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순위

대부분 기업들은 인재를 뽑을 때 3가지를 주로 본다고 한다. 첫째, 기본적인 인성과 품성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사람인가. 둘째,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셋째, 국제화 시대에 맞게 역량을 두루 갖춘 사람인가이다.

경영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 사원들은 대부분 높은 성적과 우수한 영어 실력, 관련 자격증을 어느 정도 다 갖추고 있다. 하지만 막상 업무에 투입됐을 때 요구되는 능력은 소위 스펙이라든지 이론적 지식보다 실무를 빠르게 이해하고 직면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며 성실성과 책임감을 갖고 조직원들과 팀워크를 발휘하느냐가 인재의 기준이 된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외국어 등 국제화 감각을 갖추고 있고 더 큰일을 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나 리더십을 갖추면 금상첨화다. 이러한 기준들을 적용했을 때 많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고려대 경영대 출신을 떠올렸다.

그리고 올해 1위부터 8위까지 결과가 조사를 실시한 지난 3년간 똑같이 나왔다는 것은 기업 측이 갖고 있는 상위 대학의 평가가 어느 정도 굳어져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균관대·서강대 바짝 추격

점수대별로 그룹을 나누자면 고려대(5801)-연세대(5259점), 서울대(4544점)-성균관대(4370점), 서강대(3763)-한양대(3323), 중앙대(2079)-경희대(1874)-한국외국어대(1767) 그룹별로 점수대가 비슷했다.

그 다음 그룹으로 지방대와 여대의 그룹인 부산대(1265)-이화여대(1160)-경북대(1008) 구도가 형성돼 있다. 이상의 12개 대학들이 총점 1000점 이상으로 국내 대표적인 상위 경영대로 평가됐다.

고려대 경영대는 8개 평가 항목 중 5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총점 5801점을 기록했다. △업무 적응력 △조직 융화력 △국제화 시스템 △성실성과 책임감 △신입 사원 채용 선호도 문항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선후배 간 관계가 돈독하고 조직적으로 잘 뭉치는 고려대의 분위기가 기업에서도 적절하게 적용돼 한국형 인재로 인정받은 것이다.

기업 인사 담당자의 평가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고려대 경영대에 대한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 또한 국제 대학 및 연구소의 연구 업적 측정의 핵심 지표인 UDT 랭킹(UTD Top 100 Business Research Rankings)에서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100위권 안에 2007년 진입했고 90위권에 맴돌다가 올해 72위로 껑충 올라섰다.

더욱이 경영대학 간 경쟁에서 중요한 기준인 공인회계사(CPA) 합격자 수에서도 올해 고려대 경영대학이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은 130명을 기록했다.
[2010 전국 경영대 랭킹] 최상위권대 순위 3년째 ‘요지부동’
CPA 합격자 수는 전통적으로 연세대와 서울대가 우위를 점해 왔었다. 기업 평가, 연구 실적, 경영대 인증, 고시 합격자 수 등 다양한 기준에서 고려대 경영대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근 고려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개혁 드라이브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으로 상경대가 강했고 기업 내 임원 진출이 많기로 소문났던 연세대 경영대는 올해 조사에서도 ‘발전 가능성’, ‘창의적 업무 해결’ 단 2개 부문에서만 1위를 점해 고려대에 밀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성실성과 책임감’ 부문에서는 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에 밀려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세대가 강조해 왔고 지난해 평가에서 1위였던 ‘국제화 시스템’ 평가마저도 고려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연세대 경영대가 상대적으로 주춤한 이유는 개혁 드라이브 추진에 한 발 늦었기 때문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다른 경쟁 대학들이 일찌감치 경영대 체제를 갖추고 강력한 개혁을 추진한데 비해 연세대 경영대는 2003년에야 독립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2년여 동안 경영대 독립의 당위성을 놓고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는 사이 에너지를 소비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인문계 최고 입시 점수를 유지하고 있는 서울대 경영대는 1위인 고려대와 총점이 1000점 이상 차이나면서 큰 격차가 벌어졌다. 오히려 4위인 성균관대와 약 200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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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는 경쟁 대학인 서강대와 한양대로부터 멀찌감치 앞서 나갔다. 성균관대도 고려대와 마찬가지로 최근 수년간 적극적으로 경영대 육성을 진행해 왔다. 글로벌경영학과와 경영학과 두 개를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면모를 일신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도 높은 교육과 철저한 학사 관리 시스템으로 유명한 서강대의 경영대는 이러한 인식 때문인지 ‘성실감과 책임감’ 항목에서 3위에 올랐지만 그 외 나머지 항목에서는 거의 모두 다섯 번째로 평가됐다. 한양대도 개혁과 국제화 등 시대적 조류에 한발 늦게 움직인 것이 최근 경쟁력이 약화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시립대·전북대 순위 ‘껑충’

중앙대·경희대·한국외국어대는 근소한 차이로 경쟁이 치열하다. 총점이 근소한 차이를 보여 이후 평가에서는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치고 나가려는 중앙대와 부활을 꿈꾸는 경희대, 국제화란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는 한국외국어대의 삼각 대결 구도가 관건이다.

두산 재단 영입 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앙대는 최근 체질을 바꾸고 있다. 기업의 경영 마인드가 학교에 스며들면서 학교의 중심축이 기존 문화·예술에서 경영학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희대는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교수 특별 채용제, 단과대 독립 운영 등을 적용해 경쟁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처음 평가 대상에 포함된 한국외국어대는 9위에 안착했다. 한국외국어대는 경상대 경영학부 체제로 정원이 103명에 불과해 지난해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외국어대의 강점이자 최근 대학가의 화두인 국제화 시스템을 필두로 경영학을 융합해 글로벌경영학부를 설립했고 정원도 130명으로 늘어나 평가 대상에 포함돼 올해 첫 기업들의 평가를 받았다.

부산대-이화여대-경북대 그룹에서는 다소 순위 변동이 있었다. 지방대의 보루인 부산대는 지난해 9위였으나 올해 한국외국어대의 등장으로 그 자리를 내주고 한 계단 내려와 10위를 기록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와 같은 순위 11위를 유지했지만 경북대는 12위로 지난해보다 2계단 하락했다.

13위부터 19위까지는 서울 소재 대학과 수도권 소재 대학들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서울시립대·건국대·동국대·홍익대·숭실대의 서울 진영과 인하대·아주대의 수도권 진영이 지난해 순위에 비해 조금씩 등락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20위권에는 지방 국립대가 주로 포진하고 있다. 전남대(20위)·충남대(22위)·영남대(23위)·전북대(24위) 등은 각각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대임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경영대 경쟁에서는 한 걸음 뒤로 밀려나 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순위가 크게 오른 대학들을 살펴보면 전북대가 지난해 33위에서 올해 24위로 9계단 점프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어 경기대가 6계단, 전남대가 5계단, 목포대가 4계단, 서울시립대·국민대·계명대·강원대가 3계단씩 상승했다.

전북대는 호남권 최초로 지난해 한국경영교육인증원(KABEA)으로부터 경영학 교육 인증을 받았고 매년 10개국 인턴 파견의 비용을 학교가 지원하는 등 매우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반대로 하락 폭이 가장 큰 대학은 충북대로 지난해 28위에서 올해 47위로 무려 19계단이나 떨어졌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