 시장 적극 육성”
“자본시장에 썰물이 빠지면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올해 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해결할 예정입니다.”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한경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공모가 부풀리기 관행, 물적분할 이슈, 경영진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으로 인한 주주들의 불만 등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며 “제도 개선으로 옥석 가리기를 통해 시장 전반을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대내외 불확실성 여파로 주식시장 부진이 이어지는 등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자본시장 불공정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맏형인 거래소가 현재 상황을 방관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하며 위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취지도 엿보인다.그가 시장에서의 제도 개선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거래소가 문제점을 적극 개선해 놓으면 다시 시장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생각에서다.그는 “현재 시장은 숨고르기 타이밍”이라며 “지금처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거래소가 직접 나서서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손 이사장은 1989년 행정고시(33회)로 공직 생활에 첫발을 디뎠다. 그간의 경력을 보면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정경제부, 세계은행(WB)을 거쳐 기획재정부에서 국제금융국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G20기획조정단장을 지냈고,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서비스국장과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을 거쳐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을 역임했다.그는 임직원들로부
2022.03.29 09: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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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관리의 핵심은 컨틴전시 플랜”
[인터뷰]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망’ 혼란이 다시금 빚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망 재편에 나섰던 기업들은 이번 우크라 침공에도 예의주시하며 공급망 전략을 새로 짜는 등 공급망 대란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사실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은 기업의 어제오늘 뉴스는 아니다. 기업 생존을 다투는 모든 뉴스의 중심에 공급망이 있었다. 1등 기업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신간 ‘위기인가, 삼성하라’의 저자 윤성혁 삼성전자 고문은 32년 글로벌 현장을 누빈 영업 경험을 토대로,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윤 고문은 “항상 위기관리 경영기법 ‘컨틴전시 플랜’을 떠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컨틴전시 플랜이란 예상치 못한 긴급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만들어 놓는 위기대응 계획을 의미한다. 지난 4일 한국경제매거진 사옥에서 윤 고문을 만났다.-2020년 10월 퇴임 후 책을 썼다.“아프리카를 떠나던 마지막 날, 현지 직원들로부터 부탁을 받았어요. 지난 4년간 함께 만들어온 삼성 아프리카의 변화를 꼭 책으로 남겨달란 주문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삼성이 지금의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는 책들은 많았지만, 해외 영업 현장 최전선의 기록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32년의 재임기간 중 20년을 해외 주재원 생활로 보냈으니 그 치열한 현장에서의 경험을 기록하는 게 의미가 있겠다 싶었죠. 마침 코로나19로 자가격리를 하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기에 32년간 겪었던 영업의 중요한 순간들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책에서 특히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
2022.03.15 0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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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체 시제품 제작 중… UAM의 테슬라가 목표죠”
[인터뷰]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에어택시’를 활용해 도심 곳곳을 이동하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는 전 세계적으로 큰 화두다.UAM은 2025년께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돼 이때를 기점으로 시장 규모가 급속히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의 뒤를 잇는 미래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일례로 미국 투자은행인 모간스탠리는 2040년 세계 UAM 시장 규모가 1조5000억 달러(약 169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현대차·SK·한화 등이 UAM을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고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플라나는 이런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UAM 분야에서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스타트업이다. 현대차에서 UAM 사업부를 이끌었던 김재형 대표가 지난해 7월 설립한 이 회사는 한국에서 유일무이한 UAM 관련 스타트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경기도 기흥에 있는 플라나 사무실에서 2월 28일 만난 김 대표는 “자체 개발한 전기 추진 항공기(VTOL : Vertical Take-Off and Landing)를 앞세워 향후 UAM 분야의 글로벌 톱 기업 대열에 합류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관련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인재 영입과 기술 개발을 한창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안정적인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에 뛰어든 이유가 있습니까.“지난 6년간 UAM 산업을 최전선에서 지켜보면서 업무를 담당하면서 수많은 초대형 항공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과 글로벌 UAM 스타트업들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새로운 개념의 기체 개발 하나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마치 이들이 테슬라의 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죠.
2022.03.09 0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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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신 경쟁, 작고 유연한 조직이 이긴다”
[인터뷰]최근 금융권에는 두 가지 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빅블러(big blur)다. 디지털에 친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소비의 주측으로 떠오르며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에 불을 댕기고 있다. 업종과 업태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로 빅테크(대형 IT 기업)는 금융업에, 기존 금융사는 생활 플랫폼에 도전하는 등 산업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상상인증권도 새로운 물결에 대응하며 반격의 채비에 나섰다. 회사는 2019년 그룹사에 편입된 후 2020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021년 3분기 74억8000만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젠 디지털 전환을 화두로 내걸고 ‘재미’와 ‘유익함’을 탑재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새롭게 구축해 퀀텀 점프에 성공하겠다는 포부다. 디지털 전환을 이끌 김도형 상상인증권 디지털전략실장(상무)을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났다.그는 “상상인 금융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해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증권사라는 사고의 한계를 깨뜨리며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회사를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에서 디지털 전환은 어떻게 이뤄지나.“디지털 전환이란 용어는 4~5년부터 나왔지만 예전에 없던 단어는 아니다. 온라인 사업, e비즈니스 등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어쨌든 1차적인 의미는 비대면화다. 기업으로선 인공지능(AI) 등으로 자동화에 성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고 소비자로선 편의성이 높아지는 형태다. 혁신은 가죽을 벗겨 새로 입힌다는 의미인데, 기존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전통적인 금융권에서의 디지털 혁신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증권업계에선 온라인
2022.01.21 06: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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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특허 강국…사장 되는 IP 없도록 만들 겁니다”
[인터뷰]지난해 특허 등 지식재산권(IP) 출원 건수가 60만 건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6.3% 증가했고 이전 10년(2010~2019년)간 평균 증가율 3.6%를 웃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대유행 속에서도 우리 국민이 특허 등 지식재산권 확보에 열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그중 3분의 1은 사업화되지 못한다. 유망한 기술이나 콘텐츠 등을 안전하고 쉽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미술품 등의 소유권을 분할해 거래하는 방식의 플랫폼이 있지만 이미 발표 된 작품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거나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 등이 있다. 스타트업 아이피샵은 이러한 수요에 주목했다. 자체 제작한 신규 음원을 플랫폼에 올려 저작권에 대한 수익성을 높였고 블록체인,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기술을 접목해 원본 증명, 거래 히스토리 관리 등을 명확히 했다.김정남 아이피샵 이사는 “모든 지식재산권 소유자들이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자산화하는 행복을 누리고 아이피샵을 통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모든 이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IP 거래 플랫폼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있나. “2019년 기준 한국에서 출원되는 특허의 35.4%, 26만여 건이 사업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사장되는 특허가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피샵 사업의 출발점이다. 또 특허를 비롯해 음원, 미술품, 캐릭터 라이선스, 창작 영상, 웹툰 등 지식재산권의 범위를 넓혀 생각해 보면 저작권자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 받고 있다. 침해를 받았지만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거나 침해를 받고 있다는 사
2022.01.19 06: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