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학자금 대출’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학위 취득이 아닌 학자금 대출을 목적으로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점차 정상화 과정을 밟아감에 따라 시장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데 있다.

[경제 산책] ‘튜던트 푸어’의 그늘
이민재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금융팀 선임연구원


1977년생. 2002년 고려대 졸업. 2005년 고려대 경제학과 대학원 졸업(석사). 2007년 IBK경제연구소 경제분석팀, 중소기업팀, 중소기업금융팀 선임연구원(현).



미국의 활약이 절실한 2014년, 미국은 정책 리스크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3차 양적 완화에 따른 자산 증가 효과 등으로 작년 4분기 2.6%(전기 대비)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하지만 경기 부진에 대한 회복, 개선 혹은 성장 등에 연연하다 보니 실질적인 삶의 질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다. 한국 역시 성장률이 작년 2%대에서 3%를 기록했다지만 정작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체감하기 어렵지 않은가.

최근 미국의 학자금 대출 규모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작년 8월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은 정부의 학자금 대출 잔액이 1조 달러를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이후 4분기까지 학자금 대출 규모는 1조800억 달러를 기록, 민간 대출까지 포함하면 1조30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인의 총 부채액인 13조8000억 달러의 약 8%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모기지(9조4000억 달러)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1인당 평균 학자금 대출 규모는 약 2만6000달러인데, 이들 중 약 3%는 10만 달러 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금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주정부와 연방 정부의 재정 악화로 장학금 지원 여력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학부모들의 학비 지원 능력이 떨어진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경기 부진에 따라 고졸자의 취업이 어려워지자 대학을 선택하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결정된 학자금 대출의 고정 금리(3.4%) 법안의 시효가 작년 7월 만료되며 금리가 6.8%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는 국채 10년물에 연동한 변동 금리로 전환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재학생은 10년물 금리(1.81%, 법안 통과 당시 기준)에 2.05% 포인트를 더한 3.86%, 졸업생은 3.6% 포인트를 더한 5.41%의 금리를 적용받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점차 정상화 과정을 밟아감에 따라 시장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데 있다. 의회예산국(CBO)은 재학생이 적용받는 3.86% 금리가 4년 이후 7.0%까지 상승(졸업생은 8.55%)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령대별 학자금 대출 상환비율을 보면 30대 이하가 40%, 30~39세가 27%, 60세 이상도 7%나 된다. 더욱이 최근엔 ‘생계형 학자금 대출’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학위 취득이 아닌 학자금 대출을 목적으로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학자금 대출 상환율이 40%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35%는 재학 혹은 상환 유예 기간에 있으며 5%는 타 대학으로 재입학한 경우에 해당된다. 문제는 20%(12% 지불유예, 8% 채무불이행)가 채무불이행 상태라는 것이며 향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의 급증과 시장 금리 상승으로 향후 학자금 대출자들은 대출 거부의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그간의 채무 기록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급증하고 있는 주거비에 학자금 상환 부담까지 더해지며 향후 가계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 거시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