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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기류?…도로공사, 불법 파견 소송에서 승소 [김진성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한국도로공사가 교통 관리 시스템 등 고속도로 정보통신 시설을 관리하는 용역 업체 소속 노동자들과의 불법 파견 소송에서 승소했다.법원은 도로공사가 과업지시서를 두고 용역 업체들에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했다고 해서 이 업체들의 직원들을 상대로 지휘·명령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최근 노동자들이 연이은 승소에 힘입어 불법 파견 분쟁 전선을 넓혀 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다소 안도할 만한 판례가 나왔다는 평가다.  “과업지시서만으론 지휘·명령 인정 안 돼”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2023년 8월 10일 대보정보통신·스마트비전·아이트로닉스·진우산전 등 도로공사의 용역 업체 네 곳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낸 근로에 관한 소송(사건번호 : 2021가합52802)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이들은 용역 업체에 소속돼 교통 관리 시스템, 터널 교통 관리 시스템, 요금 징수 설비, 제한 차량 단속 설비 등 정보통신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해 왔다. 도로공사는 자회사인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을 민영화한 2002년부터 정보통신 시설 관리를 외부 업체에 위탁해 왔다. 2010년부터는 2~3년마다 공개 입찰을 통해 지역별·사업별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원고들은 이 같은 정보통신 시설 관리 방식이 사실상 파견 근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도로공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업무를 해 왔다”면서 “파견법에 따라 도로공사에 직접 고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견법은 2년 이상 파견 노동자로 근무한 직원은 사업주가 직접 고용해

    2023.09.17 06:05:01

    달라진 기류?…도로공사, 불법 파견 소송에서 승소 [김진성의 판례 읽기]
  • 옷이 총보다 강하다…미국 퍼스트레이디의 패션 정치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한 국가 대통령의 배우자 ‘퍼스트레이디’는 해당 국가의 여성을 대표하는 유일한 지위와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당대 여성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퍼스트레이디는 사회 지도층의 여성으로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대내적·대외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패션 스타일로도 대중에게 그 이미지를 전달한다.그만큼 퍼스트레이디의 패션 스타일과 이미지의 영향력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대중의 관심과 함께 점점 커지고 있고 퍼스트레이디를 주제로 한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도 대거 등장하면서 화제를 몰고 있다. 최근에 필자가 흥미 있게 봤던 CNN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는 미국 역사상 크게 주목받았던 영부인의 삶을 다룬 내용이었다.미국 최초의 유색 인종 출신 영부인 미셸 오바마부터 재클린 케네디 등 각자 이미지가 확연히 다른 여섯 명의 퍼스트레이디가 어떻게 그 무거운 자리를 지켜내는지에 관한 스토리다.필자는 개인 이미지 관리(PI : Presidential Identity) 전문가로서 퍼스트레이디의 이미지 가치를 각자 어떻게 브랜딩하는지에 집중했고 인격과 가치관을 짐작하게 하는 퍼스트레이디의 패션도 큰 볼거리였다.  재클린 케네디, 피 묻은 샤넬 핑크 투피스로 정치적 메시지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암살되던 1963년 11월 22일, 남편이 직접 골라준 핑크색 샤넬 투피스를 입었던 재클린은 세 개의 탄환이 발사된 그 8초 만에 모든 것을 잃었다.재클린은 에어포스원에 탑승할 때 남편의 피로 얼룩진 옷을 계속 입고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존슨 대통령 취임 시 그 차림 그대로 서면서 정치적 암살에 희생된 안타

