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의문 불구 밀어붙이기식 추진…고가 수입차 위주 수혜

<YONHAP PHOTO-1645> 한·캐나다 FTA 타결…수출 기다리는 차량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한국과 캐나다의 FTA가 11일 타결됐다. 이번 타결로 우리나라 자동차의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서 수출을 기다리는 차량들.  2014.3.11.

    canto@yna.co.kr/2014-03-11 16:50:07/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한·캐나다 FTA 타결…수출 기다리는 차량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한국과 캐나다의 FTA가 11일 타결됐다. 이번 타결로 우리나라 자동차의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서 수출을 기다리는 차량들. 2014.3.11. canto@yna.co.kr/2014-03-11 16:50:07/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환경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저탄소차 협력금제’가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제도 시행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친환경 기술 경쟁력 향상을 꾀한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국내 자동차 업계를 울리는’ 제도라는 의견이 나온다. 기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논란의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핵폭탄급이기 때문이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차량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의 양에 따라 배출량이 적은 차종에는 보조금을, 배출량이 많은 차량에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면 소비자는 새 차를 살 때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최소 25만~최대 700만 원까지 보조금을 받거나 부담금을 내야 한다. 구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으로 보조금·중립·부담금 등 세 구간으로 나뉜다. 이론상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 차량이 내는 부담금으로 적게 배출하는 차량에 보조금을 주는 형태로 이를 통해 대규모 예산 지원 없이도 이산화탄소 저배출 차량의 보급을 촉진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차량 소비 패턴 변화를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2009년 7월 도입 방안을 확정했고 2013년 4월 법률적 기반이 완비됐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강하게 반발한다.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 업체까지 심한 타격을 받아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국산차 내수 판매는 수입차의 국내시장 잠식으로 2년 연속 감소세이며 수출 중심인 한국 자동차 산업은 국내시장에서부터 기반을 다져야 하는데 제도 도입 시 이를 약화시킬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1차 협력 업체 887개사 중 중소기업 비중이 절대 다수(76.9%)로 제도 시행 시 생산 물량 감소, 조업 단축, 매출 손실, 가동률 저하 등으로 부품 협력 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대한상공회의소 등 산업계에서도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급기야 올 들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나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산업부 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구간’ 재조정 가능성도 열렸다. 현재 양 부처 공동으로 연구 용역을 실시했고 4월 말 1차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환경부는 선진국 온실가스 규제에 대비해 ‘매도 먼저 맞아야 낫다’고 주장하면서 여전히 제도 시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회생 노리는 ‘쌍용차’에 직격탄
양측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저탄소차 협력금제의 논란은 이론과 현실의 간극에서 발생한다. 여러 쟁점 가운데 먼저 ‘소비자 이중 과세’ 논란이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첫해에만 신차 구매자들이 내야 할 부담금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보다 최소 1조 원 이상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2015년 제도 시행 이후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탄소 배출량 구간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어서 신차 구매자들이 내야 할 부담금 총액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유차를 보유하거나 구입하는 운전자들은 ‘환경 개선 부담금 제도’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에 동시에 걸리게 된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자동차 소비자들은 보통 자동차 가격의 20~30%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며 “앞으로 중대형 차를 선택하면 이중과세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을 타는 소비자는 ‘나쁜 소비자’라는 낙인 효과까지 있기 때문에 금전적·심리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스러운 제도라는 주장이다.
[BUSINESS SPECIAL] 자동차 업계 발목 잡는 ‘저탄소차 협력금제’
‘수입차 밀어주기 효과’도 주요 쟁점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국산 경·소형차를 구매하는 서민들의 부담은 커지는 반면 고가 수입차 구매자들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릴 전망”이라며 “1000만 원대 경·소형차를 사는 서민의 돈으로 4000만 원대 수입차 구매자에게 혜택을 주는 셈”이라고 말한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15년 기준으로 1000만 원대 안팎인 기아차 모닝과 한국GM 스파크(각각 LPG 모델 포함) 등 경차에는 보조금 혜택이 없다. 반면 3000만~4000만 원대인 폭스바겐 제타 1.6, BMW 320d ED 구매자들은 오히려 50만 원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BMW 520d, 벤츠 E220 CDI와 아우디 A6 2.0 TDI 등 6000만~7000만 원대에 달하는 고가 프리미엄 차량들도 중립 구간에 해당돼 부담금이 면제된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량의 구매자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현재 판매되는 주요 차량을 보면 보조금 구간에는 일부 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수입 하이브리드와 디젤차가 차지하고 있고 중립 구간에는 수입 소형 디젤차, 국산 경차, 국산 소형차 일부 모델이 해당된다. 국내 운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배기량 2000cc 전후 국산 대중차 모델들은 사실상 차 값이 인상되는 부담금 구간에 몰려 있으며 국산 대형차의 경우 최대 700만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심지어 정부 차원에서 육성 정책을 폈던 국산 경차 모델들도 2017년부터는 25만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최준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 “수혜 대상 상당수가 수입차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선제적으로 투자하면서 디젤차들의 연비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중형차라고 할 수 있는 BMW 320 시리즈는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민 감정에서 볼 때 카니발을 타는 자영업자가 BMW 320을 타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상황이 생기는 것으로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3000만 원대 엔트라 카에 200만~300만 원을 얹어주는 것으로 10% 가격 인하 효과가 있어 수입차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교수는 “처음부터 수입차를 밀어줄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이 연비와 연결되기 때문에 결국 수입차에 혜택을 주는 규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설픈 규제를 만들다 보면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보고 엉뚱한 사람이 덕을 보는 규제를 만들어 버린다”고 꼬집었다. 현재 환경부가 ‘구간 재조정’을 들고나오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국내 완성차 메이커에 피해가 없도록 조정하겠다고 하지만 피해 없이 조정하면 ‘효과가 없는 규제’가 되는 것으로, “그럴 바에는 뭣하러 강행하느냐”는 주장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약점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디젤차를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으며 환경부가 2000년대 중반까지 엄격한 배출가스 기준을 제시하면서 경유 승용차 시장을 사실상 억제해 왔다. 많은 업체들이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기준 충족이 불가능해 디젤 승용차 개발을 거의 포기했다. 2005년에야 유럽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경유 승용차 판매가 가능해졌지만 그 사이 디젤 기술력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졌고 유럽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수입 디젤 모델이 국내시장에 대거 출시되면서 도리어 수입차의 시장 확대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2005년 수입차 전체 판매의 4%였던 디젤차 비중은 2013년 현재 60%까지 치솟았으며 수입차는 디젤차의 인기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이 12%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최근 수년간 수입차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은 상당 부분 디젤엔진 덕인데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다시 한 번 국내 완성차 업계의 가장 취약점인 중소형 디젤 부문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사활 건 생존경쟁 중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도 특히 직격탄을 맞는 곳은 쌍용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차종이 부담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무게가 무겁고 연비 면에서도 불리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대형 세단 위주의 특화된 차종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코란도 C 수동 모델 일부만이 중립 구간에 위치할 뿐 보조금을 받는 차종은 한 차종도 없게 된다. 저탄소차 협력금제 도입 시 렉스턴·코란도·체어맨 등 쌍용차를 신차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100만~700만 원 수준의 부담금을 내고 차량을 구입해야 한다.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증가하며 가까스로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쌍용차로서는 해직자가 복직되고 이제 겨우 힘을 받아가는 상황에서 ‘폭탄’을 맞는 셈이다.

