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텔 주도…11개 기업 연합
타이젠(Tizen). 한 번이라도 들어 보셨습니까. 5월 7일부터 9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타이젠 개발자 콘퍼런스’라는 게 열렸습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거의 주목하지 않았지만 전 세계 개발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화제가 됐죠. 왜 화제가 됐을까요. 상당히 중요한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속내를 숨긴 채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젝트입니다.타이젠은 삼성이 리눅스재단·인텔 등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리눅스 기반의 ‘멀티 플랫폼’입니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태블릿·넷북·차량용 기기 등 각종 디지털 기기에 탑재할 운영체제(OS)입니다. 지금은 PC에는 윈도, 폰에는 안드로이드, 이런 식으로 기기마다 다른 OS를 탑재하는데 언젠가는 같은 OS를 탑재하게 됩니다. 타이젠이 그런 OS입니다.
작년 9월 리눅스재단이 타이젠 개발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기연가미연가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리모’도 그렇고 ‘미고’도 그렇고 오픈소스 OS 개발 프로젝트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타이젠은 삼성과 인텔이 주도합니다. 삼성은 리모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고 인텔은 노키아와 함께 리모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타이젠은 차세대 웹 표준인 HTML5를 기반으로 합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어떤 기기에서든 브라우저로 웹을 띄워 각종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다는 얘기죠.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을 따로 만들고 안드로이드 폰용 앱을 따로 만들고 OS가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앱을 수정해 내놓고…. 이런 식으로 허구한 날 밤을 새울 수는 없습니다. 그 대안이 HTML5 웹 기반의 OS입니다.
웹 기반의 OS라면 다양한 기기에서 작동할 수 있겠죠. ‘멀티 플랫폼’이란 얘기입니다. 가까운 장래에 TV든 게임기든 웬만한 디지털 기기는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됩니다. PC 시대에는 윈도 하나면 됐지만 이제는 다양한 기기에 탑재할 OS가 필요합니다. ‘개방형 오픈 플랫폼’인 타이젠이 성공한다면 다양한 기기를 만드는 삼성으로선 주도권을 잡게 됩니다. 리눅스재단은 올해 초 타이젠 베타 버전을 내놓았고 5월 초엔 소스 코드와 개발 도구(SDK)를 공개했습니다. 이번 콘퍼런스는 개발자들에게 타이젠 1.0 버전을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자리였습니다. 타이젠이 어떤 OS인지, 이것을 활용해 어떤 앱을 개발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했습니다. 삼성이 갤럭시S2에 타이젠을 얹어 개발한 ‘타이젠 폰’ 프로토 타입도 내놓았습니다.
삼성은 콘퍼런스 참석자들에게 타이젠 폰 프로토 타입을 한 대씩 줬습니다. 타이젠 앱을 개발할 때 활용하라는 뜻이겠죠. 이 타이젠 폰이 상용 제품으로 나오는 건 아닙니다.
타이젠 지지 기업들은 ‘타이젠 연합(Tizen Association)’을 결성했습니다. 여기에는 현재 11개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삼성·인텔·화웨이·파나소닉·NEC 등 디지털 기기 제조사가 5개, SK텔레콤·NTT도코모·텔레포니카·보다폰·오렌지·스프린트 등 이동통신사가 6개입니다. 리모와 미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용사들이 타이젠 깃발 아래 뭉쳤습니다.
타이젠이 성공할지 여부는 아무도 모릅니다. 2007년 11월 구글이 OHA라는 휴대전화 연합을 결성했을 때 세계 언론은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OHA가 아이폰에 대적하는 거대한 안드로이드 진영을 형성했습니다. 타이젠은 필요에 의해 등장했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세력을 얼마나 결집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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