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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편지지를 파는 가게 글월 [MZ 공간 트렌드]

    우리는 과연 1년에 몇 통의 편지를 쓸까.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편지 쓰기가 특별한 일이 되고 있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라는 가사 말이 머지않아 낯설어질 것만 같다. 403호 편지지 가게 요즘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몇 장이고 써 내려가는 편지보다 기념일에 주고받는 짤막한 문장을 담은 엽서나 카드가 익숙하다. 그도 아니면 스마트폰 이모지나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주고받는 것이 더 일상적이다. 이전에는 편지가 마음을 주고받는 대표적인 매개체였다. 고백을 앞두고 마음을 표현한 편지를 좋아하는 사람의 사물함에 넣어 두기도 하고, 누가 누가 더 사랑하는지 표현하기 위해 썼다 지웠다 연애편지에 사랑을 속삭이기도 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과도 펜팔로 금세 친구가 됐다. 좀처럼 편지를 쓸 기회가 생기지 않으니 편지지를 사는 경우도 드물다. 편지를 써야 할 때가 되면 그제서야 급하게 근처 편의점이나 문방구를 찾는다. 선택의 폭이 좁다 보니 편지지를 고르며 받는 사람의 취향이나 성향을 떠올린다거나 특별한 디자인을 고려하기도 쉽지 않다. 편지지를 파는 가게 ‘글월’에서는 오롯이 편지에 집중할 수 있다. 글월은 편지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편지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은 편지지와 편지 봉투를 전문으로 판매한다. 글월의 대표와 디자이너가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해 국내에서 제작한 것이다. 편지지 10여 장과 봉투 다섯여 장이 포함된 세트를 구매할 수 있고 낱장으로도 살 수 있다. 필기감이 좋은 볼펜과 만년필, 향수, 조명 등도 함께 판매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오래된 건물 4층에 있는 이곳은 엘리베이

    2023.10.31 14:08:42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편지지를 파는 가게 글월 [MZ 공간 트렌드]
  • 한 뭉치 실에 담긴 무한함…바늘이야기 [MZ 공간 트렌드]

    언제 그랬냐는 듯 찌는 듯한 무더위가 지나고 뺨에 느껴지는 공기가 서늘하다. 포근한 니트나 카디건 등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예전에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소중한 사람에게 목도리나 장갑을 떠 선물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 기억이 아득한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지곤 한다. 뜨개질을 매개로 만들어진 문화 공간 뜨개질에 대한 기억하면 초등학교 근처 시장에 있던 뜨개방이 생각난다. 그곳 사장님에게 직접 겉뜨기와 안뜨기를 배워 목도리를 떴다. 목도리를 뜨다가 엉키면 그대로 사장님에게 가져가 도움을 구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뜨개질을 하는 사람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뜨개방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연희동 ‘바늘이야기’는 이렇게 희미해진 뜨개방의 추억을 소환해 준 공간이다. 주택을 개조한 소담한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연희동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동네 주민들의 먹거리를 담당하는 ‘사러가 마트’ 인근이다. 아무래도 시장과 뜨개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싶다. 1층부터 5층까지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바늘이야기의 1층은 판매 숍, 2층은 카페, 3층은 아카데미, 4층은 스튜디오, 5층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3층부터는 관계자 외 출입이 불가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한쪽 벽면은 색색의 재봉틀용 실이 가득하다. 2층 천장까지 닿은 높은 정사각형 칸막이 서랍장 칸칸이 실이 들어차 있다. 바늘이야기의 가장 유명한 포토 존이자 이 공간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곳이다. 그다음 눈에 띄는 것은 행어에 걸려 있는 카디건과 니트 등의 옷가지다. 의류뿐만 아니라 목도리·장갑·모자·바라클라바·수세미·키링·컵코스터 등 다양한 작품이 진열돼

