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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정과 직접 싸우지 마세요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여름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하늘에 먹구름과 찬란한 햇빛이 묘한 컬러의 칵테일처럼 섞여 비디오 아트를 보는 듯한 착각을 가지게도 한다. 그 하늘만큼이나 변화가 심한 것이 내 마음의 감정이다. 덕분에 우리는 영화 등 문화 콘텐츠에 몰입해 울고 때론 웃으며 감동을 느낀다. 그런 감정 시스템이 내재돼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한편으론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주요한 이유다. 과도하게 불안하거나 우울하게 한다.비가 오면 우울해지는 자신이 우울증이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아니다. 비가 오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지면 그것이 독특한 것 아닐까. 팬데믹 스트레스, 글로벌 경제위기로 부정적인 감정은 증가하는데 과도하게 긍정적인 감정에 집착하려고 내 감정과 직접적으로 싸우다 보면 오히려 더 지칠 수 있다. 긍정적으로 사는 것은 좋지만 억지로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려는 노력이 오히려 나를 더 지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마음 관리의 중요한 내용이다.감정과 너무 직접적으로 싸우지 말고 마치 변화무쌍한 하늘의 컬러 변화를 보듯 ‘내 마음이 오늘 좀 우울하고 피곤하네. 그렇지만 오늘 하루 내가 할 일에 집중하자. 그리고 이런 피곤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인내와 도전의 가치다’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감정을 느끼긴 하겠지만 ‘가치’에 집중해 오늘의 삶에 몰입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마음 관리 전략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정리하려면 감정이 너무 내 삶을 좌지우지하지 않게 하고 약간 거리를 둬야 한다. 가치 중심적인 삶을

    2022.07.26 16:23:53

    감정과 직접 싸우지 마세요
  • 코로나19는 끝나 가는데 번아웃은 오히려 증가한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멋진 국내외 여행 계획을 짜며 기대에 가득 찬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긴 사회적 거리 두기의 터널을 벗어나 ‘진짜 여름휴가’를 과거처럼 즐길 수 있는 ‘포스트 코로나 바캉스’ 시즌이 감격스럽게 찾아왔다.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초기에는 ‘확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회사에서 제일 철저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자기만 확진이 돼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 보인 탓에 억울하고 사회적 관계에도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고민이 대표적이다. 지금 임상 현장에서는 확진으로 자신의 이미지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호소는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느껴진다.그런데 코로나19 확진 후 회복돼 상당 기간이 지났는데도 마음에 여러 불편함이 떠나지 않거나 증상이 새롭게 찾아왔다는 호소가 적지 않다. 1만5400명의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감염에서 회복된 이후에 1년 사이 마음 건강과 관련해 불편한 증상을 경험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확진자의 경우 불안증을 경험할 위험도가 35%, 우울증은 39% 증가했다고 한다. 수면 문제는 41%, 스트레스 또는 적응 장애 위험도는 38%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진에서 회복한 후에도 마음 건강 관련 후유증이 찾아올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마음 건강 문제가 심리 요인과 생물학적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기에 사회적 연결 단절의 트라우마, 경제적 위기

    2022.06.29 15:03:37

    코로나19는 끝나 가는데 번아웃은 오히려 증가한다
  • 운동 스트레스 자체가 비만의 위험요인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코로나19 시기, 운동량은 줄고 집술과 함께 배달음식을 즐기다 보니 내장지방은 증가하고, 그래서 연초에 강력한 건강 행동 되찾기 계획을 세웠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우울하다는 고민을 자주 접한다. 봄이 한창이고 곧 여름이 다가온다.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건강 행동을 향한 변화를 꾀하나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말고 작은 계획부터 실천하는 것을 권한다. 큰 계획은 뇌에 짜릿함을 주어 실패의 경험이 있어도 다시 큰 계획을 세우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헛된희망증후군’이라 부른다. 큰 계획이 주는 쾌감에 대한 일종의 중독 행동이다. 팩트 체크를 한다면 ‘매일’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운동을 하겠다는 현실적인 목표로 시작해 성공 경험을 느끼며, 점차적으로 목표 수준을 올리는 것이 행동 변화에는 효과적이다. 좀 다른 결의 고민인데,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데도 내장지방이 떠날 생각을 안 한다는 하소연을 듣는다. 단순 공식으로 보면 운동을 많이 하면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한 것이니 똑같이 식사량을 유지하고 있다면 내장지방이 줄어야 한다. 그런데 왜 반갑지 않은 이 녀석은 나를 붙들고 있는 것일까.운동에 관한 최근 연구를 보면 몸의 반응이 단순치 않다. 현재도 ‘수렵·채집’으로 살아가는 한 아프리카 부족의 운동량은 하루 평균 14km라고 하는데, 운동량이 훨씬 적은 도시인과 비교해 평균 에너지 소모량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운동한 만큼 비례해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한다는 상식이 반드시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라톤을 지

