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출신 58% 차지…전공은 경영·경제·법학순

한국 경제의 중추인 100대 기업을 이끄는 수장들은 누구일까. 한경비즈니스가 2014년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프로필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CEO 모습은 ‘서울대·경영학과를 나온 58세의 남성’으로 나타났다. 100인의 CEO 중 서울대 졸업생이 2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영학 전공 24명, 남성 99%, 평균 나이는 58.4세였다.

지난해 100대 CEO와 비교해 주목할 점은 전반적으로 연령이 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100대 CEO의 평균 나이는 59세로, 연령별 분포 중 61~65세에 가장 많은 36명이 몰려 있었지만 올해는 평균 나이가 58.3세로 낮아졌고 56~60세 사이에 총 43명이 포함됐다. 즉 지난해만 해도 60대 CEO가 대세였지만 올해는 50대 CEO가 가장 중심축을 이루게 된 것은 큰 변화다. 또한 지난해 40대 CEO가 9명이었지만 올해는 7명으로 줄어 역시나 ‘50대 CEO 중심축’ 대세에 일조했다.

연령별 분포를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45세 미만 CEO는 단 한 명으로, 코웨이의 김동현 사장이 최연소였다. 1970년생인 김 사장은 코웨이가 웅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에서 사모 펀드에 인수됐지만 매출 2조 원 이상의 사상 최대 실적을 낳으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COVER STORY_100대 기업 CEO] 젊어진 100대 CEO…50대로 중심축 이동
그는 웅진그룹에서 웅진코웨이와 코웨이개발의 합병, 웅진케미칼 인수, 웅진에너지·웅진폴리실리콘 설립 등 그룹의 굵직굵직한 사안에 참여하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눈에 들어 30대에 이미 계열사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 밖에 40대 CEO로는 신성재(46) 현대하이스코 사장, 김택진(47) 엔씨소프트 대표, 박지원(49)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있다.


여성 CEO는 권선주 행장이 유일
반면 66세 이상 CEO는 총 10명으로, 이 중 최고령 CEO는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으로 올해 75세다. 강 회장은 1999년 법정 관리 상태인 우성타이어를 인수해 2000년 사명을 넥센타이어로 바꾸고 투자를 지속, 지난해 매출액 1조7282억 원으로 넥센타이어 인수 당시보다 10배로 키워 놓았다. 연평균 성장률은 20%로 글로벌 타이어 회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강 회장은 최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체코 공장 건설을 위해 현지에 직접 오가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령 CEO는 장형진(68) 영풍 회장, 최창근(67) 고려아연 회장, 김윤섭(66) 유한양행 사장, 박준(66) 농심 사장, 구자영(66) SK이노베이션 부회장, 한동우(66)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상철(66) LG유플러스 부회장, 서승화(66) 한국타이어 부회장이 비슷한 연배다.

100대 CEO 중 여성은 단 1명으로, 권선주 IBK기업은행 행장이다. 국내 첫 여성 은행장 기록을 세운 권 행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첫 분기인 올 1분기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내 그녀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1분기 3269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2575억 원)보다 27%, 직전 분기(1687억 원)보다 93.7% 각각 증가했다. 국내 첫 여성 은행장이자 조준희 전 행장에 이어 둘째 내부 출신 은행장으로 발탁된 권 행장은 행원 시절부터 남성 행원 못지않은 성과를 보이며 IBK기업은행의 주요 요직을 거쳐 왔다. 권 행장의 지휘 하에 IBK기업은행이 지속적인 실적 향상을 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외국인 CEO로는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과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대표가 있다. 비모스키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분식회계 등으로 얼룩졌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선진형 기업 지배 구조를 약속한 두산그룹에 2006년 영입됐다. 외국인 임원이 극히 드물었던 당시만 해도 그룹 내부에서는 비모스키 부회장의 합류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비모스키 부회장은 (주)두산 사업부문을 책임지면서 자신의 몫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최대 주주가 되면서 김선동 전 에쓰오일 회장이 사퇴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CEO들이 실질적인 대표이사 업무를 맡고 있다. 2012년 에쓰오일에 영입된 마하셔 대표는 아람코에서 22년간 근무하면서 기술·운영·엔지니어링·프로젝트·마케팅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온 인물이다.


박사 CEO 10명…대부분이 해외 공학 박사
100명의 CEO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서울대 출신이 2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려대 19명, 연세대 13명순이었다. 소위 SKY대 출신이 58%로 절반 이상이었다. 이어 성균관대 6명, 외국대 출신 6명이다. 중앙대·한국외국어대·한양대 출신이 각각 4명, 동국대·부산대·서강대 출신이 각각 2명이었다.
[COVER STORY_100대 기업 CEO] 젊어진 100대 CEO…50대로 중심축 이동
전공별로는 경영학과가 24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학(9명)·법학(8명)·금속공학(6명)·행정학(6명)·화학공학(5명)·전기공학(4명)·영문학(4명)순이었다. 계열별로 분석해 보면 경상계열이 38%, 이공계열 35%, 인문사회계열이 27%로 나타났다.

단일 학교 단일 학과로 100대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연세대 경영학과로 총 6명이 이곳 출신이다. 이어 고려대 법학과(5명), 서울대 금속공학과(4명), 고려대 경영학과(4명), 서울대 전기공학과(4명),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3명), 서울대 화학공학과(3명) 등이 100대 CEO 다배출 단일 학교·학과였다.
[COVER STORY_100대 기업 CEO] 젊어진 100대 CEO…50대로 중심축 이동
박사 학위를 가진 CEO는 총 10명으로 대부분이 해외 대학(70%)에서 공학 박사(70%) 학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 동문으로는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과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카이스트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나란히 받았다. 또한 CEO의 필수 코스로 일컬어지는 경영학 석사 또는 MBA 과정을 국내외에서 밟은 CEO는 총 21명에 달했다.

이번 2014 100대 기업 CEO 전수조사는 현재 CEO가 공석인 하이원리조트를 제외하고 미래에셋증권의 2명의 CEO를 모두 포함해 총 1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