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세종의 성군 거듭나기
감독 장규성 출연 주지훈, 백윤식, 변희봉, 박영규, 김수로, 임원희, 이하늬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外
‘역할 바꾸기’를 가장 대중적으로 활용한 미국의 작가는 마크 트웨인이다. 그는 1881년 발표한 소설 ‘왕자와 거지’에서 외모는 똑같지만 신분이 다른 두 남자의 지위를 뒤바꿈으로써 작가가 활동하던 19세기의 사회상을 풍자, 비판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태종의 아들 충녕군, 즉 훗날 세종대왕이 될 세자의 역할 바꾸기란 점에서 조선판 왕자와 거지로 요약된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태종의 셋째 아들 충녕(주지훈 분)은 주색잡기에 빠진 양녕 대신 세자에 책봉됐으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궁을 탈출한다.

마침 충녕과 똑같이 닮은 노비 덕칠(역시 주지훈 분)은 역적의 자손으로 몰려 궁으로 끌려간 아씨를 구하기 위해 궁궐로 들어오려고 한다. 둘의 역할 바꾸기가 시작되는 사고의 순간이다.
‘왕자와 거지’가 왕자 에드워드 6세와 거지 빈민 톰 캔디의 입장을 동시에 바라봤다면,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덕칠의 변화에 앞서는 건 세자 충녕의 변화다. 왕이 되길 거부하는 충녕의 모습은 흡사 난니 모레티의 영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에 나오는, 교황에 선출된 부담감으로 교황청에서 도망간 우울증에 걸린 교황에 가깝다. 궁 밖으로 나간 충녕은 원래의 의도와 달리 백성의 고단함을 경험하고 정치의 필요성을 통감하게 된다.

즉 이 이야기의 목적이자 끝은 세종대왕의 탄생에 있다. 역시 세종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가 세종대왕의 최고 업적인 한글을 만드는 과정을 스릴러 장르에 담아 낸 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정치적 함의를 떠나 코믹 영화 ‘이장과 군수’를 연출한 장규성 감독이 이 상황을 그리는 방식은 해프닝과 코믹이다. 노비가 된 왕이 제아무리 ‘나는 왕이로소이다’라고 외쳐봤자 미친놈 소리나 듣게 마련이다. 비단옷을 걸친 노비의 살얼음판 궁 체험기도 웃음을 연출하기는 마찬가지다.

실록에 있는 작은 단서에서 출발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완전한 허구다. 그렇다고 자칫 웃음을 위한 코믹으로 상황을 몰아간다면 공감을 얻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민감한 경계 때문인지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웃음의 지점이 다소 명확하지 않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군복무 후 주지훈의 첫 복귀 작이다. 1인 2역에 더해 전작들의 날선 모습을 벗은 코믹 연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코믹 장르에 노련한 배우들(김수로·임원희·박영규·백윤식 등)이 포진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감독 김지호
출연 차태현, 오지호, 민효린, 성동일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外
조선시대, 금보다 귀한 권력의 상징인 얼음을 둘러싼 음모. 서빙고를 털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작전을 펼친다. 차태현의 첫 사극 도전으로, 그는 얼음 독점권을 차지한 세력가 좌의정에 맞서 얼음 전쟁을 선포하는 천재적인 전략가 덕무로 분한다.



아메리칸 파이: 19금 동창회
감독 존 허위츠, 헤이든 쉬로스버그
출연 제이슨 빅슨, 크리스 클라인, 미나 수바리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外
고등학생들의 유쾌한 성생활 ‘아메리칸 파이’의 네 번째 이야기. 광란의 19금 동창회에 모인 오리지널 멤버들 앞에 열아홉 살 섹시걸이 나타나고 멤버들은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1편의 주인공 제이슨 빅슨, 크리스 클라인을 비롯해 신인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시스터
감독 위르실라 메이에
출연 레아 세이두, 케이시 모텟 클레인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外
스위스 알프스 자락 하얀 설원 속, 가방을 훔쳐 살아가는 열두 살 시몽, 동생에게 용돈을 받아 남자 친구와 놀기 바쁜 누나 루이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신 스틸러 레아 세이두 출연. 베를린 국제영화제 특별 은곰상 수상작.


이화정 씨네21 기자 zzaal@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