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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ist] 수만 번 연필 긋기로 시간의 탑을 쌓다

    거울은 스스로 웃지 않는다. 마주선 또 다른 나에게서 나를 본다. 비록 온전한 내가 아닌 반대편 그림자지만, 그 속에서 잊혔던 나의 심상(心象)을 다시 만난다. 박성옥의 그림에선 이런 거울효과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주로 부드럽고 섬세한 연필 드로잉 작업이다. 마치 쉼 없이 자아성찰의 번민을 씻어내듯 수만 번의 선긋기 수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점(點)과 같은 찰나의 순간이 이어져 시간의 선(線)이 되고, 겹겹이 쌓인 시간의 선들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세월의 면(面)이 된다. 박성옥 작가는 연필 그림으로 ‘감각의 시간’을 스케치해 가고 있다.“왜 그림을 그리는 것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봤지만, 어떤 불가피한 이유나 거대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반복했던 일들이 그림으로 남은 것 같아요. 참선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참선은 자신의 본성을 간파하기 위한 수행이죠. 참선은 여러 형태로도 가능합니다. 얇은 선으로 종이를 빼곡하게 채워 가는 일이 저에게는 참선과 같죠. 사각사각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그리다 보면, 마음에 드리웠던 그림자가 꺼내지는 느낌입니다. 고민했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제가 진짜 무엇을 원했던 건지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요. 어쩌면 내면의 감정 모두를 쏟아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반복적인 노동은 생각을 단순하게 진정시킨다. 그 집중력이야말로 나를 들여다보는 창과 같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듯, 마음만 고요하게 진정된다면 극단의 섬세한 감각도 되살아난다. 박성옥 작가의 선긋기도 ‘청정의 나’를 찾는 여정이다. 사각~, 사각~, 사각~ 무한반복의 선긋

    2021.12.29 10:41:02

    [Artist] 수만 번 연필 긋기로 시간의 탑을 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