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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민이 고민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고민일까?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고민이 생겼다. 업무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앞으로의 인생이 평탄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툭 솟아올랐다. 경험이 압축된 20대 초반을 지나며 ‘앞으로 고민을 고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순간을 즐겁게 사는 것으로 목표를 잡자’고 다짐했건만, 나를 괴롭히는 게 생겨버렸다. 누군가 고민의 흔적은 딱지가 되어 인격의 자산이 된다고 했던가. 사실 나의 고민도 극복하면 먼 훗날 ‘성장이었다’라고 회상할 종류의 것이라 그 말이 틀리진 않은 걸 스스로도 안다. 하지만 당장 기력이 없기에 경험을 사지 않고 상처도 없으면 안 될까, 같은 투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착실하게 나만의 대답을 찾아낼 건 뻔하다. 내 고민과 별개로 벽에 부딪혀 이겨내 성장하고, 안 될 것 같은 일도 도전하는 게 청춘의 미덕이고 의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하지만 반문하고 싶다. 과연 지금 우리에게 그럴 여유가 충분한가? 어리숙한 사람은 도전하고, 숙련자는 기다려줄 시간과 자원이 있긴 한 건가? 그리고 그걸 청춘에게 “부여”하는 건 옳은 일인가? 얼마 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최고령 수험생 김정자 할머니가 화제였다. 김 할머니는 “자식을 다 키워낸 뒤 평생 한이 됐던 공부를 다시 하기 위해 만학도가 됐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업을 마치고 여유가 생긴 다음에야 나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었다는 말이다. 나는 김 할머니처럼 나이와 사정이 다양한 모든 사람의 도전에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미 이뤄본 사람들이 시간을 내야 한다는 시혜적인 시선은 아니다. 누구나 새로운 시도, 혹은 실패를 하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안전망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3.12.05 15: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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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에게 수시로 연락오는 선배? 비결이 궁금하다면 [다소 솔직한 이직의 기술]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직을 생각하거나 준비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떠나는 이의 뒷모습만큼직장인들의 마음을 흔드는 건 없는 법. 누군가 ‘이직은 기세’라고 했다. 생각만으론 절대 움직일 수 없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막상 사람인, 잡코리아를 접속하기까지가 쉽지 않다. 접속은 하더라도 이력서&자소서를 쓰노라면 ‘그동안 내가 뭘 했지’라는 자괴감에 빠져든다. 이직의 대행해주는 헤드헌팅사가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접근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유는고연봉, 전문직만 해당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에서다. 이 글은 그렇지 않다라는 점, 그리고 헤드헌터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팁을 담았다. 헤드헌터 활용법, 어렵지 않아요 우선 헤드헌팅사의 공고에 지원을 한다. 헤드헌터는 현 시점에 기업에서 의뢰한 인력을 찾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온다면 서류 및 면접에 합격할 확률이 직접 지원한 것보다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긴 한데, 그럴 경우에도 낙심하지 말자. 차후에 다른 회사의 포지션에 맞으면 연락이 올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다소 아날로그식의 헤드헌터와 네트워킹을 하자. 간혹 전화 혹은 이메일로, 회사명을 오픈하며 내 연봉만 물어보고 바로 추천하겠다는 헤드헌터들이 있다. 이런 경우, 일회성 추천이 될 확률도 높고, 서류 합격 불합격 관련 피드백은 커녕, 나는 마치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것처럼 잊혀진 경우가 있다. 필자의 경우, 코로나 전에는 무조건 사전에 대면 미팅, 코로나 이후에는 화상 미팅으로 채용할 회사는 물론 후보자와 사전 미팅을 한 후 추천을 한다. 시간이 다소 소요된다 하더
