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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살이 3년차, 밤낮없이 ‘서태지’와 만나다 [레드브릭 하우스 스토리]

    [한경잡앤조이=김민경 밀리의서재 매니저] 겨울이 끝났다. 한파가 계속 되어 수도관이 동파될까봐 겨울 내내 노심초사하던 것도 이제 끝이다. 꽤 다사다난했던 첫 번째 겨울에 비하면 셀프 칭찬을 해주고 싶을 정도다. 그동안 몇 차례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이제 좀 주택 생활에 적응이 된 것 같다. 어느덧 주택살이 3년차, 주택에 오길 잘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일까.  첫 번째는 LP를 들을 때다. 결혼 전 본가에 부모님과 오빠가 모아둔 LP가 있었는데, 그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내겐 구시대적 유물 그 자체였다. 그런데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문득 LP 생각났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20년 된 레트로한 집에 레트로한 취미가 잘 어울리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제야 본가에 가서 먼지 쌓인 LP들을 뒤져보니, 이문세, 김추자, 서태지와 아이들 등등, 세월 속 명반들이 있었다.(힙하다 힙해!) 작동법도 모르는 내가 LP에 턴테이블, 스피커까지 한꺼번에 모셔와 듣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신세계가 펼쳐졌다. 아날로그 음질도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늦은 시간 눈치 보지 않고 듣는 음악의 맛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한 면을 다 듣고 판을 뒤집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참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주말에 집콕할 때 버티게 해준 오할 정도는 LP 덕이라 하겠다. 층간소음 걱정을 덜게 된 건 정말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아파트에 살 때는 늦은 시간, 청소기나 세탁기를 돌리기가 눈치 보였다. 퇴근하고 오면 집안일이 쌓여 있지만 소리가 크지 않은 것 위주로 처리해야 했다. 그땐 늦은 밤에 하는 샤워도 신경이 쓰였으니···. 지금은 확실히 삶의 질이 달라졌다. 1, 2층으로 공간 분

    2022.03.14 13:38:01

    주택살이 3년차, 밤낮없이 ‘서태지’와 만나다 [레드브릭 하우스 스토리]
  • 나의 살던 고향 아파트를 벗어나 주택으로 떠난 Z세대 [레드브릭 하우스 스토리]

    [한경잡앤조이=김민경 밀리의서재 매니저] 어릴 적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그래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네모난 내 방 장판 위에 엎드려 표지가 헤질 때까지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책을 통해(엄마가 싫어하는) 마법과 환상의 세계로 떠나곤 했다. 그 주인공들은 대개 집 안의 다락방이나 지하실에서 모험의 통로를 발견했으며, 굴뚝으로 우연히 들어온 요정이나 악당을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동화처럼 재밌는 일이 마구 생길 것만 같은 2층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는 게 나의 오랜 로망이었다.    그 문학소녀는 결혼하고 서울의 한 오래된 아파트에 월세로 살게 되었다. 동네는 조용했고, 지하철역이 근처에 있었으며 모든 편의시설이 가까이에 있었다. 우리의 보금자리는 살기엔 편했지만 종종 아늑함을 잃곤 했다. 천장에서 들려온 윗집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를 처음 들은 날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윗집 사람의 양치하는 소리, 코 고는 소리도 들렸다. 그건 곧 우리 집의 소리 또한 아랫집에서 들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파트의 특성상, 집안에 오래 있으면 답답했다. 그래서 조용하면서도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자 교외로 자주 나가곤 했다. 그때 다시 어릴 적 로망이 눈  앞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의외로 남편도 나의 로망에 공감했다. (역시 모두 한번쯤은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꿈을 꾸는 거였어!) 당시 둘 다 방송 관련 일을 하고 있어 보다 더 창의적인 영감을 얻고,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집을 꿈꿨다. ‘그런 집에 살면 굳이 카페 가고, 멀리 놀러 갈 필요도 없을 거야’라는 기대도 있었다. 결국 2년 월세 계약의 반이 채 안 되었을 무렵, 우리는

    2022.01.24 09:38:44

    나의 살던 고향 아파트를 벗어나 주택으로 떠난 Z세대 [레드브릭 하우스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