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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일자리 28만 개 늘었는데 20대는 줄었다
지난해 4분기 60대 이상 노인 일자리가 28만 개 늘어날 때 20대 이하 청년 일자리는 3만 6000개 줄었다. 임근근로 일자리 증가 폭은 3개 분기 연속 둔화했다.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4분기(11월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수는 2045만 60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49만 1000개 증가했다. 산업별로 보면 건설업 일자리가 12만 1000개로 가장 많이 늘었고, 보건·사회복지(7만 8000개), 제조업(7만 2000개) 일자리가 그 뒤를 이었다.다만 일자리 수 증가세는 잦아들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5만 2000개 늘어 2018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후 증가 폭은 62만 8000개(2분기), 59만 7000개(3분기)로 둔화했고, 지난해 4분기에는 49만 1000개에 그쳤다.증가한 일자리 57.8%가 60대 이상 노인 일자리였다. 지난해 4분기 60대 이상 일자리 수는 28만 4000개 늘어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이 증가했다. 보건·사회복지 일자리가 6만 개 추가됐고 건설업과 제조업 일자리는 각각 5만 6000개, 5만 개 늘었다.반면 20대 이하 일자리 수는 3만 6000개 감소했다.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일자리 수가 줄어든 것이다. 산업별로는 도소매 일자리가 2만 2000개 줄었고 사업·임대, 공공행정 일자리도 각각 1만 6000개, 1만 개 감소했다.기업체 소멸이나 사업축소로 사라진 소멸 일자리는 222만5000개였다. 퇴직이나 이직으로 근로자가 대체된 일자리는 356만4000개(17.4%), 기업체 생성 또는 사업 확장으로 생긴 신규 일자리는 271만7000개(13.3%)였다.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2023.05.26 13: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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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미국 디폴트 우려에 긴장하는데 정쟁에 바쁜 美 [정인교의 경제 돋보기]
[경제 돋보기] 미국의 연방 정부 부채 증액 협상 타결 불발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1주일 앞으로 다가온 해외 순방 일정을 전격 변경했다. 당초 5월 19~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세계 주요 선진국(G7)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바로 파퓨아뉴기니와 호주를 방문하기로 했다. 특히 호주에서는 중국 견제 목적으로 결성한 쿼드(미국·호주·일본·인도) 정상회의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G7 정상회의 기간 중에 잠깐이라도 틈을 내 쿼드 정상회의를 대신 여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지만 그만큼 미국 내 사정이 다급하다. 미국의 연방 정부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미 의회는 부채 한도를 정하고 한도 내에서 정부의 국채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은 행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고 있지만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현재 31조4000억 달러인 부채 한도 증액에는 동의하지만 정부 지출 삭감이라는 조건을 붙이고 있다. 즉 재정 개혁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하원 케빈 매카시 의장 간에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재정 적자에도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공화당은 시장 기능을 중시하면서 현재의 재정 적자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고 ‘공짜 점심’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디폴트가 발생하면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미국 경제와 국민이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매카시 의장은 연방 정부 부채가 이미 국민총생산(GDP)의 120%로 높고 정부 지출을 당장 줄이지 않으면 얼마 되지 않아
2023.05.20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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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자가 최소 연 97%…아르헨티나에 무슨 일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살인적인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97%로 인상한다. 과도한 무상복지와 포퓰리즘 정책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8.8% 오르며 199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이 겉잡을 수 없이 치솟자 정부가 초강수를 두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15일 기준금리를 97%로 6%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3월에 한 번, 4월에는 두 번 올렸지만 치솟는 물가는 잡히지 않는 상황에 다시 한 번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아르헨티나는 코로나19 이후 국민에게 현금 지급을 포함해 각종 보조금과 복지를 늘렸고, 세금은 낮췄다. 재정 적자는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내며 막았다. 시중에 막대한 돈이 풀리자 부작용으로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는 급락하고, 물가는 살인적으로 치솟았다. 정부 재정이 악화한 가운데, 가뭄으로 주요 곡물 생산이 크게 줄었다.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에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쳤다. 역대급 가뭄으로 대두 생산량이 23년 만에 최저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례적으로 무관세 식품 수입을 허용하기도 했다. 식료품을 중심으로 물가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아르헨티나가 10번째 국가부도, 디폴트 상황에 직면했다고 본다. 물가와 환율 잡기에 모두 실패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달러 보유량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 결제 확대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리인상과 외환개입이 상황을 더 악화 시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캐나다 싱크탱크 CIGI에서 근무하는 전 아르헨티나 외
