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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2023년 세계 경제 되돌아보니[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계묘년(癸卯年) 2023년 세계경제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매분기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반복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대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가 예언했던 ‘초불확실성 시대가 어떤 것인가’의 진면목을 보여줬기 때문이다.비관적 출발로 시작한 2023년연초 출발은 부(否)와 침(沈)이었다. 미‧중 경제패권 마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끝나지 않은 코로나 사태, 중남미 핑크 타이드 물결 등 2022년에서 넘어온 과제가 워낙 무거웠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경기를 보는 눈도 ‘대침체론(great recession)’, ‘더 큰 위기론(greater crisis)’ 등이 거론될 만큼 비관적이었다. 지난 3월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에서 비롯된 미국의 은행위기까지 겹치면서 세계경제를 더 어둡게 했다. 모든 위기가 유동성 위기, 시스템 위기, 실물경기 위기 순으로 전개되는 과정에서 조 바이든 정부는 시스템 위기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런 노력이 무산될 경우 제2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 있는 극한 상황까지 몰렸었다. 바이든 정부의 초기 대응은 리먼 사태 때 버락 오바마 정부와는 달랐다. 최대 과제인 시스템 위기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동성부터 풀었다. 구제금융으로 도덕적 해이를 낳았던 리먼 사태의 교훈을 살려 자기 책임의 원칙도 철저히 지켰다. 예금자는 확실히 보호해 추가 인출을 방지하는 대신 책임져야 할 금융사는 조기에 파산시켰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는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 중국은 국채를 내다 팔아 미국의 돈줄을 더 조였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속도는 의외
2023.12.10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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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와 외국인 자금 이탈, 도식적 이분법 개선해야[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매도 금지조치를 추진한 지 3주가 지났다. 대부분 국내 증권가는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할 것으로 평가했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에서 퇴출당하고 국가신용등급 조정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했다.증권사 예상 빗나간 공매도 금지증권사 평가는 빗나갔다. 가장 우려했던 외국인 자금은 오히려 3조원 이상 들어왔다. 유입 속도로 본다면 올 들어 가장 빨랐던 지난 5월 중순 이후 2주간에 견줄 만한 정도다. 원천별로도 달러계 자금뿐만 아니라 유럽계 자금, 그리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주춤했던 아랍계 자금까지 들어왔다. 외국인 자금 대거 유입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안정되고 있다. 공매도 금지조치 추진 직전 추락하던 코스피지수는 2500선이 넘었다. 급등할 것으로 봤던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이 붕괴되면서 1280원대까지 하락했다. 원‧엔 환율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850원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종전의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외국인 자금이 반드시 이탈된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 때(2008년 8월∼2009년 5월)는 4조1000억원이 유입된 반면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때(2001년 8∼9월)는 1조5000원이 이탈됐다. 코로나19 사태 때(2020년 3월∼2021년 5월)는 22조1000억원이 이탈됐지만 폴트폴리오 지위가 같은 국가에 비해 특별히 많지 않았다. 크게 당황한 일부 국내 증권사가 앞으로 서든 스톱이 발생할 것이라고 한술 더 뜬다. 잘 들어오던 외국인 자금이 어느 순간에 이탈되는 서든 스톱은 공매도 금지와 같은 제도적 요인보다 펀더멘털 여건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 성
2023.11.26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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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원년이 될 2024년…복합 불황 빠질까[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세계 인구는 20세기 이후 120년 동안 지속돼 온 팽창 시대가 마무리되고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돌이킬 수 없는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앞으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커다란 변화(big change)를 몰고 올 것”이라는 보고서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인구절벽, 인플레이션 발생으로최근 세계 인구절벽 논쟁에 중심에 서 있는 국가가 중국과 한국이다. 매 10년마다 조사하는 중국의 인구센서스 통계 발표를 앞두고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가 2년 전부터 “감소됐다”는 보도에 중국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해 오고 있지만 2024년을 목전에 두고 사실로 드러났다. 