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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ist] 강렬한 색과 붓놀림, 동시대적 감성의 재해석

    캔버스에서 춤추듯 역동적이고 즉흥적인 붓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솜털의 섬세한 결로 빚은 듯, 세심한 붓질이 자아내는 화면의 깊이는 의외의 신선함을 선사한다. 구아슈, 유화물감, 구리산화제, 스프레이 페인트 등의 다양한 재료를 동시에 하나의 감성으로 조화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몸의 운율에 따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어법을 완성해낸 화면은 회화 본연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데이비드 레만(David Lehmann)은 독일을 대표하는 차세대 주요 작가로 손꼽힌다. 젊은 나이에 이미 독일의 주요 미술관 기획전에 초대돼 강렬한 색감과 인상적인 터치로 수많은 관객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레만은 “동년배 작가들이 지켜야 할 기준을 세운 새로운 예술가”로 평가받을 정도로 강렬한 작품 세계로 주목받고 있다.레만의 작품은 인간 본연의 기본적인 욕구로부터 출발해 주변 환경의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개인의 욕망, 사회적 이념, 정치와 종교의 이면에 이르기까지 여러 주제를 문학적 코드 혹은 철학적 기반을 매개로 작품화하고 있다. 1987년 독일의 구동독 소도시인 루카우(Luckau)에서 태어나 코트부스(Cottbus)에서 자라고 생활하는 것도 한 영향일 것이다. 통일독일 이후 긴 시간이 흘렀지만, 동독 특유의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깊이는 자연스럽게 우러나고 있다.그는 정식으로 미술을 전공하기 전에 2년간 철학을 개인수업 받았고,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베를린 국립예술대에서 발레리 파브르(Valerie Favre) 교수 지도하에 회화를 전공했다. 작가의 감성적 기호에 따라 시각화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레만의 경우 회화 공부 이전에 철학 수업을 스스로 선택했고, 지금도 여전히 철학과

    2021.08.31 13:40:22

    [Artist] 강렬한 색과 붓놀림, 동시대적 감성의 재해석
  • 현실과 상상이 맞닿은 캔버스로의 초대

    [한경 머니 기고 = 김윤섭 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 대표·미술사 박사] 일상은 수많은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교향곡이다. 어느 리듬, 어느 박자 하나라도 허투루 놓칠 수 없다. 아무리 작은 음률일지라도 곡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각각의 입장과 관점에선 모두가 주인공이다. 안소희 작가는 그런 일상의 파편을 모아 훌륭한 인생교향곡을 써 가고 있다.“내 작업들은 바라보고, 관찰하고, 상상한 것의 결과들이다. 어릴 적부터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과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에 상상을 더해 그리길 즐겼다. 무엇을 관찰한다는 건 계속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마치 영화를 보듯, 책을 읽고 음악을 듣듯,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나를 담아보기도 한다. 내 모습에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 공감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무엇을 상상한다는 건 현실에서 불가능한 나의 꿈이나 좀 더 재밌는 세상을 만들어내는 일이고, 때로는 어릴 적 일기장마냥 남에게 보이기 싫은 비밀스러운 내 모습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잔디밭이 돼주기도 한다.”안소희 작가의 그림은 다소 초현실적인 표현이 많다. 그렇다고 굉장히 신비롭거나 기묘한 풍경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정경이지만, 화면 연출이 꿈속의 상상처럼 친근한 구성이다. 현실과 상상이 맞닿은 캔버스에 초대된 느낌이다. 엉뚱한 대목에서 불현듯 미소 짓게 하는 그림이면서도 한편으론 사연 많은 우수(憂愁)가 엿보인다. 아름답고 즐거운 인생의 깊이가 익어가는 장면들이다. 마치 감정선 하나하나가 버릴 것이 없다고 전하는 것처럼. 그의 그림에선 화면 속 인물보다 바라보는 내 자신의 감정이