2023.05.19 14: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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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올해 경제성장률 1.8→1.5% 하향...반도체 수출 부진 영향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내다봤다. 올 2월 1.8%의 전망치를 내놓은 데서 3개월 만에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반도체 경기 악화로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11일 KDI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3~2024년 국내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가 이번에 발표한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정부, 한국은행이 내놓은 1.6%보다 낮은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내놓은 전망치 1.5%와는 동일하다. 앞서 KDI는 지난해 5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가 올 2월 전망치를 1.8%로 내려 잡은 바 있다. KDI가 전망치를 낮춘 주요인으로는 반도체 경기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로 이날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는 전년 대비 10.1% 줄었으며, 그중에서도 반도체는 29.4%가 감소했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경제가 정상화되는 시점은 내년 말께는 돼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KDI는 "우리 경제는 올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위축되며 1.5% 성장한 후 내년 대외수요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세 확대로 2.3% 성장할 전망이다"라며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의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경기 부진에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KDI는 수출 부진으로 인해 상반기 0.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1.1%)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하반기에는 중국 경제 회복과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2.1%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정규철 KDI
2023.05.11 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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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위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재정 준칙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경제 돋보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을 주도하던 반도체 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상 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예상보다 중국 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미약하고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감소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4월 28일 발표한 ‘3월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1분기 국세 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세수 감소 규모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요 세수원이랄 수 있는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가 모두 20% 넘게 급감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소득세가 20.1% 줄었고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도 각각 21.9%와 25.4%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2021년도 하반기 유예됐던 세금이 작년 1분기에 납부됐기 때문에 기저 효과를 고려하면 실질적 감소는 14조원 정도에 그친다고 볼 수 있지만 4월부터 연말까지 2022년과 같은 세수를 예상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편성한 예산에 비해 29조원 가까이 부족하게 된다. 특히 하반기 경기가 전망과 달리 좋아지지 않는다면 세수 결손이 훨씬 심각해진다. 정부가 발표한 ‘2022 회계연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채무를 합한 국가 채무는 1067조7000억원을 기록해 최초로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관리 재정 수지도 마이너스 117조원으로 역대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다. 국가가 미래에 지불해야 할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잠재적 부채를 고려한 국가 부채는 2326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0조9000억원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 채무
2023.05.08 06: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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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질서 속 유럽의 선택 [강문성의 경제 돋보기]
[경제 돋보기] 1989년 경제학자 존 윌리엄슨은 경제 개발의 시장 주도적 정책 제언을 지칭하는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라는 용어를 처음 주장했다. ‘워싱턴’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연방정부 등이 모두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기관들이 명시적으로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신흥 경제 국가가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정책 제언 10가지를 윌리엄슨이 모아 이를 ‘워싱턴 합의’라고 지칭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 제언에는 재정 준칙, 공공 지출의 재조정, 세금 개혁, 금융 자유화, 단일 경쟁 환율 정책, 무역 자유화, 외국인 직접 투자(FDI) 개방, 민영화, 규제 완화, 재산권 보호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제언에 대해 학계는 격렬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의장을 역임한 스탠리 피셔, 앨런 멜저 카네기멜론대 교수 등은 이러한 아이디어에 대체로 찬성했지만 루디 돈부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격렬히 반대했다. 윌리엄슨은 안정적인 제도와 협력을 바탕으로 경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정책이 권고된다며 경제 발전을 위한 전제 조건은 아니라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세계 경제의 기조가 ‘워싱턴 합의’와 유사한 궤도로 운용된 신자유주의적 정책에서 벗어나 지정학적 고려와 국가 안보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면서 미국 경제 시스템조차 ‘워싱턴 합의’에 부합되지 않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부상에 따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
2023.05.01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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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휘발유 가격 ‘1700원’ 돌파, 다시 오름세?