2023.11.23 11: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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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 갈등’ 피할 수 없다면 이렇게 해결하자 [차연수의 이로운 노동법]
어느 시골 마을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평소 가까운 이웃인 남진이 아버지와 성남이 아버지가 논밭에서 서로 고함을 지르며 싸우고 있는 모습에 농사일하던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상황은 이렇다. 성만이 아버지는 시장에 팔 감자를 경운기에 싣고 논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 길 위에 남진이 아버지가 논에 물을 대려고 끌어온 호스가 놓여 있던 것이다. 남진이 아버지는 경운기가 호스를 밟고 지나가면 호스가 망가져 논에 물을 댈 수 없으니 경운기로 호스 위를 지나가지 말라고 주장한다. 반면 성만이 아버지는 시장에서 팔 물건을 운반하려면 경운기로 이 길을 지나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위 갈등상황은 영화 ‘선생 김봉두’에 나온 에피소드다. 우리는 일상에서 종종 갈등을 경험한다. 때로는 갈등의 당사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의 중재자가 되기도 한다. 남진이 아버지와 성남이 아버지의 갈등에서 중재자는 영화의 주인공, 김봉두 선생님(차승원)이었다. 김봉두는 호스를 땅에 묻는 방법으로 이 갈등을 해결한다. 간단하지만 갈등의 본질을 꿰뚫은 해결책으로 성만이 아버지와 남진이 아버지 모두를 만족시키고 마을의 평화를 지켰다. 갈등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사자들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구분해야 한다. 입장은 겉으로 드러나는 주장이자 요구인 반면 이해관계는 주장의 이유, 즉 욕구이다. 위 에피소드에서 당사자들의 입장은 경운기로 (호스가 놓인) 길 위를 지나가야 한다/지나가면 안된다로 명확히 드러난다. 한편, 이들 각자의 이해관계는 입장과 사뭇 다르다. 남진이 아버지의 이해관계(욕구)는 ‘논에 물을 대는 것’으로, 성만이 아버지의 이해관계(욕구)는 ‘시
2023.11.10 1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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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정지돈’이 내 인생으로 들어왔다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덕통사고”라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갑자기 우상처럼 좋아하고 찾아보게 되는 현상을 이 단어만큼 강렬하게 표현한 말도 찾기 어렵다. 덕통사고는 팬으로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덕질’과 ‘교통사고’가 합쳐진 합성어다. 불시에 교통사고를 당하듯 누군가에게 빠져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치 번개처럼. 왜 하필 교통사고를 이미지로 사용했을지는 의문이다. 덕질이라는 말은 일본어 ‘오타쿠’에서 시작했다. 누군가 오타쿠를 오덕후로 발음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파생어를 남기며 미화되고 일상어로 자리 잡았다. 내게는 어느 날 ‘정지돈’이라는 이름이 인생에 들어왔다. 정지돈은 소설가로, 2013년 등단해 도시, 인간, 산책, 미래 등 다양한 담론에 대해 찾고 그걸 이야기로 만들어 다양한 연재와 책을 내고 있다. 내가 그의 작품을 처음 알게 된 건 다른 책을 샀다가 사은품으로 함께 온 한 장짜리 단편이었다. 그때는 ‘신기하다, 이렇게 깨알 같은 글씨로 한 장짜리 소설을 낼 생각을 했다니!’라고 생각할 뿐 읽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그게 그의 등단작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묘하게도 시간이 흘러 알파 세대들은 글이 아닌 영상으로 정보를 습득한다더라, 하는 괴담이 돌던 시기 정지돈 작가를 유튜브에서 다시 만났다. 그리고 나는 그 즉시 그의 덕후가 되었다. 자신의 소지품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그는 끊임없이 ‘그럴 수도 있고, 물론 아닐 수도 있고’의 늪에 빠진다. 영상 매체는 처음인 탓에 긴장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그도 영상 말미에 이런 자신의 모습은 다 잊어달라고 하지만 나는 확신이 없는 그의 모습이 정말 멋졌다. 그의 글은 굉장히 많은 담
