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회로 5100억 원 ‘역대 최대’…거리 응원도 재빨리 수익 모델화

[월드컵 경제를 지배하다] 중계권·스폰서로 천문학적 수익 챙겨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에 돌아가는 기본 수입은 150만 달러(약 15억3000만 원)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거나 조별 리그에서 탈락해 16강행이 좌절돼도 800만 달러의 상금을 따로 받는다. 월드컵 본선에만 진출하면 950만 달러(약 97억 원)의 수입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베푸는 혜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수와 임원 등 50명을 기준으로 각국 선수단에 국제선 항공료를 따로 지급한다. 물론 100% 비즈니스석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1인당 1000만 원 정도의 항공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약 5억 원의 비용을 FIFA가 따로 대주는 셈이다.

선수들이 브라질에 머무르는 동안 쓰게 될 체재비도 FIFA가 지원한다. 1인당 750달러로 보통 보름을 계산할 때 56만2500달러, 한국 돈으로 약 5억700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16강 진출 시 100만 달러의 상금이 추가 지급된다. 8강 진출이 좌절돼도 900만 달러의 상금을 추가로 챙길 수 있다. 8강에 진출하면 1400만 달러(143억 원)를 상금으로 받는다. 우승 상금은 3500만 달러(약 357억 원)로, 지난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보다 500만 달러나 올랐다. 참고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의 우승 상금은 1050만 유로(약 145억7000만 원)로, 월드컵 우승 상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림픽과 함께 세계 양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는 FIFA 월드컵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명칭·로고·광고 등 엄격한 관리
FIFA가 월드컵에서 뛰는 선수와 팀에 두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건 그만큼 수입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FIFA가 월드컵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입만 놓고 본다면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둔 FIFA의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남아공 대회로 거둬들인 수익은 3억6550만 달러(3729억 원)에 달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대회 자체만의 수익이다. FIFA는 대회가 열리기 전 4년간 41억9000만 달러(4조2763억 원)를 벌었다. 지역 예선 중계권료, 광고 계약 등을 통해서다. 2006년 독일 대회와 비교해도 59%나 증가한 액수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남아공 월드컵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스스로를 “가장 행복한 사나이”라고 불렀다.

FIFA의 천문학적인 수입이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방송 중계권료’ 덕분이다. 남아공 대회 동안 FIFA가 거둬들인 방송 중계권 판매액은 유럽 지역에서만 12억9000만 달러, 북미는 2억1100만 달러에 달했다. 한국도 빠질 수 없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12억 원에 불과했던 중계권료는 2010년 705억 원으로 폭등했다. 방송 중계 독점권을 따온 SBS는 올해 브라질 월드컵 중계권에만 7500만 달러(약 765억 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이를 다시 KBS와 MBC에 재판매해 수입을 올렸다. 브라질 대회를 통해 FIFA가 거둬들인 전체 방송 중계권료가 얼마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전 대회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는 데 이견은 없다.

지난 3월 26일에는 FIFA의 재정 컨설턴트를 맡고 있는 회계 업체 BDO가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올릴 FIFA의 수익이 5억 달러(5101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역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방송 중계권료와 함께 FIFA가 가진 ‘양날의 검’으로 불리는 건 글로벌 기업들과의 ‘공식 스폰서십(파트너십)’ 체결이다. FIFA는 공식 스폰서 외의 기업이 월드컵을 활용해 마케팅에 나서는 걸 엄격하게 막고 있다. 월드컵 명칭 사용, 브랜드 노출, 엠블렘·마스코트 사용, 광고, 제휴 이벤트나 프로모션, 공공장소에서의 시청, 고객 접대 프로그램 등 비(非)스폰서십 기업의 마케팅 제한 요건은 매우 광범위하고 구체적이다.


