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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고민이 고민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고민일까?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고민이 생겼다. 업무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앞으로의 인생이 평탄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툭 솟아올랐다. 경험이 압축된 20대 초반을 지나며 ‘앞으로 고민을 고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순간을 즐겁게 사는 것으로 목표를 잡자’고 다짐했건만, 나를 괴롭히는 게 생겨버렸다. 누군가 고민의 흔적은 딱지가 되어 인격의 자산이 된다고 했던가. 사실 나의 고민도 극복하면 먼 훗날 ‘성장이었다’라고 회상할 종류의 것이라 그 말이 틀리진 않은 걸 스스로도 안다. 하지만 당장 기력이 없기에 경험을 사지 않고 상처도 없으면 안 될까, 같은 투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착실하게 나만의 대답을 찾아낼 건 뻔하다. 내 고민과 별개로 벽에 부딪혀 이겨내 성장하고, 안 될 것 같은 일도 도전하는 게 청춘의 미덕이고 의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하지만 반문하고 싶다. 과연 지금 우리에게 그럴 여유가 충분한가? 어리숙한 사람은 도전하고, 숙련자는 기다려줄 시간과 자원이 있긴 한 건가? 그리고 그걸 청춘에게 “부여”하는 건 옳은 일인가? 얼마 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최고령 수험생 김정자 할머니가 화제였다. 김 할머니는 “자식을 다 키워낸 뒤 평생 한이 됐던 공부를 다시 하기 위해 만학도가 됐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업을 마치고 여유가 생긴 다음에야 나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었다는 말이다. 나는 김 할머니처럼 나이와 사정이 다양한 모든 사람의 도전에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미 이뤄본 사람들이 시간을 내야 한다는 시혜적인 시선은 아니다. 누구나 새로운 시도, 혹은 실패를 하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안전망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3.12.05 15:20:24

    이 고민이 고민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고민일까?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 광고 전화 한 통에 60만원 화장품을 결제했다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공짜를 좋아하는 대머리는 없다. 세상에 공짜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는 문장 자체가 틀린 문장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무료’라거나 ‘증정’이라는 표현으로 다가오는 대부분의 것들은 사실 우리가 무형의 대가를 지불한 결과다. 가장 흔한 경우가 개인정보다. 기프티콘을 받기 위해,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는 개인정보를 건네고 상품을 수령한다. 주최 측의 ‘개인정보 이용 미동의 시 경품 수령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고지에 따라 우리는 개인정보를 기프티콘이나 경품에 거는 것이다. 이번 글은 가볍게 생각한 이벤트 참여가 큰 결과로 돌아온 나의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박람회에서 이벤트에 참여했고, 이벤트성 피부 관리를 받으러 갔다가, 직원의 영업에 못 이겨 60만 원을 결제하고 왔다. 또래나 혹은 또래가 아니더라도 순진한 누군가가 비슷한 일을 겪을 때 ‘그건 생각을 좀 해보면 좋겠다’는 권유의 차원에서 세세하게, 그래도 너무 길진 않게 설명할 예정이다. 요약하자면, 당신에게 정가보다 현저히 싼 피부 관리나 화장품 구매 권유가 들어온다면 일단 구매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고, 샀다면 구매에 확신이 들 때까지 3일은 개봉하지 말아라! 카페 용품 관련 박람회에 갔다. 목적은 맛있는 디카페인 원두를 찾기 위해서였다. 생각보다 맛있는 디카페인 원두는 찾기 어려웠고, 사람 많은 박람회장에서 실시간으로 기를 소진하며 걷던 와중 돌림판 룰렛 이벤트를 하는 부스를 발견했다. 부스 행사 내용은 간단했다. - 설문조사에 참여한다 – 룰렛을 돌린다 – 경품을 받는다 구글 폼으로 제작된 설문은 피부 유형이나 직업, 나이 등을 물었다.

    2023.10.13 10:37:26

    광고 전화 한 통에 60만원 화장품을 결제했다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 내 그릇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종종 음식을 남긴다. 그럴 때면 찬장을 열어 반찬 통을 살피면서 남은 양에 딱 맞는 통은 무엇일까 가늠한다. 이 눈대중은 자연스럽지만 일상에서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과장하여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세계관을 빌려보자면, 우리가 음식을 담을 그릇을 결정할 때마다 또 다른 평행우주의 내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명사 ‘그릇’의 단어 뜻은 총 3개다. 첫 번째는 우리 눈에 늘 보이는 음식을 담는 용도로써 그릇이다. 두 번째는 ‘어떤 일을 해 나갈 만한 능력이나 도량 또는 그런 능력이나 도량을 가진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세 번째는 첫 번째 의미의 물리적인 단위를 의미한다. 그릇이 처음 가공된 상태 그대로 용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필요하다. ‘콜드컵’을 예로 들어보자. 콜드컵에는 뜨겁지 않은 고체, 액체, 기체를 담을 수 있고 그 형태는 세로로 긴 원통형에서 크게 변형되지 않는 형태여야 한다. 용량 또한 콜드컵 뚜껑이 닫히는 한도 내에서 결정된다. 너무 적거나 많은 양을 담으면 콜드컵은 효용 없는 짐이 되거나 안에 있는 게 흘러 넘치는 상황이 생긴다. 인간의 그릇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릇에 비해 버거운 일을 하려고 하면 깨지거나 모양이 변할 수 있고, 적은 양의 일을 하게 되면 남는 공간이 심심해 한눈을 팔 수 있다. 하고싶은 일이 많다면 그릇을 깊거나 넓게 만들어야 한다. 그 균형을 맞추는 데 필요한 게 바로 경험과 거기서 나를 거쳐 간 생각들이다. 이는 업무적인 경력이나 세월에 비례하진 않는다. 예를 들자면 나는 22살이 되던 해 직계 가족의 암 선고 직후 그의 유일한 간병

