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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s LETTER] 금의 배신과 연금술사들이 남긴 메시지

    [EDITOR's LETTER]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몇 주 전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온몸을 망치로 내리치는 듯한 느낌, 열대야가 시작됐지만 피부를 파고드는 차가운 기운. 그동안 잘 피해 다녔지만 여기까지란 생각이 스쳤습니다. 있는 약 없는 약을 마구 입에 넣고 전기장판을 켜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목 천장을 정으로 깨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습니다.이틀 후 조금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봤습니다. 누구한테 옮았을까. 여러 명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범인’을 지목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다시 복기하다 결국 문제는 스스로에게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업무적 스트레스로 정신적·육체적으로 정상이 아닌 시간이 몇 달간 지속됐기 때문입니다.왜 코로나19와 싸우는 데 면역이 중요하다고 하는지 절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킵니다. 물론 코르티솔도 진화의 산물입니다. 초원에서 맹수를 만나는 등 위험에 처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으면 흘러나오는 조기 경보 시스템입니다. 빠르게 도망칠 수 있게 만들어 주지요. 그래서 위협이 사라지면 함께 없어집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코르티솔은 계속 몸 안에 남아 있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계속 받는다는 얘기는 맹수를 만나 도망갈 준비를 하는 비정상적인 상태로 매일 생활을 하는 셈입니다.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뇌가 그리 똑똑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가 순식간에 반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에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기능을 꺼버립니다. 그때 꺼버리는 기능 중

    2022.08.01 06:00:12

    [EDITOR's LETTER] 금의 배신과 연금술사들이 남긴 메시지
  • [EDITOR's LETTER] 관행을 퇴행으로 만들어버린 1000만 주주 시대

    [EDITOR's LETTER]지난 2년간 세계 주식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학개미운동’은 1000만 주주 시대를 열었고 메타버스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새로운 메가트렌드도 등장했습니다. 올 들어 시장은 차분해졌습니다.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폭풍같은 2년의 시간을 보낸 한국의 주식 시장과 자본 시장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의문을 더하게 만든 사건도 있었습니다. 물적 분할 후 재상장 논란, 스톡옵션 매각,  횡령 사건 등이었습니다. 침체된 공모·사모펀드 시장, 정권 말기 감독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 등도 코로나19 사태를 거친 한국의 자본 시장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의문을 풀 단초라도 찾기 위해 시장 최일선에서 증권사·운용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국내 48개 증권사, 자산 운용사 대표들이 생각하는 한국 주식 시장의 문제점을 다뤘습니다.키워드는 신뢰였습니다. 투자자들은 기업과 증권사, 자산 운용사를 믿지 못하고 증권사는 기업의 주주 정책을 불신하고, 시장은 당국을 신뢰하지 못하는 한국 자본 시장. 그들의 평가는 차가웠습니다. 이 시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기업이라는 게 또 하나의 결론이었습니다.기업들은 1000만 주주 시대가 의미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 기업 분할과 합병 과정에서 소액 주주들의 이익은 뒷전이었습니다. 소액 주주들은 아무 말 안 했습니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어도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

    2022.04.23 06:00:15

    [EDITOR's LETTER] 관행을 퇴행으로 만들어버린 1000만 주주 시대
  • [EDITOR's LETTER]프로야구 40년, 야구의 쓸모와 정치의 무쓸모

    [EDITOR's LETTER]“통념을 버려야 혁명이 산다.”보스턴컨설팅 설립자 브루스 핸더슨이 한 말입니다. 그는 군사 용어였던 전략을 경영의 무대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의 말대로 경영 혁신의 역사는 통념을 깬 혁명의 역사였습니다. 자동차의 엔진이라는 통념을 버린 테슬라는 시대의 아이콘이 됐습니다.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창조는 그냥 여러 가지 요소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휴대전화, 카메라, MP3 플레이어, 앱스토어, 따로 쓰는 게 당연했던 것들을 하나로 연결해 아이폰을 내놓았습니다. 요소는 식상했지만 결합은 새로웠습니다. 그는 비즈니스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삼성전자 세탁기의 작은 실패는 통념에 얽매인 결과였습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자 개발팀은 1인용 세탁기를 개발했습니다. 작은 세탁기였습니다. 잘 팔릴 리가 없었습니다. 데이터 전문가들이 나중에 파악한 것은 혼자 사는 사람들은 주말에 빨래를 몰아서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들도 큰 용량의 세탁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파악한 것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1인 가구, 빨래와 관련된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였습니다.통념을 깬 전략으로 기존의 판을 뒤흔든 대표적 사례는 야구에도 있습니다. 1980년대 빌 제임스라는 야구광은 ‘야구 개요서’라는 책자를 냈습니다. 그는 방대한 선수들의 기록(요즘말로 하면 빅데이터)을 분석해 좋은 타자의 요건을 새롭게 정리했습니다. “가끔 홈런을 치는 타자보다 자주 볼넷을 얻는 타자가 더 좋은 선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직감으로 스타가 될 가능성 있는 홈런 타자를 찾아다니던 스카우터들에겐 재앙과 같은

    2022.04.16 09:06:07

    [EDITOR's LETTER]프로야구 40년, 야구의 쓸모와 정치의 무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