    2023.09.17 06:04:01

    옷이 총보다 강하다…미국 퍼스트레이디의 패션 정치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 ‘분노의 트럼프 머그샷’ 폭정에 맞서는 투사로 둔갑시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역대 미국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머그샷(mugshot :범죄인 식별 사진)’까지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역발상 이미지 브랜딩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지난 4월 성 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됐을 당시 ‘가짜 머그샷’으로 티셔츠 등을 만들어 판매한 바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기에 실제 머그샷을 어떤 이미지로 찍을지 대중의 관심이 쏠렸었다.트럼프 전 대통령과 캠프도 머그샷과 관련해 사전 논의하고 치밀한 이미지 브랜딩 전략을 세울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는데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Never Surrender!)’라는 문구와 함께 머그샷을 활용한 기념품으로 이틀 만에 100억원 정도를 모았다고 한다. 역시 사업가 출신답게 이미지 브랜딩 전략 또한 기발하게 활용했다.  머그샷마저 ‘미국 저항의 상징’으로 둔갑시켜과거 미국 정치인들은 자신의 무죄나 기소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었던 예가 있다. 톰 드레이 전 하원 원내총무는 2005년 돈세탁 혐의로 기소됐을 때 활짝 웃는 얼굴로 머그샷을 찍었고 2004년 대선 때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도 2011년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을 때 웃는 얼굴로 머그샷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으로 부릅뜬 눈빛으로 폭정에 맞선 미국 저항의 상징 이미지를 선택했고 역시 이번에도 ‘굴욕 사진’인 머그샷조차 ‘인생 사진’처럼 탈바꿈시켜 지지층을 오히려 결집하는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2023.09.10 07:00:09

    ‘분노의 트럼프 머그샷’ 폭정에 맞서는 투사로 둔갑시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 ‘업무상 비밀’로 광명·시흥 땅 투기한 전 LH 직원 [민경진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미공개 개발 정보를 이용해 지인들과 부동산 투기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 직원이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피고인들이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개발 정보를 이용해 총 25억원을 들여 사들인 토지의 시가는 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후 약 5배 급등했다. 그런데도 1심 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법원은 미공개 개발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취득했다는 행위에 대한 검찰의 위법성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공소장을 다시 쓴 끝에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최종 유죄 판결을 이끌어 냈다.  1심 “공소 사실, 유죄 입증하기에 부족”대법원 1부는 2023년 9월 5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LH 전 직원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함께 재판에 넘겨진 A 씨의 지인 법무사 B 씨와 매제 C 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 6월,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도 그대로 유지했다. 이들이 개발 정보를 이용해 취득한 땅도 모두 몰수됐다.A 씨는 2017년 1월부터 LH 광명·시흥 사업본부 단지사업 1부에 근무하며 특별관리지역 내 취락정비사업 및 연계 개발 후보지 발굴·선정 등의 업무를 맡았다. 그는 같은 해 2월 LH 본사에서 열린 ‘광명·시흥 해제지역의 계획적 관리를 위한 TF 킥오프 회의’에 직접 참석해 기존 사업 방식과 달리 LH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취락정비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A 씨는 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관리하고 있던 특별관리지역 내 취락정비사업 우선 추진 후보지 구역 위

    2023.09.10 06:05:01

    ‘업무상 비밀’로 광명·시흥 땅 투기한 전 LH 직원 [민경진의 판례 읽기]
  • ‘카리스마 지도자’ vs ‘공공의 적’ 푸틴의 두 얼굴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필자는 개인 이미지 관리(PI : Presidential Identity) 전문가로서 정치와는 무관하게 PI를 이미지 브랜딩 관점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이미지 브랜딩(Image Branding)은 이미지 메이킹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개인이 자신의 인격·전문성·가치관 등을 포함한 개인적 특성을 강조해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이는 개인의 취향·스타일·경력 등을 고려해 타인에게 이미지를 전달하고 인식을 조작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으로 정치인에게는 승패가 달린 경쟁력이다.  암살자 배후로 의심받는 푸틴의 이미지 평판 추락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던 이들은 암살설과 함께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최근 무장 반란을 시도했던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가 추락해 사망했다고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배후로 의심되는 암살설이 회자되면서 푸틴 대통령의 이미지 평판을 더욱 추락시키고 있다.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2006년 홍차를 마시고 숨진 ‘홍차 독살 사건’부터 영국으로 망명했던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2013년 런던 부촌의 자택 욕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숨진 채 발견된 사건 배후에도 푸틴 대통령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푸틴 대통령을 러시아 국민의 의식 속에 ‘카리스마 지도자’로서 이미지 브랜딩을 확고하게 해준 것은 과거의 강한 러시아를 재건하겠다는 정치적 프로파간다(propaganda) 전략이었다.‘프로파간다’는 일정

