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 중…문제는 지속된 ‘오너 리스크’ 해소 방법

‘기장’ 바뀐 대한항공, 경영권 안정이 최우선 과제
(사진)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3월 27일 주주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대한항공이 큰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월 8일 별세하면서 3세 승계 과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한국 항공운송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간 대한항공은 사모펀드와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받아 왔다. 여기에 3세들이 경영권 승계를 하고자 한다면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 하는 등의 난관이 적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됐다,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KCGI의 반대가 주된 원인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의 외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전문 경영인 우기홍 부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로 재편됐다. 이후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경영 공백이 생기면서 조원태 사장 중심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게 됐
다.
‘기장’ 바뀐 대한항공, 경영권 안정이 최우선 과제
◆지배구조 개선 요구하는 기관투자자들

조 회장에게는 조 사장을 비롯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 등 세 명의 자녀가 있다. 하지만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전무가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그 결과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조 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가장 유력하다.

그렇다고 조 사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승계 준비를 거의 하지 않은 데다 그룹 안팎에 악재가 겹친 때문이다. 가장 최근 그룹 경영권이 바뀐 LG그룹에서는 구광모 LG 회장이 꾸준히 지주회사 지분을 늘려 왔고 아버지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지분 일부를 상속받아 경영권을 확보했다. 구 회장이 비교적 승계 준비의 여유가 있었던 반면 조 사장은 최근 몇 년간 ‘갑질 논란’과 ‘실적 하락’에 시달려 왔다.

여기에 일명 ‘강성부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경영권 위협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발동 등의 악재가 겹쳤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 지분 확보 등 승계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현재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진칼→대한항공·한진→손자회사’로 이어진다. 한진칼 지분은 조 전 회장이 17.84%, 조 사장이 2.34%, 조 전 부사장과 조 전 전무가 각각 2.31%, 2.30%를 갖고 있다.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이 그대로 한진가로 상속되고 한진가가 똘똘 뭉친다면 한진가가 그룹 경영권을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재계는 내다본다.

재계에서는 한진가 역시 주식 담보대출과 배당 등의 방법을 통해 상속세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대한항공·한진 등 한진그룹 상장 계열사의 지분 가치는 36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단순히 상속세율 50%를 적용해도 178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경영권이 있는 최대 주주 지분 상속에 붙는 20% 할증까지 감안하면 액수는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조 회장의 지분을 비롯해 한진가의 한진칼 지분 27%는 이미 금융권·국세청 등에 담보로 잡혀 있다. 또 지난해 한진가에서 받은 배당금은 12억원 정도에 그쳤다.

조 회장 지분을 모두 상속받는다고 하더라도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강성부펀드와의 추가 지분 확보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는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리며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사들이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CGI는 약 한 달 뒤 지분율을 10.81%로 늘렸고 올해 3월 12.68%로까지 확대했다. 4월 4일에는 한진칼 지분 0.79%를 추가하며 13.47%를 확보한 상태다.
‘기장’ 바뀐 대한항공, 경영권 안정이 최우선 과제
(사진)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매출·탑승률은 꾸준히 상승 중

다행스러운 점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경영 실적이나 재무 성과 만큼은 탄탄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생각해 보면 수년간 누적된 오너 리스크로 인해 악화된 여론이 형성돼 이용객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오너 리스크가 발생한 기간 동안 대한항공의 재무적 성과엔 큰 영향이 없었다.

땅콩 회항 논란이 일어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대한항공 여객 탑승률을 보면 2014년 79.16%(6만7950명), 2015년 80.07%(7만1646명), 2016년 80.97%(7만5970명), 2017년 81.88%(7만7842명), 2018년 82.79%(8만1430명)으로 매년 수요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화물 탑재율도 2014년 76.08%(8259개), 2015년 76.11%(8266개), 2016년 76.15%(8163개), 2017년 76.18%(8593개), 2018년 76.22%(8289개)로 꾸준히 늘었다.

최근 5년간 매출 흐름도 상승세다. 매출액은 2014년 11조9097억원에서 2018년 13조202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순이익은 수년째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적인 측면이 아닌 외환 차손, 외화 환산 손실 등 환율 리스크의 영향을 받았다. 이 밖에 대한항공의 5년간 평균 부채비율은 743.46%로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순차입금도 꾸준히 줄고 있다. 재무적으로 봤을 때 대한항공은 나무랄 데가 없다. 오너 리스크와 무관하게 회사는 잘 돌아갔다.

