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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노트]비움과 채움

    이사를 하게 됐습니다. 동네 인근의 조그만 아파트로. 이사를 위해 10년 가까이 쌓아 두었던 집 안 곳곳의 짐들을 치워봅니다. 그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물건들이 불쑥 튀어나오네요. 중학교 때 학생증, 영화 잡지의 브로마이드, 대학 시절의 편지 꾸러미, 빛바랜 사진과 낙서 가득한 노트들까지. 소중했지만 한동안 방치됐던 추억들이 그렇게 와르르 쏟아집니다.비움은 미련을 버리는 과정일 테죠. ‘혹시라도 나중에…’를 차단하지 않는다면 감당할 수 없는 과거들과 끝없는 동거를 이어 가야 할 테니까요. 비워진 자리엔 새로운 무엇이 채워질 것이고, 그 또한 먼 훗날에는 먼지 쌓인 추억이 되겠죠.투자도 비움과 채움의 연속일 겁니다. 비워내지 않고서는 채울 수도 없겠죠. 또 너무 과도하게 한 곳에만 채워 넣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는 게 투자입니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비우고 제대로 채워 넣어야 수익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보상 받죠.한동안 사람들이 비워냈던 가상자산이 최근 들어 다시 뜨겁게 달궈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이 폭등하며, 그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약 3조 달러를 기록했었습니다. 이는 당시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고 하죠. 하지만 이내 급등락을 반복하며 뒤늦게 가상자산으로 재미를 보려던 사람들에게 깊은 좌절을 안겼던 기억이 납니다.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의 ‘2023 국가별 가상자산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실현수익 93억6000만 달러(약 12조4338억 원)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10억4000만 달러(약 1조3815억 원)로 8위에 자리매김했습니다. 또 정부에 따르면 국내

    2024.03.25 17:06:09

    [에디터 노트]비움과 채움
  • [에디터 노트]생존게임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막내 격인 1963년생들이 올해 은퇴 정년을 맞이합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한 이들은 새로운 일터를 잡으려 노력하겠지만 최근과 같은 경제 불황기에는 쉽지 않은 과제일 겁니다. 결국 이들 상당수는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 공산이 큽니다. 베이비붐 세대뿐만 아니라 취업이 쉽지 않은 청년층들도 창업의 전쟁터에 발을 들여놓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통계청의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인구(416만4000명) 가운데 취업시험 준비자는 63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1000명 감소했습니다. 청년 취업시험 준비자는 지난해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데 이어 2년째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추세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거리 두기가 강화되는 등 취업 준비가 쉽지 않은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진 영향이 커 보입니다. 이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들 창업 시장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전쟁터로 변해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요 상권이 무너지고, 자영업 지형도 상당 부분 변한 가운데 한마디로 ‘생존을 위해 박 터지게 싸우는 중’인 겁니다. 자영업자들의 부채 리스크에도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지난 6월 26일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로,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한은은 올해 말 연체위험률이 3.1%까지 상승하고, 이 중 취약차주의 연체위험률은 18.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자영업 경영난의 요인 분석과 정책 방향’(2021년 12월 31일) 자료를

    2023.07.26 13:20:57

    [에디터 노트]생존게임
  • [에디터 노트]변화에 올라타라

    만고불변의 진리는 그 유통기한이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정답이 아닌 것들이 두더지게임처럼 수없이 고개를 내밀었다 사라집니다. 그 변화는 한 세대 안에서도 끊임이 없습니다. 마치 비디오나 레코드로 영화와 음악을 접했던 세대가 자연스럽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가히 현대인들의 일상을 바꿨다고 할 만한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것이 2007년 1월의 일입니다. 채 20년도 안 된 시간에 우리들의 일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아마도 모두가 체감하고 있을 터입니다. 최근에는 챗GPT(chatGPT)가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며 세상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챗GPT의 등장은 자산관리 시장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조금 더 앞당겨진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한 단계 질적으로 도약시켜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죠. 2016년경에 국내 은행들의 자산관리 서비스와 관련해 재미있는 실험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 외국계 은행의 파격적인 실험에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죠. 당시 외국계 C은행은 극단적인 자산관리(WM) 올인 전략을 펼쳤습니다. 이 은행은 우선 일반 점포 80%를 줄이고 얼마 안 되는 점포는 수도권과 서울 중심으로 재편했습니다. 특히 C은행은 WM센터를 주요 거점에 위치시켜 인근 고객들을 흡수하는 허브(hub) 전략을 펼쳤는데 청담동에 위치했던 점포의 경우 상주인력만 70~100명이었을 정도입니다. 이는 여타 시중은행들이 프라이빗뱅킹(PB)이나 WM 서비스의 벽을 낮추고, 디지털 등을 활용해 고객 근접성을 강화하는 행보와 정반대 모습이었죠. 결과론적으로 C은행은 이후 대규모 명예

