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올림픽 이어지며 연 4% 성장 전망… “스포츠 경제 효과 일시적” 반박도

[월드컵 경제를 지배하다] “13조 투자로 50조 부가가치 창출”
세계 각국에 성공한 월드컵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국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안겨 주는 것이 월드컵에서의 성공일까. 여기서 더 나아가 세계의 이목과 자본이 집중되는 월드컵에서 자국이 어떻게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를 거둘 것인지에 있을까. 월드컵 경제 효과를 두고 각국은 현재 주판알 튀기기가 한창이다.

특히 개최국에 월드컵과 같은 국제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가 막대한 투자에 걸맞은 경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논쟁이 계속돼 왔다. 이번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역대 개최국인 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이 신흥국이 개최한다는 점에서 과연 기대만큼 경제 효과가 있을지를 두고 과거 여느 대회보다 논란이 뜨겁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경제 효과에 대해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 언스트앤드영이 2011년 발표한 ‘지속 가능한 브라질’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이 경기장 건설 등을 포함해 사회간접자본을 구성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1420억 헤알(약 63조7054억 원)의 직간접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월드컵이 경제성장률을 0.5% 포인트 이상 진작시키고 일자리도 큰 폭으로 늘 것이라고 공언했다. 참고로 역대 개최국인 한국은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2 한일월드컵 개최로 4조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돼 0.74% 포인트의 국내총생산(GDP) 상승 효과를 얻었다. 독일은 2006년 월드컵 개최로 GDP가 0.3%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월드컵 대회를 위해 브라질은 막대한 비용의 투자를 선행했다. 우선 국제축구연맹(FIFA)이 요구하는 기준에 따른 경기장 건설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월드컵을 관전할 해외 관광객이 60만 명, 국내 관광객 310만 명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을 동시에 치를 수 있는 인프라와 서비스 확보에 나섰다. 이는 공항·도로·대중교통·호텔·식당·치안·환경미화 등을 포함한다. 대회 개최에 필요한 총액은 296억 헤알(약 13조2794억 원)에 달했다.


일자리 창출은 대부분이 임시직
투자금으로 만들어 내는 추가적인 재화와 서비스 생산량의 가치는 1127억9000만 헤알(약 50조 원)로 보고 있다. 소득효과는 634억8000만 헤알(약 28조 원)이다. 또한 181억3000만 헤알(약 8조 원)을 세금으로 얻는다. 363만 명의 고용 효과도(임시직) 발생한다. 언스트앤드영은 “월드컵과 2016년 여름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360만 명의 일자리 창출이 전망돼 2019년까지 연 4%의 경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월드컵의 경제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던지는 전문가들도 많다. 미국 대형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3월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2011년부터 지속된 브라질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월드컵은 브라질 경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무디스의 바바라 마토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월드컵 기간 중) 일시적인 매출 증가가 실질적인 이익 증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교통의 혼란이나 혼잡, 휴업 등이 오히려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프강 메니히 독일 함부르크대 교수는 “월드컵과 올림픽의 경제 효과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효과는 일시적인 것에 머무른다는 견해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그리고 “(2006년 월드컵이 개최 된) 독일은 애초에 높은 경제 효과를 기대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모두가 즐거운 축제였을 뿐 경제적으로 얻을 게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메니히 교수에 따르면 축구의 인기와 별 상관이 없는 도시에 새로운 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은 “정치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순전히 경제적 관점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경제 효과 전망에서 브라질 정부는 관광객 1인당 지출을 2500달러(약 250만 원)로 보고 예상 국내외 관광객 수를 추산했는데 이는 대회 기간 동안 일시적인 소비일 뿐이다. 363만 개의 일자리라는 고용 유발 효과도 월드컵 준비 기간에 해당하는 임시직이 많아 일단 대회가 끝나면 그 지속 여부도 불투명하다. 언스트앤드영의 자료에 따르면 경제 효과에서의 직접 효과가 차지하는 부분은 26%에 불과하다. GDP를 구성하는 24개의 섹터 중 건설·상업 서비스 등 일부에만 ‘직접 효과’가 두드러지고 부동산·금융 등 나머지 섹터에서는 대부분아 ‘간접 효과’를 기대할 뿐이다.

월드컵에서 자국의 승리는 국민들의 기분을 고양시키고 이는 시장에 반영되기도 한다. 줄리안 제섭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2010년 경제 분석가들은 독일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소비자의 수요를 끌어올려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예상했었다”며 “하지만 그 영향은 오래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자국의 좋은 성적이 일시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일은 종종 있다. 하지만 실제 경제활동과 소득에 지속적인 영향이 있는지를 두고 논의가 분분하다.

빅터 맷슨 미국 홀리크로스대 스포츠경제학 교수는 실제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월드컵의 영향으로 증시가 상승한다고 주장한 것은 통계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맷슨 교수는 “순전히 운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며 “월드컵 우승이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에 대한 경제학적·통계적으로 유효한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브라질이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 후 떠안을 부채를 감안할 때 브라질 경제와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그는 짚었다.
[월드컵 경제를 지배하다] “13조 투자로 50조 부가가치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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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부르는 ‘월드컵의 저주’

역사적으로 월드컵이 있던 해에는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한다는 이른바 ‘월드컵의 저주’가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데리오 퍼킨스 롬바르드스트리트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4년 주기로 돌아오는 월드컵과 경제적 재앙이 묘하게 시기가 겹친다”면서 “이번 브라질 월드컵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930년에 열린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은 대공황의 시작과 때를 같이했다. 1930년은 대공황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해다. 대공황의 발단은 미국이었지만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이 생산의 위축과 가혹한 실업, 심각한 수준의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다.

그리고 1990년 이후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은 미국 경기 침체와 시기가 겹쳤다. 유럽도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는 미국을 시작으로 선진국 채권시장이 붕괴된 바 있다. 프랑스 월드컵이 열렸던 1998년에는 아시아가 외환위기에 빠졌다. 2002년 세계경제는 연초 미국을 중심으로 강한 반등을 보여 본격적인 회복 기대를 낳았지만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주가 및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미 주택 시장이 붕괴하면서 2008년 금융 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이어졌다. 다음 월드컵이었던 2010 남아공 월드컵에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당시는 17개국)의 채무 위기가 시작됐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되면 이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2014년 세계 경제를 위협할 요소로 ‘일본 아베노믹스의 붕괴’, ‘구미 통화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의 예상치 못한 결말’ 등을 꼽았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