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등으로 위축된 분위기 털어낼 기회…기업들 마케팅 재개 나서

[월드컵 경제를 지배하다] 2010년 16강 진출로 소비 8600억 늘어
2014년 상반기 경제 흐름이 심상치 않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 여파로 소비 심리가 냉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오락·문화, 음식·숙박 부문의 지출이 크게 감소했다. 레저업의 신용카드 승인액이 세월호 사건 이전(4월 1~15일)에는 12.9% 증가했지만 사건 이후(4월 16~30일)에는 마이너스 3.6%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요식업도 12.7%에서 7.3%로 증가세가 둔화됐고 여객선 운송업은 41.8%에서 마이너스 29.9%로 급락했다. 식음료 업계의 기업들은 국가적 재난 속에서 광고를 조정해야 했다. 회복세를 보이던 부동산 경기도 다시 위축되고 말았다. 영화·음악·방송 분야는 더욱이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최근 내수 경기 둔화가 더욱 심화되는 ‘내수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수 시장을 의미하는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소비 증가율(전기 대비)이 2013년 3분기 1.0%를 정점으로 4분기 0.6%, 2014년 1분기 0.3%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설비투자도 2014년 1분기에 마이너스 1.3%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가 둔화되는 가운데 세월호 충격이 겹치면서 올해 2분기에 경기 회복이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소프트 패치(경기 회복 국면에서 본격적인 후퇴는 아니지만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소비 부진은 자영업자의 매출액 감소로도 연결됐다. 매출액 감소는 운영 자금을 추가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이중·삼중의 추가 부채를 유도해 자영업자를 다중 채무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취약 계층의 소득이 줄면서 부채를 상환할 능력도 약해지고 있다. 국가적 재난이 국가적 경제 위기로 연결된 것이다.


국가 통합 효과도 중요한 실익
전 세계인의 축제 브라질 월드컵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컵이 한국 경제의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을까. 내수 경기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까. 과거의 경험에 비춰 그 대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은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그 결과 다양한 경제적 효과가 나타났다.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는 크게 직접적인 것과 간접적인 성과로 구분한다. 직접적 효과는 월드컵 관련 소비지출 효과로, 경기를 보거나 응원 등을 하면서 국민들이 지출하는 월드컵 관련 소비액을 산출하고 이의 산업 유발 효과를 추산한다. 간접적 효과에는 국가 이미지 제고와 기업 홍보 효과가 포함된다. 이 밖에 계량화하기 어렵지만 국민 스트레스 해소와 국가 통합 효과도 주요한 경제적 실익으로 볼 수 있다.
[월드컵 경제를 지배하다] 2010년 16강 진출로 소비 8600억 늘어
먼저 8634억 원의 소비 증가 효과가 두드러진다. 의류와 야식 그리고 각종 음료와 주류 판매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남아공 월드컵이 개최됐던 2010년 한국의 총 민간 소비 지출액은 명목 기준으로 577조 원이다. 하루 평균 소비액은 1조5800억 원이고 1인당 3만2000원 정도 소비가 이뤄졌다는 계산이다. 이 중 일부가 월드컵 경기를 통해 더 늘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추가 소비지출은 산업 연관 효과를 통해 생산을 늘리고 고용도 증대시키는 효과를 파생시킨다.

둘째, 9000억 원의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가 나타났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리서치 대행사인 영국의 ‘스폰서십 인텔리전스’는 1분당 광고 효과가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수치는 2006년 독일월드컵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2002 월드컵과 2006 월드컵을 비교하면 방영 TV 채널은 232개에서 376개로 늘었고 총 TV 방송 시간도 4만1435시간에서 7만3072시간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따라 16강전 동안의 TV 노출 시간 90분을 광고료로 환산하면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를 산출할 수 있다.


치킨 등 자영업에 시원한 바람 불까
마지막으로 1조6800억 원 규모의 기업 홍보 효과가 나타났다. 월드컵에서 선전하면 한국에 대한 외국의 긍정적 평판이 확산돼 국내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한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도 향상된다. 글로벌 기업이 자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1% 올리는 데 대략 1억 달러 정도의 마케팅 비용이 든다면 국내 기업 중 세계 100대 기업에 포함된 14개 기업만 대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이들 기업에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14억 달러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침체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까. 재난으로 위축됐던 소비자의 심리가 회복될 수 있을까. 그 대답을 먼저 TV 시장에서 찾아보자.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 중 하나가 TV 제조·판매 기업들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간에도 TV 판매량이 큰 폭으로 올랐었다. 여행 중에는 소비가 더 과감해 지듯이 축제 기간에는 소비자 심리가 크게 상승하게 마련이다. 더욱이 고화질 TV로 경기를 보려는 수요도 급증하기 때문에 월드컵 특수가 예상된다. 한 대형 유통 업체에 따르면 5월 한 달 간의 TV 매출액이 전년보다 41.2% 증가했고 46인치 이상의 고급형 TV는 매출이 112.6% 증가해 전체 TV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주류나 식료품 산업도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당 산업의 광고는 발랄하고 즐거운 내용의 콘텐츠로 구성된다. 국가적 재난 속에서 광고나 마케팅 활동들을 자제해 온 것이다. 롯데는 처음으로 맥주 브랜드를 출시했지만 출시와 동시에 사회적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광고뿐만 아니라 마케팅 활동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미뤘던 광고를 시작할 계획이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오비맥주도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인 피파컵 이미지를 담아 디자인했고 클럽 응원전이나 마케팅 행사에 이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브랜드는 월드컵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스포츠 브랜드들은 축구 스타들을 광고에 활용하는 등 월드컵 에디션 모델을 내놓고 있다. 특히 스포츠 브랜드들은 선수들을 통해 직접 홍보가 가능한 월드컵 특성을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브라질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는 최근 월드컵 에디션 축구화를 출시하고 메시·오스카 등 정상급 선수들이 경기에서 직접 신고 경기하도록 계획했다. 소비자 심리가 회복된다면 내구재 소비로도 이어져 자동차나 가전제품 소비도 증진될 것으로 판단된다.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행사가 있을 때면 주류나 치킨 등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자영업자의 매출도 보통 두 자릿수 이상 뛰어오른다. 서민 경제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위축된 경제 분위기가 활력 있는 분위기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축구 선수들이 숨차게 뛰고 우리 경제는 숨통이 트였으면 한다. 국가적 재난으로 내수 시장이 위축됐지만 국가적 축제가 경제 회복을 견인해 주길 기대해 본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