    2023.09.03 07:02:01

    ‘카리스마 지도자’ vs ‘공공의 적’ 푸틴의 두 얼굴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 “온라인 배송 운전사는 노조법상 노동자” [김진성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대형마트와 상품 배송 위탁 계약을 한 운송 업체 소속 온라인 배송 운전사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됐다.최근 배송 운전사 측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연이어 나오면서 유통‧운송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와 경제적·조직적 종속 관계”서울고등법원 행정6-1부(재판장 황의동)는 2023년 7월 12일 홈플러스와 배송 위탁 계약을 체결한 운송사 서진물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 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이번 사건은 서진물류 소속 배송 운전사들이 가입해 있는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가 2020년 8월 서진물류에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서진물류는 교섭을 요구받은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고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가 시정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본격화했다. 배송 운전사들은 온라인으로 홈플러스 상품을 주문한 고객들에게 물건을 전달해 주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용노동부 산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연이어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 측의 시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반발한 서진물류가 법원의 문을 두드리면서 소송전의 막이 올랐다.서진물류 측은 “배송 운전사의 근무 시간 등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았고 배송 운전사와의 관계도 지속적·전속적이지 않다”면서 “배송 운전사들이 노조법상 노동자라는 전제로 시정 신청을 받아들인 중노위의 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법원에선 연이

    2023.09.03 07:00:02

    “온라인 배송 운전사는 노조법상 노동자” [김진성의 판례 읽기]
  • “한의사 뇌파계 사용 가능”…10년 논란 종지부 [민경진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한의사의 ‘뇌파계 진단 기기 사용’ 여부를 두고 10년을 끌어온 법정 싸움에서 한의사 측이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뇌파계 진단 기기를 사용해도 보건 위생상 위해의 우려가 없고 한의학의 의료 행위와도 무관하다”고 판단했다.2022년 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 기기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 결정에 이어 한의사의 의료 기기 사용 범위를 한층 확대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양방 의료계는 “의료인 면허 제도를 뿌리째 흔드는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13년 끌어온 뇌파계 소송, 한의사 승소대법원 1부는 2023년 8월 18일 한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한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재판부는 “뇌파계를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사용한 행위가 한의사에게 특정하게 허용된 것 이외의 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뇌파계는 대뇌 피질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검출해 증폭·기록하는 의료 기기로, 뇌 관련 질환을 진단하거나 뇌를 연구하는 데 사용된다.이 사건의 발단은 약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서 뇌신경 전문 한의원을 운영하는 A 씨는 2010년 9월부터 약 3개월 동안 뇌파계 진단 기기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했다. 같은 해 11월 한 언론 매체는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하고 한약으로 치료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A 씨가 환자에게 뇌파계를 사용하고 있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보건복지부는 이듬해 4월 “A 씨가 한의사로서 특정하게 허용된 것 이외

