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전환’ 두산중공업·한전 ↑, 식음료·홈쇼핑·건자재도 ‘훈풍’

[COVER STORY_뜬 기업, 진 기업] KT·LG유플러스 ‘희비’…항공사 동반 탈락
올해 100대 기업 조사에서는 각각 20개 기업이 울고 웃었다. 2012년 신규 상장과 함께 100대 기업 순위권에 올라 신고식을 치른 기업 1곳(한국타이어)을 제외하면 순위권 밖에 있다가 신규 진입한 기업은 19개로 지난해보다 4개 늘었다.

그중 400계단 이상 순위를 수직 상승시킨 기업들의 공통점은 적자였던 당기순이익을 흑자로 ‘턴어라운드’ 시켰다는 것이다.


항공·건설·화학 ‘휘청’
가장 인상적인 점프를 보여준 곳은 SK하이닉스다. 435위에서 단숨에 6위로 무려 429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 이는 올해 조사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38.94% 늘었고 2013년 2조797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4900억 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번 결과는 ‘설욕전’에 가깝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순위 하락 1위’란 불명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당시 SK하이닉스는 2011년 29위에서 2012년 435위를 기록, 무려 406계단이나 추락했다. 4900억 원에 달하는 적자가 걸림돌이었다. 유럽발 경제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기술 중시’ 분위기와 함께 수출 효자 품목인 D램 가격 상승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과 미세 공정 전환에 따른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 개선으로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가총액도 2012년 17조 원에서 26조 원으로 1년 새 9조 원 늘었고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2만5000원대에서 3만6000원대로 상승했다.

LG유플러스와 두산중공업은 나란히 418계단 상승하며 100위권에 안착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444위에서 올해 26위로,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448위에서 올해 30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두 기업 모두 적자였던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큰 폭 전환되면서 순위도 덩달아 상승했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순익은 2775억 원으로 2012년 626억 원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뚜렷한 실적 개선의 비결은 유무선 사업 전반에서 고른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롱텀에볼루션(LTE)을 중심으로 한 무선 사업 부문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IPTV·인터넷전화 등 유선사업 부문도 선전하면서 영업 수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도 2012년 2060억 원 적자에서 지난해 4380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는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 덕분이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지난해 두산건설의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에도 크게 기여했다. 손자회사인 밥캣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6% 증가(자체 공시 기준)하면서 두산중공업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을 줬다.

지난해 425위에서 13위로 412계단 상승한 한국전력공사의 활약도 눈부시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8.83% 증가해 53조6924조 원을 기록했고 2012년 마이너스 3조2266억 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2383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한국전력공사는 금융 위기가 시작된 2008년부터 만성 적자에 시달려 왔다. 원화 값이 하락하면서 석탄 등 발전용 원료를 수입하는 비용이 높아졌지만 전기료를 인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발전용 연료 가격 안정과 전기료 인상에 힘입어 흑자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 없는 것은 기획재정부가 6월 발표한 2013년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 결과에서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낮은 ‘C’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전력공사가 비록 흑자 전환했지만 자구 노력보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것이고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국민의 불편을 초래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한편 100위권 진입 기업 가운데 농심·대상·오뚜기 등 식품 업계가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끈다. 지난해 음식품주는 화학과 조선 등 소위 ‘경기 민감 업종’에 비해 경기 영향을 적게 받는 업종으로 다시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농심은 343위에서 74위, 대상은 102위에서 84위, 오뚜기는 110위에서 86위로 오르며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농심은 전년 대비 매출액·시가총액은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4만4000%나 증가하며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이는 2012년 라면 값 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납부하면서 당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평년 대비 크게 감소했고 지난해 과징금 효과가 사라지면서 본래 수준으로 수익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대상과 오뚜기는 전년 대비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순위도 동반 상승했다. 대상은 46.56%, 오뚜기는 82.15% 시가총액이 증가했다.

한편 100위 밖으로 사라진 20개를 살펴보면 지난해 부진했던 업종이나 그룹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항공·건설·화학·금융 업황이 국내외 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았다. 삼성 계열사도 순위권에서 대거 밀려났으며 재계 순위 11위 KT의 심각한 위기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삼성엔지니어링, 대규모 손실로 순위 급락
우선 국내 항공 업계의 두 축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00위권에서 동반 탈락했다. 직전 조사에선 두 기업이 동시에 100위권에 진입해 눈길을 끌기도 했었는데 1년 새 상황이 또 바뀌었다. 지난해 항공 업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엔저 등 대내외적인 악재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대한항공은 매출이 소폭 하락했고 당기순이익은 2012년 2596억 원에서 지난해 2905억 원 적자로 돌아서면서 35위에서 올해 482위로 447계단이나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1431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95위에서 올??509위로 414계단 떨어졌다.

삼성그룹 계열사들도 단체로 100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총 5개로 삼성SDI·삼성엔지니어링·삼성증권·호텔신라·삼성정밀화학 등이다.

가장 하락 폭이 큰 계열사는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지난해 23위에서 478위로 455계단이나 떨어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688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업황 부진으로 수주가 줄었고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삼성SDI도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줄면서 지난해 20위에서 448위로 멀리 밀려났다. 지난해 고환율 지속으로 주력 사업군인 소형 전지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됐고 점차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는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시장 축소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1월부터 6개월간 객실 개·보수 공사로 휴업에 들어가면서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86% 정도 감소했고 이에 따라 75위에서 128위로 53계단 하락했다.

국내 최대 통신 기업인 KT의 추락세도 가팔랐다. KT는 13위에서 441위로 무려 428계단이나 추락했다. 매출액은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 3923억 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창사 이후 최초 적자였다. 지난해 KT는 대출 사기, 고객 개인 정보 유출, 영업 정지 등으로 ‘고난 행보’를 지속했다. 작년 초에 선임된 삼성전자 출신의 황창규 KT 회장은 올 상반기 전체 임직원의 4분의 1에 달하는 8000명 이상의 인력을 축소하며 몸집을 줄였고 직급제를 부활시키는 등 조직 분위기 쇄신에도 적극 나섰다.

이 밖에 대우건설(39위→471위), GS건설(48위→498위) 등 건설 업종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한국가스공사(18위→437위), 효성(42위→472위), 우리금융지주(84위→591위) 등이 100위 밖으로 사라졌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