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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s LETTER] 재밌는 지옥 대한민국 그리고 저출산

    [EDITOR's LETTER] 일부 동물이 갓 태어난 새끼를 먹어 치운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나무 두더지류(Tree shrew)가 대표적입니다. 환경이 좋지 않거나 집단 내 사회적 지위가 낮아 제대로 기르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새끼를 먹어 버립니다.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입니다. 남이 먹기 전에 자신이 먹는 것이 추후 번식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좀 섬뜩하지요. 하지만 생존이란 그런 것입니다. 가능성이 낮은 번식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높은 생존을 택한 것이지요. 진화의 결과입니다.사람은 좀 다를까요.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도 나무 두더지의 선택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생존과 번식 가운데 생존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말입니다. 물론 지적인 판단이 더해졌지만….오래전 얘기를 잠깐 해 보겠습니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몇 학년 때였는지 가물가물합니다. 해는 넘어가고 놀다 지쳐 집에 돌아갈 때 쯤 학교에 가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저녁반 친구들이었습니다. 학교는 부족하고 애들은 많아 오전·오후·저녁반 등 3부제를 하던 시절입니다. 1970년대 후반입니다. 현재 50대와 40대 후반인 1964년생부터 1974년생까지 매년 90만 명 넘게 태어난 영향이었습니다. 먹고살기는 힘들었지만 많이 낳았습니다. 아마 아이를 노동력으로 인식하는 농경 사회의 문화가 남아 있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해 봅니다.이렇게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은 결혼 후 대략 2명 정도를 낳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애는 낳아 놓으면 알아서 큰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 이면에는 ‘어제보다 오늘이, 오

    2023.02.04 06:00:03

    [EDITOR's LETTER] 재밌는 지옥 대한민국 그리고 저출산
  • [EDITOR's LETTER] 젊은 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려면

    [EDITOR's LETTER]2004년 11월 이헌재 경제부총리(재정경제부 장관)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논쟁을 벌인 일이 있었습니다. 국민연금이 쟁점이었습니다. 이 부총리는 국민연금이 앞으로 수십년간 축적되는 만큼 기금 일부를 출산율을 높이는 사업 등 ‘한국판 뉴딜’ 정책에 활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국민연금을 담당하는 복지부 수장인 김 장관은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보장해야 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손댈 수 없는 자산”이라며 반대했습니다. 이 논쟁은 얼마간 지속됐습니다. 결국 국민연금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이 부총리의 제안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멋지지 않습니까? 국가의 미래를 놓고 한 정부의 장관들끼리 철학이 담긴 논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김 장관은 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임무를 다했고 이 부총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한국 사회에 던져 승패도 일방적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최근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대사마저 정치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사건의 출발은 간단했습니다. 국가의 현안에 대해 장관급인 나 부위원장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를 대통령실이 연일 반박하고 나 부위원장은 결국 사표를 냅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수리하지 않고 해임해 버립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할 말이 많지만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한 미국 정치인이 얘기가 떠오릅니다. “정치인들의 문제는 국가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를

    2023.01.28 06:00:05

    [EDITOR's LETTER] 젊은 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려면
  • 정점 찍은 중국 인구, 경제 복병될까

    “중국 인구가 2021년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다. 중국의 2021년 출생아동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1000만 명인데, 2021년 사망자 수는 1000만 명 이상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트립닷컴 그룹 이사회 의장이자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인 량젠장(梁建章) 회장의 전망이다.량젠장 회장은 중국의 인구경제학자로서 국가 인구구조 분야의 대표적인 권위자이자 성공한 기업가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량 회장은 트립닷컴 그룹을 공동 창업했고,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중국 경제와 인구구조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온 량 회장은 2012년 저서 <중국인이 너무 많다고?>를 통해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또 2018년 저서 <혁신을 이끄는 인구 혁명>에서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진 핵심 이유는 고령화”라며 “노동력이 고령화돼 기업가 정신이 약해지고 창업이 줄어 과거 워크맨,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혁신을 내놓지 못하게 됐다”고 분석했다.량 회장의 전망대로라면 중국에선 2021년 인구 곡선에서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2020년 출생아 수는 12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8%나 하락했다. 1961년 대약진 운동이 초래한 대기근 이후 최저치다. 사망자 수는 2019년 998만 명에서 2020년 1036만 명으로 늘어났다. 2020년 출생률에서 사망률을 뺀 인구의 자연증가율은 1.45%에 그쳤다.중국의 출생률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지난 5월 ‘세 자녀 출산’을 허용하는 등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는 데도 2020

    2021.12.24 09:06:59

    정점 찍은 중국 인구, 경제 복병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