    2023.08.27 06:04:02

    “한의사 뇌파계 사용 가능”…10년 논란 종지부 [민경진의 판례 읽기]
  • 주주 평등보다 기존 투자자 권한 인정해 준 대법원 [김진성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특정 주주에게 회사의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는 약정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주주 평등 원칙에 위배되더라도 특정 주주가 사전동의권을 갖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법조계에선 이번 판결로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투자자들에게 더 강한 통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안전장치를 견고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특별한 사정 있으면 주주 차등 대우 가능”대법원 민사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2023년 7월 13일 디스플레이 제조사 뉴옵틱스가 클라우드 기업 틸론을 상대로 낸 상환금 청구 소송 상고심(사건번호 2021다293213)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사건번호 2023나2029599)으로 돌려보냈다.틸론은 2016년 12월 뉴옵틱스를 상대로 신주 20만 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20억원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향후 틸론이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해 신주를 발행하면 뉴옵틱스의 서면 동의를 사전에 받아야 한다는 약정을 체결했다. 이를 어기면 투자금을 상환하고 위약벌을 부담하도록 했다.하지만 틸론은 그 후 뉴옵틱스의 동의 없이 다른 투자자에 신주 26만 주를 발행했다. 뉴옵틱스는 틸론이 사전동의권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신주를 발행했다고 주장하면서 투자금 상환을 요구했다. 틸론이 이를 거절하면서 소송전이 시작됐다. 뉴옵틱스 측은 “상환금과 위약벌 명목으로 46억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틸론은 “사전동의권은 상법상 주주 평등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무효”라고 맞섰다.

    2023.08.20 07:00:06

    주주 평등보다 기존 투자자 권한 인정해 준 대법원 [김진성의 판례 읽기]
  • ‘남편 니코틴 살해’ 부인, 다시 재판받는 이유 [민경진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니코틴 원액이 든 음식물을 남편에게 먹여 죽음에 이르게 한 30대 여성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대법원이 파기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증거만으로는 공소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이 이르는 과정 등 여러 간접 사실을 종합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세 차례 니코틴 원액 든 음식 건네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023년 7월 2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쟁점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0년 5월 남편 B 씨와 결혼해 아들 1명을 출산했다. 2015년부터 내연남 C 씨를 만나기 시작해 2020년께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공방에 C 씨가 머무르도록 했다. 또 그와 함께 세 차례에 걸쳐 일본 여행을 다녀오는 등 내연 관계를 이어 갔다.그러던 중 A 씨는 대출 상환 부담과 공방 매출 감소, 각종 공과금 연체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남편이 사망할 경우 사망보험금, 남편 소유 부동산 및 예금 등을 상속받고 C 씨와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 자신이 평소 피우던 전자담배용 니코틴 원액을 이용해 남편 B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A 씨는 2021년 5월 26일 아침 출근하려는 남편에게 미숫가루·꿀·우유에 불상량의 니코틴 원액을 섞은 음료를 주고 먹게 했다. 남

    2023.08.13 07:00:02

    ‘남편 니코틴 살해’ 부인, 다시 재판받는 이유 [민경진의 판례 읽기]
  • 이상민 장관 탄핵 심판 기각…“이태원 참사 책임 돌리기 어렵다” [김진성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이 장관이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예방 및 대응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 위반으로 파면될 일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헌재의 결정으로 이 장관은 직무정지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헌정 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가 무산되면서 정치권에선 재난의 책임을 정부의 어느 공직자한테까지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더욱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파면 결정할 중대 위법 없다”헌재는 2023년 7월 25일 서울 재동 헌재 대심 판정에서 열린 이 장관 탄핵 심판 선고 재판에서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피청구인(이 장관)이 재난안전법과 공무원의 성실 의무 등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데 책임이 있는지를 두고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사고가) 발생·확대된 것이 아니다”며 “각 정부 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통합 대응하는 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규범적 측면에서 이 장관에게 책임을 돌리긴 어렵다”고 판단했다.이태원 참사는 핼러윈을 이틀 앞둔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에서 사람들이 넘어져 159명이 사망하고 320명(행정안전부 집계 기준)이 다친 대형 사고다.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재난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수장인 이 장관도 사고에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2023.08.08 17:00:02

