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스 기업 가스프롬

세계 자원 시장에서 차지하는 러시아의 위상은 세계 최대 가스 기업이자 러시아 최대 기업인 ‘가스프롬’으로 대변된다. 가스프롬은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향후 정치 판도를 가늠하게 하는 방향타를 제시한다.

가스프롬은 2007년 시가총액 기준으로 엑슨모빌과 제너럴일렉트릭(GE)에 이어 세계 3위 기업에 올랐다. 그러나 과도한 해외 투자로 부채가 누적되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뒤이은 유가 하락으로 2009년에는 가스프롬의 시가총액이 최고점 대비 75%가 줄었지만 2010년 이후 유가 상승에 힘입어 약 2000억 달러 수준까지 회복됐다. 포천지는 2010년 가스프롬이 세계 상위 50개 기업 중 순이익이 가장 높은 회사라고 발표했다.

가스프롬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의 총 길이는 16만km로 우크라이나·벨라루스·중앙아시아·캅카스 등의 파이프라인 망과 직접 연결돼 있다. 가스프롬은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과 카스피해 연안 가스관 건설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2009년 말에는 중국 페트로차이나와 대중국 가스 공급을 위한 주요 조건 협정에 서명했다.

올해 페트로차이나와 장기 가스 공급 계약이 체결되어 가스프롬이 알타이노선을 통해 2015년부터 중국에 가스를 수출하게 되면 동북아의 가스 시장에는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동북아 가스 시장 재편…한국 경쟁력 위축 우려
<YONHAP PHOTO-0014> Russian Gazprom employees work at the central control room of the Gazprom headquarters in Moscow on January 14, 2009. The ministers were in Russia to discuss the situation with gas transit to their countries. Bulgarian Prime Minister Sergey Stanishev left on today for Moscow and Kiev for gas crisis talks, as Russian supplies to Sofia were halted for a ninth day due to a spat between Russia and Ukraine. AFP PHOTO / YURI KADOBNOV
/2009-01-15 00:11:07/
<저작권자 ⓒ 1980-200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Russian Gazprom employees work at the central control room of the Gazprom headquarters in Moscow on January 14, 2009. The ministers were in Russia to discuss the situation with gas transit to their countries. Bulgarian Prime Minister Sergey Stanishev left on today for Moscow and Kiev for gas crisis talks, as Russian supplies to Sofia were halted for a ninth day due to a spat between Russia and Ukraine. AFP PHOTO / YURI KADOBNOV /2009-01-15 00:11:07/ <저작권자 ⓒ 1980-200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000~2001년, 2002~2008년 가스프롬의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가스프롬의 회장은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푸틴에게 총리직을 넘겨준 빅토르 알렉세예비치 줍코프(Viktor Alekseyevich Zubkov)가 맡고 있다.

푸틴이 2006년 가스프롬을 다시 국유화한 이후 산업자원부 장관 및 경제발전부 장관이 가스프롬의 이사를 겸임해 왔다. 그런데 올 3월 줍코프 가스프롬 회장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현직 행정부 장차관을 가스프롬의 이사에서 해임하고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가 개인적으로 추천한 후보를 가스프롬의 이사에 선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가스프롬이 러시아는 물론 영국 런던 및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지배 구조의 투명성 측면에서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새로 선임되는 이사의 면면을 보면 오히려 가스프롬이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시험하는 각축장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스프롬은 러시아 연방정부가 승인한 2007년 동부 가스 프로그램에 따라 크라스노야르스크·이르쿠츠크·사하자치공화국·사할린·캄차카반도에 가스전을 개발하고 통합 가스 수송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가스프롬은 또 동부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에서 40개 이상의 유·가스전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캄차카반도에 대규모 가스 공급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최근 페트로차이나의 급격한 성장세에 비춰 가스프롬이 페트로차이나와 장기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면 동북아시아 자원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현저히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류혜정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