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투자 중재’ 절차 적극 활용해야

최근 들어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에 캄보디아 투자로 발생한 법률 분쟁에 대한 문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대부분 캄보디아 투자를 주도했던 모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와 관련된 것인데, 이와 함께 2006년 한국 기업의 캄보디아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5~6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결실이 없는 투자에 대해 투자자 간 혹은 해당 사업에 대한 대출 금융회사와의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분쟁 해결과 관련해 캄보디아에서 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민사 절차 혹은 형사 절차와 같은 전통적인 사법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과 군대 혹은 행정부 내 영향력 있는 인사를 통해 분쟁을 사적인 중재로 해결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우선 전통적인 사법 시스템을 이용하면 사법기관의 부정부패가 심하고 과도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사적 중재 등과 같은 분쟁 해결 방식의 경우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군대의 영향력 있는 인사에 의존하게 된다. 이때 중재인들은 분쟁 해결의 대가로 상당한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트렌드] 캄보디아에서의 분쟁 해결 방안
이와 같은 기존 분쟁 해결 방식의 폐해는 캄보디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 3월 캄보디아 상사중재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2009년 8월 상사 중재 업무를 관할할 국립중재원을 설립했고 지난 7월쯤 국립중재원은 예비 중재인을 선임하는 등 중재인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이러한 중재 절차는 기존의 부패한 사법제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캄보디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소위 ‘뉴욕협약’ 가입국이다. ‘뉴욕협약’의 당사국은 상호 외국에서 이뤄진 상사 관련 분쟁에 대한 중재 판정을 승인하고 집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주주간 협약서 등에 분쟁 관할을 한국의 대한상사중재원 혹은 신뢰할 만한 국제 중재 기구로 할 경우 캄보디아 법원의 비효율과 신뢰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분쟁 해결과 관련해 최근 주목받는 방안 중 하나는 국제 투자 중재(International Investment Arbitration)다. 이는 투자 유치국 정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다. 한국 정부는 지난 50년간 90여 개 국가와 국제 투자 협정을 맺어왔고, 캄보디아와도 1997년에 이미 투자 보장 협정을 체결했다.

이 절차에 따르면 투자 유치국인 캄보디아 정부가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사법적 보호를 하지 못하는 경우(denial of justice)에는 투자자가 정부와 계약 관계가 없다고 할지라도 캄보디아 정부를 직접 국제 투자 중재 절차에 제소할 수 있는 길이 마련돼 있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중재 시스템이나 국제 투자 중재 절차를 이용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투자 계약상 중재 비용의 패소자 부담 등 절차 비용 등에 대한 조항을 명확히 하고 분쟁 해결 방안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는 계약을 위반한 현지의 투자 파트너와 투자자의 보호를 거부하는 캄보디아 정부에 보다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될 것이다.

유정훈 <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 캄보디아 사무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