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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형 히어로의 ‘사람’ 이야기

    [한경 머니 기고=문현선 세종대 공연·영상·애니메이션대학원 초빙교수] 맛있는 것을 먹거나 칭찬을 들어 기분이 좋아지면 두둥실 몸까지 뜨는 소년. 뜨는 몸을 막으려고 무거운 쇳덩이를 가방에 넣고 발목마다 모래주머니를 2개씩 차고 다니며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언제나 끝나지 않는 원주율을 외는 아이 김봉석. 교통사고로 차가 전복돼 아스팔트 위를 굴러도 17대1로 싸우다가 머리가 깨지고 높이뛰기를 하다가 발목이 꺾여도 거짓말처럼 원상복구가 되는 아이 장희수. 누구보다 빠르고 강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함부로 쓰면 안 되는 그 힘을 숨기느라 누구에게도 쉽사리 가까이 가지 못하는 수줍고 외로운 아이 이강훈. 세상을 움직이는 초능력을 지닌 한국형 슈퍼히어로물 <무빙>은 바로 이 아이들과 그 가족의 이야기다.<무빙>의 초능력자들은 비범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오히려 사람들의 세상에서 중심이 되지 못한 채 아웃사이더로서 살아간다. 남다르게 초월적인 능력이라는 것이 오히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아주 오래된 옛이야기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한때는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아기장수’ 설화에서 주인공 우투리의 부모는 출생부터 비범했던 아이 때문에 밤낮없이 걱정하고 고난을 겪으며 결국 아이를 배반하고 함께 파멸한다. 이 옛이야기에서 사람들은 못된 임금과 탐관오리를 만나 어렵게 살아간다. 때를 맞춘 듯 극심한 가뭄은 먹고사는 문제조차 어렵게 만들고 농사를 짓든 장사를 하든 생업에 종사하던 선량한 사람들마저 관아에 불을 지르고 남의 물건

    2023.08.30 21:02:56

    한국형 히어로의 ‘사람’ 이야기
  • 네버엔딩 시즌제 드라마, ‘모범적’으로 안착하나

    [한경 머니 기고=문현선 세종대 공연·영상·애니메이션대학원 초빙교수] 사적 제재의 금지는 근대적인 법치국가의 기본 전제다. 고대의 성문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동태복수를 용인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법의 판단에 의거한 합법적인 폭력을 독점한다. 사적인 복수는 결국 또 다른 복수를 부르는 폭력의 끊임없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사회의 질서를 교란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마땅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범죄의 희생자가 된 사람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의 이야기가 스크린에서 부상하기 시작했다. ‘전화 한 통이면 OK!’인 ‘복수대행 써-비스’를 표방하는 SBS 드라마 <모범택시>도 그중 하나다. 2021년 <모범택시>는 시청자의 열렬한 환호에 힘입어 SBS 금토드라마 역사상 시청률 4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고 아직까지 그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다시 시즌2로 돌아왔다.‘모범’적으로, 총알처럼 택시를 모는 해결사“이 자가 죽어서 당신의 고통이 사라졌습니까? 아직도 복수하고 싶지 않나요?” 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파랑새재단과 복수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지개운수의 대표인 장성철은 어머니의 처참한 죽음 이후 자포자기 상태가 된 김도기에게 ‘죽지 말고 복수하세요. 대신 해결해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명함을 내민다.“아직도 경찰, 검찰, 판사들의 정의를 믿습니까? 그들에게 정의를 맡길 수 있습니까? 난 아주 오랫동안 이 일을 준비해 왔어요. 맞서 싸우기 위해서….”김도기가 그 명함을 받아드는 순간, 시청자 또한 장성철의 제안에

    2023.03.02 14:35:25

    네버엔딩 시즌제 드라마, ‘모범적’으로 안착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