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게 즐거워요.” “직원들이 사석에 모여 회사 발전 방안에 대해 얘기해요.”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오히려 ‘신의 직장’에 다닌다며 부러워해요.”

다분히 ‘대외용’ 멘트처럼 들리기 쉬운 말들이지만 이 회사에서는 ‘100% 리얼’이다. 입사 1년이 채 안 된 주니어 사원부터 중견급 사원까지 한데 모인 자리, 앞다퉈 ‘회사 자랑’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직원들의 밝은 표정과 화기애애한 ‘공기’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카페24’로도 유명한 심플렉스인터넷 얘기다.

1999년 포항공과대(포스텍) 물리학과 출신의 이재석 대표가 창업한 심플렉스인터넷은 국내 웹호스팅·쇼핑몰 솔루션 분야 선두 기업으로 온라인 광고 및 마케팅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현재 다양한 온라인 비즈니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 13년간 성장 속도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매년 100억 원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보여 올해는 약 65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직원 수 또한 2006년 이후 매년 신입 및 경력직 직원을 100명가량씩 채용해 현재 약 700명 정도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업계에서 독보적인 것은 물론이고 대기업과 견줘도 손색없는 성장 뒤에는 직원들이 마음껏 그것도 즐겁게 능력을 펼쳐 보이고 양질의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개발해 낼 수 있게끔 하는 ‘환경’이 있었다.
[꿈의 직장] 톡톡 튀는 복지와 기업 문화 심플렉스인터넷, 레저 휴가로 생산성 ‘업’… 자긍심 ‘대단’
월 1회 주 4일 근무로 활력 ‘가득’

심플렉스인터넷의 각종 복지 혜택과 근무 환경은 업계에서도 유명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자랑이다. 대표적인 제도가 2007년 도입된 ‘레저 휴가’다.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 해소와 재충전을 목적으로 ‘월 1회 주4일 근무제’를 실현하고 있다. 매월 네 번째 금요일을 ‘레저 휴가’로 지정해 쉬는데 연차 휴가 등과는 별도이고 게다가 휴가비 10만 원까지 지원된다. 휴가와 함께 ‘레저’ 활동에 필요한 비용까지 회사에서 지급해 직원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었다. ‘사용처’는 물론 자유다. 영화·뮤지컬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쓸 수도 있고 등산이나 스노보드 등 다양한 레포츠 활동비, 혹은 레포츠 용품 구입비로도 활용할 수 있다.

레저 휴가 도입은 ‘일하고 싶은 회사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이 대표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실질적인 여가 활동 문화로 정착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 이 대표가 이 부분을 기업 문화로 접목하기 위해 레저 휴가를 도입하게 됐던 것.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책임자급 직원들이 오히려 “언제 일하라는 것이냐”며 반대하기도 했지만 이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을 보면 좋은 제도를 많이 시행하고 있는데, 앞서간 사람들이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을 테니 한번 해보자”며 그들을 설득했다.

기대와 우려를 안고 시작한 레저 휴가 제도는 이제 심플렉스인터넷의 대표적 복지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대표는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힘들지만 체감적으로 평가했을 때 회사 정책 중 가장 성공한 정책 중 하나”라며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고 당시 반대했던 분들도 이제는 모두가 좋은 제도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임직원들 스스로가 레저 휴가 시행에 따라 결과적으로 업무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같은 계통의 다른 기업에 근무하다가 이직했다는 백소연 씨는 “업계에서도 심플렉스인터넷의 기업 문화는 유명하다”며 “레저 휴가로 3일 쉬고 출근하면 오히려 근무 시간이 짧게 느껴져 더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입사 전 복지 혜택 등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정세미 씨는 “연봉보다 오히려 그런 환경에 더 끌렸다”면서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신의 직장’ 다닌다며 부러워 한다”고 했고 친구들이 대기업에 취직할 때 자신은 이곳을 택했다는 임상현 씨는 “아이디어 퀄리티는 휴가에 비례하는 것 같다”며 “친구들을 만나보면 얼굴색 자체가 나와 다르더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기혼인 한 여직원도 “입사 동기에 레저 휴가가 많이 작용한 게 사실”이라며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많아 좋다”고 말했다.
[꿈의 직장] 톡톡 튀는 복지와 기업 문화 심플렉스인터넷, 레저 휴가로 생산성 ‘업’… 자긍심 ‘대단’
연 80만 원 복지기금·리프레시 휴가도

모든 직원들에게 업무 이외에도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지급되는 연 80만 원의 복지 기금은 이 회사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업무와 상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영·요가·어학능력 등 자기 계발을 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업무 후 동료들과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회식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업무와 관련된 도서 구입비도 액수나 수량에 상관없이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고 구입한 도서는 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비치한다.