2023.11.03 1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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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전화 한 통에 60만원 화장품을 결제했다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공짜를 좋아하는 대머리는 없다. 세상에 공짜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는 문장 자체가 틀린 문장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무료’라거나 ‘증정’이라는 표현으로 다가오는 대부분의 것들은 사실 우리가 무형의 대가를 지불한 결과다. 가장 흔한 경우가 개인정보다. 기프티콘을 받기 위해,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는 개인정보를 건네고 상품을 수령한다. 주최 측의 ‘개인정보 이용 미동의 시 경품 수령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고지에 따라 우리는 개인정보를 기프티콘이나 경품에 거는 것이다. 이번 글은 가볍게 생각한 이벤트 참여가 큰 결과로 돌아온 나의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박람회에서 이벤트에 참여했고, 이벤트성 피부 관리를 받으러 갔다가, 직원의 영업에 못 이겨 60만 원을 결제하고 왔다. 또래나 혹은 또래가 아니더라도 순진한 누군가가 비슷한 일을 겪을 때 ‘그건 생각을 좀 해보면 좋겠다’는 권유의 차원에서 세세하게, 그래도 너무 길진 않게 설명할 예정이다. 요약하자면, 당신에게 정가보다 현저히 싼 피부 관리나 화장품 구매 권유가 들어온다면 일단 구매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고, 샀다면 구매에 확신이 들 때까지 3일은 개봉하지 말아라! 카페 용품 관련 박람회에 갔다. 목적은 맛있는 디카페인 원두를 찾기 위해서였다. 생각보다 맛있는 디카페인 원두는 찾기 어려웠고, 사람 많은 박람회장에서 실시간으로 기를 소진하며 걷던 와중 돌림판 룰렛 이벤트를 하는 부스를 발견했다. 부스 행사 내용은 간단했다. - 설문조사에 참여한다 – 룰렛을 돌린다 – 경품을 받는다 구글 폼으로 제작된 설문은 피부 유형이나 직업, 나이 등을 물었다.
2023.10.13 10: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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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노무관리’로 아낀 돈보다 나가는 돈 더 클수도··· [차연수의 이로운 노동법]
소상공인이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노무사에게 인사노무 자문을 받는 곳은 주변에서 많지 않습니다. 반면 소상공인, 소규모 사업장, 1인 기업 할 것 없이 사업자를 내면 대부분 세무사를 찾고 매달 세무기장을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죠. 사업주라면 사업체의 규모와 상관없이 절세, 세액공제, 세제혜택 등을 목적으로 세금관리가 필수입니다. 물론 세무대리 없이 직접 할 수도 있고요. 반면, 일부 사람을 제외하곤 대부분 숫자와 친하지 않기도 하고, 사업을 하면서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산더미이기에 대부분 전문가에게 위임하죠. 노무사도 노무법인이나 사무소를 개업하면 세무사에게 세무대리를 맡기고요. 세금은 그 자체가 비용과 직결되고 당장 눈에 보이는 돈이기 때문에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달 기장료를 내더라도 세무대리를 맡겨야 한다는 인식, 나(사업체)의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세무사를 찾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혀 있습니다. 반면, 사업장의 노무관리에 대한 사업주의 인식은 어떨까요.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최저임금 준수와 같은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부분에서는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상당 수준 높아졌습니다. 근로자의 권리의식 증대로 부당함을 참지 않는 사회적 흐름도 사업주의 인식 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영세)사업장에서는 노무관리의 실질적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중해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고 당장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면 괜찮다는 식의 인식이 만연합니다. 그러니 노무사에게 전문적으로 노무관리 자문이나 컨설팅을 받을 필요성에 대해서는 ‘굳이?’라는 물음표를 갖게 되죠. 고
2023.10.04 11: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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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엄마들과의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 [어쩌다 워킹맘]
