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함·발칙함이 주는 재미
감독 래리 찰스
출연 사차 바론 코헨, 구스타프 해마스튼
[영화] 브루노 Bruno 外
오스트리아의 게이 패션 리포터 브루노(사차 바론 코헨 분)는 어느 날 패션쇼 행사장에서 대형 사고를 치고 방송 활동을 금지 당한다. 이에 분노한 브루노는 유명 배우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할리우드로 떠난다. 하지만 오디션에서 배우로서의 재능이 없다는 게 판명되자 오스트리아에서처럼 톱스타들을 인터뷰하는 쇼를 기획하지만 그의 기괴한 언행에 기겁한 폴라 압둘과 해리슨 포드 등이 도망친다. 이에 톱스타들의 봉사 선행 활동에 주목한 그는 이스라엘과 중동 사이의 평화 회담을 추진한다.

지금은 사차 바론 코헨을 ‘레미제라블’의 우스꽝스럽고 비열한 테나르디에로 기억하는 관객들이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7년 국내 개봉된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를 본 관객이라면 ‘브루노’의 주인공 사차 바론 코헨이 심상치 않은 역을 또 맡았다는 것을 직감할 것이다.

‘보랏’에서 과장되고 키치적이고 반유대적인 발언과 제스처로 미국 내의 인종적 이데올로기를 쉴 새 없이 비꼬아댔던 것처럼 ‘브루노’에선 대놓고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를 휘젓는 유럽 게이 주인공을 통해 호모포비아와 미국 문화 내에서의 남성성, 이성애자·백인·중산층의 가식적인 쾌락 추구, 톱스타들을 향한 맹목적인 동경, 오프라 윈프리 쇼와 제리 스프링어 쇼를 총망라하는 토크쇼 프로그램들의 우스꽝스러운 풍경을 신랄하게 빈정거린다.

허영심덩어리이며 자신의 성 정체성을 거리낌 없이 과시하는 브루노의 유머가 아직까지 게이 컬처에 쉽사리 오픈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는 불편하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곧이어 등장하는 이성애자들의 스와핑 파티 장면-분명 포르노 배우들을 출연시킨 것으로 여겨지는-또한 결코 편하지는 않다.

그 대신 마돈나와 안젤리나 졸리에 이어 흑인 아기를 입양함으로써 유명 인사의 꿈을 이루려던 브루노가 공항에서 ‘취급 주의’ 박스에서 ‘아이팟 나노 레드와 교환한’ 흑인 아기를 꺼내들 때 주변의 그 경악하는 표정들은 끝내주게 웃긴다.

뜨기 위해서라면 스스로를 기괴한 바보로 만드는 것조차 서슴지 않는 한국 대중문화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풍경들은 거울에 비친 스스로를 보며 폭소하게 되는 씁쓸함을 안겨준다. 게다가 영화 말미에 한꺼번에 등장해 사차 바론 코헨의 백조 분장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진지하게 노래하는 U2의 보노, 엘튼 존, 스팅,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 스눕 독 또한 심상치 않은 즐거움이다.



섀도우 댄서
감독 제임스 마시 출연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클라이브 오웬, 질리언 앤더슨
[영화] 브루노 Bruno 外
아일랜드공화국(IRA) 소속 테러리스트 콜레트가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시도 뒤 영국 정보부 MI5로 끌려온다. MI5 요원 맥은 그녀에게 아이의 목숨을 담보로 이중 스파이로 활동할 것을 강요한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IRA 핵심 멤버의 정보를 넘겨야 하는 콜레트는 위험한 결정을 내린다.





지.아이.조 2
감독 존 추 출연 이병헌, 브루스 윌리스, 드웨인 존슨, 채닝 테이텀
[영화] 브루노 Bruno 外
테러 조직 코브라 군단은 자신들의 일원인 자르탄을 미국 대통령의 모습으로 위장해 세계 전체를 지배하려는 계획을 꾸민다. 최고의 특수 부대 지.아이.조마저 함정에 빠져 사상 최대의 위기에 처한다. 1편에서 이병헌이 맡았던 조연 캐릭터 스톰 섀도가 2편에서 주연으로 격상했다.





피치 퍼펙트
감독 제이슨 무어
출연 안나 켄드릭, 스카이라 애스틴, 레벨 윌슨
[영화] 브루노 Bruno 外
인형 같은 외모와 환상적인 하모니의 여성 아카펠라 그룹 벨라스는 식상한 레퍼토리 구성으로 매번 탈락의 쓴맛을 봤다. 벨라스는 신학기를 맞아 베카와 팻 등 새로운 멤버들을 영입해 새로운 음악과 파워풀한 안무로 재탄생하지만 지난해 우승팀 트러블 메이커가 그녀들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