중국의 인구 증감은 세계 노동시장에 중요한 변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글로벌화와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저개발국 등 제도권 밖에 머물던 노동력 공급이 정체되는 또 다른 ‘루이스 전환점’을 맞아 중국의 인구 증감은 세계 노동력과 임금 수준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방화를 표방한 이후 세계경제는 중국 인구와의 최적 조합인 ‘스위트 스폿(sweet spot)’ 기간을 누려왔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가 세계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던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고성장-저물가’라는 종전의 경제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경제’ 국면이 나타났다. 특히 미국 경제는 19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이후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 혁명과 함께 값싼 중국 인구의 유입으로 신경제 신화를 톡톡히 누렸다. 1980년대 초 2차 오일쇼크로 닥친 스태그플레이션을 래퍼 곡선을 토대로 한 세금 감면
2023.11.12 0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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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 변화는[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본격적인 예측 시즌이 돌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 3대 예측기관이 내년 세계경제 전망보고서를 발표했다. 엔데믹의 실질적인 첫해가 될 내년에 세계경제는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보다 또 다른 디스토피아 문제로 커다란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지경학적 위험 최고조로올해만큼 이상기후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체감한 적도 없다. 홍수, 가뭄, 산불, 태풍, 쓰나미 등이 ‘대(大‧great)’가 붙어야 할 정도다. 슈퍼 엘리뇨의 위력이 발생 2년 차에 더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접두어를 한 단계 격상시켜 ‘초(超‧hyper)’ 자를 붙여도 부족할지 모른다는 경고가 유난히 눈에 띈다. 지경학적 위험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처럼 안보와 경제 간 분리가 어려울 때는 지정학적 위험보다 지경학적 위험이 더 중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 이어 내년에는 한국이 속한 동북아 지역에서 지경학적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각종 선거가 많이 잡혀 있는 내년에는 정치적 거버넌스 문제가 세계와 각국 경제에 의외로 큰 복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더 우려되는 것은 체제와 관계없이 최고통수권자의 장기 집권 야망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이 문제가 국수주의로 흐르고 있어 이미 여야 간 극한 대립이 경제에 부담되고 있는 우리에게는 체감적으로 와닿는 지적이다. 국제통상 환경도 국가 간 관세와 비관세 장벽 철폐를 통해 시장개방을 추구하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유사 입장국(like minded country) 간 협력과 연대에 맞추는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나 경
2023.10.29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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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高 현상에 완충능력 취약한 한국 경제, 해법은[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한국 경제가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유가 상승발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난 7월 중순 이후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불과 2개월 반 만에 110bp(1bp=0.01%p) 급등했다. 같은 기간 중 코스피 지수는 10%, 코스닥 지수는 15% 넘게 급락해 그 폭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 특정국 경제가 3고 현상과 같은 대외가격변수에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지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개발한 금융스트레스지수(FSI‧Financial Stress Index)로 파악한다. 물리학의 피로도 개념을 응용한 FSI의 핵심은 완충 능력에 있다. 한국 경제가 3고 현상에 취약하다는 것은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완충장치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완충장치 없는 한국 경제첫째, 경제주체를 가릴 것 없이 부채가 너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108.1%, 기업부채는 124.1%로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더 우려되는 것은 국내 금융사들이 마치 유행처럼 해외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급증한 달러 레버리지 부채다. 이달부터 만기가 집중적인 시기에 고금리와 맞물리면서 ‘수요 파괴’까지 일고 있다. 이 현상이 나타날 때는 리스케줄링과 투자자산 처분이 어렵고 처분하더라도 국내 금융사처럼 중후순위로 밀려난 조건에서는 회수하기가 어렵다. 둘째, 펀더멘털 면에서는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될 정도로 약하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아시아 4룡 가운데 마지막 남은 대만에 추월당했다. 단순생산함수(Y=f(L,K,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추정한 중장기 성장기반은 더 취약하다. 노동 섹터는 ‘저출산‧고령화’, 자본 섹터는 해외 위주의 신규
