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뜰’ 비즈니스 모델

경영자들은 늘 새로운 사업 기회, 아니면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를 보다 혁신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다. 이럴 때 눈을 해외로 돌려 세계 각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비즈니스를 살펴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세계 각국의 혁신적이고 창의적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모델을 소개하는 스프링와이즈닷컴(springwise.com)은 지난 1월 9일 ‘2011에 뜰 비즈니스 아이디어 20선’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국내 사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비즈니스도 있지만 선별된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요소는 충분하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들을 간략히 소개하면, 우선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눈에 띈다. 미국의 N2케어사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층에 접어듦에 따라 의료 시설이 갖춰진 주택인 메드카티지(medCottage)를 지어 공급하고 있다.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는 공기 필터뿐만 아니라 소변으로 건강검진을 하는 화장실, 원격 조작 리프트 등의 시설이 집에 갖춰져 있어 가족들은 노인 가족을 시설에 보내지 않고도 수고를 덜고 봉양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정육점이 인기다. 네덜란드 과학자와 요리사들은 야채로 만든 고기를 개발했고 이를 파는 정육점이 시내 곳곳 문을 열고 있다. 드 베지테리시 슬래저(De Vegetarische Slager) 정육점은 상류층을 타깃으로 고기의 맛과 질감을 충분히 살리면서 몸에 좋고 단백질도 많이 함유된 식물성 고기를 팔고 있다. 전 세계로 불고 있는 웰빙, 채식 열풍에 힘입어 세계 주요 도시의 거리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즈니스 포커스] 기발한 아이디어는 돈을 만든다
가격 파괴 위해 ‘바꿔 바꿔’

잡지를 구독하듯이 정기적으로 큐레이터가 선별한 제품을 배달해 주는 비즈니스 모델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캐나다의 벤처기업 팬티바이포스트(pantybypost)는 럭셔리 여성용 속옷을 월 단위로 우편 배달해 준다.

매달 프랑스 레이스와 새틴으로 만들어진 힙스터·끈팬티·비키니 스타일 등을 큐레이터가 골라 고급스럽게 포장해 배달한다. 마찬가지로 고객의 취향과 연령 등을 입력해 놓으면 큐레이터가 매달 책을 정해 선물해 주는 미국의 저스트더라이트 북도 비슷한 개념의 배달 서비스다.

가격 파괴를 위한 각 기업들의 노력이 뜨겁다. 미국의 안경 제조사 와비파커(warbyparker)는 안과의 시력 검사 결과를 제출하면 95달러에 안경을 맞출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안경원에서 300달러 이상 내야 하는 것에 비하면 3분의 1 가격이다.

와비파커사가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까닭은 우선 매장을 운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체 디자인한 제품으로 브랜드 라이선스 비용 등을 과감히 줄인 덕분이다. 대신 고객은 인터넷에 자기 사진을 올려 안경을 가상 착용해 보거나 7일간 무료 사용해 봄으로써 스타일을 맞출 수 있다.

캐나다의 유리·욕실용 스프레이 세제 아이큐(iQ)는 리필용 카트리지 형태를 채용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였다. 아이큐는 일반적으로 익숙한 분무기형 세제를 판매하는 대신 작은 리필용 카트리지만 유통해 분무기통에 넣고 물에 희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제조사는 포장 및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일 수 있고 유통에서도 무게를 크게 낮출 수 있어 운송비도 크게 절감했다.

독일의 클레멘스엔어거스트(clemens en August)는 고급 의류 브랜드이지만 루이비통 등 다른 의류 브랜드처럼 매장이 없다. 다만 시즌별로 도시를 옮겨 다니며 갤러리를 빌려 3일 동안 컬렉션을 판매한다.

이 브랜드의 전략은 아무 때나 살 수 없다는 희귀성, 그리고 매장 운영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에 있다. 스스로 ‘투어형’ 콘셉트로 설명하고 있는 이 브랜드는 지난 몇 년 동안 30% 이상의 매출이 증가했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기 위한 혁신적인 마케팅 아이디어가 속속 등장했다. 일본 도쿄 시내의 아디다스 매장에는 조깅족을 위한 샤워 부스를 설치하고 누구나 들러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조깅족은 샤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들를 때마다 아디다스의 다양한 기능성 신제품을 무료로 빌려 사용해 볼 수 있다.

스페인의 자동차 제조업체 피아트는 최근 주력 업종인 전기자전거 마케팅을 독특한 고객 서비스로 펼치고 있다. 피아트 차를 소유하고 있는 고객은 매장에 차를 맡기고 전기자전거를 무료로 빌려 이용할 수 있게 한 것. 피아트사는 고객들의 이동성을 높여주고 자사의 에코 드라이빙 혜택을 많은 이들이 누려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T)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새로운 비즈니스도 나타나고 있다. 이베이를 통해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많아지자 이들만을 위한 금융 서비스도 생겨났다. 이베이에 가맹된 소매 업체들은 애틀랜타에 있는 캐비지(Kabbage)에 자신들의 영업 내용 및 신용 기록, 고객의 평가 등을 기입해 온라인 신청하면 즉시 자금 대출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 포커스] 기발한 아이디어는 돈을 만든다
차 연료 효율 높이는 튜닝 인기

소셜 미디어를 통한 집단 구매는 강력해진 소비자의 힘을 보여줬다. 네덜란드의 DJ와 파티 전문가들은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 미국 마이애미행 항공편이 부족하자 트위터를 통해 항공기 예약자를 모아 항공사에 추가 노선을 개설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일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도 높이고 소비자의 요구를 통해 새 비즈니스 기회를 찾은 KLM항공은 즉시 암스테르담~마이애미 노선을 추가했다.

미국에서는 고유가 시대, 에코드라이빙 시대를 맞아 자동차의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튜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콜로라도의 그린거라지(Green Garage)사는 차의 엔진 효율성과 관련한 53개의 시스템 검사를 통해 견적을 내준다. 그리고 60개 이상의 고효율·친환경 부품을 이용해 자동차가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내도록 개조해 준다.

한편 인류애적인 가치를 높인 비즈니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물 부족 국가에서 유용한 마을의 각 주택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지하에 저장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인도의 아카시강가는 올해의 에너지글로브 월드 어워드도 수상했다.

그리고 인도에서 청각장애인만을 배달원으로 고용한 미라클 택배 서비스 회사는 매년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도 사회적 기업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브라질과 파라과이 농민에게 수익의 일부분이 돌아가게 하고 기부도 할 수 있는 독일의 공정무역 유기농 음료 레모네이드(lemonade)도 유럽 전역의 매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