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학교를 가다


지난 11월 7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제주 영어교육도시는 곳곳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내년 9월 개교 예정인 캐나다 명문 여자 사립학교의 캠퍼스 ‘브랭섬 홀 아시아(Branksome Hall Asia)’는 신축 공사가 이제 막 시작된 모습이었고 오피스 빌딩과 상가, 주거용 빌라도 공사 중이거나 마무리 작업 중이었다. 379만2049㎡(약 115만 평)에 이르는 넓은 부지에 들어선 학교는 공립인 한국국제학교(KIS, 이하 KIS 제주)와 노스 런던 칼리지 잇 스쿨 제주(이하 NLCS 제주) 등 두 곳으로 건물이 들어선 이외의 지역은 썰렁한 분위기였다.

제주 영어교육도시에 들어서는 국제학교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내국인의 입학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외국 시민권 소지자나 3년 이상 해외 거주 요건을 갖춰야 하는 외국인학교, 해외 거주 요건은 없지만 내국인의 입학이 30%로 제한되는 외국 교육기관(채드윅송도국제학교·대구국제학교 등) 같은 국제학교와 달리 정원에 관계없이 해외 거주 경험이 없어도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KIS 제주와 NLCS 제주는 2011학년도 입학 인원의 95% 이상이 내국인이다. 그러나 한국어 수업 등 일부 수업을 제외한 모든 수업이 영어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입학 기준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어 해외 거주 경험이 있거나 유학 중에 돌아온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더구나 두 학교 모두 보딩스쿨(기숙학교)로 만만치 않은 학비와 기숙사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부모로서는 자녀를 해외로 보내지 않고도 외국식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학생으로서도 심리적 안정감이 커 선호도가 높다는 게 학교 측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자유로운 미국식 학교, KIS 제주

지난 9월 19일 개교한 KIS 제주는 제주도특별자치도 교육청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공립 국제학교로,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국외국인학교(KIS)가 운영을 맡았다. 2011학년도 입학 인원은 외국인 5명을 포함한 369명으로 전체 지원자의 45%가 필기 및 면접시험 등을 통해 선발돼 미국식 학제에 따라 1~8학년(초·중등) 교육과정을 시작했다. 8학년이 졸업하는 내년부터는 고교 과정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커리큘럼 역시 교육 평가 기관인 미국서부교육연합회(WASC)의 공식 인증을 받아 운영되는데 WASC는 국내 48곳의 외국인학교 중 14개 학교만이 인증받았을 정도로 미국 내에서도 공신력을 인정받는 시스템이다.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대강당·체육관·수영장 등이 들어선 지원동과 초등학교·중학교, 3개의 기숙사 건물 등으로 이뤄진 KIS 제주 캠퍼스는 NLCS 제주에 비하면 작은 규모였지만 미국식 교육이 그렇듯 상당히 활기차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7학년 한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외국인 교사와 함께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며 글쓰기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으며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원어민 교사와 함께 한국인 보조 교사가 배치돼 영어로 진행되는 아이들의 수업을 돕고 있었다.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외국 경험 유무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학생들은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중국에서 유학하던 중 이곳을 선택해 귀국했다는 7학년 차종훈 학생은 “한국 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데 KIS 제주는 수업 시스템, 기숙사 생활 등 전반이 외국 학교의 환경과 비슷해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 학교를 다니다 온 5학년 양지원 학생은 “프로젝트식 수업도 마음에 들고 다양한 클럽 액티비티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뛰어놀 수 있는 시간도 많아 자유롭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이 끝난 후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교과 외 활동도 KIS 제주의 특징 중 하나다. 요가·쿠킹·사진·드라마·글로벌 이슈 등 30여 개의 교과 외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은 방과 후 2~3개의 교과 외 프로그램을 선택해 들을 수 있으며 토요일에는 올레길 걷기, 성산일출봉 오르기 등 야외 활동 위주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KIS 제주는 보딩스쿨로 기숙사 생활이 불가한 1~3학년까지를 제외하고 4~8학년 중 245명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학생들은 학교 측이 운행하는 3대의 스쿨버스 노선을 통해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통학하고 있다. 기숙사비를 포함한 KIS 제주의 학비는 연간 3000만 원 수준. 학교 측은 “공립학교라 사립학교에 비해 학비의 40%가량인 1000만 원 정도 저렴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엄격한 영국식 학교, NLCS 제주

NLCS 제주는 영국 런던에 있는 노스 런던 칼리지 잇 스쿨(NLCS UK)의 첫 해외 캠퍼스로, 유치원 과정부터 초·중·고 통합 학교이며 2011학년도에는 11학년까지만 선발했다. 7학년부터 11학년까지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분리되며 나머지는 남녀공학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식 수업이 그러하듯 NLCS 제주 역시 엄격한 분위기다. 학교 측은 “무엇보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면서도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선호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NLCS 제주는 2011학년도 입학 정원 770명 중 현재 20명의 외국인을 포함한 436명만이 입학한 상태다. NLCS 제주의 커리큘럼은 NLCS UK와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며 졸업 후에는 NLCS 졸업생과 동등한 자격이 부여된다. NLCS는 영국의 사립학교 순위 5위 안에 드는 명문 학교로,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영국 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 학위 인증 프로그램) 스쿨 순위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한국어·사회·국사 등 수업 이수로 한국과 영국 학력을 동시에 인증 받을 수 있으며 졸업 후 국내외 대학교 모두 지원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인 이타미 준이 설계한 NLCS 제주 캠퍼스는 규모 면에서나 건축미 면에서 월등했다. 총 11개의 건물은 필요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고 공연장·수영장·메디컬센터 등이 들어서 있어 하나의 타운을 형성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건물은 밖에서도 교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오픈형으로 설계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11월 초 1주일간의 하프 방학을 마친 뒤 첫 수업이라 그런지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 표정은 무척 밝아보였다. 교실뿐만 아니라 도서관·카페테리아 등 곳곳에서 토론하고 있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으며 금발의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체육 활동을 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NLCS 제주 역시 해외파와 국내파가 섞여 있다. 미국 유학 중 NLCS 제주에 지원했다는 11학년 서은호 학생은 “미국 학교는 자유로운 반면 NLCS는 수업이나 사제 관계가 엄격해 공부에 집중이 더 잘된다”며 “미국에서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어 외롭고 불편했는데 NLCS 제주는 기숙사 생활을 하긴 하지만 한국에 있어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제주도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졸업한 11학년 조아영 학생은 “개인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교과 외 활동을 제공한다는 점이 한국 학교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수업 역시 창의성 발달이나 능동적 수업 참여를 유도해 만족스럽다”고 했다. NLCS 제주는 승마·골프·스쿠버다이빙·항해 등 제주의 환경을 활용한 액티비티를 포함해 태권도·오케스트라·무대디자인 등 다양한 과외 활동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기숙사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주말 프로그램도 제공 중이다.

NLCS 제주의 기숙사는 고학년이 저학년들을 지도하고 지원하는 ‘멘토링’ 형식의 가족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숙사비를 포함한 NLCS 제주의 평균 학비는 연간 4000만 원 선이다.
국내에서 ‘외국식’ 교육…유학 대체
제주=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