얼마 전 대치동의 소위 탑10 이라는 영어학원의 설명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반차까지 써가며 참석한 유일한 이유는 아이에게 잘 맞을 것 같다는 유치원 선생님의 추천이 있었고, 설명회에 참석한 사람에게만 레벨 테스트의 신청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설명회에선 학원의 커리큘럼과 장점 등의 내용도 있었지만 인상 깊었던 점은 엄마들의 불안감을 기가 막히게 파고 든다는 것이었다. 영어를 먼저 끝내고, 초등 고학년부터는 수학을 달리며, 중학교때 이미 고등학교 입시과정을 끝낸다는 말로만 듣던 대치동 시스템을 직접 체감했다. 처음 접했던 이 설명회는 나에겐 불편한 경험이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을 것 같은 내 상황과 맞물려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와중에 내가 더 불편하다고 느낀 건 설명회 공간에 있는 엄마들 사이의 묘한 긴장감 때문이었다. 수수한 차림이든 혹은 신경을 쓴 모습이든 명품백을 들고 참석한 엄마들을 보며 왠지 동창회나 결혼식에 갈 때 신경이 쓰이는 그런 느낌이랄까, 이상하게 그 자리가 숨막히고 불편해 그 이후의 설명회는 남편에게 양보했다. 학기가 시작되고 몇 달 만에 겨우 마련된 반 엄마들 모임에서였다. 학구열이 높은 한 엄마와의 대화 중에 국,영,수,과학, 태권도와 피아노를 소화하고 있는 아이의 스케줄에 놀랐고, 저학년 때 수학을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초3 때 후회하는 엄마들을 너무 많이 봤다며, 무조건 수학이라며 저녁부터 밤까지 수학을 한다는 말에 또 한 번 놀랐다. 알고 보니 이미 그 친구는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수상까지 했다는 얘기를 다른 엄마를 통해 또 알게 되었다. 불안해졌다. 분명
2023.10.04 11: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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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성 탐사보다 더 중요한 것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아무래도 X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소설 의 첫 문장으로 유명한 표현이다. 은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주인공이 화성 탐사를 나간 내용을 주축으로 이룬다. 앤디 위어는 주인공이 발화하는 시간의 상태를 간단히 표현하는 문장을 작품 앞에 배치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소설을 완독하지 않은 나조차도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서울예술인지원센터의 재개관 행사를 다녀왔다. 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크 프로그램에서 두 개의 강의를 연달아 들었다. 첫 강의는 ‘슬로우 파마씨’ 이구름 대표의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 자연이 필요하다’였다. 강의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바로 ‘스페이스 O’라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단편 영화는 주인공이 식물학자이면서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유일한 선발대라는 설정이었다. 화성에서 연구를 하던 주인공은 그곳이 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임이 틀림 없고, 그러므로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결과를 상부에 보고하지만, 상사는 “이미 가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내렸다. 아마 그 세계관에서는 어찌 됐든 화성엔 사람이 가게 될 것이다. 이구름 대표는 영화 시나리오를 구상하게 된 계기 중 하나로 파타고니아의 ‘NOT MARS’ 콘텐츠를 꼽았다. 한국어로는 ‘화성은 됐고’로 번역된 이 콘텐츠는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는 모 회사의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아 떠날 생각 말고 지금 사는 지구를 살릴 생각을 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수의 학자가 지구의 상태에 대해 걱정하는 담론을 내고 있다. 크게 두 갈래인데, ‘이미 늦었다’와 ‘이번이 마지막이다’로 나뉜다. 어찌 됐든
2023.09.13 15: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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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행복을 위해 어떠한 ‘인풋’을 줘야한다면…[어쩌다 워킹맘]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부동산 카페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주제의 글이 있다. “애들 사교육비에 월 몇 백씩 쓴다는 게 이해가 안되요. 명문대 가면 뭐하나요. 부동산을 물려주는게 훨씬 낫지 않나요?” 실제 이러한 교육이나 자녀에 대한 투자 관점 차이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언니, 글쎄 우리 맞은 편 집에 이사 온 집이 있는데 말야. 부부가 공무원이거든. 근데 아이 둘을 영어유치원에 보내. 근데 사실 둘의 월급을 합쳐도 너무 과도한 교육비 지출 아냐?” 