    이상민 장관 탄핵 심판 기각…“이태원 참사 책임 돌리기 어렵다” [김진성의 판례 읽기]
  • ‘성과급 나눠 먹기’…또 노동자 손 들어준 대법 [민경진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이미 지급된 성과 상여금을 노동자들이 균등하게 재배분한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연이어 나왔다.노동자의 사적 재산 영역으로 옮겨진 성과 상여금을 재배분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선 명확한 근거 규정이 필요한데 공무원 수당 규정에는 성과 상여금 재배분 행위를 제재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대법원은 성과 상여금 재배분 행위를 두고 “성과급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면서도 “이는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1·2심 ‘부정 행위’ 판단 엇갈려대법원 1부는 2023년 6월 29일 서울 서라벌고 교사 A 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청구한 교원소청심사위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법 규정에는 성과급 재배분 행위를 제재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A 씨를 징계할 수 없다고 봤다.A 씨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성과급을 지급받은 후 이를 다른 교직원들과 균등하게 재배분했다. 특히 2019년 5월에는 동료 교사들에게 “성과 상여금을 반납하면 예년처럼 균등하게 분배해 돌려주겠다”는 취지의 내용과 개인 계좌번호, 반납 기한 등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전송한 게 문제가 됐다.학교 측은 사립학교 교원의 복무에 관해 준용되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른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징계 사유로 삼아 2020년 8월 원고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이에 A 씨는 그해 9월 교원소청위에 정직 처분 취소 소청 심사를 청구했고 교원소청위는 이듬해 9월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처분

    2023.08.01 17:00:03

    ‘성과급 나눠 먹기’…또 노동자 손 들어준 대법 [민경진의 판례 읽기]
  • “사업장 CCTV 가려도 업무 방해 아니다” [김진성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사업장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검은색 비닐봉지를 씌워 가리더라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처음 나왔다. 법원은 2심까지도 이 같은 행위를 영업 방해로 봤지만 대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혔다.대법원은 노동자 동의를 받지 않고 설치한 CCTV가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효과가 있다면 위법하다고도 봤다. 보안이나 화재 감시 목적으로 설치했더라도 마찬가지다.이번 판결로 앞으로 기업이 주요 업무 장소나 동선에 CCTV를 설치하려면 노동자의 사전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법정 노동 시간 단축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CCTV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 산업 현장에서 상당한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의 없이 설치된 CCTV 가린 것은 정당한 방어”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023년 6월 29일 업무 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국금속노동조합 타타대우상용차지회 조합원 3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기본권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당하다”고 판결했다.타타대우상용차는 2015년 10월 군산공장에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려고 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내보인 노조 측과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회사는 노조 동의 없이 그해 11월 CCTV 시험 가동을 시작하고 회사 소식지에 이 사실을 공지했다.피고들은 “사전 동의가 없었다”고 항의하면서 CCTV 51대에 수차례 검은색 비닐봉지를 씌웠다. 검찰은 업무방해죄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1·2심 재판부는 피고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2023.07.25 17:00:02

    “사업장 CCTV 가려도 업무 방해 아니다” [김진성의 판례 읽기]
  • “자동차보험 특약상 소송은 ‘별도 소송’만” [민경진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자동차상해보험 약관상 실제 손해액을 따질 때 ‘소송이 제기된 경우’에 해당하려면 보험금 청구 소송이 아닌 손해 배상 소송 등 별도 소송이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피보험자가 보험 사고에 관해 다른 소송이 계속되거나 그에 관한 확정 판결 등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와 보험금 지급 책임의 유무와 범위를 판단하는 법원에 혼동을 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그동안 쟁점이 유사한 하급심들에서는 ‘소송에서의 확정 판결 금액’에 대해 “피보험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 등이 제기돼 손해 배상의 범위에 관한 확정 판결을 받은 금액”으로 정의해 왔는데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원심 “보험금 5억원 지급해야”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6월 15일 A 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보험사가 A 씨에게 보험금 5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재판부는 “해당 특별 약관상 ‘실제 손해액’의 기준이 되는 ‘소송이 제기된 경우’는 보험 사고에 해당하는 자동차 사고 피해에 관해 손해 배상 청구 등 별개의 소송이 제기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판시했다. 그러면서 “자동차상해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 그 자체가 제기된 경우도 실제 손해액 기준에 포함되는 것을 전제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원고 A 씨의 배우자 B 씨는 2017년 7월 4일 현대해상과 자동차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A 씨를 피보험자로 한 자동차 상

