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과학의 발달과 생활환경 개선으로 우리의 평균 수명은 이제 100세를 바라보고 있다.
이같이 긴 수명은 선물이기도 하지만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큰 과제이기도 하다.
글로벌 헬스 케어 산업은 이 같은 변화에 맞춰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다국적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기회를 엿보던 한국의 헬스 케어 기업들이 거대한 지각변동을 주도할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COVER STORY] 저성장 시대의 마지막 금맥, 헬스케어 산업 ‘빅뱅’
헬스 케어 산업은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모든 산업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좁게는 의약품 및 의료 기기에서부터 넓게는 병원에서 받는 진료 서비스, 나아가 금융업인 생명보험 등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굉장히 넓고 다양하다.

세계의 헬스 케어 산업은 나날이 성장 일로를 걷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건강하고 오래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존의 화학 의약품에서 새로운 개념의 바이오 의약품으로, 또 인간의 DNA 자체에 변화를 꾀하는 신개념의 약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의 발병 후 치료에서 병 자체를 미리 막는 예방 의료의 개념이 급부상 중이다.
[COVER STORY] 저성장 시대의 마지막 금맥, 헬스케어 산업 ‘빅뱅’
[COVER STORY] 저성장 시대의 마지막 금맥, 헬스케어 산업 ‘빅뱅’
현재 세계 헬스 케어 산업은 미국이 이끌고 있다. 의약품 지역별 시장점유율을 보면 2011년 3462억 달러 규모인 미국이 전체의 36.7%를 차지, 세계시장 가운데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의료 기기 지역별 점유율에서도 1341억 달러, 44.9%로 가장 큰 시장이다.

미국의 헬스 케어 기업은 거대한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을 거듭했다. 헬스 케어 산업의 성장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관련 기업들의 주가 추이일 것이다. 미국의 주요 헬스 케어 기업들을 모아 놓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헬스 케어 지수는 지난 23년간 연평균 상승률 11.1%로 S&P500 기준 전체 10개 섹터 중 두 번째로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헬스 케어 산업은 규제가 매우 심한 산업이다.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책적 변화를 살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세계 헬스 케어 산업의 선도국인 미국은 최근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오바마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 사업이다. 이 정책은 미국에 거주하는 개인 3200만 명이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신규 보험 가입자들의 병원 및 의료 시설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도 ‘헬스 케어’서 미래 동력 찾아
이런 변화는 ‘꿈을 먹고 사는’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올 1분기 S&P500 섹터별 지수를 살펴보면 헬스 케어 상승률이 26.6%로, 정보기술(IT) 상승률 13.9%보다 월등히 앞섰다.

헬스 케어 선도국의 거대한 움직임은 세계 헬스 케어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작년 약 20% 상승한 국내 코스피 시장의 의약품 지수는 올해도 연초 대비 약 9% 상승, 5% 정도 하락한 코스피 지수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헬스 케어 산업은 변하고 있는 헬스 케어 산업의 패러다임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헬스 케어 산업은 합성 화학 의약품보다 바이오 의약품으로, 사후적 치료보다 사전적 예방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이다. 이 가운데 한국의 기업들은 전도가 유망한 새로운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바이오 분야 중에서도 원료 의약품,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및 바이오베터(특허가 끝난 바이오 신약과 유사한 효과가 나게 제작한 바이오 시밀러를 개량한 약품. 슈퍼 바이오 시밀러라고도 한다) 분야는 태동기를 거쳐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 신약 개발, 유전자 관련 분야, 세포 치료제 분야는 조금씩 성과물이 나오고 있다. 국내 혈당 측정기와 치과용 임플란트 업체는 성장기에 있으며 분자 진단 분야는 이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해 향후에도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물론 헬스 케어 산업은 화이자·머크·노바티스 등 초국적 제약회사 제너럴일렉트릭(GE)·지멘스 등 의료 기술 관련 글로벌 기업의 꾸준한 연구·개발과 그에 따른 특허로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 그러나 한국의 의료 서비스산업은 우수한 인력과 선진 수준의 진료 시스템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IT 부문의 글로벌 리더다. 즉 한국의 강점인 IT와 의료 서비스 역량을 기존의 제약 의료 기기 산업과 접목한 ‘융·복합형 헬스 케어 산업’으로 발전시킨다면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