유엔보다 많은 209개 회원국
공식 스폰서도 급이 있다. FIFA가 정한 월드컵 공식 스폰서는 ‘FIFA 파트너, 월드컵 스폰서, 내셔널 서포터’로 나뉜다. 이 가운데 FIFA 파트너는 ‘아디다스·코카콜라·소니·에미레이트항공·비자카드와 현대차·기아차’ 등 6개 글로벌 기업에 불과하다. 이들이 FIFA에 내야 하는 돈이 얼마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FIFA 내부에서도 중계권료와 스폰서십 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회장과 사무총장 단 2명만이 갖는 특급 권한이다. 소니는 4년 계약에 3억5000만 달러(약 3112억 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스폰서, 내셔널 스폰서 등은 공식 파트너 기업들의 독점 권역 밖에서만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맥도날드·존슨앤드존슨 등 8개 기업이 월드컵 스폰서로, 개최국 브라질의 8개 기업이 내셔널 서포터로 지정됐다. 이들 기업은 경기 중계·뉴스 등에 광고를 하거나 개별 선수를 후원하는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에 그치는 일반 기업들에 비해 이번 월드컵 기간에 한해 독점적인 마케팅 권한을 갖게 된다.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고 눈치까지 봐 가면서 스폰서십을 맺는 이유는 간단하다. 엄청난 홍보 효과 때문이다. FIFA에 가입한 회원국 수는 209개로 유엔 회원국 수보다 많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전 세계에서 8억 명 이상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에 쏠린 시선을 자사의 로고에 잡아두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홍보 전략이다.

‘공공장소 전시권(Public Viewing Event)’은 FIFA와 후원 기업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규정이다. ‘공공장소에서 2명 이상이 월드컵 경기를 볼 때 반드시 FIFA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다. ‘거리 응원’은 유럽 등에선 이미 오래전에 시작된 관람 문화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에 2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FIFA는 이를 재빨리 이익 모델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2010 남아공 대회부터는 공공장소 전시권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이 규정에 따르면 병원·술집·학교·극장 등 ‘공공장소’에 해당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FIFA가 전문 요원을 투입해 찾아다니며 벌금을 물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각 나라의 광장에서 자유롭게 펼쳐졌던 응원 문화 대신 공식 스폰서, 즉 기업이 주관하는 마케팅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돋보기
FIFA 제국의 절대 권력자들
[월드컵 경제를 지배하다] 중계권·스폰서로 천문학적 수익 챙겨
FIFA는 1904년 5월 21일 파리의 프랑스체육협회연합 본부에서 창설됐다. 처음에는 프랑스·네덜란드·스위스·스페인 등 유럽의 7개국이 주도했는데, 축구 종주국인 영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월드컵이라는 사상 최대의 이벤트를 만들어 낸 건 1921년 회장에 취임한 줄 리메(프랑스)였다. 1954년까지 무려 33년간 재임한 그는 회원국 수를 85개국까지 늘리며 FIFA의 국제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 기간 동안 영국도 회원국이 됐다.

과도한 상업화로 이름만 ‘비영리단체’라는 비난을 받는 데 초석(?)을 닦은 이는 1974년 취임해 1998년까지 자리를 지킨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이다. 이미 브라질축구협회장이었던 그는 브라질 내에서 운송·투자·보험·무기 판매 기업을 거느린 대재벌이었다. 기업가의 손을 통해 월드컵은 순수한 스포츠 이벤트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문화 상품이 됐다. “축구를 전 세계에 팔겠다”던 그의 취임 일성은 지금도 유명하다. 아벨란제 전 회장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 본선 참가국 수를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아벨란제가 회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사무총장으로 일하던 최측근이 바로 현재의 제프 블래터 회장이다. 블래터 회장은 1998년 권좌에 오른 후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본선 경기를 32개국 64게임으로 크게 늘렸다. 오늘날 FIFA의 절대 권력을 가능하게 만든 재정 구조도 블래터 회장대에 이르러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그는 최근에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본선 티켓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78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내년 6월 만료되는 임기 후에 5선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400명 가까이 되는 FIFA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2010년 기준으로 1억7000만 원에 달한다. 물론 회장과 사무총장의 연봉은 일급 비밀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