    2023.07.18 17:00:02

    “자동차보험 특약상 소송은 ‘별도 소송’만” [민경진의 판례 읽기]
  • 중국에 핵심 기술 빼돌린 코닝정밀소재 前 직원…유죄 확정 [김진성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중국 기업에 영업 비밀을 유출한 전 코닝정밀소재(구 삼성코닝정밀소재) 직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검찰이 증거를 보완해 3년여간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형사 처분을 받아 냈다. 다만 피해 규모에 비해 가벼운 형량이 나오면서 기술 유출 범죄의 양형 기준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3년 공방 끝에 무죄 판결 뒤집혀대법원 1부(재판장 박정화 대법관)는 2023년 6월 1일 영업 비밀 누설 등의 혐의를 받는 전 코닝정밀소재 직원인 A 씨와 B 씨에 대해 원심대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A 씨에게는 징역 2년, B 씨에게는 벌금 200만원 및 집행 유예 1년을 선고했다.이들은 2013~2016년 코닝정밀소재의 액정표시장치(LCD)용 유리기판 제조에 관한 영업 비밀을 중국 둥시그룹에 넘겨준 혐의를 받았다. 코닝정밀소재에서 일하다가 2013년 둥시그룹으로 이직한 A 씨는 그해부터 2016년까지 코닝정밀소재의 유리기판 제조 공법을 보여주는 설계도면 9개 등 14개 영업 비밀을 둥시그룹에 알려줬다.2013~2014년에는 영업 비밀이 담긴 문서를 통역인을 통해 전달하는 수법으로 영업 비밀 78개를 빼돌렸다. B 씨는 코닝정밀소재에서 근무하던 2014년 회사의 유리 절단 공정에 필요한 수치를 A 씨에게 알려준 혐의가 적용됐다.이번 사건에선 특히 코닝정밀소재가 장기간 투자해 개발한 ‘퓨전 공법’과 관련된 성형 기계 도면, 여러 수치 등이 유출된 데 따른 피해가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퓨전 공법은 녹인 유리 용액을 수직으로 낙하시켜 냉각하는 기술이다.코닝정밀소재는 이 공법으로 제조한 LCD용 유리기판을 삼성디스

    2023.07.11 17:00:04

    중국에 핵심 기술 빼돌린 코닝정밀소재 前 직원…유죄 확정 [김진성의 판례 읽기]
  • 우울증 9년 앓다 극단 선택…“사망 보험금 지급해야” [민경진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와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보험사가 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보험금 지급에 대한 면책 사유의 적합성을 판단할 때 우울증 진단부터 자살 무렵까지 상황 전체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1·2심 판결 엇갈려대법원 3부는 2023년 6월 1일 A 씨의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우울증 등의 진단을 받아 상당 기간 치료를 받아 왔고 그 증상과 자살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 상황 전체의 양상과 자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A 씨는 2012년 2월 일반 상해로 사망하면 보험금 9000만원이 지급되는 보험에 들었다. 우울증을 앓던 그는 2019년 11월 인천 서구의 한 건물 내 계단 난간에 패딩 점퍼로 목을 매 사망했다. 이에 보험 수익자로 지정된 A 씨 부모는 보험사에 사망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하지만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A 씨가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가능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험사 측은 “피보험자가 심신 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면책 사유 관련 보험 약관을 근거로 들었다.A 씨 부모는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걸었다. 이들은 재판에서 “망인은 사망 당시 평소 만성의 우울증을 앓아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며 “

    2023.06.20 17:00:01

    우울증 9년 앓다 극단 선택…“사망 보험금 지급해야” [민경진의 판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