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김태기의 경제돋보기] 스튜어드십 코드 3대 논리와 그 허상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본래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간 기업의 경영에 민간 투자자가 수익률을 높이려고 기업 집사 역할을 하는 제도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설계하고 적용을 주도한다. 게다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용해 노동이사제도까지 도입하려고 한다.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인다고 주장하지만 역기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노후 생활을 불안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노사 관계를 왜곡하고 노동시장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논리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제민주화, 공공성의 강화를 내세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3가지 모두가 본래 취지와 달리 왜곡, 변질되고 허상에 매달렸다. 정부는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기업이 경영 성과가 좋다면서 국민연금을 투입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려고 구태여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것은 불필요한 비용을 유발한다.

사회적 책임을 스스로 강화해 가치를 높인 기업을 선택해 투자하는 것이 이익이다. 더군다나 고령화 때문에 국민연금의 안정성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라 더욱더 그렇다.

국민연금은 국민과 국가의 사회계약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다고 국민연금을 함부로 투입하면 정부가 사회계약을 깨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못지않게 정부의 책무성과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 기업의 가치는 노사 관계의 경쟁력에도 좌우되는데 스튜어드십 코드로 노동이사제도를 도입하면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깎아내리게 된다. 노동이사제도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높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책무성을 강화하지 못하면 스튜어드십 코드로 민간 기업도 정권의 전리품이 되고 국민에게 기업 부실의 부담을 떠넘길 수 있다.

경제민주화는 경제 주체 간의 힘의 균형과 협력을 통해 소득 격차를 줄이려는 경제 시스템의 문제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민주화가 본래 취지와 달리 왜곡됐다. 대기업은 경제민주화로 노사의 힘의 균형이 깨졌고 노사 관계가 대립적으로 됐다. 게다가 노동정치를 강화해 정책 무대가 소수의 대기업 노동조합에 기울어지게 만들었다.

대기업 노동조합의 고임금과 고용 보호는 노동시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단절되게 만들었다.

국민연금으로 대기업에 스튜어드십 코드와 노동이사제도까지 도입하면 노동조합의 기득권이 더 강화되고 노사 힘의 균형이 더 기울어져 경제민주화는 경제 우민화로 변질될 수 있다.
공공성의 강화는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정반대다. 지배구조의 허점 때문에 공공성의 강화가 특권 계층을 만들었고 사익 추구에 이용됐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민간 기업이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고 노동조합이 경영 참여를 통해 기업을 실제로 지배하게 만들면 임금 인상과 고용 보호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공기업이 공공의 이익보다 구성원의 이익을 앞세웠고 주인 없는 은행이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노동조합의 힘만 커지고 고객의 이익은 무시됐다. 이런 현실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는 노동계의 경영 참여에 이용되고 공공의 이익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5호(2019.03.11 ~ 2019.03.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