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익률 1위 펀드 탐방

올해 상반기 해외 펀드 중 승자는 단연 일본 펀드였다. 오랫동안 수익률이 저조해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일본 주식형 펀드의 올 상반기 수익률은 20%를 훌쩍 넘기며 백조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엔화 약세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과 일본은행의 강력한 통화 완화 정책으로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면서 해외 펀드 가운데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낸 것이다.
[COVER STORY] 한화재팬코아 32.6%…엔저 수혜 ‘톡톡’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펀드는 32.56% (8월 19일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한 한화자산운용의 일본 주식형 펀드인 ‘한화재팬코아1 A’ 펀드로 나타났다. 뒤이은 일본 주식형 펀드인 ‘신한BNPP Tops일본대표기업1 A1(32.22%)’과는 근소한 차이다.

2007년 2월 출범해 올해로 운용 6년 차를 맞은 ‘한화재팬코아1 A’는 일본의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 등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일본 주식 포트폴리오는 일본 니코자산운용에서 위탁 운용하고 있다. 자산 구성을 들여다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일본 주식이 89.46%, 현금 및 기타 상품이 10%를 차지한다.

펀드는 A(선취 판매 수수료 있음), C(선취 판매 수수료 없음), I(납입 금액 50억 원 이상 투자자), C-F(기관투자가 및 기금) 등 총 네 종류로 구분되며 현재까지 전체 클래스 펀드에 372억 원의 자금이 들어온 상태다. 이 가운데 약 300억 원은 일본 증시의 호재 가능성이 나타난 지난해 말 이후 유입됐다.


엔화 약세로 수출 기업 호재
한화자산운용의 김종육 매니저는 “아베 정권이 무제한 금융 완화 정책을 실시해 엔저가 나타나고 주가가 상승하는 등 일본 경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부분의 일본 주식형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이어갔다”며 “이 펀드의 위탁 운용사의 활약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전체 운용 자산이 약 15조 엔(2013년 6월 말 기준)을 넘는 일본 최대의 글로벌 운용 전문 회사인 니코자산운용이 대형주와 함께 성장성 있는 중소형주를 상대적으로 많이 편입해 성과가 좋았다는 설명이다.

김 매니저는 특히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 내 수출 관련 기업들의 성과가 개선된 점에 주목했다. 같은 값으로 팔더라도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해외에서의 판매 가격이 낮아져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다. 이 펀드도 엔화 약세의 수혜를 본 기업 주식을 많이 사들여 수익률이 높았다.

실제로 일본의 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 8월 2일까지 발표된 668개 상장 기업들의 1분기(4~6월) 경상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42% 급증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자동차 회사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는데, 도요타자동차는 1분기 순익이 5621억9000만 엔으로 1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처럼 일본의 수출 관련 기업들, 이 중에서도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가운데 ‘한화재팬코아1 A’도 발 빠르게 자동차 관련 업종의 편입 비율을 높였다. 현재 보유 자산 중 도요타자동차가 6.70%, 혼다가 2.60%를 차지한다.

한화자산운용 측은 이처럼 펀드의 보유 종목을 잘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위탁 운용사인 니코자산운용의 남다른 통찰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펀드 출범 초기부터 자산 운용사나 매니저의 역량이 중요한 ‘액티브 운용에 탁월한 회사’를 찾는데 주력한 한화자산운용은 1959년에 설립해 오랜 역사를 지녔고 최고경영자(CEO)·최고기술책임자(CIO) 등 주요 임원진이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본 회사로서는 드물게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등 국제적인 역량을 지닌 니코자산운용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파트너인 니코자산운용 활약 커
펀드를 운용하는 담당자는 경력 23년의 베테랑 노리히코 가마다로, 현재 니코자산운용의 주식형펀드운용본부 리서치액티브운용팀의 책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한편 자산 배분 현황만 봐도 이 펀드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다. 총 62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경기에 민감한 소비재(36.58%)·금융(25.91%)·산업재(18. 44%)의 편입 비중이 높은 편이다. 김 매니저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도 수익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중소형사 가운데 부동산 관련 금융회사 등을 많이 사들인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COVER STORY] 한화재팬코아 32.6%…엔저 수혜 ‘톡톡’
그렇다면 한때 ‘못난이 펀드’로 불리던 일본 펀드의 반격은 어디까지일까. 한화자산운용 측은 오는 9월 이후 일본의 소비세 인상 여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차기 의장 선출 등 판도를 바꿀 만한 굵직한 변화 요인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향후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20년간의 긴 잠에서 깨어난 일본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만큼 올 하반기에도 일본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일단 일본 대형 제조업체들의 경기 체감 지수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으며 소비자 심리 역시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현재의 글로벌 투자 자금도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에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으로 대거 흘러 들어오고 있다. 프랑스·네덜란드의 연·기금 등 해외 공적자금들이 일본 주식 투자를 늘리는 현상 또한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김종육 한화재팬코아펀드 담당 매니저
[COVER STORY] 한화재팬코아 32.6%…엔저 수혜 ‘톡톡’
“공격적 성향 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죠.”

김종육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일본 펀드와 인연이 남다른 펀드 매니저다. 2007년 산은자산운용 시절에 S&P재팬 펀드를, 2010년 현대자산운용에서는 일본대표지수재간접 펀드를 운용했다. 한화자산운용으로 옮긴 이후에는 위탁 운용 형태의 일본 펀드를 담당하게 됐다. 대부분의 일본 펀드가 그러했듯이 2008년에 터진 금융 위기로 직격탄을 맞으며 2년간 ‘매도 주문’만 냈을 정도로 ‘흑역사’도 있었지만 아베 효과와 엔저 덕으로 모처럼 ‘일본 펀드’에 햇볕이 내리쬐자 더없이 기쁘다고 했다.

‘한화재팬코아1 A’는 어떤 투자자에게 적합한가.
환 헤지(‘울타리’라는 뜻으로 미래의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것)가 가능한 상품이어서 외환 위험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는 터라 원금 손실의 위험이 큰 만큼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에게 더욱 적합하다.

지난 6~7년간 일본 펀드는 수익률이 워낙 저조해 일본 펀드 투자자에겐 ‘트라우마’가 있을 듯하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리면서 2008년 한 해 동안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40% 내외를 기록하는 등 일본 펀드는 수년간 원금을 까먹으며 고전했다가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고 올해부터 역전의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한화재팬코아1 A’도 2008년에 마이너스 47.98%, 2011년에 마이너스 13.99%였다가 지난해 16.61%, 올해 32%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하락 후 보합세인 ‘L자형’ 추이를 이어 온 것이다.

초기 투자자를 기준으로 향후 30% 정도 추가 상승해야 원금 회복이 가능하다고 내다본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