    2021.07.28 12:43:09

    현실과 상상이 맞닿은 캔버스로의 초대
  • 보석회화, 동서양 감성 아우르는 서정시

    [한경 머니 기고 = 김윤섭 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 대표·미술사 박사] 보석은 인간의 욕망을 반사한다. 그 보석에서 자신의 욕망 어린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최지윤 작가는 보석을 모티브로 인간의 잠든 내면감성을 들춰낸다. 매우 직관적인 화법이다. 간결한 화면 구성과 과감한 색감의 바탕 위에 반짝이는 보석들로 사랑의 욕망을 그린다.최지윤 작가의 ‘보석회화’는 동서양의 감성을 아우르는 감미로운 사랑의 서정시다. 겉으론 서양화의 재료를 사용하지만, 그 이면엔 동양적 조형미가 근간을 이룬다.우선 화면 구성의 절제미와 과감한 여백미를 들 수 있겠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상이 산만해 보이지 않는 것은 화면의 면 분할 덕분이다. 기본 바탕은 아크릴 물감의 선명한 색조를 활용해 서너 개의 크고 작은 면으로 나눈다. 배경화면의 전면엔 높은 언덕 혹은 우뚝 솟은 바위를 배치하고, 그 위에 보석으로 치장한 주인공을 최대한 멋진 포즈로 배치한다.최 작가의 그림이 ‘보석회화’라고 불리는 이유는 제각각의 주인공들을 장식한 방식 때문이다. 마치 온몸을 여러 보석으로 두른 듯, 화려한 반짝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런 실재감 넘치는 시각효과는 쉽게 얻을 수 없다. 원하는 바탕색이 나올 때까지 캔버스에 최소 대여섯 번의 밑칠 작업을 거친다. 각종 보석으로 치장한 주인공은 두껍고 질긴 장지(壯紙)에 그려 완성한 후 오려 붙인다. 다시 주변에 어울리는 꽃이나 바위 등을 그린 후, 화면 전체에 코팅재(UV 바니시)를 도포한다. 마지막으로 보석 부분에만 하이라이트로 크리스털 레진을 얹어 24시간을 굳히면 끝난다. 보석회화 한 점의 구상부터 완성하기까진 보통 한

    2021.07.21 14:33:51

    보석회화, 동서양 감성 아우르는 서정시
  • [Artist] 담백한 일상의 자연, 21세기판 ‘진경산수’

    [한경 머니 기고 = 김윤섭 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 대표·미술사 박사] 아주 맑고 산뜻한 풍경이다. 생동하는 기운이 충만한 기분 좋은 장면들이다. 오용길 작가의 그림에서 만나는 일상의 행복, 그것은 청명한 자연이 선사하는 파라다이스 환상이다. 계절의 가장 민감한 변화를 피부로 느끼듯 오 작가의 그림은 날것 그대로의 감각을 지탱하고 있다. 보통 자연풍경을 그린 그림을 산수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서의 산수화는 자연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인간이 자연에 대해 지닌 자연관까지 반영된다. 흔히 상상 속의 풍경을 배경으로 주로 그렸던 조선시대 전기의 관념산수화(觀念山水畵), 실제 풍경을 바탕으로 한 조선시대 후기의 실경산수화(혹은 진경산수화)로 구분된다. 오용길 작가의 그림을 굳이 구분하자면 후자의 경우를 현대화시킨 것이다. 우선 작품 <봄의 기운-둘레길>(2020년)을 보자. 사방이 연초록의 꽃들로 화사하지만, 근경(近景)과 중경(中景)에 빈 나뭇가지가 많은 걸 보니 아직은 이른 봄 풍경이다. 화면 중심의 낮은 계곡엔 진달래며 개나리, 산벗나무, 산수유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작은 무릉도원을 이뤘다. 오른쪽 하단의 엇비친 산길은 큰 폭의 에스(S)자로 완만하게 산등을 넘고 있다. 저 너머 연한 하늘빛과 이파리의 선명한 빛을 보니 아직은 이른 아침인가 보다. 사이사이 짝을 이룬 등산객 모습이 더없이 반가운 어느 뒷산 둘레길 아침 정경이다.오 작가의 그림은 전통 산수화의 맥을 이었으면서도 특유의 친근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화면 전체의 색감이 아주 선명하고 진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너무나 맑고 연한 담채 그림이다. 보