혹은 “우린 교육비 지출이 둘이 합쳐 60만원쯤 되는 것 같아. (유치원, 초1의 두 자녀고 사실상 교육이라기보다 최소한의 보육을 위한 공부방, 학원지출이라 볼 수 있었다. ) 남편이랑 합산 연봉이 이제 2억가까이 돼서 1년에 1억정도를 모으니까 2년 안에 서울 학군지에 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애들 주식도 사주고 있고 말야.” 라는 정 반대의 얘기 또한 들었다. 그 부부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진 것 없이 결혼해 자산을 만들고 향후에 서울로 올라와 학군 내 부동산을 사고 그 부동산을 잘 불려 아이에게 물려주는 것이 나름의 인생 업그레이드 전략 같았다. 사실 어떤 방향이든 자녀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게 이끌려는 목적은 같다. 다만 그 방법에 대해 너무 다른 극단의 접근법을 보게 되는데, 비단 교육 뿐 아니다. 아이는 기억도 못 할 텐데 무슨 경험을 한다고 해마다 해외여행을 가냐, 그 돈으로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서 물려주는 것이 현명하다는 입장도 있다. 어떤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정서적 장애나 불안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애착’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는 만 3세까지 애착 형
2023.08.31 11: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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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 좀 어때?" 평판조회, 어디까지 괜찮을까? [차연수의 이로운 노동법]
요즘 채용시장에서 기업 ‘신입공채’ 공고는 구직자들에게 깜짝 이벤트와 같습니다. 주요 대기업들의 상반기 공채, 하반기 공채는 근 몇 년간 그 규모가 확연히 줄었고 공채 대신 수시채용과 경력직 채용으로 시장의 흐름이 변화했으니 말이죠. 최근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채용시장의 경향성과 함께 상승세를 띄는 이슈가 있으니, 바로 평판조회입니다. 평판조회, 실무상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라고 불리는 이것은 많은 기업에서 진행하는 경력직 채용절차의 최종 관문입니다. 전략적 인사관리, 성과관리, 효율성이 대세인 기업환경 속에서 기업이 경력직을 채용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별다른 교육훈련 없이 실무에 투입되어 업무를 수행하고 곧장 성과를 창출할 적임자를 찾기 위한 것이죠. 경력직이 신입보다 연봉이 높은 것은 물론, 채용시장에서의 이직은 곧 연봉상승 기회와도 같으니 기업에서 당장 경력직 채용으로 부담하게 되는 비용은 꽤 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신입 채용 후 교육훈련과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비로소 1인분의 몫을 해낼 수 있는 구성원으로까지 성장시키는데 투입되는 기업의 시간·비용·인력 등을 고려하면 경력직 채용이 신입 채용보다 ROI(투자수익률)가 높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이 신입 채용보다 무조건 이득일 것 같은데, 정말 그럴까요? 경력직 채용시장에 관한 여러 사건과 이야기를 접하는 노무사로서 기업 경력직 채용에 관한 소견은 ‘높은 레벨의 게임 퀘스트’와도 같다는 것입니다. 성공하기 너무 어렵지만 성공한다면 큰 성과와 보상이 뒤따른다는 점에서요. 경력직 채용절차에서는 이력서상 경력과 업
2023.08.28 15: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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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네컷 사진을 찍을까?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식당을 가고, 카페를 가고, 취향에 따라 코인 노래방이나 피씨방을 들른다. 친구를 만나면 흔히 노는 코스다. 최근에는 이 사이에 ‘인생네컷’이 끼어들었다. ‘인생네컷’은 브랜드명이지만 시장을 선점했고 발음과 의미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대일밴드’ 같은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2019년 무렵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네컷’ 브랜드들은 현재 다양한 브랜드명으로 번화가와 주택가 구분할 것 없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유명한 브랜드로는 하루필름, 인생네컷, 포토시그니쳐, pic dot, 모노맨션 등등이 있다.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네컷 사진관은 4천 원에서 만 원 사이의 가격으로 네 컷에서 아홉컷으로 나뉜 사진 두 장을 얻을 수 있는 즉석 사진관이다. 사진을 촬영하기 전 프레임의 개수와 모양, 사진 장 수 등을 정할 수 있다. 