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PI

인플레이션 시기에 1순위로 떠오르는 종목들은 상품 관련 주식이다. 또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주도 주목받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요즘 시장의 화두다.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물가가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유동성도 넘쳐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의 부담은 커진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빛을 보는 수혜주를 발굴한다면 이 역시 기회가 된다. 물가 급등 소식에 위축되기보다는 한 발 앞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전략이 필요할 때다.
[MARKET ISSUE] 인플레이션에 투자하는 법
기준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 압력 여전

인플레이션 압력은 세계 곳곳에서 감지된다. 옥수수, 콩 등 주요 식품의 글로벌 가격은 최근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밀과 식물성 기름, 육류 등으로 가격 급등은 확산일로다.

유가 역시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산업 필수재인 구리 등 금속 가격도 많이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시중에 떠도는 자금들이 투기 세력으로 가세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공업제품과 서비스 물가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국내의 경우 경상수지가 흑자인 데다 외국인 주식투자가 이어지면서 유동성이 계속 유입됐다. 중국의 높은 물가가 중국 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각국의 인플레이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 급등으로 뒤숭숭한 것과 별개로 코스피지수는 올 1월 14일 2100(종가 기준)까지 뛰어넘으며 불을 뿜었다. 풍부한 유동성과 글로벌 경기회복 조짐, 유럽 재정위기 완화 등에 힘입어서다. 문제는 이후가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금리 인상 등 긴축 조치가 이어지게 된다. 이 경우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실적이 둔화하면서 증시도 힘을 잃을 수 있다. 1990년 이후 인플레이션 심화 기간에 코스피지수는 평균 3.2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태근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와 밀접한 흐름을 보여온 인도네시아 증시가 부진으로 돌아선 것은 국제 석유 가격이 글로벌 위기 이후 최초로 90달러를 넘어선 시점과 맞물린다”며 “경제 규모 대비 석유 소비량이 더 높은 국내 증시에도 조정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유·비금속·농산물 등 상품 관련주 잡아라
[MARKET ISSUE] 인플레이션에 투자하는 법
인플레이션 시기에 떠오르는 종목들이 있다. 1순위로 떠오르는 종목은 상품 관련주다. 예를 들어 정유주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정제 마진 상승이 호재다.

원유 값이 오르면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재고를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 GS 등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황규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SK에너지에 대해 “배럴당 복합정제마진이 2010년 3분기 6.7달러에서 4분기 7.6달러까지 늘었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국제 유가 강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철금속주도 수혜주다. 구리 등 상품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에 재료비 증가분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에 대해 “비철금속과 귀금속 가격 강세에 힘입어 역사적 고점에 해당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할 시점”이라며 실적 전망치를 상향했다. LS, 풍산, 황금에스티 등도 비철금속 가격이 오르면 함께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농업관련주도 주목받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작물 면적이 늘면서 관련 수요가 늘게 된다. 종묘를 만드는 농우바이오, 국내 농기계 제조 1위업체인 대동공업 등이 추천주로 떠올랐다. 효성오앤비, 조비 등 비료업체들도 최근 급등세를 탔다.

구제역 여파로 떠오른 수산주도 물가 상승과 관련이 깊다. 이경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참치 수요는 여전한데 어획량이 줄면서 참치 가격 강세는 3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동원산업과 사조산업 등 수산주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참치의 경우 국제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돼 정부의 물가관리 정책에서 자유롭다는 게 장점이다. 곡물이나 육류 등 다른 식품 가격이 오를 때 반사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대체에너지와 자원개발주도 관심 금융주도 반짝

물가가 오르면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태양광과 2차전지 등 대체에너지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부터 2013년까지 태양광에너지 생산량은 연평균 30%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주로는 OCI와 웅진홀딩스, 오성엘에스티 등이 있고, 2차전지 관련주는 LG화학, 삼성SDI 등이 대표적이다. 자원개발주 역시 인플레이션 기간 눈여겨볼 업종이다. 국내 종합상사 중 최대 규모로 자원개발(E&P) 실적을 올리고 있는 LG상사, 미얀마 등에서 E&P를 진행 중인 대우인터내셔널, 예멘 등에서 프로젝트를 넓히고 있는 한국가스공사 등이 대표적인 자원개발주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인다. 금융주에 단연 호재다. 은행주는 순이자마진 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보험주는 운용자산 가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올렸던 1월 13일 금융주는 업종별 최대 상승세로 마감하며 화답했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연기금의 매수세를 포함해 기준금리 인상 등이 금융주에 활력소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HSBC증권은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지속할 전망이어서 금리 상승이 장기화될 것”이라며 “운용자산 규모가 큰 삼성화재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가치주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이재만 연구원은 “과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구간에서 고주가순자산비율(PBR) 대비 저PBR주의 상대 강도가 높았다”며 업종평균 대비 PBR이 낮은 종목들을 추천했다. 한섬과 한국타이어, 동부제철, 한일시멘트, 한국전력 등은 대표적인 저PBR 종목이다.
[MARKET ISSUE] 인플레이션에 투자하는 법
음식료주는 물가 상승이 악재

반면 물가 상승이 악재로 작용하는 종목도 있다. 음식료주가 대표적이다. 밀가루나 원당 등 원재료 가격은 올랐는데 정부의 물가 규제대책 때문에 제품 값 인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농심, CJ제일제당 등 음식료주가 대부분 부진을 벗지 못하고 있다. 올 초 가격 인상을 추진했던 대한제당, 삼양사 등 원당업체와 대한제분, 동아원 등 제분업체들도 반짝 주가가 오르나 했더니 영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수혜주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은 정책 변수다. 정부가 물가 규제정책을 쓸 경우 업종별로 수혜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대책을 통해 전기와 가스요금을 당분간 동결하기로 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 값 압박에 나서자 1월 14일 정유주와 전기가스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