    2021.05.31 16:18:13

    [Artist] 담백한 일상의 자연, 21세기판 ‘진경산수’
  • [Artist] 자연의 기록, 휴식 같은 위로를 담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그냥 좋다. 살아 있는 것이 실감난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곳에 꽃이 피었다. 바라보는 이의 눈에도 마음에도 온통 꽃이다. 대지도 봄비에 씻겨 더없이 생기가 돋는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게 된다. 맑고 청아한 공기가 온몸의 혈맥을 타고 휘돌 듯, 힘찬 생명의 기운이 충만하다. 들숨날숨 숨결에서도 꽃내음이 난다. 자연예술가 임동식 작가의 작품 <원골에 심은 꽃을 그리다-3>(2019~2020년)의 첫인상이다.화면을 가득 채운 꽃은 수선화다. 신비, 자존심, 고결, 조건 없는 사랑이란 꽃말처럼 수줍은 듯 꼿꼿한 자태는 신묘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실제로 수선화의 유래도 그렇다. 그리스신화에서 ‘미소년 나르시스(나르키소스)가 제 모습에 반해 죽어서 꽃이 됐다’고 전한다. 그만큼 ‘변함없는 순수함을 지녔다’는 뜻이겠다. 이런 수선화가 활짝 피고 져야 비로소 온 세상이 봄기운의 온기로 가득해진다. 저 멀리 소박한 집 한 채가 앉아 있다. 임동식 작가의 작업실이다. 친구가 마련해준 낡은 집을 수년간 손수 고치고 주변엔 꽃을 심었다. 건물의 안과 밖을 황토로 마감해 자연을 입혔다. 흥미로운 것은 기와지붕에 구멍을 뚫어서 자연광이 내부로 비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연의 햇빛으로 물감 본연의 색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밤에는 그곳으로 별빛까지 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작품 <원골에 별이 빛나는 밤>(2016년)처럼 화폭 전체를 가득 채운 수선화들은 밤에 내려앉은 별빛이 잠든 것인지도 모른다.이처럼 자연은 임동식 작품을 지탱하는 중요한 모티브다. 그래서 그는 ‘자연미술가’로 통한다.

    2021.05.17 13:11:27

    [Artist] 자연의 기록, 휴식 같은 위로를 담다
  • 얼룩말, 그림에서 꿈을 만들다

    꿈은 구름을 닮아 언제나 같은 모습이 아니다. 구름은 볼 수 있어도 잡을 수는 없듯, 꿈도 느낄 수 있어도 현실은 아니다. 신기루와 같다. 어쩌면 현실의 무게는 꿈의 무게와 반비례인지도 모른다. 꿈은 삶의 상처를 보듬는 치유의 명약이기도 하다. 권주안은 꿈속에 현실을 넣는다. 위로와 치유가 목적이다.권주안 작가의 그림에서 꿈을 만드는 주인공은 얼룩말이다. 얼룩말의 기본 습성을 이해하면 권 작가의 그림도 더 쉽고 편하게 다가온다. 우선 좋아하는 풀이 따로 있어서 다른 초식동물들과도 잘 어울린다. 위장의 명수로 알려졌다. 얼룩말의 흑백 줄무늬가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만, 색깔을 구별하지 못하는 육식동물에겐 풀숲의 얼룩말을 알아채긴 힘들기 때문이다.귀여운 줄무늬를 보며 얼룩말이 무척 여리고 온순하다는 오해가 많다. 반대로 아주 예민하다. 눈이 머리 옆에 있고, 청력과 후각이 발달해 경계심마저 강하다. 한 성질 한다. 성장하면서 워낙 난폭해지기 때문에 가축으로도 못 키운다. 가정에서 키우거나 승마용 얼룩말이 없는 이유다. 동물원에서 얼룩말을 돌보는 사육사가 가장 많이 다친다고 할 정도다.그러고 보니 얼룩무늬가 참으로 유용하다. 자연의 수풀에서나 일상에서나 어쩌면 생존을 위한 위장술이 최적화된 동물인지도 모른다. 권 작가의 그림 속 얼룩말을 보면 왠지 모르게 자꾸 눈과 마음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룩무늬가 부러워서 그렇다. 무던하게 어우러지면서도 적절한 거리는 유지하고, 내면의 성격도 적당히 숨겨가며 처세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룩말의 무늬만 빌릴 수만 있다면 말이다.“작품 속에 설정해 놓은 가상의 풍경 속에서 얼룩말로 대치

    2021.03.03 12:51:08

    얼룩말, 그림에서 꿈을 만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