[숫자로 보는 경제]◆1700원휘발유 가격이 약 5개월 만에 리터당 1700원대로 올라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4월 둘째 주(4월 9∼13일)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10.1원을 기록했다.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이 1700원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5주(1702.18원) 이후 처음이다.지난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리터당 30.2원 오른 1631.1원에 판매됐다. 지난해 12월 말 1520원대까지 떨어졌던 휘발유 가격은 최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도 리터당 1534.3원으로 전주보다 13.5원 올랐다. 경유 판매 가격은 지난주까지 20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다 이번 주 들어 오름세로 전환됐다. 정부는 휘발유 25%, 경유 37% 유류세 인하 조치를 4월 말까지 적용하기로 한 상태다. 최근 세입 예산 대비 부족한 세수를 고려하면 유류세 인하 폭을 축소해야 하지만 물가가 다시 상승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어 정부로서는 딜레마에 직면한 상황이다.◆9만 명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체 청년층(15~29세)의 취업자는 390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8만9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상용 노동자는 249만4000명으로 4만5000명 줄어든 반면 지위가 불안정한 임시·일용직 청년 취업자는 2만 명 넘게 늘었다. ‘질 나쁜’ 일자리만 늘고 있다는 의미다. 임시·일용직 청년 취업자를 산업별로 보면 숙박·음식점업에서 크게 늘었다. 아르바이트 성격의 청년 취업자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숙박·음식점업 청년 취업자 가운데 임시직은 36만5000명, 일용직은 5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각각 5만7000명, 1만5000명 늘었
2023.04.22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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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경고등 켜진 경제,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경제 돋보기]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재고 자산 증가로 유동성 부족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2%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68.4%로 전월 대비 2.4%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와 전자 부품 하락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자동차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생산이 늘었지만 전월 대비로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경기 하락에 따른 수요 감소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한국 주요 기업들의 작년 말 재고 자산 규모가 1년 전보다 3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4일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재고 자산을 공시한 212개 기업의 재고 자산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의 작년 말 재고 자산은 175조516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말(135조3015억원)보다 29.7% 증가한 규모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이번 재고 자산 분석에서는 상품·제품·반제품·재공품이 포함됐고 원재료는 제외됐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기술(IT)·전기전자 업종의 재고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은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수출에 크게 기여하고 경제성장률 하락을 상당히 막아준 국가 경제에 효자 역할을 했던 업종이 이제 엔데믹(주기적 유행)과 함께 수요 하락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국회 예산정책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체 27.1%가 한계 기업에 해당한다. 2021년 17.1%에 비해 10%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한국 기업의 상황이 심
2023.04.16 09: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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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은 위험하기만 할까 [버블이 낳은 쌍둥이 금융위기와 이노베이션]
[스페셜리포트 : 버블이 낳은 쌍둥이 금융위기와 이노베이션] 거품 위를 걷는 사람들“잃어버린 30년?”“저출산·부동산…일본 버블 판박이”“코로나19 이면에 가려진 자산 버블”버블 붕괴에 대한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세계는 지금 ‘닷컴 버블’ 이후 약 20년 만에 발생한 버블 경제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증시와 가상 자산에 광적인 투기가 이어졌던 현상은 이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으로 꺼져 가며 버블의 붕괴를 야기하고 있다. 버블론이 불거지면 일확천금·신기술·과도한 낙관주의에 빠졌던 다수의 사람들이 비극에 빠져든다. 그런데 ‘버블’은 나쁘기만 할까.버블의 양면성“여러분, 모두 부~자되세요.” 한때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광고 문구를 기억하는가. 2002년 한 신용카드사의 광고 문구였다. 이를 기점으로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던 덕담이 바뀌었다. 모두가 ‘부’를 노래할 정도로 당시 한국은 ‘버블’ 그 자체였다.버블의 진원지는 정보기술(IT)이다. 1997년 외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당시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인터넷에 주목해 코스닥시장과 중소기업 위주의 벤처기업 육성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돈이 풀리자 시장에서는 ‘벤처기업’ 딱지만 달면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감돌았다. 이 무렵 A사의 주가수익률(PER)은 9999배로 치솟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도 안 된 주식이 액면가의 200배를 찍는 일도 있었다. 벤처기업과 주식 시장에 유동성 자금이 급격하게 몰려들었다.돈 잔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과 한국에 형성된 IT 버블이 꺼지면
