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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수인데 치킨 먹어도 되나요?” [2호선 수필집]

    [한경잡앤조이=백윤희 매니저] “백수인데 치킨 먹어도 되나요? 돈도 못 버는데.” 실제로 들었던 말이다. 이런 말은 들을 때마다 마른오징어 불에 오그라들듯이 가슴이 찌릿하다. 후다닥 달려가 “진짜 괜찮으니 걱정 그만하고 치킨 먹은 다음에 산책도 다녀오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괜찮다’라는 말을 생각해보자. 나는 백수 생활이 길어지면서 뭐든 다 안 괜찮다고 결론 내릴 때가 많았다. ‘교촌 허니콤보 먹고 싶은데 백수가 한 끼로 2만 원을? 머리 자르고 싶은데 백수가 감히 미용실을? 청바지를 사고 싶은데 백수가 옷을 사? 올리브영 갔더니 3CE 틴트 너무 예쁜데 백수가 무슨 화장품?’ 이런 흐름이었다. 평소 마인드가 ‘가는 데 순서 없다’ 인데도 3개월 이상 백수로 지내면서 저렇게 바뀌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합리화하고 타협하면서 살긴 했다. 가끔(집에 아무도 없을 때) 치킨도 시켜 먹고, (편의점 택배함으로 주문해 몰래 가져오는 식으로)야금야금 옷도 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존감 깎아 내려가면서 타협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다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장담컨대 가끔 한 끼로 2만 원 쓴다고 해도 될 게 안 되진 않았을 거란 말이다. “지금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으면 2만 원이나 쓰는 거네, 구직지원금으로 통신비랑 교통비 내야 하는데 식비로 2만 원을 쓴다니, 백수 주제에 사치 아닌가, 만약에 내가 한 달에 200만 원 벌면 월급의 1%나 쓰는 거네, 근데 난 월급 받을 회사도 없지, 진짜 무능력하다” 이렇게 걱정의 흐름을 계속 따라가지 말자. 걱정은 삶의 동반자다. 그러니 최대한 짧게 하고 그다음을 생각

    2022.03.18 09:40:42

    “백수인데 치킨 먹어도 되나요?” [2호선 수필집]
  • 1년에 1인턴 하면서 3년 간 반백수로 보낸 나 [2호선 수필집]

    [한경잡앤조이=백윤희 매니저] 말 그대로 1년에 한 회사에서만 인턴 하기를 거의 3년 동안 했다. 첫 인턴은 5개월 체험형 인턴이었다. 체험형은 계약한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회사를 나와야 하는 제도다. 하지만 대학교를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에게 어울리는 인턴이라는 신분으로 5개월이나 일한다는 점이 첫 번째, 인턴과 공부를 병행하고 정규직 자리도 틈틈이 지원하는 갓생(God(신)+生, 훌륭한 삶)을 살며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겠지’가 두 번째 생각이었다.이렇게 내 첫 사회생활, 커리어 패스 시발점이 생겼다. 이 체험형 인턴이 끝나고 이듬해 다른 분야에서도 일해보고 싶어 커머스에서 3개월 간 인턴으로 근무했다. 그리고 이어 인턴사원으로 들어 간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1년에 n개월씩만 일하며 3년간 반백수 혹은 그냥 장기 백수 생활을 했다. 백수 첫 해에는 2월에 졸업하고, 6월에 시작한 인턴이 11월에 끝났는데 ‘한 달이면 취업하겠지’, ‘졸업한 해에 취업하는 거면 나쁘지 않다’는 위안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 6개월을 쉬었다. 솔직히 말하면 열심히 살지 않았다. 취업 준비생이라는 3년의 기간 동안 지원한 회사 42개, 서류합격 6개, 최종 합격 3곳이 끝이다. 최종 합격 중 정규직 채용은 한 번도 없다. 그 와중에 철칙은 또 있어서 정말 가고 싶은 회사나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지원하지 않았다.첫 인턴이 끝난 후 무료 취업 컨설팅을 받은 적 있는데 상담사가 하루에 몇 군데에 지원하느냐고 물었다. 난 그런 게 정해져 있어야 하냐고 답했다. 일주일에 최소 10개 공고에는 지원해야 한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셔서 알았다고 했다. 가고 싶

    2022.02.28 09:25:59

    1년에 1인턴 하면서 3년 간 반백수로 보낸 나 [2호선 수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