2023.10.18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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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정상 회담으로 보는 북한 돈과 채권 투자[한상춘의 국제 경제 심층 분석]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 회담이 끝났다. ‘무기 거래 협상’이라는 직접적인 목적이 있었지만 초청했던 푸틴 대통령보다 초청받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둘렀던 것은 날로 악화되는 경제로 최고조의 이른 북한 인민들의 불만을 돌리기 위한 목적도 강했다는 것이 서방 측의 시각이다. 북한 경제는 농업·광업 등 1차 산업에 좌우되는 천수답(天水畓)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고착화되는 추세다. 한때 기상 조건이 좋아 이례적으로 풍작을 기록했던 해도 있었지만 극심한 가뭄 피해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경제의 앞날은 지금보다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시장 경제 도입 등의 획기적인 개혁 조치가 없으면 북한 경제가 살아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공포 정치로 치닫고 있는 김정은 체제도 조만간 붕괴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의 움직임이 더 주목되는 상황이다.북한의 전략, 죄수의 딜레마북한이 경제 사정에 따라 남한과의 관계를 모색할 때 전통적인 게임 이론의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를 가장 잘 활용한다. 다른 참가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 최대 이익이 되는 경우의 수를 선택하면 최악의 게임 결과(pay off)를 낳는 것이 이 법칙의 골자다. 이미 북한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각종 국제 사회 지원 등이 중단돼 경제 고립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진 지 오래됐다. 남북한 간의 관계 진전이 있을 때마다 간헐적으
2023.10.07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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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잭슨홀 발언으로 본 주가·환율 시나리오[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미국 와이오밍 주 작은 휴양 도시에서 열렸던 ‘2023 잭슨홀 미팅’이 끝났다. 금리 변경 적정성 평가, 중립 금리 추정, 물가 목표치 상향 등 새로운 통화 정책을 모색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를 놓고 세계적인 석학과 각국 중앙은행 총재 간에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에 더 집중됐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발언을 여름휴가철 이후 Fed의 통화 정책 방향과 관련해 의미가 큰 것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단골 주제인 경제 전망은 “경기가 괜찮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수치는 9월 전망으로 넘겼다. 양대 책무와 관련해 고용 시장은 “건전하다”는 종전의 방침을 반복했고 물가 안정 문제는 말을 아꼈다.금리 변경 방향에 대한 3가지 시나리오시장 참여자가 바라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여부는 어떤 신호를 주지 못함에 따라 금리 변경 방향과 증시 앞날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나오고 있다. 1년 전에는 파월 의장의 강한 매파 발언으로 1%포인트 금리 인상안이 부각되면서 9월 Fed 회의 때까지 다우존스지수가 400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잭슨홀 악몽’이 나타났다. Fed와 파월 의장의 의향을 알 수 있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잭슨홀 발언을 토대로 올해 9월 Fed 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는 방안은 세 가지다. 1안은 금리 0.5%포인트 인상과 양적 긴축(QT) 475억 달러, 2안은 금리 0.25%포인트 인상과 QT 475억 달러, 3안은 금리 동결과 QT 475억 달러 혹은 폐지하는 시나리오다. 9월 19일부터 양일간 열리는 Fed 회의까지 최악 시나리오인 1안이 부각되면 올해 잭슨홀 악몽은 1년 전보다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3.09.02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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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잭슨홀 미팅, 어느 해보다 주목받는 이유는[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8월 24일부터 이들 동안 미국 와이오밍 주에 속한 작은 휴양 도시에서 열릴 ‘2023 잭슨홀 미팅’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엔데믹(주기적 유행) 시대를 맞아 각종 기준금리 체계에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잭슨홀 미팅 결과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변화하는 각종 기준금리 체계가장 큰 변화는 1960년대 중반 이후 국제 조달 시장에서 기준금리로 활용해 온 런던 시중은행 간 금리, 즉 ‘리보 금리(LIBOR : London Inter Bank Overnight Rate)가 올해 6월 말부터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금융 위기 이후 각종 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기준금리의 생명인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사국인 영국이 리보 금리 퇴출을 결정한 이후 영국 잉글랜드은행(BOE), 미국 중앙은행(Fed)을 중심으로 리보 금리를 대체할 새로운 기준금리를 연구해 왔다. Fed가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담보부 조달 금리(SOFR : 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다. 