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의 ‘정보기술을 통한 가치 혁신’

“일본의 도요타는 디자인에서 양산까지 이르면 8개월 만에 진행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제조사는 1년 2개월이 걸린다. 기획에서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 데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 또한 계획된 스케줄을 얼마나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에 따라 예상하지 못했던 리스크, 혹은 특별 주문 등 변수가 있을 때 차질 없이 대응할 수 있는지도 달려 있다. 작업 흐름(Work Flow)에서 모든 단계와 과정이 서로 단절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이음새를 잘 구성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수많은 비즈니스 유닛이 연결돼 구성돼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1, 2, 3차 벤더를 통해 받은 부품을 공장에서 조립한 후 딜러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각각의 비즈니스 유닛을 연결하는 이음새에 존재하는 장애물을 제거함으로써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김성희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강조한다. 기업이 더 큰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각 비즈니스 유닛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할 것인지가 화두이며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경영인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가운데, 김 교수는 우선 비즈니스 모델을 도식화해 볼 것을 주문했다. 비즈니스의 전 과정을 시각화한 도식을 통해 참여자들과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잠재돼 있던 문제들을 발견하고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3~4시간에 걸친 경영전략 회의가 끝났을 때 실질적으로 어떤 논의 끝에 어떤 결과를 도출해 냈는지 머릿속에 모두 기억하기 힘들다. 또한 회의 결과를 전사적으로 공유해야 할 때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기까지 또 많은 시간이 소비된다. 이때 시각화된 도식은 기억하기 쉬우며 더 진보된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기업의 정보기술(IT)과 정보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중역인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는 비즈니스 여러 과정에서 정보 흐름을 수직·수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적 상황에 대해, 최고업무책임자(COO)는 운영·활동상의 수직적인 시각만 가질 수 있는 것과 비교된다. 따라서 CIO는 혁신 사업에서 다양한 각도의 관점을 가질 수 있다.


IT 활용해 작업 흐름 도식화…지체·불만 혁신
각 비즈니스 모델의 작업 흐름 도식도상에서 CIO는 각 비즈니스 유닛을 연결하는 이음새에 주목해야 한다. 이 이음새에는 하청 업체, 공장 노동자 그리고 고객의 불만사항이 숨겨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 이음새의 문제를 작업 흐름의 ‘지체(delay)’라고 표현하고 혁신 가치를 찾아 헤매는 CIO는 반드시 시시각각 체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질적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높이기 위해 IT를 어떻게 적용하고 개선을 만들어 낼 것인지 고민이 많다. 공급망관리(SCM)·고객관계관리(CRM)·인사·재무 등에서 IT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의 문제다. 이미 IT가 많이 적용돼 있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정보 흐름의 방향을 바꾸는 등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김 교수는 비즈니스 과정상의 이음새에 숨겨져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실례를 들었다. 전 비즈니스 과정의 도식을 공장의 벽에 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작업 흐름에 대해 현장 작업자들이 코멘트나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현장 작업자들은 전체 비즈니스 과정 흐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수개월 후에는 과정상의 도식을 재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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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이런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며 “경영진은 현장 작업자로부터 사업에 대한 어떤 결정에 대해 동의를 얻을 수 있고 불만족 상황에 대해 해결 방안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도식을 통해 경영진과 현장 작업자가 의사소통하고 장기적으로 혁신 가치를 얻어낼 수 있는 결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러한 비즈니스 과정의 도식을 공장 내에 붙여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업에서 최고과정관리자(PMO)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태스크포스팀이건 작은 부서건 만들어 전사적인 작업 과정과 의사소통을 연구하고 PMO는 발견된 각 프로젝트의 과정상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조직은 훨씬 유기적으로 연결돼 유연성을 띠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리스크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CIO는 정보기술의 도입 성과만 확인하는 것만으로 어떠한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정보기술과 비즈니스를 혼합해 비용을 줄이고 각 비즈니스 유닛을 연결해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CIO의 주요 임무는 바로 혁신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전 과정을 시각화한 도식을 통해 참여자들과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잠재돼 있던 문제들의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즉, CIO는 도요타의 작업 과정처럼 작업 시간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혁신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재구성, 변환 등 재정리함으로써 혁신을 생성해 내고 스피드 있게 모든 과정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김 교수는 또한 창조 경제와 IT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창조 경제를 이룰 수 있는 기틀로는 새로운 기술들을 공통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상위개념의 공통 기술이 정의돼야 하며 더욱이 열린 정부에서의 정보 공유 및 개방을 토대로 모두가 윈(win)이 되게 하는 새로운 생태계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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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교수는…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학사를 마치고 미국 미주리대에서 산업공학 석사를 취득한 후 스탠퍼드대 경영공학 박사과정에서 경영전략 의사결정을 전공했다. 현재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콘텐츠 개발전략’, ‘웹과앱 애플리케이션 개발전략’, ‘IT를 통한 가치혁신’ 등의 수업을 하고 있다.


돋보기 | 카이스트 정보미디어MBA
‘정보기술을 통한 가치 혁신’ 수업은…
현대 기업 경영에서 정보기술(IT)은 비즈니스 혁신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과목에서는 이러한 IT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다룬다. 또한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의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 창출을 위한 안목을 기르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목적이다. 본 수업은 고부가가치 시대인 스마트 시대에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미래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