    2023.10.10 15:57:48

    한 뭉치 실에 담긴 무한함…바늘이야기 [MZ 공간 트렌드]
  • ‘무목적(無目的)’이 목적이 되는 곳 [MZ 공간 트렌드]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입구로 나와 필운대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골목골목 작은 가게가 즐비한 동네에 닿는다. 서울의 역사가 깃든 서촌마을이다. 뭐든 빨리 뜨고 요즘 보기 드물게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 냄새 나는 동네다. 서촌은 행정구역상 서울시 누하동·통인동·옥인동·체부동을 아우른다. 그중 서촌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나타내는 곳은 바로 누하동이다. 인왕산 자락에 조용히 몸을 웅크린 마을은 수수하고 꾸밈없다. 세월이 묻은 한옥과 빌라, 아기자기한 상점이 못내 정겹다. 이 오래된 동네 중심에 2018년 새 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올해로 다섯 돌,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양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다. ‘무(無)’라는 무한 영역에 목적을 둔 공간, ‘무목적(無目的)’건물의 이름은 무목적. 목적을 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른다는 뜻을 담았다. 지역성이 강한 곳에 4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을 세운다는 것은 건축주에게도 큰 모험이었다. 변화가 드물고 고집스러울 만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동네에서 억지로 콘셉트를 내세우다 보면 부러지기 마련이다. 건축주이자 공간 기획을 책임진 권택준 무목적 대표는 건축물이 조용히 스며들기를, 목적 없이 배회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아지트 같은 곳이 되기를 바랐다. 치열하게 앞서 나갈 필요 없고 도도하게 높이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서촌과 닮은 그런 공간으로…. 외관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노출 콘크리트다. 하지만 일반 노출 콘크리트 마감과 달리 콘크리트를 두껍게 바르고 의도적으로 스크래치를 내 거친 느낌을 더했다. 신축 건물임에도 이질감 없이 서촌과 어우러질 수 있는

    2023.09.26 12:17:23

    ‘무목적(無目的)’이 목적이 되는 곳 [MZ 공간 트렌드]
  • “껍데기는 가라!” 알맹상점 서울역 리스테이션 [MZ공간트렌드]

    유독 극단적인 날씨가 기승을 부렸던 한 해였다. 벚꽃이 예년보다 일주일이나 일찍 개화했는가 하면 여름 내내 상상하지 못했던 불볕더위가 지속됐다. 그렇다고 겨울이 따뜻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간 우리가 환경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에너지를 아끼고 분리 배출하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등 작지만 소중한 한 걸음을 내디딜 용기가 절실하다. 그 걸음을 성실히 내디딜 수 있게 해 주는 공간이 있다. 바로 제로 웨이스트 숍이다. 그중 망원동에서 처음 시작된 알맹상점은 동네 주민들은 물론 환경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입소문이 퍼졌고 재작년에 2호점을 오픈했다. 도시의 에너지가 모이는 도심 한복판 서울역에 말이다. 옥상 정원에서 만나요 캐리어를 끌고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 대형마트에 쇼핑하러 가는 외국인들을 지나 서울역 4층에 가면 새로운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바로 서울역 옥상 정원이다. 하늘이 뻥 뚫린 옥상에 조성된 잔디와 정원은 분주했던 마음을 가라앉게 만든다. 이곳에 유일하게 자리하고 있는 가게가 있으니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이다. 초록빛 식물로 가득 덮인 건물은 한눈에 봐도 “친환경적이다!”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곳을 가리키는 간판을 볼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 숍답게 간판은 버려진 병뚜껑을 가득 채워 알록달록한 색을 완성했다. 알맹상점은 과대 포장으로 인해 발생되는 불필요한 쓰레기는 줄이고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알맹이’만 골라 사용하자는 의미의 알맹상점이다. 망원동 알맹상점과 달리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은 카페도 겸하고 있다. 동물성

    2023.09.12 13:42:39

    “껍데기는 가라!” 알맹상점 서울역 리스테이션 [MZ공간트렌드]
  • 취향 저격 북 큐레이션을 원한다면, 스틸북스 회현 [MZ 공간 트렌드]

