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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버버...” 자기소개로 나의 첫 면접이···3개월 백수 생활이 시작됐다 [2호선 수필집]

    [한경잡앤조이=백윤희 매니저]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그나마 좋아하는 분야이자 성적에 맞는 어문학과를 택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한 게지.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학생이 되고도 취업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3학년 2학기 즈음 어학 자격증 취득 혹은 논문을 써야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문학 전공인데 어학 공부하기 싫어서 논문을 열심히 썼다.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 나는 2학년 때부터 3년을 통학했는데 왕복 5시간이었다. 논문 쓰는 동안은 지도 교수님 30분 뵙겠다고 수업 없는 날도 이 거리를 일주일에 2번은 오갔다. 이때부터였을까. 글쓰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게.거창하게 외쳤지만 사실 글 쓰는 게 다른 일에 비해 좀 더 재미있는 딱 그 정도였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주장하며 유용한 점이 있었는데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는 나의 진로에 대해 있어 보이게 말할 거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너는 나중에 어떤 일할 거야?"라는 질문에 드디어 대답할 수 있었다. “글 쓰는 일 하고 싶어요(뭔가 있는 척).”마지막 학기가 끝나가며 대기업 공채에 합격했네, 공무원 시험 합격했네, 유학 가네 뭐네 하는 이야기로 학교가 시끌시끌했다. 그때도 나는 ‘다들 멋지네’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다 졸업을 한 달 정도 남겼을 때 번뜩 정신이 들어 이력서 양식을 찾고 자기소개서를 썼다. 평소에 자주 쓰던 앱을 제작한 스타트업 채용 공고를 보았기 때문이다. 제출 며칠 후 서류 전형 합격 안내와 과제 요청 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다. 이거 진짠가 싶었다. 부랴부

    2022.02.09 09:34:29

    “어버버...” 자기소개로 나의 첫 면접이···3개월 백수 생활이 시작됐다 [2호선 수필집]
  • 회사에서 ‘척’하느라 좋아하는 걸 숨긴 적 있다면··· [2호선 수필집]

    [한경잡앤조이=백윤희 매니저] “나는 감성적인 시 읽기와 문장 수집을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알면 오그라든다고 할 테니 숨겨야지.” “나는 딱히 취미가 없지만 본업도 하고 취미도 즐기는 멋진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취미 많은 척 해야지.”“나는 여행 다니는 걸 싫어하지만 소극적이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니 여행을 좋아하는 척 해야지.” “나는 가끔 줄임말 쓰며 깔깔대기를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쓰지 말아야지.”위는 나와 내 주변인들이 회사에서 느낀 생각들이다. 나는 밖보다 집에 있는 게 좋고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지만 완전 초년생 때는 숨겼다. 주말에 뭐 했냐고 물어볼 때, 인턴이 에너지가 없으면 안 된다는 윗분이 계시기도 했지만, 왠지 누구에게든 이틀 내내 침대에서 쉬었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없어 보일 것 같았다. 마케터로 일할 때는 소위 말하는 ‘요즘 것’을 업무 때문에 알고는 있지만 딱히 소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 서타트업 마케터라면 주말마다 전시도 다니고! 남들 모르는 브랜드 핸드크림도 쓰고! 한정판 콜라보 운동화도 신고! 주말엔 북클럽도 해야 일 잘한다고 치는 사람들이 있었다.이런 의도적 숨김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사실 이러든 저러든 아무 일도 아니다. 내가 밖에 나가든 말든, 요즘 유행이라는 제품을 쓰든 말든, 오그라들든 말든 남의 시선과 판단은 그 순간이고 회사는 정상인 범주에서 일만 잘하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맨 처음에 나온 감성적인 시 읽기와 문장 수집을 다시 보자. “저는 시집을 좋아해요.” “우와 요즘에도 시집이 나오긴

    2022.01.27 09:32:10

    회사에서 ‘척’하느라 좋아하는 걸 숨긴 적 있다면··· [2호선 수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