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누구나 굳은살이 많아져야 한다

    [한경 머니 기고 = 윤서윤 독서활동가] ‘오늘부터 고독사를 시작하겠습니까?’ 심야 코인 세탁소로부터 도착한 쪽지는 나의 과거와 미래를 오가게 만든다. 어쩌다가 ‘고독사’까지 선택하게 된 걸까.박지영 작가는 요양원에 갈 때 가지고 갈 단 세 권의 책 중 이 책이 포함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2013년에 장편소설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로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7년 만의 신작이다.옴니버스 형태로 진행되는 소설은 개인이 남에게 하지 못하는 내밀함을 보여주면서도 일상을 유지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린다. 이에 대해 박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고독사 워크숍에 흥미를 가질 법한 타깃층은 경제적, 육체적으로 절대적인 고독사 위험군인 70~80대 독거노인이 아닙니다. 고독사에 대한 불안을 안은 채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긍정 혹은 자기 부정의 상태에 있는 30~40대 남녀들입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고독사라면 일찌감치 자신의 고독에 안무를 묻고 친밀해지는 연습을 하며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대상인 거죠. 내 죽음이 누구에게도 슬픔이나 죄가 되지 않는, 얼룩 없는 클린한 고독사가 되도록 말입니다.”(25쪽)고독사에 참여하는 이들은 워크숍 동안 자신이 무언가가 돼야 한다고,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 사회이기 때문에 타인의 고독사를 학습하고 모방하며 자신의 고독사를 좀 더 높은 수준에서 완성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고독사 앞에서도 모든 무용에 이르는 실수를 죄책감 없이 하루하루 해내도 된다는 안도감을 배우

    2022.10.08 08:00:03

    누구나 굳은살이 많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