    왁자지껄한 남대문시장 건너편의 커다란 건물, 귀여운 일러스트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이곳은 스틸북스 회현이다. 스틸북스는 이곳을 ‘관점이 있는 중형 서점’이라고 소개한다. 오래됐지만 새로운, 오래돼서 새로운스틸북스는 오래전 이발소와 패턴실이 있던 곳을 리모델링한 서점이다. 건물 입구에 ‘이발’, ‘패턴실–재단 개인 지도 3층’이라고 적힌 정겨운 간판을 남겨 둬 이곳의 본래 용도를 기억하게 했다. 이 간판처럼 건물 곳곳에는 세월을 가늠케 하는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벽과 바닥 곳곳의 패인 자국, 계단의 오래된 나무 손잡이 등이다. 건물의 구조에는 크게 손대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보완해 빈티지한 매력이 살아 있다. 그와 상반되는 새로움도 공존한다. 벽 끄트머리에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모던한 디자인의 문이 나 있고 자로 잰 듯 네모반듯한 책꽂이와 조명·스피커 등 감각적인 인테리어 소품이 어우러져 있다. 시멘트를 그대로 노출시킨 벽면이나 밖으로 드러나 있는 전선이 어찌 보면 방치된 건물처럼 삭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요즘 감성이 적절히 섞여 있어 오히려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스틸북스가 자리 잡은 곳은 로컬스티치 회현의 C동이다. A부터 F동까지 총 6개의 건물로 구성된 로컬스티치 회현은 카페·음식점·숙박 업소 등 다양한 스몰 브랜드들이 모여 있다. 총 6층으로 이뤄진 C동의 1층부터 3층까지가 스틸북스의 전용 공간이다. 1층 웰컴센터에서는 영화 잡지 ‘프리즘 오브’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브리크’ 등 다양한 잡지와 스몰 브랜드의 마스킹테이프·키링·스티커 등 아기자기한 문구류를

    2023.09.07 13:43:26

    취향 저격 북 큐레이션을 원한다면, 스틸북스 회현 [MZ 공간 트렌드]
  • 사랑방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홍건익 가옥 [MZ공간트렌드]

    사진 : 홍건익 가옥 제공 입추가 지났지만 여전히 에어컨 없이는 살기 어려운 여름이다. 아무리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그렇다고 에어컨 바람에만 의지하자니 냉방병이 가만두지 않는다. 옛날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여름을 났던 걸까. 생각도 잠시. 한옥에 가면 뜨거운 햇빛 속에 움츠러들었던 진짜 바람이 ‘살랑’하고 지나간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좋은 여유를 선사한다. 서촌 숨은 명소 홍건익 가옥에서 말이다. 서울시 민속 문화재 제33호 경복궁역 1번 출입구로 나와 사직동주민센터로 가는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홍건익 가옥을 만날 수 있다. 가옥은 작은 꽃집과 카페 사이에 자리해 있다. 하지만 골목 안쪽에 있어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이곳을 발견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그럴까. 골목에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한옥을 발견하자마자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그런 이상한 한옥집이다. 홍건익 가옥의 대문에 들어서기 전 이 가옥의 정체 등이 담긴 설명문을 볼 수 있다. 이곳은 1934년에서 1936년 사이에 만들어졌고 홍건익이라는 상인의 집이었다고 한다. 그는 상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느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1935년 전후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시간을 지나며 이 집이 탄생했다. 우리 것을 지키는 동시에 강제로 근대화돼야만 했던 그 시간을 이 한옥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실제로 홍건익 가옥은 전통 한옥과 근대 한옥의 특징 모두를 갖추고 있다. 이에 건축적 가치는 물론 건축 당신의 기본 구조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 등을 인정받아 2013년 서울시

    2023.08.17 15:27:26

    사랑방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홍건익 가옥 [MZ공간트렌드]
  • 레트로 핫플? BTS 성지! 을지다방 [MZ 공간 트렌드]

    “혹시 지금 라면 되나요?” 오전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 쭈뼛대며 묻는 말에 정감 넘치는 답변이 돌아온다. “어어 되지, 하나 끓여 줘?” 분식집인가 싶은 이곳은 다방이다. 1985년 개업한 ‘을지다방’은 오래된 노포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지금까지도 터줏대감처럼 을지로3가역 10번 출입구 앞을 지키고 있다. 전 세계 아미 모이는 을지다방‘BTS 방탄소년단 성지!’라고 적힌 핑크색 간판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입구에 붙은 BTS 멤버들의 포토 카드와 스티커, 화보가 간판에 적힌 성지라는 표현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다방 안에 들어서니 더 많은 BTS의 사진이 있다. 액자에 전시된 사진과 쿠션, 캐리커처 등 다양한 ‘굿즈’가 창가와 내부 벽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힙지로(Hip+을지로)의 상징과도 같은 을지다방은 처음에는 그 옛날 다방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레트로 명소로 유명했다. 지금은 BTS의 성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BTS가 다녀간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이른바 ‘BTS 성지 순례’라고 한다. 이는 BTS 공식 팬덤 아미(A.R.M.Y)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BTS는 을지다방에서 ‘BTS 시즌 그리팅 2021(BTS Season Greetings 2021)’ 포토북 화보를 촬영했다. 시즌 그리팅은 연말연시 연예인의 사진을 담은 포토북과 달력, 카드 지갑, 스티커 등 다양한 ‘굿즈’들이 포함된 세트를 의미한다. 레트로를 콘셉트로 촬영된 시즌 그리팅 포토북 화보에는 1970~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레트로한 옷차림의 BTS 멤버들이 을지로 곳곳에서 촬영한 모습이 담겼다. 그들이 촬영한 을지로의 식당, 당구장, 카메라 판매점, 시계 판매점 등은 바로 BTS 성지로 떠올랐다. 이 중 을지다방은 BTS의 단체 컷을 촬영한 장소로, 을지