산출 방식은 시장 참여자의 실제 거래 금액을 감안한 중간 금리라는 점은 리보 금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SOFR은 무담보인 리보 금리와 달리 담보부 금리인 데다 익일물 확정 금리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하루 평균 거래 금액도 최소 8000억 달러가 넘어 5억 달러에도 못 미친 리보 금리와 커다란 차이가 난다. 리보 금리가 문제가 됐던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기준금리의 생명인 신뢰를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리보 금리와 함께 또 하나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 Federal Fund Rate)도 ‘익일 환매 금리(ON RRP : Overnight Repurchase Agreement)’로 대체될 확률이 높다. 2015년부터 보조 지표로 삼아 검토해
2023.08.20 0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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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앙은행 금리 인상 후유증, 상업용 부동산 부실[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2021년 4월 이후 전 세계인에게 고통을 줬던 인플레이션이 각국 중앙은행의 통제권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과 근원 CPI 상승률은 각각 3%, 4.8%로 크게 둔화했다. 같은 달 한국의 CPI 상승률은 2.7%로 3% 밑으로 떨어졌다.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물가 지표에 대한 재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 중요한 잣대로 삼는 근원 CPI 상승률은 유럽 방식으로 귀속 임대료(OER : Owner’s Equivalent Rent)를 빼 재산출하면 2.3%로 더 떨어진다. 더 이상 금리 인상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OER은 자가 소유자가 내지 않는 상상 속의 임대료를 말한다.물가 안정, 금리 인상 효과? “No!”궁금한 것은 물가가 안정되는 것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효과라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노(No)’다. 작년 3월 Fed가 처음 금리를 올린 이후 4개월이 지난 때부터 물가가 안정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명확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Fed가 추정하는 통화 정책 시차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9개월이기 때문이다. 물가 하락 속도도 너무 빠르다. 미국의 CPI 상승률은 불과 1년 만에 9.1%에서 3.0%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지난 20년 동안 저금리 시대가 지속돼 통화 정책 전달 경로상 금리 변화와 총수요 간의 관계가 비탄력적인 유동성 함정에 처한 여건에서는 금리 인상이 물가를 빠르게 떨어뜨릴 수 없다. 다른 요인이 결부돼 있다. 2년 전 물가 문제가 불거질 당시 미국 경기가 좋은 때는 아니었다. 전례가 없었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공급망 차질 등이 발생하면서 각종 공급 비용이 급증한 것이 물가를 부추긴 요인이다. 금리 인상은 경기 과열로 물가가
2023.08.05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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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의 스테이블 코인 발언…코인 투자자, 쨍하고 해뜨나[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테라·루나 사건 등으로 난타당했던 코인 투자자들이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비트코인에 대해 스테이블 코인, 즉 화폐 기능을 인정한 말 한마디에 ‘쨍하고 해 뜰 날이 다시 올 것인지’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성급한 코인 투자자들을 위해 과연 비트코인이 파월 의장의 발언대로 스테이블 코인이 될 수 있는지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페트로’로 짚어보는 가상자산5년 전 정부 주도의 첫 가상자산이 나와 지금처럼 코인 투자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 적이 있었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라 정부가 발행했던 ‘페트로(petro)’다. 총 물량은 1억 개로, 1페트로의 가치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1배럴 가격에 연동해 60달러다. 계획했던 물량이 다 팔렸다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6조5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목적은 디폴트 타개다. 고유가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에게 무상 원조’라는 비현실적인 ‘차베스‧마두라 구상’이 국제 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경제를 파탄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법정 화폐인 볼리비아화가 휴지가 된 여건에서 이를 바탕으로 한 디폴트 타개책은 백약이 무효가 될 수밖에 없었다.베네수엘라 경제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빠졌다. 특히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차베스에 이어 마두라 시대에도 하이퍼 인플레이션 국면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경제고통지수(실업률+소비자 물가상승률)가 더는 견디지 못할 만큼 치솟자 조국을 등지고 콜롬비아·칠레·브라질 등 인접국으로 떠난 국민이 30%가 넘는다.성공 여부를 떠나 페트로는 화폐 발행 역사상 큰 의미가 있다. 정부 주도의 첫 가상자산이라는 점이다. 페트로 발행