    2022.05.31 09:25:50

    운동 스트레스 자체가 비만의 위험요인
  • 내 감정 신호, 한 발 물러나 본다면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악수는 친밀감을 표시하는 인사 예절이다. 그런데 반갑게 악수를 한 상대방이 곧장 손을 자기 옷에 닦는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상대방이 싫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면 행동적 면역 시스템(behavioral immune system)이 작동돼 일어난 행동일 수도 있다.보통 면역 시스템이라 하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반응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우선 일반적인 대응을 하고, 백신을 맞으면 더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게끔 생물학적 면역 시스템이 작동한다. 그런데 행동적 면역 시스템도 함께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신선도가 떨어져 보이는 음식 재료에는 손이 가지 않는 것은 몸에 해가 될 느낌에 따라 회피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상한 음식 색깔을 입힌 접시에 음식을 담아 식욕을 떨어트려 다이어트에 활용하는 것도 일종의 행동적 면역 시스템을 활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생체 에너지를 상당히 사용해야 하는 생물학적 면역 시스템에 비해 행동적 면역 시스템이 더 효율적이라는 긍정적 해석도 있다. 그런데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 일어나는 ‘아시안 혐오’ 같은 비정상적 분노 현상을 과도한 행동적 면역 반응으로 해석하는 주장이 있다. 자신의 생물학적 생존에 위협을 줄 것 같은 부정적인 감정 자극에 ‘회피’라는 수동적 거리 두기 반응이 일어나고, 이것이 강화되면 ‘배제’라는 적극적 거리 두기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심하면 ‘증오’라는 공격적 거리 두기에 이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요즘 타인에 대한 짜증, 분노를 호소하는 이가 늘어났다. 세상이 긴

    2022.05.02 12:27:48

    내 감정 신호, 한 발 물러나 본다면
  • 소통과 위로에도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소통과 위로에도 ‘적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능한 한 다가가는 게 따뜻한 것 아닐까. 공감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타인과 세상을 보살피는 따뜻한 힘이지만, 과도하면 어깨가 무겁게 눌려 자신과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측은지심(惻隱之心)’은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착한 마음을 일컫는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로 바꿔본다면 ‘공감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공감은 경험과 훈련에 의해서도 강화되지만 타고난 인간의 특징이기도 하다. 공감 능력은 인류 생존의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중요시된 지 오래다.좋은 리더십에 있어 공감 소통 능력은 핵심 자질로 여겨진다. 특히나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함께하는 것은 마음 입장에선 상당한 에너지를 쓰는 과정이다.타인의 신체적 통증을 공감할 때 공감자의 뇌 속 통증 센터도 함께 활성화된다는 연구도 있다. 제대로 공감하면 ‘아픈가 보다’ 하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통증처럼 아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공감 능력이 좋은 이들이 의외로 많이 하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타인을 더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을까”다. 공감 능력을 타고난 이들이 오히려 자기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즐거울 때 떠오르는 친구와 지쳤을 때 떠오르는 친구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다. 내가 상태가 좋을 땐 공감보다는 유머 있고 흥겨운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지쳤을 때는 간혹 나도 모르게 답답하다고 느꼈던 친구가 떠오른다. 삶의 통증이 공감 레이더를 작동해 공감 능력이 좋은 친