    2023.08.05 08:47:18

    레트로 핫플? BTS 성지! 을지다방 [MZ 공간 트렌드]
  • 어서 오세요 한약방, 아니 게스트하우스에 [MZ 공간 트렌드]

    구불구불한 골목 틈으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간판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춘화당 한약방. 또박또박하게 새겨진 파란 글자와 붉은 벽돌담과 조화가 못내 정겹다. 어설프게 골목대장 노릇을 하던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도 이런 은색 대문이 있었다. 조심스레 문을 밀고 들어서자 아담한 정원 위로 목포 100년의 역사가 펼쳐진다.춘화당에서 찾은 근대 한옥만의 매력일제강점기인 1929년(등기 연도 1935년) 건립된 춘화당은 목포역과 유달산 사이, 원도심을 지키고 있는 근대 한옥이다. 1950년대 제중병원, 이후 조내과를 거쳐 1980년대 한약방으로 쓰였고 당대의 지식인들이 활동하던 공간이었다. 현재 본채와 별채는 숙박 시설로, 바깥의 건물은 카페로 쓰이고 있다. 과거 소유자는 세브란스의전을 졸업한 후 목포에서 부란취병원 원장을 지낸 의사 최섭 씨다. 광복 후 미군정기 목포시장을 지내고 정명여학교 교장을 역임하는 등 목포의 세력가였다. 조경에도 유달리 조예를 뽐냈던 그의 세심한 손길을 정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령 100년을 훌쩍 넘는 오래된 나무와 귀한 라일락·철쭉·동백 등 사계절을 대표하는 꽃이 한옥과 어우러져 그 자태를 완성한다. 건물 내부에 있는 상량문(己巳)은 이 건물이 목포 약 1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복도형 툇마루, 처마 밑 유리 장식창 등 근대 한옥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목포시문화유산 제24호로 지정됐다.고요한 공간에 배어든 주인장의 배려‘춘화당 한약방’ 간판을 마주한 카페 ‘문화공간 봄’에서부터 머무름은 시작된다. 체크인·체크아웃이 이뤄지는 카페에는 남도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 가득하다. 웰컴 드링크인 차 한

    2023.07.28 14:24:27

    어서 오세요 한약방, 아니 게스트하우스에 [MZ 공간 트렌드]
  • LP가 낯설어도 괜찮아, 뮤직컴플렉스서울[MZ공간 트렌드]

    인스타그램 피드에 붉은빛으로 가득한 전경 사진이 눈에 띈다. 빨갛게 존재감을 뽐내는 정사각형 프레임 속 공간은 어디일까. 강렬한 분위기에 압도되면서 자연스럽게 어디인지 궁금해진다. 두어 장의 사진을 훑어본 뒤 스마트폰 메모장 안 ‘가야 할 힙 플레이스 목록’에 추가하기로 결정한다. 뮤직컴플렉스서울이다.뮤직컴플렉스서울은 ‘인사동에 뜬 붉은 노을’이라고 소개되는 LP 음악 감상&카페다. 빨간 조명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조명색이지만 이곳은 LP를 감상하는 장소다. LP를 감상하는 공간이라면 마니아들을 위한 골방과 같은 아늑한 분위기의 장소나 거대한 부지에 스피커 하나로 겸허하게 음악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곤 했다. ‘클럽인 줄…’ 알고 보면 LP 도서관내부 사진을 미리 본다면 라운지클럽처럼 압구정 지하에 있을 법한 인테리어다. 하지만 이곳은 갤러리가 즐비한, 고즈넉한 인사동의 우뚝 선 멀티플렉스 빌딩 안에 있다. 생긴 것과 다른 의외의 공간이지만 가는 길마저도 반전의 연속이다. 안국역 6번 출입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힙 플레이스’의 공식 중 하나는 스러져 가는 건물과 간판 없이 찾아가는 숨은 공간 아니었던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면 밝은 복도 사이에 강렬한 붉은 조명이 문 밖에서도 환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LP로 채워진 벽면과 주방, 소파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2인용 소파는 모두 한쪽 방향으로 놓여 있어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각자 음악을 즐긴다. 4인까지 앉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LP판 하나에는 네 개의 스피커 연결 잭이 있어 한 개의 앨범을 최대