2023.04.08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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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금융 시장에 깊어지는 경기 침체[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경제 돋보기]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월 17일 발표한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깨지기 쉬운 회복(fragile recovery)’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작년 말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높였지만 회복세가 언제라도 반전될 수 있다는 경고가 포함된 것이다. 아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확실하지 않고 그로 인한 식량·에너지·공급망의 불확실성이 크다. 물가 불안이 여전하고 각국의 통화 긴축 속도에 대해서도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2022년 4분기에 주요 20개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했지만 올해 초 소비 심리가 나아지면서 경제가 활발해졌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서 중국 경제 성장이 다시 궤도에 오르면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확실한 수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에 대한 고무적인 경제 전망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일제히 하락했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이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춘 1.6%로 예측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0.3%포인트 낮춘 1.7%로 전망했는데 이것은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1.8%보다 아래다.아시아개발은행(ADB)은 1.5%로 거의 1%포인트를 하향 조정한 수치를 발표했다. OECD는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에 따라 한국이 수혜를 보겠지만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 금융 시장 여건으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83년 설립돼 고객의 44%가 벤처기업이고 자산 기준으로 미국에서 16위에 해당하는 실리콘밸리
2023.04.03 0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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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 "세계 경제, 잃어버린 10년 맞이할수도"[이 주의 한마디]
차이잉원 대만 총통 “세계로 들어갈 것…대만은 혼자가 아냐”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3월 29일 중앙아메리카 2개국 순방길에 오르면서 “길이 거칠지라도 대만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길을 굳게 갈 것이며 세계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은 혼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순방길에 차이잉원 총통은 미국을 경유한다. 차이 총통은 ‘민주의 파트너, 공영(共榮)의 여행’이라는 테마를 내 걸고 9박 10일 일정으로 중미 수교국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는 계기에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를 경유한다. 여정의 본 목적인 과테말라와 벨리즈 방문보다 경유지인 미국 방문이 더 주목받고 있다. 이번 순방은 차이 총통의 임기 내 여덟째 순방으로 미국 뉴욕에 3월 29일 오후 3시께 도착할 예정이다.차이 총통은 뉴욕에서 교민 만찬을 한 뒤 3월 30일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이어 과테말라와 벨리즈에서의 순방 일정을 소화한 후 귀국길에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인 미국 LA를 경유하는 형식으로 방문할 예정이다.대만 언론들은 차이 총통이 4월 5일 LA 방문 때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하고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마이크 갤러거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도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중국은 차이 총통의 일정 가운데 매카시 의장과의 회동을 콕 집어 경고했다.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그(차이 총통)가 매카시 의장과 접촉한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하게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훼
2023.04.01 08: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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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위한 ‘메기 효과’가 필요하다[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경제 돋보기]작년 한국의 경제가 3중고(물가·금리·환율)를 겪는 가운데 일부 과점 체제 산업에서는 역대 최대의 실적과 함께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정부의 인허가로 보호 받고 있는 산업인 금융과 통신 산업의 역대 최대 실적 소식에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컸다. 금융과 통신은 국민들에게 매일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 상품들이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고 통신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기업들은 수익이 커졌다. 반대로 그 사이 국민은 가계 지출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정부는 이들 국민 생활 밀접 산업에서의 과점 체제가 혁신을 게으르게 하고 국민적 후생 증대보다 이익만 좇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경쟁을 보다 촉진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해당 산업에서는 민간 산업 영역에서 기업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데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어느 쪽이 맞고 틀리다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과점 체제가 시장 경쟁에서 만들어졌느냐, 아니면 제도에 의해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판단과 해결책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특정된 산업은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제도의 틀 안에서 이뤄진 산업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정책적 판단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들 과점 체제 산업에 경쟁 촉진을 위해 메기를 푸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점 체제의 시장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그 메기로 인해 경쟁이 거세지면서 살아남기 위한 혁신으로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증대된다는 메기 효과(catfish effect)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그 메기가 어떤 메
2023.03.06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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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미분양 7만5000가구 넘었다…‘10년 만에 최다’
