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제주 포럼 여는 문태영 제주평화연구원장

2012년부터 연례화·분야 확대…성장 위해선 ‘빅샷’ 초청이 관건
[스페셜 인터뷰] “보아오·다보스 포럼 넘어설 겁니다”
제주평화연구원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동아시아 지역의 협력을 위한 연구와 담론의 거점을 목표로 설립된 싱크탱크다. 동북아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크게 연구와 제주 포럼이라는 두 축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제주 포럼은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해 온 국내 대표 포럼으로, 동아시아 지역 내 최고 포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 5월 20일 세계 평화의 섬 제주를 찾았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제주국제평화센터에 들어선 제주평화연구원은 제주 포럼을 2주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문태영(61) 제주평화연구원장은 “제주 포럼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규모의 포럼으로 자리 잡았다”며 “지금까지 외형 확대에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내실 강화에도 더욱 힘을 쏟아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연구원이 제주에 자리 잡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제주평화연구원은 외교부·제주도와 민간 출연 기금에 의해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 연구 기관입니다. 정부가 2005년 1월 선포한 ‘세계 평화의 섬’으로서의 제주를 구현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 이곳 제주에 2006년 설립됐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창출, 확산시키고 나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 담론의 거점이자 생활 속에 뿌리내리는 평화 운동이 요람이 되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연구원의 주요 연구 과제는 무엇입니까.
“연구실은 연구 과제 개발·수행, 대내외 학술 협력 업무를 총체적으로 관장하고 있습니다. 연구가 지향하는 바는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으로, 동아시아의 영토 분쟁이나 각종 현안 등 각 부문을 모두 다루고 있어요. 그동안 평화와 안보를 위한 이론을 탐구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국내외 주요 기관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연구 결과를 널리 알려 왔습니다. 연구와 함께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 포럼이 또 하나의 축을 구성하고 있죠. 연구 활동을 제주 포럼을 실현하는 방안 중 하나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원장님은 공모를 통해 3대 원장에 취임하셨는데요, 지난 3년간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제주 포럼을 키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일평생 외교관으로 살았기 때문에 원장에 취임한 이후 기존의 역량을 살려 호주 총리, 중국의 공공외교부장 등 VIP를 초청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죠. 제주평화연구원은 국내 싱크탱크 평가에서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주 포럼뿐만 아니라 연구원 활동에 대해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 포럼이 갖는 의미 중 눈여겨볼 점은 무엇입니까.
“제주 포럼은 초기에는 평화 포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가 2008년부터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 포럼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이후 경제·경영·문화·인권·청소년 등으로 의제가 다양화됐죠. 특히 제주도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7대 불가사의 섬이기 때문에 환경 분야도 관심 있게 다루고 있어요.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하고 제주 도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제주 포럼은 특히 2012년부터 연례 포럼으로 발전돼 동아시아 지역 내 최고 포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제주 포럼의 위상은 어느 정도입니까.
“국내 언론사들도 포럼을 열긴 하지만 정부와 민간이 지원하는 포럼은 제주 포럼을 제외하고는 없는 상황입니다. 규모로 보면 국내에서 가장 큰 포럼이라고 봅니다. 스위스에는 다보스 포럼이 있고 중국에는 보아오 포럼이 있다면 한국에는 제주 포럼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중국의 보아오 포럼과 같은 해에 출범했는데, 중국은 정부의 지원을 업고 크게 성장했다면 제주 포럼은 아직 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이 되고자 하는 지향점을 갖고 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을 비롯한 VIP들의 참석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제주 포럼엔 총리가 참석했는데, 정부 지도자들이 오신다면 포럼이 더욱 빛을 내며 클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의 보아오 포럼이 성장한 것도 후진타오나 시진핑 국가 주석이 매년 참석했기 때문이죠.”


애로 사항도 많겠습니다.
“규모는 많이 커졌지만 너무 종합적인 포럼이 돼 앞으로 내실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반면 많이 알려지다 보니 가만히 있어도 참여하겠다는 기관이 늘어난 것은 기쁜 점이고요. 가장 큰 애로 사항이라면 역시 연사의 초청인데, 국내에 워낙 행사가 많아 연사들이 최근 2~3년 내 한국에 오신 분들이 많아요. 올해는 줄리아 길러드 전 호주 총리, 살람 파야드 전 팔레스타인 총리,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 등을 상당히 어렵게 모셨습니다.”


올해 관전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새롭게 생긴 세션들로 전직 외교 장관과의 만남, 한중일 비즈니스맨들의 미팅, 한국·중국·일본 미국의 대학생들을 초청한 차세대 지도자 미팅 등이 있습니다.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고 정상들 간 대화가 활발해져야만 하는데 최근 중요한 중점 사업으로 한중일 삼국의 협력사업사무국이 서울에 생겼습니다. 협력사업사무국에서도 이번 제주 포럼에 와서 세 개 세션에 참석해 발표합니다. 또 외교부 장관, 외교 안보 수석 등이 참석해 앞으로 나아갈 외교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있어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칼리 피오리나 전 회장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기업가 정신과 여성의 리더십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은 여성 참석자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곳 경치가 상당히 좋습니다.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바다가 한눈에 보이죠. 중문관광단지 안에 자리 잡고 있어 풍경도 좋습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 있다 보니 장점도 많죠. 국내 유수의 연구소에서 우리와 함께 공동 세미나, 학술회의를 하기를 희망하죠. 국내 유명한 연구 기관들과 정례적으로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제주 관광객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볼 때 제주도의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단점은 폐쇄적이라는 것입니다. 국제화가 돼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상태입니다. 외국인 토지 보유율이 0.5%인데 1% 이상 늘려도 괜찮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상당히 우려하고 있죠. 물론 무분별한 개발은 지양해야 합니다. 하와이만 봐도 와이키키 해변에 모든 개발을 허용하고 그 외는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요. 지금 제주도는 무계획적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국제적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정신이 보다 고양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외교관을 하면서 전 세계를 많이 돌아다닐 기회가 있었는데, 좋은 휴양지가 되기 위해선 깨끗해야 합니다.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지만 아직 길가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요. 이런 점에 좀 더 신경을 쓴다면 현재 저가 관광을 넘어 중국의 부자들이 좀 더 많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봅니다.”


제주=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