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캄보디아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버려진 늪지와 개발되지 않은 넓은 땅들이 보인다. 그때마다 왜 이 넓은 땅이 개발되지 않고 버려져 있는지 의아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우리나라 농민들을 캄보디아에 보내 한국의 선진 농업기술을 이전하고 농지를 선점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최근 들어 농업 및 임업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들어가는 한국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2006년도부터 불기 시작한 한국의 캄보디아 투자 붐은 부동산 이 주요 대상이었는데 캄보디아 경제 발전에 근본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농업 및 조림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는 캄보디아 산업의 근간이랄 수 있는 농업 기반을 확충하는 투자인데다 수년 혹은 수십 년간에 걸친 장기적 투자여서 캄보디아 경제 발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캄보디아는 남한 면적의 1.8배에 달하는 넓은 국토를 비롯해 국토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메콩강과 그 지류 및 톤레삽 호수 등 풍부한 수자원을 보유해 농업 분야의 성장 잠재력이 상당히 높다.

많은 캄보디아 전문가들은 농업 분야의 발전만이 캄보디아의 가난을 줄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씨엠립-앙코르와트/
프놈바켕에서 내려다 보이는 앙코르와트.
2007/02/28/씨엠립//사진공동취재단
씨엠립-앙코르와트/ 프놈바켕에서 내려다 보이는 앙코르와트. 2007/02/28/씨엠립//사진공동취재단
농업 분야 발전이 가난 줄이는 수단

캄보디아의 농업은 기간산업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중이다. 2008년 전체 고용의 60%, 국내총생산(GDP)의 34.4%를 차지 할 만큼 비중도 크다. 2007년도 쌀 생산량은 1995년도 대비 2배로 불어났고 같은 기간 경작 면적은 약 24%로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다.

천연고무 산업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주로 베트남계 회사에 주어진 경제적 토지양여권(Economic Land Concession:정부 토지를 경작지 또는 조림지로 확보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임차권과 유사)에 따라 캄퐁참(Kampong Cham) 지역 위주로 천연고무 재배 면적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천연고무 재배 면적은 2006년 6만9995헥타르에서 2009년 12만7724헥타르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6년부터 2008년도 사이 농업 부문에서 승인된 30여 개의 외국직접투자(FDI) 프로젝트 중 천연고무에 대한 투자가 33.3%를 차지했다.

중국의 수요 증가와 고무 가격의 상승으로 이런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정부도 경제적 토지양여권 수여를 통한 기업형 양여 토지와 가족 단위 경영의 소규모 농가를 지원함으로써 천연고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기후 조건상 펄프 제지를 위한 조림지로서의 가능성도 높다. 한국의 산림청도 200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캄보디아 방문에 맞춰 캄보디아 정부와 조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캄보디아가 제공하는 20만 헥타르(제주도의 1.1배)의 조림지에 조림 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이를 위해 개별 기업이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대규모 조림지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캄보디아에서 조림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이해된다.

일본의 오지제지(Oji Paper)는 한국 기업들보다 앞서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대규모 조림권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긍정적인 통계와 전망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농업 및 조림업 분야 투자가 밝지만은 않다. 먼저 당면한 문제는 경작지나 조림지의 확보 여부다.

외관상 버려진 토지가 많아 보이는데도 실제 대규모 농지 또는 조림지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경작지로 이용하기 적합한 비옥한 토지를 찾기 어렵다.

경작에 적합한 토지는 이미 캄보디아의 귀족, 사업가, 유력 정치인 등 일부 실력자들이 경제적 토지양여권 방식으로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 투자하거나 경작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이들이 대규모 경작지를 경제적 토지양여권 방식으로 취득하는 이유는 실제 농업 투자라기보다 경작지 조성을 명목으로 양여 토지상의 목재 등을 벌목해 팔아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다. 벌목이 끝나면 실제 경작 활동은 물론 원상회복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최근 경제적 토지양여권 부여 및 개발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개발되지 않은 양여 토지를 환수하여 실경작자에게 준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경작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한국의 농업 투자자들이 버려지거나 환수 대상인 양여 토지를 기존의 양여권자들로부터 매입해 취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법률제도상 양여권의 양도는 실제 투자 진행률이 30%에 도달했거나 토지 이용계획상 양수인이 양도인과 동일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등으로 요건이 엄격하고, 양도방식도 제한된 방식만이 인정된다.

하지만 현재 거래 대상이 되는 토지의 대부분은 실제 투자가 진행되지 않은 환수 대상 토지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한국 투자자들이 법규 검토, 실사 작업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현지 소개인의 말만 전적으로 믿고 투자를 결정하는 사례가 간혹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캄보디아 농업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관개시설과 도정시설 및 물류 등 인프라의 부족이다. 캄보디아는 기후 조건상 3모작이 가능하지만 관개시설이 부족해 대부분 1모작을 하고 있다.

쌀 경작지의 85%가 자연적인 강수에만 의존하는 천수답으로 기후 등의 외부 요인에 취약하다. 따라서 경작지를 선택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하며 경작지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관개시설을 먼저 건설해야 하는 등 중·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도정·관개시설 등 인프라 확보 중요
[트렌드] 농업 투자 활기…법률문제 잘 따져야
캄보디아는 쌀 생산량이 급속도로 늘었지만 도정시설이 부족해 도정 등 가공 처리를 하지 못한 채 베트남 등 주변 국가로 수출하고 주변 국가에서 다시 가공된 쌀을 되사오는 형편이다. 그래서 캄보디아로서는 쌀 수확량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도정시설 등 가공시설의 확보가 중요하다.

한편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원으로 7300만 달러 규모의 철도 복원 계획이 발표되고 캄보디아 도로의 일부가 아세안 고속도로 계획의 일부로 포함되는 등 인프라 확충 계획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는 아직 고속도로가 깔려 있지 않고 국도와 철도는 내전 혹은 유지 보수문제로 상황이 열악하다. 따라서 개발 지역 후보로 고려할만한 곳은 국경을 이용해 운송이 가능한 태국 국경의 바탐방(Battambang) 지역이나 베트남 국경의 캄퐁참 지역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다는 점도 투자를 결정할 때 유의해야 한다.

한국 투자자들은 산업 전망, 장기적인 생산 및 유통망 확보 등에 대한 계획 등 사업적 측면의 평가를 상당히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그러나 투자 방식, 투자 구조 설계, 권한 확보의 완결성 및 법적 리스크 감소 방안 등 법률적 측면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후진국에서 사업하기 위해서는 법적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 또는 법적으로 꼬치꼬치 따지면 투자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우려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캄보디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과 전문가들이 상당히 많고 정보도 어느 정도 쌓여 있다.

또 KOTRA와 대사관 등에도 투자자를 위한 좋은 정보 제공 채널이 있다. 캄보디아 투자 유치 기관인 캄보디아개발위원회(CDC)에 가면 일본국제협력단(JICA)의 파견 직원이 데스크를 두고 국적과 상관없이 투자자와 상담하고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보들을 잘 이용하면 캄보디아에서의 농업 투자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트렌드] 농업 투자 활기…법률문제 잘 따져야
유정훈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연수원 제32기 수료.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 캄보디아 사무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