2023.07.23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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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中 경제 정점론…탈출하라, ‘알타시아’로[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피크 아웃 차이나(peak out china).”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가 5월 생산자 물가, 소매 판매, 산업 생산, 고정 자산, 부동산 등 대부분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게 발표된 이후 곧바로 나온 중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다.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중국 경제 정점론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이다. 타이타닉호가 암초를 만난 위급한 상황에서 선장의 판단 미스가 침몰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됐던 것처럼 위기 국면에 놓여 있는 중국 경제가 시 주석이 제대로 조정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첫째, 2년 전 시 주석은 자신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부터 해결하지 못했다. 1921년 설립된 중국 공산당은 100년이 되는 2021년 인민 모두가 평등하게 잘사는 ‘샤오캉’ 사회를 구축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10년 전에 취임했던 시 주석은 그 어느 것보다 이 과제를 마무리하는 것이 최대 임무였다.하지만 집권 이후 중산층이 무너져 인구 피라미드상 밑바닥에 해당하는 빈곤층(BOP)이 두터워지고 이 계층에 속하는 인민들이 느끼는 경제고통지수는 공산당 창당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시 주석은 샤오캉 사회 구축 실패에 따른 반성조차 없어 오히려 작년 10월 절대 군주에 해당하는 ‘영수’에 등극했다.둘째, 목표 성장률을 연속해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계획 경제에서 목표 성장률 달성 여부는 최고 통수권자의 능력 평가에 직결된다. 지난 1분기 성장률 4.5%를 놓고 중국 내부적으로는 예상 선인 4%를 웃돈 것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 시각은 목표 성장률 하단
2023.07.08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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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시대,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지난 3년 4개월 동안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준 코로나19 사태가 공식적으로는 마감됐다. 지난 5월 유엔이 코로나19 방역 체제 해제를 선언한 데 이어 한국도 6월부터 동참했기 때문이다. 모든 예측 기관은 엔데믹(주기적 유행) 시대에도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엔데믹에도 어려운 경제 상황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하나는 코로나19 사태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채 엔데믹 시대를 맞는 ‘미완성에 따른 두려움’이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입증됐듯이 엔데믹 시대에도 ‘혼돈 속에 대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앞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놓지 못한 것에 따른 우려가 겹치고 있다.엔데믹 시대에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는 환경 면에서는 ‘뉴 노멀’에서 ‘뉴 앱노멀’, 위험 관리 면에서 ‘불확실성’에서 ‘초불확실성’으로 한 단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 앱노멀‧초불확실성 시대가 무서운 것은 어느날 갑자기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경고한 초거대 위협(mega threats)’이 닥친다는 점이다. 엔데믹 시대를 맞은 지난 한 달 동안 세계 경제는 ‘속이 꽉 찬 버거(solid burger)’가 아니라 ‘속이 빈 버거(nothing burger)’가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형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 질서를 주도해 온 국제기구와 국제 규범이 남아 있더라도 실질적인 역할과 구속력은 더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채워줄 새로운 국제기구와 국제 규범이 태동될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이 경제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화합’보다 ‘편 가르기’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최악의 경우 무정
2023.06.26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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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을 맞는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하반기를 앞두고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지난 3년 4개월 동안 세계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몰고 왔던 코로나19 시대는 마감됐다. 세계 경제 질서를 주도할 미국과 중국 관계는 지난 5월 같은 시기에 열렸던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와 중국‧중앙아시아 간 회담을 계기로 ‘디커플링(decoupling : 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 : 위험 축소)’으로 바뀔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미·중 관계, 좋아질 수 있을까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의 실체는 게임 이론을 통해 보면 명확해진다. 