종이로 인쇄되어 나오는 결과물뿐 아니라 디지털 사진, 사진을 촬영하면서 찍힌 동영상까지 QR코드를 활용해 간직할 수 있고, 브랜드에 따라 증명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아이돌이나 타 브랜드와의 콜래보레이션도 늘어나 셀럽과 함께 찍는 네컷 콘셉트의 프레임을 인증하는 것도 또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오늘의 내 모습’을 간단히 남기고 싶을 때나 시간이 비는데 밥이나 커피를 먹고 싶진 않을 때 네컷 사진관을 찾는다. 1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며 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이 곳을 들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네컷 브랜드의 특징은 스튜디오가 번화가라면 어디에나 있고, 짧고 간결하게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관에 가서 증명사진을 찍는 것과 달리 곧바로 결과물을 들고 스튜디오를 나올 수 있다. 물론 보정 등 사
2023.08.22 10: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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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대부분 영유 출신이라는데…” 영어유치원, 꼭 보내야 할까? [어쩌다 워킹맘]
미취학 아동들의 사교육 중 끝판왕은 단연 영어유치원이다. 커뮤니티나 맘카페에서 ‘영어유치원’은 늘 핫한 이슈다. 영유아 사교육비의 원흉으로 꼽히며 정부가 칼을 뽑아 들기도 했을 정도니 말이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자 대치동의 적당한(?) 학습식 영어유치원을 졸업한 아들을 키우는 우리 집의 경우, 영어유치원을 보내기로 한 것은 남편의 의지가 컸다. 영어로 논문을 쓰거나 학회에 참석을 하다 보니 언어의 장벽을 많이 느꼈고, 어렸을 때 시작해야 학습이 아닌 언어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남편의 의견이었다. 아이가 기관과 규율, 제도의 적응력이 빠르고 인지나 발달도 빠른 아이여서 내심 보낼만하다 싶었다. 주변에서 처음 영유를 갔을 때 거부감을 보인 여러 사례의 얘기를 들었고(매우 낮은 확률이라 생각했지만), 아이가 심각한 거부 반응을 보인다면 일반 유치원으로 옮기겠다는 각오로 6세였던 4월, 중간에 비어 있는 유치원을 운 좋게 입소했다. 부모의 통제 아래 ‘페퍼피그’, ‘옥토넛’ 같은 영어 만화와 간단한 영어책으로 영어 노출을 시작했던 아이는 다행히 거부감이 없이 적응했다. 오히려 과학실험이나 미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꽉 차 있는 일정을 재밌어 했다.(7세가 되며 라이팅이 늘어나며 약간 힘겨워한 부분은 있었다)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친구들과 함께 6세가 끝날 때 0.5년차를 월반하고, 반에서 가장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당연히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경우, 내 아이에게 과연 영어유치원이 잘 맞을 것인가에 대한 ‘부모의 판단’이 적중했던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만약 영어 사교육이나 영어유
2023.08.09 09: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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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월요일 연차 막는 회사, 불법인거 아시나요?” [차연수의 이로운 노동법]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의 절정입니다. 직장인에게 임금만큼이나 중요한 근로조건을 하나 꼽자면 바로 ‘휴가’ 아닐까요. 직장인 시절, 저 역시 이듬해 달력이 나오면 한 장씩 넘기면서 발견하는 빨간 날을 하나씩 체크할 때마다 짜릿한 설렘을 느끼곤 했습니다. 저의 이전 직장은 연차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늘 바쁘고 기한에 쫓기는 직무특성상 업무공백이 허용되지 않던 탓에 누군가 휴가로 자리를 비우면 필연적으로 다른 팀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였거든요. 공식적으로 운영되던 여름휴가 5일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였고, 저의 연차휴가일수에서 5일이 차감되는 것임에도 그 당시에는 휴가를 5일이나 허해준 회사에 감사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회사가 세상 전부이고 그 안의 규칙이 당연한 줄 알았던 사회초년생 시절을 떠올리면 그 풋풋함과 무지함에 묘한 웃음을 짓게 되죠. 라떼를 논하기엔 아직 젊지만, 사회초년생 티를 벗은 지도 한참 된 30대로서 주변을 살펴보면 요즘 직장인들은 연차사용이 대체로 자유로운 것처럼 보입니다. 무제한 휴가 제도를 도입하거나 당일 휴가사용 통보마저 거리낌 없이 가능한 유니콘 같은 회사도 종종 보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노무사로서 접하는 어느 직장인들의 현실은 사뭇 다릅니다. 징검다리 연휴에 휴가 사용 금지, 3일 연속 휴가 사용 금지, 주말을 포함한 월요일과 금요일 휴가 이틀 사용 불가, 휴가 신청 시 반드시 사유 기재 등 여러 가지 제약으로 여전히 수많은 일터의 직장인들이 휴가사용에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는 연차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함이 원칙입니다. 이
