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뉴스-‘글로벌 인재 포럼 2010’

글로벌 위기 해법과 미래 인재 양성 방안을 모색하는 ‘글로벌 인재 포럼 2010’이 10월 26~28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 ‘세계가 함께하는 미래 준비’란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세계 석학들과 글로벌 리더들이 모여 세계경제 균형성장과 미래 인재 양성 방안을 제시했다.

포럼에는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신상민 한국경제신문 사장,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자크 아탈리 플래닛파이낸스 회장,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조지프 폴리시 미국 줄리아드음대 총장, 토니 리틀 영국 이튼칼리지 교장, 프랜시 피란 빌&멜린다게이츠재단 인재담당 사장,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잭 맥두글 미국 국가경쟁력위원회 부위원장 등 국내외 인사 1200여 명이 참석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0.10.27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0.10.27
한국경제신문이 교육과학기술부·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공동 주최한 ‘글로벌 인재 포럼 2010’은 특히 올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려 최근 G20 재무장관 회의의 경주 합의 이후 환율 전쟁과 무역 불균형의 구체적 해결 방안들을 미리 짚어보는 자리여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과 기대가 높았다.

10월 26일 밤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글로벌 인재 포럼은 27일 오전 열린 개막 총회부터 본격적인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개회사를 맡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대한민국이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한 것은 교육과 인재 양성을 통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인성을 갖춘 창의적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 교육 부문 공적개발원조 확대 등 인재 개발 분야에서 우리의 국제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축사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맡았다 김 총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준비는 창의적 인재 육성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국제 경제 질서가 급격히 재편되면서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변혁의 시대를 열어갈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총리는 “아무런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에 온힘을 기울였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교육과 인재 육성 경험을 (글로벌 인재 포럼에서) 세계 여러 나라와 공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더블 딥 걱정할 때 지났다”

기조연설은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간의 영상 대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한때 ‘세계경제 대통령’으로 불린 대표적인 시장주의자와 반(反)신자유주의 대표 학자가 주요 20개국(G20)의 역할과 금융 산업의 공과(功過) 등 세계경제의 주요 이슈를 놓고 번인 불꽃 튀는 고차원 논쟁은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린스펀 전 의장과 장 교수는 대담 시작 직후부터 미국경제 전망을 놓고 곧바로 설전에 들어갔다. 포문은 장 교수가 먼저 열었다. 그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더블 딥(반짝 회복 후 경기 재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미 아일랜드에서 더블 딥 현상이 발생했고 아이슬란드와 라트비아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크게 약화된 데다 지금도 경제 회복 여부가 모호하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각하고 정부가 너무 빨리 예산을 삭감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그린스펀 전 의장은 “더블 딥 가능성이 현실화될지를 걱정할 때는 지난 듯하다”고 시각을 달리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는 약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개별 기업 차원에선 생산성 증대에 따라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수익 증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재고 증가 △높은 실업률 △대규모 재정적자 △위험 회피 현상 확대 등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미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고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두려움이 남아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과 장 교수는 세계경제의 새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오히려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장 교수는 “최근 10년간 세계경제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중국의 부상”이라며 “그러나 중국은 최근 2~3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기 부양용 재정을 가장 많이 투입해 향후 부작용에 시달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면 전 세계에 파급효과를 끼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마다 발전해 글로벌 최고 포럼 되길”
글로벌 HR포럼.워커힐호텔 비스타홀. 27일.  앨런 그린스펀 전 미 FRB 의장과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온라인 대담./신경훈 기자 nicerpeter@..
글로벌 HR포럼.워커힐호텔 비스타홀. 27일. 앨런 그린스펀 전 미 FRB 의장과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온라인 대담./신경훈 기자 nicerpeter@..
그린스펀 전 의장은 “지금 중국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고민하기보다 단순히 당장 무언가를 짓고 생산하는 데 급급해 하고 있다”며 “베이징에 가보면 사용처를 찾지 못한 텅 빈 건물이 수두룩한데, 이런 상태를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재 중국은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다”며 “중국의 성장이 곧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언제나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것보다 빨리 일어난다”며 “중국 당국자들을 포함해 여러 사람들과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고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가 함께하는 미래 준비’라는 기치를 내건 이번 포럼에선 △빨라지는 글로벌 권력 이동 △차세대 리더십의 양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교육 인재 정책 방향 △재정 위기 이후 유로존의 미래 등 주제별 세션이 10월 28일까지 이어졌다.

이 밖에 프랑스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 플래닛파이낸스 회장을 비롯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유로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먼델 미 컬럼비아대 교수,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잭 맥두글 미국 국가경쟁력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주제 발표 역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와 금융·통화기구 및 제도의 중요성이 집중적으로 강조됐기 때문이다

한편 주요 기업 대표들도 바쁜 일정을 쪼개 인재 포럼 첫날 일정에 동참했다. 기업인들은 “인재 포럼이 5년째를 맞으며 글로벌 포럼으로서 확실한 자리를 잡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업에는 인재가 곧 만재(萬材)”라며 “인재 포럼에서 유익한 정보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은 전날 밤 전라남도 순천에서 심야 고속버스를 타고 상경해 개회식에 참석했다.

그는 “인재 포럼도 해마다 발전해 글로벌 톱 클래스 행사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인재 포럼은 기업 성장에 필요한 인적자원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연사들과 함께 인적자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매년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 웅진그룹 부회장은 환경 전문가답게 녹색 성장 분야의 인재 교육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