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랑방 같던 자전거포의 풍경은 이제 웬만해선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자전거 전문 대리점들은 있지만 모두가 그리워하는 사람 냄새 듬뿍 나는 자전거포와는 왠지 거리가 멀다. 그러기에 합정동에 있는 수제 자전거 공방 ‘두부공’은 자전거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예전의 자전거포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존재다.
[프로의 세계] 수제 자전거 공방 ‘두부공’ 김두범 대표 “자전거로 더 많이 소통하고 싶어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대의 고가 수제 자전거를 제작, 판매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동네 사람들의 오래된 자전거 수리까지 마다하지 않는 자전거포 본연의 ‘사람 냄새’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멀리에서 찾아오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체형에 맞게, 또 자전거를 타는 습관에 맞게 제작되는 오직 자신만을 위한 자전거를 가지고 싶어 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 덕분이다.

‘두부공’의 김두범 대표가 자전거 제작에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대학에 다닐 때부터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이 되든가 평범한 직장인이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뭔가 제 손으로 만들어 내고 싶었어요. 마침 그 무렵 어머니가 한창 자전거를 타시면서 삶의 영역을 넓히고 있을 때라 그 모습을 보면서 자전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화이트칼라가 아닌 기술자·장인으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선택에 주변에서는 반대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고집은 아무도 꺾지 못했다. 한국 바이크 아카데미에 들어가 자전거 정비를 배우고 국내의 유명한 자전거 장인 밑에서 공부도 했다. 미국의 ‘UBI(United Bicycle Institute)’에서 체계적인 자전거 정비 및 산소용접, 전기용접, 프레임 제작 등을 배우고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별명인 ‘두부’에 장인을 의미하는 ‘공(工)’을 붙인 자전거 공방을 오픈했다.
[프로의 세계] 수제 자전거 공방 ‘두부공’ 김두범 대표 “자전거로 더 많이 소통하고 싶어요”
기술자·장인으로서의 삶 선택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그의 공방은 오픈 직후부터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제가 만지기 전에는 그저 철 덩어리에 불과한 것들이 제 손을 거쳐 한 대의 완전한 자전거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뿌듯하죠.” 또한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는 자전거들이 새 옷을 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주인의 손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더없이 만족스럽다.

“얼마 전부터 민들레 대안학교 학생들에게 자전거 정비 수업을 하고 있거든요. 벌써 2학기째 수업인데, 아이들이나 학교 측의 반응도 좋을뿐더러 저 자신도 새삼 배우는 것이 많아요.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더 잘 소통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 수 있을지 열심히 궁리하게 되는데, 그런 점들 하나하나가 다 즐거움이고 보람이죠.(웃음)”

그렇듯 사람들과의 소통은 그가 자전거 공방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자전거는 참 순수하죠. 문학적이면서 또한 감성적이고요. 사람들이 오래 탄 자전거에는 그 자전거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잖아요.” 그래서 그의 꿈은 언젠가 시골에 내려가 자전거 공방을 운영하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사람 냄새나는 더 많은 자전거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약력: 1983년생. 홍익대 국문과 졸업. 미국 애슐랜드의 자전거 학교 ‘UBI(United Bicycle Institute)’ 수료. 한국 바이크 아카데미 수료. 영사이클 DIY 수료. 현재 수제 자전거 공방 ‘두부공’ 대표.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