2023.08.04 14: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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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릇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종종 음식을 남긴다. 그럴 때면 찬장을 열어 반찬 통을 살피면서 남은 양에 딱 맞는 통은 무엇일까 가늠한다. 이 눈대중은 자연스럽지만 일상에서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과장하여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세계관을 빌려보자면, 우리가 음식을 담을 그릇을 결정할 때마다 또 다른 평행우주의 내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명사 ‘그릇’의 단어 뜻은 총 3개다. 첫 번째는 우리 눈에 늘 보이는 음식을 담는 용도로써 그릇이다. 두 번째는 ‘어떤 일을 해 나갈 만한 능력이나 도량 또는 그런 능력이나 도량을 가진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세 번째는 첫 번째 의미의 물리적인 단위를 의미한다. 그릇이 처음 가공된 상태 그대로 용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필요하다. ‘콜드컵’을 예로 들어보자. 콜드컵에는 뜨겁지 않은 고체, 액체, 기체를 담을 수 있고 그 형태는 세로로 긴 원통형에서 크게 변형되지 않는 형태여야 한다. 용량 또한 콜드컵 뚜껑이 닫히는 한도 내에서 결정된다. 너무 적거나 많은 양을 담으면 콜드컵은 효용 없는 짐이 되거나 안에 있는 게 흘러 넘치는 상황이 생긴다. 인간의 그릇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릇에 비해 버거운 일을 하려고 하면 깨지거나 모양이 변할 수 있고, 적은 양의 일을 하게 되면 남는 공간이 심심해 한눈을 팔 수 있다. 하고싶은 일이 많다면 그릇을 깊거나 넓게 만들어야 한다. 그 균형을 맞추는 데 필요한 게 바로 경험과 거기서 나를 거쳐 간 생각들이다. 이는 업무적인 경력이나 세월에 비례하진 않는다. 예를 들자면 나는 22살이 되던 해 직계 가족의 암 선고 직후 그의 유일한 간병
2023.08.02 10: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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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지만 쉽게 하지 못하는 것들 [양이천의 기사회생]
“여러분은 앞을 향해 걸어가면서 점들을 연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봤을 때, 뒤돌아보며 그 점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에는 점들이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미래의 점들이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은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데 자신감을 줄 것입니다.”2005년 6월 12일, 스탠포드 대학교의 114번째 졸업식 연설에서 당시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Connecting the dots’라는 개념을 설명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을 인용하는 까닭은 그의 말을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업을 한 후 약 6개월이 흐른 지금, 결국 나의 오늘을 만드는 것은 과거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코 짧지도 않은, 지난 8년간 경험이 현재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점은 무엇인지 공유하려 합니다.거절을 두려워하지 마라우리는 선택에 익숙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오늘 넷플릭스 뭐 볼까?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중에 뭐 볼까?’ 터치 한번이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반대급부로 선택 받는 상황을 굉장히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곧 거절과 연결되기에 많은 사람들이 거절을 경험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거절이 두려운 나머지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의 경험 덕분에 거절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2017년 3월은 LG전자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인턴에게 주어진 업무는 3주 동안 신규 비즈니스를 만들어오는 것이었습니
2023.07.28 10:3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