    2022.04.05 11:13:54

    소통과 위로에도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 미래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따스한 봄 기운이 찾아왔건만 마음은 불안하고 걱정은 커졌다는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그중에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전 연령층에서 큰 상황이라 느껴진다. 주식 등 투자 관련 고민에서 자주 나오는 용어가 ‘경제적 자유’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 연령대에서 경제적 자유에 도달해야 한다는 압박과 불안이 상당하다.‘경제적 자유’는 도대체 얼마를 가지면 도달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최고 기업의 오너는 경제적 자유를 느낄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면 대다수가 “아닐 것 같다”고 대답한다. 자산을 증식하면 경제적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보편적 인식을 갖고 있기는 한데, 그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행복 중독’이라는 용어가 있다. 너무 행복하려고 집착하면 오히려 행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를 ‘행복’이라고 마음의 알고리즘에 설정해 버리면 삶이 오히려 불편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슬픔, 외로움, 우울 같은 불편한 감정도 살면서 느끼는 중요한 삶의 콘텐츠들이기 때문이다.행복의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더 강력한 즐거움만을 힘겹게 좇아서는 안 된다.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처럼 내 삶의 한 부분으로 즐기는 여유, 그것을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 내 인생이란 영화의 신(scene)이 좀 우울할 수 있지만, 그 자체도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즐길 수 있다면 행복이다.완전한 행복, 사랑, 자유가 존재할까. 그것에 대한 갈망은 본능이지만 도달이 어려운 것 또한 팩트다. 삶의 지향점으로 의

    2022.02.28 10:43:51

    미래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 세대 간 소통에 대한 팩트 체크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상담 시간에 ‘팩트 체크’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사실이 아닌 편견에 사로잡혀 자기를 지나치게 비판하거나 스스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우에 그렇다. 예를 들면, 내향적인 성격은 외향적인 성격에 비해 성공하기 어려울까.내향적 성격은 성공하기 어려울까? 최근 승진을 한 리더가 일에 대한 열정은 크지만 내향적 성향이라 조직 관리나 인적 네트워킹 등에 자신이 없어 더 이상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고민을 전한 적이 있다. 실제로 고참 리더 그룹의 65% 정도에서 내향적인 성향은 리더로서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다는 통계도 있다. 그렇다면 내향적 성격은 정말 성공에 불리한 걸까.꼭 그렇지만은 않다. 리더의 성격 특성 자체보다 케미, 즉 궁합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예를 들어 외향적인 리더는 내향적인 구성원과 잘 맞고 내향적인 리더는 외향적인 구성원과 잘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특정 식음료 회사의 130개 프랜차이즈 지점을 대상으로 리더와 구성원의 성향을 조사했다. 결과는 자기 소통에 다소 소극적인, 즉 내성적인 성향의 구성원이 외향적인 리더를 만난 곳은 평균치보다 수익률이 높았다.그런데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외향적인 구성원이 외향적인 리더를 만났을 때는 최고의 조합일 듯한데, 오히려 수익률이 평균치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또 유사한 연구에서 내향적인 리더가 자기 의견이 강한 구성원을 만났을 때는 오히려 업무 효율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존재한다. 리더의 외향적 성향이 내향적 성향에 비해 꼭 우월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

    2022.01.28 09:00:02

    세대 간 소통에 대한 팩트 체크
  • 몇 살까지 살고 싶으세요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강연을 할 때 “몇 살까지 살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을 웃으며 할 때가 있다. 다양한 대답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팔순은 넘어야 섭섭하지 않을지 모른다. 실제 90세 넘어 사시는 분들도 주변에 적지 않으니 놀라운 일도 아니다. ‘어르신’이란 말은 좋은 말인데 요즘 잘 쓰지 않으려고 한다. 웃지 못할 민원이 한 병원에서 발생했는데 젊은 인턴 선생이 60대 남자 분께 어르신이라 했더니 그분이 기분 나빠 민원을 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아는 선배가 지하철에서 “아버님, 여기 앉으세요”라는 이야기에 영 기분이 별로였다고 하는데 비슷한 맥락이다.나이가 숫자에 불과하지는 않지만 잘 관리하면 상대적인 동안과 성공적인 노화를 이룰 수 있다. 성공적인 노화의 핵심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의 변화인데, 이 부분이 새해의 주요한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특히 성공적인 노화에 있어 가장 걱정스러운 병이 치매다. 치매 관련 통계를 보면 어르신 10명 중 한 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고 수년 안에 환자 수가 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치매는 기억력, 판단력 등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다 보니 관련한 법적 다툼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상속자인 자녀가 피상속자인 부모가 치매가 의심된다며 성년후견인 신청을 해 정상이라 주장하는 부모와 법적 다툼을 하거나, 치매에 걸린 가족의 재산을 관리하는 후견인 선정을 놓고 가족끼리 소송을 하는 씁쓸한 상황을 보게 된다.최근에는 상속 관련 유언장을 작성할 때 인지 기능이 정상이란 소견을 첨부하기 위해 건망증이 없는데도 병원을 찾는 경