    2023.06.27 18:01:08

    [에디터 노트]변화에 올라타라
  • [에디터 노트]바닥에서 위를 보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탁 트인 주변 경관이 시선을 끕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산 전체의 모습은 나무와 수풀들에 가려져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죠. 오히려 산을 내려와 길바닥에서 올려다본 산의 자태가 더 명쾌할 때가 있습니다. 마치 웅장한 에펠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멀찌감치 떨어져 밑에서 위로 시선을 끌어 모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경제와 투자의 모습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위만 보며 상승할 때는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치니 제대로 보입니다. 수많은 경제지표의 마이너스 시그널들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부동산은 지난해에 이어 줄곧 내리막을 타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가보다도 낮은 매매가를 기록하는 일명 ‘마이너스피’ 아파트가 등장했고,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들이 쌓여 가고 있습니다. 내리막의 속도도 가파릅니다. 미국에서는 2022년 7월부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같은 해 11월까지 3.6%(FHFA지수) 하락하는 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11.6%(전국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하락해 3배 더 빨리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경제지표들도 마이너스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출이 1년 가까이 뒷걸음질을 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줄어든 462억8000만 달러였는데 지난해 12월(9.5%) 대비 감소 폭을 키운 겁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째 역성장을 보여 불안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체감경기도 얼어붙었습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지난 1월 실적치(69)와 전망치(68) 모두 전월보다 각각 5포인트, 2포인트 떨어진 겁니다. 

    2023.02.23 14:34:03

    [에디터 노트]바닥에서 위를 보다
  • [에디터 노트]고장 난 냉장고

    집에 있는 냉장고가 고장이 났습니다. 10년 가까이 사용하던 냉장고였지만 냉동실의 온도가 오락가락하며, 더 이상 안전한 보관고의 역할을 못하게 된 거죠. 생일 선물로 받았던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색색의 죽처럼 흘러내렸고, 아껴 먹던 조기는 상한 냄새가 심해져 곧바로 음식물쓰레기 봉투로 향했습니다.냉장고의 이상 징후가 알려지자마자 집 안은 비상상태로 변했습니다. 냉장고의 음식들은 모두 꺼내져 버려지거나 밥상에 긴급 투입이 됐죠. 집 안 곳곳에 요상한 냄새가 진동하자 한여름의 스트레스는 정지선을 넘어 버리기도 했습니다.2022년 자산관리 시장의 상황도 ‘고장 난 냉장고’와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19의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40년 만에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위기가 고조되자 자산관리 냉장고에서도 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등 재테크 상품들에서 폴폴 상한 냄새가 나는 겁니다. 유통기한이 명시돼 있지만 더 이상 의미는 없죠.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고점(3305.21)에서 3분의 2 토막으로 줄었고,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부동산도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으며 맥없이 주저앉고 있습니다. 가상자산도 지난해 역대급 호황기를 지나 끝없는 추락을 보이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경우 70% 이상 가격 하락을 맞았는데 당분간 반등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재테크의 혹한기로 불리는 최근의 자산관리 시장. 원자재와 환율, 물가 등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현재의 상황에서 과연 자산관리의 출구가 있긴 한 걸까요. 한경 머니는 금융권을 주목했습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산관리의 중

    2022.07.22 14:39:00

    [에디터 노트]고장 난 냉장고
  • [에디터 노트]자산관리 무한경쟁

    2022년 자산관리 시장이 한껏 달궈지고 있습니다. 한국씨티은행의 리테일 부문 철수를 계기로 벌써 각 은행과 증권사에서는 물밑에서 프라이빗뱅킹(PB)?인력에 대한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고, 모 은행의 신탁 전문가는 로펌으로 이직한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죠.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자산 3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들은 7800명에 달하며,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28%인 1204조 원에 육박합니다. 범위를 넓혀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 고객은 2020년 말 39만3000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자산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2618조 원에 달합니다. 점포 축소 등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금융사들이 인력 수혈까지 하면서?자산관리(WM)?조직을 확대하려는 데는 이유가 다 있는 겁니다.더구나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의 본격 시행으로 업권의 벽이 허물어지며, 자산관리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습니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곳에 흩어진 다양한 개인 금융 정보를 한곳에 모을 수 있는 제도로 방대한 금융 정보를 활용해 수준 높은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졌음을 의미합니다.과거 자산관리 시장은 폭넓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은행권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은 다양한 투자 상품으로, 보험사는 노후 설계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자산관리 시장에서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등을?기반으로 한 자산관리로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핀테크 기업들도 시장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고 있습니다.코스콤에 따르면 AI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자산관리를 해주는 로보어

    2022.01.25 10:46:28

    [에디터 노트]자산관리 무한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