레저 휴가와 별도로 입사 만 7년이 되는 직원들에게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달 간의 유급휴가를 주는 ‘리프레시 휴가 제도’도 운영 중이다. 장기 근속자를 위한 이 제도는 직원들이 눈치를 보며 사용하지 않자 이 대표가 먼저 다녀온 후 직원들에게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지금은 활용도 면에서나 만족도 모두 높아졌다.

입사 13년 차에 리프레시 휴가를 다녀왔다는 법무팀 정태영 팀장은 “가족 여행, 혼자 떠나는 여행, 아내와 단둘이 여행 등 한 달 간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면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온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자랑했다.

심플렉스인터넷 임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자긍심은 독특한 기업 문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 대표적 예가 ‘자율과 책임’이라는 큰 모토 아래 팀장 이외에는 직급이 없는 수평적 구조다. 나이나 입사 연도에 상관없이 서로의 이름 뒤에 ‘~님’으로 호칭하는 것. 이를 통해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음껏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호 존중의 문화도 정착됐다. 자유로운 출근 복장, 상사부터 ‘칼퇴근’을 권장하는 분위기도 이 기업의 문화 중 하나다.

심플렉스인터넷의 이러한 복지와 문화들은 ‘사람이 가치를 만든다’는 이 대표의 가치관의 발현이다. 홍보 마케팅을 총괄하는 김영희 이사는 “이 대표는 사람이 있어야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것, 개인의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몸소 실천하는 분”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회사 자체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 역시 상당히 높다.

지난해 입사했다는 양수연 씨는 “밖에서도 진짜 좋은 회사라고 자랑하고 다닌다”며 “친한 친구들에게도 우리 회사를 적극 추천해 네 명의 친구들이 입사해 함께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직원은 “가끔 다른 회사로 이직한 분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본다”며 “복지는 공기와 같다는데 이제는 다른 회사에서 일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석 대표 미니 인터뷰
[꿈의 직장] 톡톡 튀는 복지와 기업 문화 심플렉스인터넷, 레저 휴가로 생산성 ‘업’… 자긍심 ‘대단’
“기업의 경쟁력은 사람이 중심 되는 ‘문화’”

대표의 강력한 주장으로 레저 휴가가 도입됐다고 들었다. 배경을 말해 달라.

“컴퓨터가 잘 안되면 껐다가 다시 켜지 않나. 군대에서 총이 고장 났을 때도 분해, 조립하면 고쳐진다. 그래서 모든 병사들이 총기 분해에 능하다. 컴퓨터나 총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생겼을 때 좀 쉬면 해결되지 않겠나. 지식 산업화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 주5일 문화만 잘 정착돼도 괜찮은데 제도는 쉬워도 문화로 정착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레저 휴가를 도입할 즈음 주5일제가 막 시작됐는데, 조기 정착을 위해 좀 오버했다(웃음).”

오히려 일부 직원들이 반대했다던데, 대표로서 걱정은 없었나.

“기업의 입장을 떠나 사람을 중심에 뒀을 때 어떤 것이 바람직한 제도이고 문화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한국에선 그런 식으로 기업하면 망한다는 말을 백만 번 들었는데, 미래산업이란 회사가 많은 도움을 줬다. 미래산업은 당시 혁신적 제도가 많았는데 잘되더라. 성공 케이스가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추진할 수 있었다.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 튜닝을 잘한 셈이다.”

수평적 조직 문화로도 유명하다.

“IT나 지식산업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경쟁력 있는 조직이 되려면 자기 주도적이 되어야 하고 적극적으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물론 수평적 조직 문화이기 때문에 활발한 의견 개진을 넘어 결정권을 행사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한데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현재 시행 중인 복지제도 외에 구상하고 있는 게 있나.

“복지는 구상이 나오면 안 된다(웃음).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복지가 목적이 아니라 궁극적 경쟁력은 문화라고 생각했다. 문화는 알고도 따라하지 못하는 것이다. 필요하다고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일찍부터 준비해야 한다. 남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기업 문화를 만들고 싶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