    2022.01.05 19:09:53

    몇 살까지 살고 싶으세요
  • 마음까지 추워지는 ‘윈터 블루’ 해결법은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유럽의 이야기다. 여덟 살 아이가 그 나라의 총리에게 “총리님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배송을 할 수 있을지 논의를 해봤는지 궁금합니다. 쿠키 옆에 손 세정제를 두면 오실까요”라는 내용의 편지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냈다고 한다. 총리는 “많은 친구들이 고민하는 것을 안다”며 “산타와 통화한 결과 선물을 배달할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이고 산타는 민첩히 움직이기에 모두 안전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맞이하는 크리스마스가 아이들 동심의 콘텐츠가 돼버린 서글픈 상황이다.재택근무를 하는 아빠가 산타 할아버지가 성탄절에 오시냐는 자녀의 질문에 일하느라 정신이 없어 “2주간 자가격리가 필요하니까  1월 9일쯤 선물이 도착할 것 같다”고 동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업무적으로 답했다가 아이가 속상해 울어 당황했다고 한다. 같이 재택근무를 하는 아내에게는 “왜 아이를 울리냐”는 잔소리까지 듣게 되니 화가 나 부부싸움까지 했다는 것이다.성탄절처럼 반가운 휴일에, 가족들이 모여 즐겁게 식사를 하다가 부부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위기가 좋아지다 보니 과거 섭섭한 이야기를 배우자에게 꺼내 위로도 받고 눌러놨던 속상한 마음도 풀려고 했는데 상대방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자신이 더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부부 대화에 갈등의 불꽃이 튀게 된다. 투명성 착각(illusion of transparency)은 사람들이 자신의 속내를 다른 사람들이 잘 안다고 착각

    2021.12.06 20:32:27

    마음까지 추워지는 ‘윈터 블루’ 해결법은
  • 자기인식 부족한 리더가 조직을 망친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조직이든 가정이든 리더십에 있어 자기인식은 핵심적인 요소다. 자기인식이 부족한 경우 조직 구성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또라이’라는 용어는 학술 용어로는 부적절하다 싶지만, 자기인식이 부족한 경우를 ‘또라이’에 비유한 흥미로운 연구자가 있다.<또라이 제로조직(the no asshole rule)>은 로버트 서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저서로, 조직 문화와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는 그(또라이)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전염성이 강해 주변 사람마저 또라이로 만들 수 있고,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앗아가며, 원활한 소통을 망치고 퇴직률을 높이는 등 조직에 주는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또라이 감별 설문지도 제시했는데, 특히 두 가지 진단 기준이 중요하다. 첫째는 그를 만나게 되면 기분이 비참해지고 위축되며 자신이 가치 없게 느껴진다. 또 하나는 그는 자기보다 약자인 사람을 타깃으로 정한 뒤 함부로 대하고, 상사 등 파워를 가진 사람에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약자와 강자를 어떻게 대하느냐의 차이가 ‘또라이 진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그런데 일시적 또라이 행동은 누구에게나 나올 수 있다. 반성과 변화가 동반된다면 공인 또라이(certified asshole)는 아니다. 공인 또라이는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문제 행동이 고착된 경우라고 정의한다.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성격을 판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인은 자기반성(self-reflection)이 가능한지 여부다. 성격 문제를 가진 사람이 치료를 위해 스스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