이와 함께 최근 군산 공장 감축으로 어려움 겪는 한국GM도 군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종인 크루즈·올란도, 부평 공장의 트랙스·말리부·알페온 등 주요 차종에 부담금이 적용돼 내수 시장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전체 내수 판매량의 30%를 차지하는 크루즈·올란도는 저탄소차 협력금제 도입 시 모두 부담금을 내야 한다.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에 따른 수출 물량 감소로 시간당 생산량을 35% 감축하기로 합의한 한국GM 군산 공장의 이중고가 예상된다.

온실가스 감축 기대 효과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2020년 한국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억 톤으로 예상되는데 저탄소차 협력금제 도입을 통해 기대되는 2020년 한 해 온실가스 감축량은 약 15만8000톤으로,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0.15%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자동차 산업계에 지각변동을 몰고 오는 출혈을 감내할 만큼 실효성이 있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표적 중형차인 쏘나타는 저탄소차 협력금제에 의해 75만 원의 부담금이 붙게 되지만 유럽연합의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9만 원에 불과하다”며 “19만 원어치의 탄소 배출에 75만 원이라는 소비자 부담을 지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영 조사관은 운행 거리를 고려하지 않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문제는 보조금을 받아 샀는데, 아무리 연비가 좋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량도 주행 거리가 길어지는 것에 대해선 방법이 없다”며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 목적이라면 주행 거리까지 고려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탄소차 협력금제의 ‘타이밍’에도 고개가 갸웃해진다.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현철 교수는 “그간 수출 차종이 엑센트나 아반떼 등 저가 라인이었지만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라인을 수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는 이때에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형 경차로 차종을 바꾸려는 환경부의 의도는 그간 자동차 산업이 꾸준히 노력해 왔던 모든 것을 수포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플랫폼 변화’를 두고 사활을 거는 중이다. 전기차·수소연료차 등을 놓고 고민과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육성 아닌 규제라는 접근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친환경차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기차나 수소연료차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핀포인트로 접근해야 하는데, 기업에 일방적으로 연비 배출 차를 줄이라는 식으로 밀어붙인다고 친환경차가 육성되겠느냐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게 한국도 총량 규제를 하면 되는데, 그것과 별도로 저탄소차 협력금 규제를 시행한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더욱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