특히 최근엔 대한항공의 항공 정비 사업(MRO)은 신성장 사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보유 중인 자체 정비 역량을 기반으로 해외 업체들과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등 협력도 강화한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항공기 유지·보수 수요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의 MRO 사업과 타사 항공기 MRO 규모는 각각 1조1800억원, 1510억원이다. 올해는 각각 목표 매출을 1조2400억원, 1900억원대로 상향했다. 이를 토대로 전체 MRO 사업 매출 1조43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결국 대한항공의 위기는 실적과는 별도로 ‘오너 리스크’에서 발생할 것인 만큼 향후 조 사장 등 3세들의 행보가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진가가 경영권을 지켜내 조 사장이 그룹을 이끌게 된다면 조 사장은 곧바로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안팎의 현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은 본인과 관련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조 사장은 인하대 부정 편입 논란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안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이 2016년 조 사장 등 삼남매가 사실상 소유한 기내 면세품 위탁 판매 업체 ‘싸이버스카이’와 콜센터 운영 위탁업체 ‘유니컨버스’에 일감을 몰아줘 공정위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조 사장은 또 대항항공 직원에게 연차수당 244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생리휴가 3000건을 부여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은 취임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는데 경영권을 승계한 후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KCGI 등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awlling@hankyung.com

[돋보기]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에 대한 의결권 자문 기관의 조언은

의결권 자문 기관인 서스틴베스트가 최근 ‘한진그룹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서스틴베스트는 4월 5일 ‘한진그룹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하고 한진그룹에 경영 발전 방안을 제안했다. 지난 2월 한진그룹이 발표한 중·장기 비전과 경영 발전 방안을 검토한 서스틴베스트는 제안 사항을 기업의 중·장기 가치 제고 방안, 지속 가능 경영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 확장, 건전한 거버넌스 체계 수립 등으로 나눴다.

기업의 중·장기 가치 제고 방안에서 서스틴베스트는 “2013년 지주 체제 전환 과정에서 형성된 그룹 사업부문과 출자 구조의 불일치에 따른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지주 체제로의 전환 이후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비합리적인 자본 배분 문제가 줄곧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2014년 이후 한진해운에 약 7000억원 이상의 지원과 호텔·레저 사업을 영위하는 종속회사에 약 8000억원 이상 지속적으로 출자했고 약 2조6000억원의 우발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 이는 대한항공의 신용 등급이 ‘A0’에서 ‘BBB+’까지 하락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전 그룹사들의 신용 위험으로 전이됐다는 지적이다.

서스틴베스트는 “대한항공은 향후 보다 합리적인 자본 배분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중심 경영이 요구되며 한진그룹은 최근 다년간 영업적자가 지속된 호텔과 관광·레저 산업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고 향후 해당 사업부문의 경영 성과와 개선 가능성 등에 대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속 가능 경영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서는 “대한항공의 과거 5년 평균 1인당 인적자본 투자와 인적자본 생산성은 각각 6400만원, 7300만원으로 해외 경쟁사의 평균에 비해 절반 정도의 수준으로 파악됐다”며 “이는 근로 의욕 감소, 소비자 만족도 저하 등의 결과를 낳고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형자산에 대한 관리 효율화와 경영진 보상 체계 개선 등을 통해 인적자본 투자를 확대하고 인적자본 생산성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대비 조종사 부족과 특정 엔진 편중에 따른 안전 리스크와 RR제 탄소 규제 강화로 인한 추가 비용 발생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건전한 거버넌스 체계 수립에서는 “한진그룹이 제안하고 있는 사외이사 수 증대, 감사위원회·사외이사추진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 도입 등은 매우 긍적적이지만 한진그룹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당사가 제시하는 지속 가능 경영 체계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며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내에 지속 가능 경영 이슈를 관리할 수 있는 사외이사 중심의 별도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별도 위원회는 한진그룹 각 사업부문별 지속 가능 이슈 진단과 해결 방안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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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1호(2019.04.22 ~ 2019.04.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