[숫자로 보는 경제]◆7만5359가구올해 1월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10년 만에 7만5000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업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금융 부실 우려도 커지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359가구를 기록했다. 전월(6만8148가구)보다 10.6% 증가한 수치로 10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2020년 말 1만9005가구, 2021년 말 1만7710가구였던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지난해 11월과 12월은 한 달 만에 각각 1만 가구씩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안에 미분양이 10만 가구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미분양 증가를 주도한 것은 지방이다. 올해 1월 기준 수도권(1만2257가구)보다 비수도권(6만3102가구) 물량이 83.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대형 미분양 비율은 크게 놓아졌다. 85㎡ 초과 중대형이 전달(7092가구)보다 25.9% 증가한 8926가구였고 85㎡ 이하는 6만6433가구로 전월(6만1056가구) 대비 8.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을 포함한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로 수도권 분양 경기가 먼저 회복세를 타면서 지방은 더 깊은 미분양 늪에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1월 미분양 물량은 미분양 주택의 20년 장기 평균이자 정부가 위험선으로 보고 있는 ‘6만2000채’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주택업계 등은 정부의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개입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올해 초 1·3 대책을 통해 규제를 대폭 완화한 만큼 최대한 시장에서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2023.03.03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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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일본 경제가 시들고 있다
[글로벌 현장]1988년을 전후로 한국과 일본에서 방영된 코카콜라 광고는 두 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 먼저 제작된 광고와 광고 음악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서도 같은 콘셉트의 광고가 만들어졌다. 1988년은 일본 버블(거품) 경제가 절정해 달했을 때다. 일본이 전성기를 누리던 때인 반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20년 정도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던 시기다. 미국을 따라잡을 듯한 기세의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광고였던 만큼 한국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코카콜라 광고는 초기에는 직장 생활과 여가 시간의 활력과 여유를 그리다가 점점 생활 속에 스며든 자사 상품을 묘사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 덕분에 당시 두 나라의 직장 생활과 일상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 35년 전 직장과 일상의 풍경을 오늘날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한국 코카콜라 광고에 나타난 1988년의 일상 풍경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마치 기록 영화를 보는 것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여전히 ‘쇼와 모델’ 벗어나지 못한 일본반면 일본 광고에 담긴 1988년의 일상과 오늘날은 콜라를 마시는 사람이 줄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거의 변화가 없다. 어린이집 원생들과 중고교생들의 교복, 여름철이면 일상적으로 입는 유카타, 하얀색 자전거로 순찰하는 순경, 다양한 방과후 부활동, 노천 온천, 여름 축제(마쓰리), 자녀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시치고산 등. 한국인이 어느 틈엔가 흘려보내 버린 전통 풍습과 옛 모습들을 일본은 도쿄 도심에서조차 신기할 정도로 지켜 가고 있다. 서울과 도쿄 생활의 가장 큰 차이를 “계절의 변화와 1년의 흐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점”이라고 답하
2023.02.10 13: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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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돈인가요?” 돈에 대한 잡다한 지식 [이정흔의 쉬운 경제]
[이정흔의 쉬운 경제][편집자 주 = 매일 수많은 경제 기사가 쏟아집니다. 수많은 기사를 읽고 나면 경제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꺼풀만 더’ 들어가면 잘 모르는 경제 지식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고백하자면, 기자 또한 늘 경제 뉴스를 작성하고 접하고 살지만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반성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 대부분은 학교에서 기초적인 경제 지식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실제 세상을 움직이는 ‘진짜 경제’를 읽어 내려면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진짜 경제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작은 시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복잡한 경제 이슈와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누구도 물어보지 않는 아주 사소한 경제 지식부터 공부해 보기로 말입니다. 어렵게만 보이는 경제를 가장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찾은 답은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경제학적으로 역사적인 사건의 한 대목을, 때로는 경제학에 큰 획을 그은 경제학자들과 같은 사람의 이야기로 ‘오늘의 경제’를 알아가 보고자 합니다. 하루 딱 10분, 경제 공부를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애초에 저는 비트코인이 어떻게 돈이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2010년 한 사람이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는 데 성공해요.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을 산 것인데,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실제 물건’과 거래한 거죠.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도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요.”지난해 독서 모임 ‘트레바리’에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가
2023.01.24 06: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