    2021.11.03 13:08:54

    자기인식 부족한 리더가 조직을 망친다
  • '답'보다는 '질문'이 마음을 더 위로해준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우울증이 찾아오면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지만, 우울증이 심해지면 우울한 감정마저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이상한 색안경을 낀 것처럼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고 감정이 다 말라버린 듯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마음속 감정을 느끼는 시스템이 멈춰버린 탓에 무감정의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우울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 상태다. “가을의 파란 하늘이 느껴지시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에 여유로움이 존재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 질문에 의외로 “가을이 온지도 몰랐고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답변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가을을 탄다’는 것은 계절에 내 마음이 반응하는 정상적인 감정 이다. 파란 하늘을 보면 너무 아름답다가도, 이렇게 좋은 날이 또 흘러가고 있기에 삶의 유한성이 주는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앞의 질문에 가을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다면 마음 상태가 괜찮은 것이지만, 아니라면 가을을 타보는 것을 권한다. 현대인은 행복의 기준을 좋은 감정으로만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오히려 우리 삶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희로애락은 삶의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이다. 분노와 슬픔을 빼내고 기쁨과 즐거움만으로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설정해두면 삶이 오히려 우울해진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상적인 가을 타기의 우울도 불편하다고 밀어내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면 가을을 타는 묘미도 즐길 수 없고 오히려 계절의 변화가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삶의 행복감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2021.08.31 13:03:17

    '답'보다는 '질문'이 마음을 더 위로해준다
  • 코로나19 스트레스, 우울을 이겨내려면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스트레스가 2년 차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보건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에 우울이나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의 비율이 4배 정도 증가했다. 우리도 한 지방자치단체의 통계를 보면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시민이 2018년 대비 2020년에 5.8배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스트레스가 인종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있다.코로나19 스트레스의 주된 내용으로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재택근무 및 수업 등으로 인한 가족 내 피로감 증가’, ‘제한된 사회적 관계’가 꼽힌다. 외출 없이 집에 ‘앉아 있는 행동(sedentary behavior)’이 우울증의 발병 위험도와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최고의 항스트레스 활동인 ‘운동’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친밀한 만남’이 줄어드는 게 원인이다.불안해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안은 미래에 대한 염려를 증가시키고 동시에 오늘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앗아간다. 과도한 불안 반응의 예로 ‘비행기 공포’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랜만에 계획한 자녀와의 제주도 여행이 즐거운 기대로 다가와야 하는데 출발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감정과 생각을 지배한다. 여행이라는 행복 콘텐츠가 공포 영화로 바뀌어버리는 것이다.현재 전 세계는 ‘불안’과 전쟁 중인 상황이다. 35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스트레스로 인해 중등도 이상의 극심한 불안 증상을 느끼는 사람이 3명

    2021.07.28 12:57:57

    코로나19 스트레스, 우울을 이겨내려면
  • 무더운 여름, 마음에도 충전이 필요하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신나는 바캉스 시즌인 여름과 우울증은 먼 듯한데 의외로 계절성 우울증이 겨울 다음으로 여름에 많다. 우리는 왜 여름에 우울해지는 것일까.여름철에 우울해지는 이유는 우선 햇빛이다. 뇌 안에는 수면과 호르몬 분비 등을 시간에 따라 적절하게 조정하는 ‘생체(生體)리듬’ 시계가 있는데 해시계처럼 햇빛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햇빛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 겨울철 우울의 중요한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어 빛을 쬐는 광선 치료도 사용된다. 반대로 여름에는 과도한 햇빛이 생체시계를 오작동시키고 뇌신경의 정보 흐름에 혼란을 주는 탓에 불면, 식욕 부진, 불안감 같은 우울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고온다습한 날씨도 뇌의 에너지를 소진해 우울이 찾아올 수 있다.겨울 우울은 축 처지는 경우가 많다면 여름 우울은 짜증, 불쾌감이 흔하다. 그러다 보니 대인관계 갈등 같은 행동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불쾌지수(不快指數)는 미국의 기후학자 톰(E. C. Thom)이 1959년에 고안한 무더위 정도를 알아보는 기준인데, 한국인의 경우 80에서 83엔 반수가, 83 이상에선 모두가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스트레스까지 겹쳐진 상황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스트레스로 인해 중등도 이상의 극심한 불안 증상을 느끼는 사람이 세 명 중 한 명꼴이라는 35개국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 보고도 있다.‘연결’과 ‘공간’으로 마음관리여름철 마음 보양(保養)을 위해선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날씨가 덥고 낮이 길어지다 보니 취침 시간이 뒤로 밀려 수면의

    2021.07.21 14:40:11

    무더운 여름, 마음에도 충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