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포인트 ① 운명의 분기점에 선 아베노믹스

‘승부수 vs 자충수’. ‘아베노믹스’가 운명의 분기점에 섰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다투는 난상토론이 뜨겁다. 지금까지는 성공 평가가 우세하다. 절반의 성공이다. 관건은 이제부터다. 주가 상승 등 심리 효과를 넘어 체감적인 실물 회복이 성패를 가를 찰나다. ‘금융→실물’로 부흥 효과가 전이되면 완벽한 합격 통지로 연결될 것이고 아니면 부작용만 잔뜩 키운 또 다른 실패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는 가운데 세계의 이목이 열도 경기를 주목하는 이유다.
<YONHAP PHOTO-0036> Japan's Prime Minister and President of the Liberal Democratic Party (LDP), Shinzo Abe smiles as he places a red paper rose on a LDP candidate's name to indicate an election victory at the party's headquarters in Tokyo on July 21, 2013. The coalition of Japan's Prime Minister Shinzo Abe won a resounding victory in upper house elections.  AFP PHOTO / KAZUHIRO NOGI../2013-07-22 00: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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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s Prime Minister and President of the Liberal Democratic Party (LDP), Shinzo Abe smiles as he places a red paper rose on a LDP candidate's name to indicate an election victory at the party's headquarters in Tokyo on July 21, 2013. The coalition of Japan's Prime Minister Shinzo Abe won a resounding victory in upper house elections. AFP PHOTO / KAZUHIRO NOGI../2013-07-22 00:57:03/
지금까지 경로를 주가로 복기해 보자. 정권 탈환에 성공한 아베 정권은 선거 직후(2012년 12월 17일) 9896엔이던 닛케이225지수를 한때(2013년 5월 23일) 1만5943엔까지 끌어올렸다. 두말할 필요 없는 아베노믹스의 효과다. 잠깐 1만3000엔대 저지선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현재(8월 말) 1만4000엔대까지 올랐다. 출범 이후 6개월 만에 61% 급등한 성적표다. 숨 고르는 지금조차 42%의 수익률이다. 웬만한 일본 주식·펀드라면 근래에 보기 드문 호성적을 거둔 셈이다. ‘엔고→엔저’로의 방향에 올라탄 외환 투자자도 만만치 않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아베노믹스는 3가지 화살로 거론된다. 통화정책(금융 완화), 재정 출동(공공 투자), 성장 전략(규제 완화) 등이다. 새롭지는 않지만 그간의 잔 펀치 대신 동시다발적인 강력한 무제한·총동원의 부양 의지가 시장에 먹혀들었다. ‘자금 회전→내수 회복→엔저 유도→물가 상승→수출 증대→투자(소비) 증대→경기 회복’의 기대 효과를 노렸다. 금융정책은 타깃 물가 2%까지 돈을 풀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2%는 ‘디플레→인플레’의 확인 시점이다. 실물과의 시차 축소를 위해 두 번째 화살인 재정정책도 동원됐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규모 토목공사 진행이다. ‘건설 부양→고용 확대→소득 증가→소비 증대’의 유도 셈법이다. 향후 10년간 200조 엔을 투입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공적연금 증시 투입 방침
통화정책, 재정 투입의 화살 2개는 이미 시위를 떠났다. 지금까지 절반의 성공이 그 성과다. 남은 건 마지막 화살인 성장 전략이다. 요컨대 앞의 2개가 증시 부양을 주도했다. 이제 중요한 건 금융 효과를 토대로 실물 회복 여부다. 본격적인 진검승부다. 나머지 절반인 이게 성공해야 비로소 아베 경제학은 성공 사례로 기록된다. 지금까지 평가는 좋다. 경제 회복을 위한 파워풀한 정치 결단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줬다. 시장 우려를 차단하려는 일본 정부의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한 대응책은 4류 정치의 의원내각제라는 정치 한계를 무색케 하는 강력·강고한 정책 세트·추진 의지로 연결됐다. 마지막 화살을 둘러싼 성공 의지도 꽤 높다.
[COVER STORY] 선거 이후 힘세진 아베 ‘증시 부양 올인’
아직은 분위기가 괜찮다. 어쩌면 금융 효과가 실물 반등과 연결될 수도 있어 기대감이 크다. 당장 기업의 실적이 좋아졌다. 금리 인하의 본격 반영과 엔저 정책의 실적 반영엔 각각 시차 효과와 J커브 효과가 있어 일정 부분 시간 경과 후 반영되게 마련인데, 지금부터가 그 시점과 맞물린다. 대부분 기업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게 그 증거다. 자동차·전기전자를 필두로 금융권까지 대폭의 실적 개선을 발표했다. 미비한 설비투자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3.6%)보다 낮은 2.6%에 그쳤지만 그럭저럭 선전했다는 평가다. 물론 체질 개선보다 금융 효과의 공이다.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핫이슈인 소비지출이 늘었다(3.1%)는 점도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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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신중론의 기세는 여전하다. “아베노믹스는 결국 실패할 것”이란 주장이다. 지금까지의 회복 성과는 모두 금융 부문의 심리 효과일 뿐 실제 회복은 요원하다고 봐서다. 인플레 유도 정책은 고착화된 유동성 함정과 실질소득 악화로 실패할 뿐만 아니라 인플레가 발생해도 국가 부채의 상환 압박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다. 실제 이런 종류의 경계론과 위기론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최근의 기업 수익도 엔저 수혜에 따른 증가일 뿐이라고 못 박는다. 매출액 증가 없는 순이익 증가의 딜레마라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일본 기업의 실적은 해외시장 확대보다 환차익에 따른 수익 증가일 뿐”이라고 거들었다. 기업조차 이를 알기에 지속적인 임금 인상보다 일시적인 보너스 증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시장에선 아베노믹스의 파워가 여전하다. ‘재팬 이즈 백(Japan is Back)’이란 보고서를 낸 ‘닛코에셋매니지먼트’는 “일본 주식의 상승 여지가 현재화되고 있다”며 매수 의견을 내놓았다. 단기 변동이 있을지언정 ‘안전 자산→위험 자산’으로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실제 증시 지표는 좋다. 일평균 매매 대금은 3조 엔에 근접했다. 이는 2007년 수준으로의 복귀다. 개인 비중은 2012년 20%대에서 2013년 7월 현재 32%까지 늘어났다. 이 와중에 주주 환원이 강화되면서 올해 일본 기업의 배당액은 과거 최고치(2007년 7조6000억 엔)를 넘어설 전망이다. 일본 주식의 투자 매력 증가 효과다. 즉 금융 위기 이후 배당률은 국채 이자를 확연히 넘어섰다. 각각 1.74%, 0.8%로 조사됐다(2013년 7월). 무엇보다 저평가에 따른 저가 매수 기대감이 높다. 2000년대 이후 평균 주가수익률(PER) 17.5배, 주가순자산배율(PBR) 1.45배보다 낮은 14.8배, 1.27배에 불과한 상황이다(TOPIX 기준).
[COVER STORY] 선거 이후 힘세진 아베 ‘증시 부양 올인’
더욱이 정책 성공을 위한 추진 동력은 한층 강해졌다. 아베 정권은 7월 참의원 선거 승리로 정책 실현을 위한 시간 벌기에 성공했다. 적어도 3년, 길게는 6년에 걸친 장기 집권의 기반을 마련했다. 성장 전략을 추진하면서 단기적인 고통 수반이 불가피한 구조 개혁이 가능해진 셈이다. 출구전략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 추세가 확인되면 이것도 악재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경기 확장 국면을 의미하기에 길게 봐 일본 경제로선 호재일 수 있다. 신중론 쪽에서 제한적인 금융 효과의 증거로 제시한 주춤했던 주가 양상과 국채 금리의 불안 흐름도 숨 고르기일 확률이 높아졌다. 지금처럼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면 추가적인 주가 견인도 가능할 수 있다.