    2023.08.02 10:42:18

    내 그릇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 일상 속 오가는 무례한 스몰토크,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공감 가는 에세이를 쓰는 한국 소설가가 있다. 에세이가 말하고 있는 의견이 내가 세상에 대해 느끼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아 항상 공감하며 읽고 있다. 그런 그가 소설집 출간 이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스몰토크는 매우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극도의 예민함을 지닌 그가 어떤 지점에서 어려워 하는지 짐작이 갔다.업무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스몰토크인 사람으로서 주제의 중용을 찾는 게 항상 어렵다고 생각한다. ‘각인각색’이라는 말이 있듯 사람마다 살아온 삶, 예민하게 생각하는 포인트 등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아마 소설가도 그 지점에서 어려움을 느꼈을 거라고 추측한다. 말을 먼저 거는 입장이든 아니든 말이다.얼마 전 장성규의 워크맨 숏츠가 큰 반응을 얻었다. 중년의 직원에게 “자제분들 나이는” 이라고 묻자 “40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자 장성규는 크게 놀라며 “20대 초반에 낳으셨냐”고 되물었다. 영상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동안 관련된 언급이 자주 등장했고, 말미에 가서야 그 말이 “뻥”이며 직원들 모두 미혼임이 드러났다. 영상의 반응은 직원의 ‘쿨함’을 칭찬하는 반응과 장성규의 편견을 지적하는 반응으로 크게 나뉘었다. 나는 직원분이 인생에서 저런 질문을 얼마나 많이 받았으면 자동적으로 반응이 튀어나올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주말마다 동네 농원에서 일을 도운 적이 있다. 손님들은 주로 은퇴 후 텃밭을 꾸리거나 평생 농업에 종사해온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도시 텃밭의 한두 구좌를 얻어 농사를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나는 모든 손님들을 편의상 ‘아버지’나 ‘어

    2023.05.23 11:09:17

    일상 속 오가는 무례한 스몰토크,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 삐삐로 약속 잡던 상사, 이모티콘 날려 온 신입사원은 친해질 수 없는 걸까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

    [한경잡앤조이=황태린 NPR 매니저] 경기도에 살며 을지로의 홍보 대행사로 출근하고 있다. 주2회 재택 근무를 제외하고 출근하는 날은 하루에 세 시간씩 도로 위에서 ‘멀티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한 시간 반 동안의 출근길에서 내가 하는 건 웹툰 정주행, 독서, 영어 학습, 쪽잠 등등 다양하다.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는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거나, 책을 읽거나, 환승할 버스를 바로 탈 수 있을지 중간에 잠깐 뭘 사러 들러도 될지 시간을 계산한다. 그 활동에서 항상 함께 하는 건 음악이다. 장르는 뉴에이지부터 팝을 거쳐 락까지, 그야말로 ‘음악은 나의 삶’이다.버스나 지하철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귀에 재생되고 있는 게 음악인지, 드라마인지, 유튜브인지, 혹은 캔디인지가 다를 뿐이다. 줄 이어폰의 세계를 살던 우리는 블루투스라는 문명의 이기를 만나 각자 개성을 뽐내는 ‘콩나물’의 시대를 살고 있다. 헤드폰과 에어팟을 쓰던 나도 얼마 전 에어팟 프로2를 구매하면서 노이즈 캔슬링의 세계에 뒤늦게 입문했다.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의 가장 큰 특징은 소음을 줄여 세상에 음악과 나 단둘이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외부 소음을 막아 위험 상황에 노출되어도 모른다는 게 양날의 검이지만 말이다. 아무리 뛰어난 점도 TPO에 맞춰야 장점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업무 상황에서 상사의 목소리까지 ‘노이즈’로 취급해 ‘캔슬’해버리는 사원들이 생겨나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관련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목격 썰’들이 올라오고, ‘맑은 눈의 광인’이라고 불리는 예능 캐릭터까지 등장했

    2023.02.28 09:22:21

    삐삐로 약속 잡던 상사, 이모티콘 날려 온 신입사원은 친해질 수 없는 걸까 [인생 1회차, 낯설게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