    2023.07.24 11:33:55

    LP가 낯설어도 괜찮아, 뮤직컴플렉스서울[MZ공간 트렌드]
  •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경리단길 남산대학 [MZ공간 트렌드]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경리단길 남산대학망리단길·송리단길·해리단길·황리단길 등 다양한 ‘○○단길’들이 탄생하기 전에 이태원의 경리단길이 있었다. 힙의 상징이자 밀레니얼 세대들이 즐겨 찾던 곳으로, 주민들과 외국인들이 조화를 이루는 이색적인 동네였다. 길거리에 앉아 커피나 맥주를 즐기는 모습은 이곳의 풍경 중 하나였고 주택가 사이에 자리한 특별한 가게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단길’이 너무 많아진 탓일까. 단길들의 조상 격인 경리단길을 찾는 발걸음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에 공간 브랜드의 대표 주자 ‘글로우서울’이 나섰다. 경리단길에 대학 캠퍼스를 만들어 버렸다는 소식이다. 기상학과 호우주의보 내부. 기둥처럼 자리한 모니터에는 세계 기상 상황이 보인다. Ⓒglowseoul도시 재생을 위한 공간 브랜딩경리단길의 이름은 ‘육군중앙경리단’의 ‘경리단’에서 따왔다. 경리단 건물 자리에서 하얏트호텔 앞과 그 주변 골목을 의미하며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2016년 이후 다양한 지역에서 경리단길을 따라 20개 이상의 단길이 생겨나면서 경리단길의 영향력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기존 소상공인들이 쫓겨나면서 거리 곳곳에는 ‘임대’라고 붙은 빈 건물들이 늘어났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느 한 지역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올라 기존 주민이나 가게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는 현상을 뜻한다. 이에 글로우서울은 남산대학 프로젝트, 즉 경리단길 살리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이처럼 글로우서울은 지역에 어울릴 만한 공간 콘텐츠를 발견하고 기획하는 등의 일을 한다. 대표

    2023.07.18 16:20:23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경리단길 남산대학 [MZ공간 트렌드]
  • MZ세대 몰리는 더현대 서울 비결이 궁금하다면?…벤치마킹 투어 프로그램 [MZ공간 트렌드]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는 특이한 행렬을 볼 수 있다. 해외 관광지에서 보던 것처럼 가이드를 필두로 여러 사람이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풍경이 펼쳐진다. ‘더현대 서울 벤치마킹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이다.‘더현대 서울 벤치마킹 투어 프로그램’은 더현대 서울을 통해 마케팅 인사이트를 얻고자 하는 학생·소상공인·스타트업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카카오톡 더현대 서울 친구 추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는데 이미 9월 말까지의 예약이 마감됐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투어 프로그램은 한 팀당 2명씩 5팀이 참여할 수 있어 총 10명이 진행할 수 있다. 1층 컨시어지 데스크에 집결해 더현대 서울 소속 직원이 소개하는 더현대 서울의 운영 노하우 등 설명을 들으며 지하 1층과 지하 2층, 6층을 40분가량 돌아보는 코스다. 더현대 서울에 ‘없는 것’더현대 서울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 2월 오픈했다. 유통업계 불모지로 불리는 여의도라는 지역과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시기였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을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백화점 매출과 직결되는 3대 명품 브랜드 일명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없다는 점 역시 약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더현대 서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매출 1조원 달성도 가능하다. 더현대 서울이라는 명칭에는 ‘백화점’과 ‘여의도’가 빠져 있다. 기존 백화점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트렌디한 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와 여의도를 넘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겠다는 목표를 담아 네이밍

    2023.07.11 09:03:15

    MZ세대 몰리는 더현대 서울 비결이 궁금하다면?…벤치마킹 투어 프로그램 [MZ공간 트렌드]
  • 이대로 보내기 아쉬운 초여름, 청춘들을 위한 종로3가 포차거리[MZ 공간 트렌드]