해외 투자자 9조 엔 순매수
의도는 읽혀졌다.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의 공적 기금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법인(GPIF)까지 동원할 작정이다. 국민연금·후생연금 등 일본의 공적 연금 운영 주체로 운용 자산 120조 엔의 거대 파워다. 이 막강한 영향력을 증시 지탱에 투입하겠다는 게 정치 리더십의 결정이다. 일본 채권(62%)의 비중을 줄이고 일본 주식(15%)을 늘려 주가 버팀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다. 미국의 양적 완화 우려를 불식하고 브레이크가 걸린 지지부진한 일본 증시를 끌어올리는데 GPIF의 총알만한 대안은 없다고 봐서다.

해외 투자자의 시선 변화도 목격된다. 일본 증시의 60%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포지션은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 이 와중에 그간 단기 급등락의 혐의는 헤지 펀드에 몰렸다. 그런데 최근 장기 보유를 내세우는 새로운 해외 매수세가 있어 화제다. 선두 주자는 글로벌 큰손들인 연·기금 쪽이다. 일본 주식 매수·운용을 위한 운용 기관 공모 의뢰가 증가했다. 유럽을 필두로 중동 국가의 관심이 뜨겁다. 실제 1~7월 해외 자본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이 9조 엔에 달했다. 2012년 한 해에 사들인 규모의 3배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출구전략으로 부침은 있지만 해외 연·기금의 매수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둘러봐도 일본만한 투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는 신중한 게 좋다. 아베노믹스도 마찬가지다. 실물경기의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관망 자세가 유효하다. 다만 그리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매수 기반을 훼손하는 악재 확인은 별로 없다. 일단 긍정적인 시각 유지가 필요하다. 투자자를 고민에 빠뜨렸던 5월의 금리 급등(국채) 사태도 항로 훼손이 아니라 속도 조절로 보는 게 타당하다. 방향 자체에 변화는 없다. 즉 정책 추동의 의지가 여전하고 성장 전략도 이제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출구전략 등 해외시장도 중요하다. 환율의 향방을 정할 해외 변수와 신흥국의 성장 감속 우려가 그렇다. 가을 정도면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change4dre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