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느릿느릿 ‘슬로 콘텐츠’에 빠지는 이유 [김희경의 컬처 인사이트]

    ‘속도’란 단어와 콘텐츠가 이토록 밀접한 관계였던가. 최신작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속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다양한 반전의 연속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2016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온 이후 장르물이 늘어나며 벌어진 현상이다. 여기에 한국 OTT와 방송사도 잇달아 장르물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속도전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모두가 ‘빨리빨리’를 외치는 분위기지만 정작 ‘대박’이 났다고 할 만한 작품들은 속도와 무관해 보인다. 오히려 느릿느릿하게 흐르는 ‘슬로 콘텐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제주도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등이 그렇다.영상 시장만의 얘기가 아니다. OTT의 급속한 확산과 맞물려 사람들은 책과 더 멀어졌다. 하지만 이 와중에 몇십 만 부씩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나오고 있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슬로 콘텐츠에 속한다. 잠이 들면 입장해 원하는 꿈을 사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 서울 청파동 골목의 작은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불편한 편의점’, 동네에 독립 서점을 열고 꾸려 나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하 휴남동 서점)’ 등은 모두 느리게 흐른다.그렇다면 이 작품들은 왜 다 같이 폭주하듯 펼쳐지는 속도전에 동참하지 않는 것일까. 달리는 경주마 위에 한참 동안 올라타 있던 사람들은

    2022.08.23 09:36:12

    느릿느릿 ‘슬로 콘텐츠’에 빠지는 이유 [김희경의 컬처 인사이트]
  • [Book Talk] ‘불편한 편의점’에서 위로 받으세요

    편의점은 단순히 24시간 식료품과 간단한 생활용품을 살 수 있는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의미를 찾고 응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역 옆 ‘청파동’에 위치한 가상의 ‘불편한 편의점’은 ‘독고’라는 인물을 매개로 하루를 위로받는 이들의 서사가 담겼다.지하철역에서 10분 남짓 걷다 보면 편의점이 자주 눈에 띈다. 브랜드별로 5개 정도? 겨울에는 호빵이, 여름에는 맥주가 나를 편의점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일주일, 4캔에 1만 원으로 일이 끝난 후의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편의점’에서 ‘편의’는 전부 제공한 셈이다.이 행사가 끝났을 때의 아쉬움은 말로 다 못한다. 이제는 단골이 돼 주인이 먼저 알아보고 어떤 행사를 하는지 알려준다. 주인과 나의 관계처럼 편의점 내부의 희로애락을 말하는 소설이 있다. 불편하다고 해서 사람의 발길이 드문 편의점이 한 사람으로 인해 북적거리는 편의점으로 바뀌는 과정을 그린 소설 <불편한 편의점>이다.김호연 작가는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글을 써 왔다. ‘망원동’이라는 공간 속에서 유쾌와 재미를 보여준 <망원동 브라더스>는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책 속 곳곳에 작가의 유머가 묻어나 다음 작품들도 어렵지 않게, 소소한 유머를 찾는 재미까지 더해졌다. <불편한 편의점>도 서울역 옆 ‘청파동’이라는 공간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 생생함은 등장인물들까지 살아 움직이게 한다.주인공 독고는 서울역 노숙자다. 알코올성 치매 노숙자로 말도 굼뜨고 행동도 느릿느릿하지만, 3명까지는 자

    2021.11.01 15:19:54

    [Book Talk] ‘불편한 편의점’에서 위로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