    찰나의 계절이라는 초여름 밤, 놓치지 않고 해야 할 일이라면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 한잔을 들이켜는 것. 대학 때 편의점 앞의 둥근 플라스틱 테이블에서 캔맥주와 소주를 종이컵에 섞어 마시며 밤새워 수다를 떨곤 했다. 하지만 편의점은 휴게 음식점으로 분류돼 음주하다 걸리면 점주가 최대 5000만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 아마 맥주 캔을 따는 순간 주인이 부리나케 나와 말릴 것이다. 그러면 청춘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이곳에는 오후 5시쯤이 되면 치킨집 테이블이 하나둘씩 펼쳐진다. 빨간색, 파란색, 흰색….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500개쯤 될까. 종로3가역 5번 출입구 앞에는 ‘송해길’이라는 푯말이 있다. 송해 할아버지 제2의 고향이라 그를 기념해 만든 길이다. 뒤로는 낙원악기상가가 있는데 상가 근처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등받이 없는 의자에 삼삼오오 모여 있다. 500여 개의 야외 테이블은 낙원상가 입구 앞 골목에 끝없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인스타그램의 #종로3가포차거리 #핫플이 골목의 정확한 명칭은 ‘돈화문로’다. 별다른 명칭은 없다. ‘종로3가 포차거리’라고만 부른다. 송해길은 낙원상가 앞에서 종로2가 육의전 빌딩까지, 탑골공원 방향으로 가는 길이라 엄밀히 말하면 포차거리가 아니다. 이곳은 5번 출입구부터 3번 출입구까지 약 200m의 이름 없는 골목이다. 골목 양쪽 길에 노점이 빽빽하다. 골목이지만 양쪽이 20m 정도 되는 넓이라 답답한 느낌은 없다. 인스타그램에는 #종삼 #종로3가포차거리 #노상포차 등의 해시태그를 적은 게시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저녁을 먹은 뒤 오후 8시쯤에는 이미 만석이다. 앉을 곳이 없어 골목의 끝에서 끝까지 두어 번은 걸어야 한다.

    2023.06.25 10:57:22

    이대로 보내기 아쉬운 초여름, 청춘들을 위한 종로3가 포차거리[MZ 공간 트렌드]
  • 추억이 아니라 취향입니다, 작은 연필 가게 ‘흑심’ [MZ공간트렌드]

    추억이 아닌 취향입니다작은 연필 가게 흑심- 연필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레트로 숍‘추억’이라는 단어가 주는 정감이 있다. 하지만 추억은 추억일 뿐 지나간 것은 잊어버려야 한다고 말하기엔 아까운 물건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연필이 아닐까. 쓸 때마다 나는 서걱서걱 연필심의 소리와 쓰다 보면 뭉툭해지는 연필 끝의 모양, 그리고 다시 연필깎이에 꽂아 혹은 칼로 결을 따라 깎아내는 과정까지. 짧고도 지난한 여정으로 뾰족한 촉을 얻게 되고 필기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 가치를 부여하고 연필이라는 취향을 존중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있다. 연남동에 있는 ‘작은 연필 가게 흑심’이다. 과정의 미학시간이 되면 깎아야 되는 연필과 달리 펜은 한 자루도 다 쓰기 어려울 만큼 여유로운 잉크가 담겨 있다. 색·촉감·브랜드 등이 모두 다양하기 때문에 고르는 재미마저 쏠쏠하다. 지워지지 않는다는 가장 큰 단점도 수정 테이프를 활용하면 되고 나아가 지워지는 펜까지 나왔으니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서 연필 대신 펜을 선택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가끔은 연필이 그립기도 하다. 손에 흑심이 까맣게 묻은 줄도 모르고 깍두기 공책에 가나다라를 열심히 쓰고 잘못 써서 지우개로 박박 지우며 지우개 가루를 후 불던 그때가 새록새록 떠오를 때가 있다. 펜보다 가볍고 쓰고 지우기가 편하고 연필만이 지닌 색감이 연필꽂이에 연필 한두 자루씩 넣어 두게 만든다.하지만 작은 연필가게 흑심은 연필이 더는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질 도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연필은 여전히 누군가에겐 필수품이자 누군가에겐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바쁠수록 돌아간다는 말처럼 가끔은