각국 간 관계를 조명할 때 자주 활용되는 이 이론은 참가국 간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판가름 나는 ‘노이먼·내시식 게임’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섀플리·로스식 게임’으로 나뉜다. 디커플링은 이기적 게임인 전자에, 디리스킹은 공생적 게임인 후자에 해당한다.1970년대 들어서자마자 ‘핑퐁 외교’로 상징되는 미‧중 간 관계는 ‘커플링(coupling : 동조화)’에서 출발했다. 5월 27일 100세를 맞은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끌어 냈다. 닉슨의 방문 이후 베트남 종전이 선언된 데 이어 1979년 미‧중 간 국교가 수립됐다.국교 수립 이후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하기 직전까지 미‧중 간 관계는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변된다. 1989년 존 윌리엄슨 미국 정치·경제학자에 의해 만들어진 이 개념은 중국을 포함한 비서구 국가를 글로벌화와 시장 경제에 편입시켜 궁극적으로 미국의 세력 확장을 위한 전략을 말한다.미국과의 국교 수립 이후 중국의 대외 경제 정책 기조인 ‘도광양회(韜光養晦 :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워싱턴 컨
2023.06.10 0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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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시대 세계 경제, 어떻게 될까[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지난 3년 4개월 동안 모든 세계인에게 커다란 충격을 준 코로나19 방역 체제를 해제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한국 정부도 6월부터 WHO의 조치에 따른다고 발표했다. 엄격히 따진다면 앞으로는 코로나19와 같이 가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코로나19 끝나도 계속될 패권 다툼디스토피아 위기의 첫 사례인 코로나19 사태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종전에 생각할 수 없었던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말을 빌린다면 ‘초거대 위협(mega threats)’을 초래했다. 엔데믹(주기적 유행) 시대에 접어들더라도 코로나19 사태로 나타난 뉴 앱노멀 현상은 앞으로 더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그 어느 분야보다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세계 경제 질서는 각국 간 관계가 ‘이미 신냉전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 더 심해지는 추세다. 경제 분야에서 시작된 양국 간 패권 다툼은 이제는 정치·군사·문화·인종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중층적 성격을 띠고 있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양국 간 패권 다툼이 동맹국과의 편 가르기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엔데믹 시대에 더 주목해야 할 변수다. 미국은 전통적인 동맹국뿐만 아니라 인도·한국 등 지정학적 요충지를 축으로 하는 새로운 협력 프레임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도 사회주의 국가와 브릭스 국가를 중심으로 한 반미 프레임 구축에 분주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경제를 한순간에 ‘원시형 구조’로 바꿔 놓았다. 원시형 경제는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절벽형’, 선점 여부가 중요한 ‘화전인식’, 하늘만 쳐다보는 ‘천우신조형’,
2023.05.31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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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대관식 끝났다…영국의 앞날은[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영국 국왕 대관식은 영연방 국가들의 충성 의무를 재확인하는 축제 기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찰스 3세 대관식 직전에 영연방의 대부 격인 호주의 대반란, 즉 자국 국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5호주 달러에 찰스 3세의 문양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과연 영연방 형태로 남은 대영 제국은 어떻게 될까.런던의 위상, 대륙의 변방 금융지로영연방의 태동은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 경제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갈 조짐을 보이자 옛 영화를 부활시키기 위해 ‘하나의 유럽 구상’이 나왔지만 출발부터 시련이 닥쳤다.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 영국과 이를 반대하는 대륙 간의 역사적 앙금이 재발했기 때문이다.독일의 제1차 세계대전 책임과 미국 경제의 대공황 시작으로 해가 지지 않는 대영 제국의 영화를 되찾는 분위기가 성숙되면서 1931년 영연방이 태동했다. 다른 지역 블록과 달리 느슨한 형태의 영연방은 현재 참가국 52개국, 인구 25억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지역 협의체다. 주요 20개국(G20)과 비슷하게 운용된다.영연방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잠시 전성기를 누리다가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뒷전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빨리 쇠퇴한 곳은 경제 분야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양대 축으로 한 세계 경제 질서가 정착되면서 영연방 국가의 탈퇴 조짐까지 일기 시작했다.위기의식을 느낀 영국은 1973년 뒤늦게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두 차례 대전으로 구체화되지 못했던 하나의 유럽 구상은 1957년 로마조약을 기점으로 EU로 재출범한 이후 순조롭게 성장했다
2023.05.15 06: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