    2023.06.18 10:53:51

    추억이 아니라 취향입니다, 작은 연필 가게 ‘흑심’ [MZ공간트렌드]
  • 한국판 테이트모던을 아시나요, 문화비축기지 [MZ 공간 트렌드]

    낡고 오래된 건축물에 ‘리노베이션(renovation)’이라는 작은 숨결을 불어넣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변화가 생기곤 한다. 영국 런던에 있는 테이트모던이 대표적인 예다. 연평균 방문객 수만 600만 명이 넘는 이 미술관은 과거 템스강변에 무력하게 방치된 뱅크사이드 화력 발전소에 불과했다. 굴뚝 등 외형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내부는 전시 공간으로 개조해 도시 재생의 성공적 사례로 불린다. “오르세에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작품은 오르세 그 자체다.” 프랑스 파리의 3대 보물 중 하나인 오르세박물관 역시 기차역을 개조해 만들었다. 2017년 서울 마포구 매봉산 인근에도 유사한 건물이 들어섰다. 문화비축기지는 폐산업 시설인 마포석유비축기지를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생한 시설이다. 세월이 녹아든 석유 비축 탱크 외관만이 이곳의 과거를 짐작하게 할 뿐 녹음이 우거진 평화로운 부지는 여느 공원과 다를 바 없다. 무엇이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비밀의 공간, 5개의 탱크마포석유비축기지를 이루고 있던 석유 저장 탱크는 총 5개. 1973년 석유 파동이 일자 유사시에 대비해 서울시민이 한 달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의 기름을 보관하기 시작했다. 1급 보안 시설로 분류된 비축기지는 매봉산 자락에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숨겨졌다. 아파트 5층 높이, 둘레 15~38m에 달하는 거대한 탱크들이 일반인에게 존재감을 나타낸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서다. 약 30년간 숨바꼭질하며 버텨 온 탱크들로선 썩 유쾌한 결말은 아니었다. 기지 전체가 서울월드컵경기장 500m 이내의 위험 시설로 분류되며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다시 10년, 일반인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된 채 기지는 유휴지로

    2023.06.11 10:56:38

    한국판 테이트모던을 아시나요, 문화비축기지 [MZ 공간 트렌드]
  • 당신이 몰랐던 마스킹테이프의 세계, 롤드페인트[MZ 공간 트렌드]

    어디에나 잘 붙고 잘 떼어진다. 손으로도 잘 찢어지지만 다시 떼어내는 도중에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점착력이 좋지만 끈적임은 남지 않는다. 몇 번의 손길을 거치면 아트워크가 되고 세상 하나뿐인 손때 묻은 애장품이 되기도 한다. 이토록 유연하고 다채로운 마스킹테이프의 세계. 서울 마포구 롤드페인트에서 자세히 들여다봤다.마스킹테이프 한입 맛보기 가능31가지 맛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에 가면 고민이 앞선다. 대체 어떤 맛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이곳도 마찬가지다. 문을 열고 마주한 마스킹테이프 세상에서는 아무리 결단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결정이 쉽지 않다. 총천연색은 물론이고 요가하는 사람, 낮잠 자는 고양이, 막 구운 듯 노르스름한 빵, 짓궂은 어린아이의 얼굴, 파란 하늘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패턴까지 없는 패턴을 찾는 게 힘들 정도다. 이렇게 다양한 마스킹테이프가 숍 양쪽 벽면 수납함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마음에 드는 마스킹테이프는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다. 롤드페인트에 입장하면 테스트 종이를 한 장씩 건네받는다. 이 종이에 원하는 마스킹테이프를 붙여 볼 수 있고 숍 중앙에 자리 잡은 작업대에서 아트나이프나 커팅매트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커팅매트는 작은 모양이 옹기종기 그려져 있는 책받침과 같은 모양새인데 이 매트에 마스킹테이프를 얹은 후 비치는 모양대로 오려내면 모양 스티커처럼 활용할 수 있는 도구다. 작업이 끝난 테스트 종이는 상단 구멍에 끈을 달아 책갈피로 사용할 수 있다.롤드페인트의 대표이자 마스킹테이프 작품을 선보이는 채민지 작가는 이곳을 단순 판매 숍이 아닌 마스킹테이프 문화를 향유할

    2023.06.04 10:31:09

    당신이 몰랐던 마스킹테이프의 세계, 롤드페인트[MZ 공간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